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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통곡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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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14 23:58에 작성됨.

아이마스는 SS위주로 접해서 본편과의 설정 차이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아이마스 SS는 처음 쓰는 겁니다. 부디 자비를!(여러가지로)
캐릭터의 자의적인 해석이 강할 수 있습니다.
일부 망가지는 캐릭터가.... 있을 지도?
치하야 쨔응 생일 축하해! 결혼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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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땡땡이치는 팬픽러 님의 신청곡입니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잠자는 공주'네요. 최근 오리할콘 차트를 휩쓸고......]

오랫만에 책을 읽을 시간이 생겼다. 성황리에 콘서트를 마친 이후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 프로듀서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나도 당신도 앞으로 더더욱 바빠질 거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 이상 프로듀서의 일이 늘어나면 곤란하다고 생각하지만.

"흠~ 흠흠♬"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자기 자신이 듣는 자기 목소리와 기계를 통해서 나오는 객관적인 목소리에는 필요 이상의 차이가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적당히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스피커를 거쳐서 나오는 내 목소리보다 좋을 정도이니.

"아, 세제가 거의 다 떨어졋네."

달그락거리며 그릇을 씻는 소리가 노랫소리와 절묘한 화음을 이룬다. 마치 내 행동 하나하나가 노래의 리듬을 타는 듯한 이 느낌. 최근에서야 자각하기 시작한 이 기분 좋은 리듬감에 절로 미소가 걸린다.

"그러고보니까 쌀도 한 가마니 사와야 하고..... 밥솥도 AS센터에 맡겨놔야 하고...."

그 날

정확히는 내가 오랜 악몽에서 깨어난 날.  모두가 내 손을 잡고, 내게 미소를 찾아주었던 날.

끝없이 쌓여만 가던 울음이 터져나오고, 통곡이 멈춘 날.

"하아.....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내 인간성은 그 날 제자리를 찾았다. 지나간 상살(喪失)은 돌아오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길은 다시 내 앞에 펼쳐졋다.

살림과 식사 등등 인간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가사 전반에 신경쓰게 된 이후,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사소한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 문제들은 지극히 사소할 뿐이고, 오히려 내가 과거의 족쇄를 벗어던진 증거라고 생각하면 문제들조차 즐거운 고민이 된다.

"혹시 유우가 있었다면....."

유우가 죽은 뒤로 날 사로잡았고 있던 철탑과도 같던 벽은 무너졌다. 지금은 이렇게 모르는 사이에 유우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도 텐션이 검정색으로 변하는 일은 없다. 마치 지금까지의 우울함이 저 먼 옛날의 일 같다.

'나만이' 계속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유우에 관한 일은 잊혀지지 않겠지만.

"아 맞다, 양갱을 잊을 뻔 했네. 기껏 만들어두고선 말이야. 나도 참."

유우를 생각하면서 만든 양갱이다. 잊어서는 안 되겠지.

내일의 일정을 머리속으로 그리며 심호홉한 다음, 사무소의 소중한 동료들에게 줄 수제 양갱을 미리 챙겨두고 잠을 청했다. 자면서 유우와 함께 맛잇게 양갱을 먹는 꿈을 꾸었다. 그 외에도 오랫만에 본 사람들이 꿈 속에서 나왔지만 일어날 때 쯔음엔 잊어버렸다. 꿈을 좀 더 오래 꾸고 싶었다.

"꿈 깨!"

"엣."

하루각하의 한 마디에 내 미소에 금이 갔다. 그래 치하야 쨩. 릴렉스하는거야 릴렉스. 타카츠키 양을 생각하면서 릴렉스하는거야. 저건 하루카가 아니라 하루각하니까 하루카의 진심이 아닐 거야. 그러니까 릴렉스하자 치쨩.

"치~쨩~ 양갱이 너무 쓰다고 생각 안 해?"

"에? 하지만 원래 녹차는 쓴 맛""그 입 다물라! 과자 마이스터 하루카이저 소제 앞에서 과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고? 적어도 가슴이 아즈사 씨 만큼 커진 다음에 오지?"

"잠깐잠깐, 하루룽. 그건 영원히 이야기하지 말라는 거 아냐? 확실히 이건 맛없긴 하지만...."

아미조차 내가 직접 만든 양갱이 맛없다고 한다. 이건 분명히 무언가가 잘못된 거야. 그리고 어째서 아즈사 씨 가슴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큿...."

"저.... 저기....""유키호, 이 녹차 양갱을 한 입 먹어봐."

한 입을 조심스럽게 배어물은 유키호. 잠시 동안 양갱을 씹으면서 맛을 음미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그들아, 연장 챙겨와라. 그리고 내 전용 삽도 챙겨오고."

"유, 유키호?!"

"아앙? 지금 하기와라파 차기 두목한테 이딴 걸 대접해놓고 그냥 넘어갈려고? 암흑 다도계의 제왕인 이 유키호님한테?!"

"큰일났습니다! 유키호가 폭주중입니다!"

"패턴 청! 야쿠자입니다!"

"누가 마코토를 데려와!!!!!""지금 화보집 촬영 나갔어!!!!!""살려줘!!!!!!"

내 양갱 때문에 갑자기 이런 카오스가 된 건가. 갑자기 텐션이 스파이럴을 타고 내려가는 것 같다. 도와줘요 안티 스파이럴. 누군가 이 카오스를 해결해 주세요.

"웃우!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유키호씨 진정해 주세요!"

결국 사무소에 약간 늦게 도착한 타카츠키 양이 모두를 진정시키고 나서야 조용해졋다. 그리고 역시 타카츠키양은 정의다. 진리다. 귀엽다. 내 인생 최고의 활력소다. 고마워요 내 안티 스파이럴.

그렇지! 타카츠키 양한테 내가 만든 양갱을 대접해야지!

"타카츠키 양. 내가 녹차 양갱을 만들어왔는데 한 번 먹어볼래?"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요즘 단 게 부족했었는데!"

얼굴에 웃음과 행복을 한 가득 안고서 타카츠키 양이 양갱을 물었다. 저 귀여운 얼굴에 더 큰 미소가 걸릴.... 어라?

"저, 저기... 타카츠키 양?"

"...."

"타카츠키 양?"

"....안 달아요...."


"하루카 정답 발표하겟습니다! 치하야씨! 빠진 건 백앙금이에요 백앙금!"

백앙금? 그건 먹는 건가? 꽃 이름 같은데?

"저기 하루카, 백앙금이라고 말해도....."

"....치하야 쨩, 혹시 양갱은 뭘로 만드는지 알고 있어?"

"양갱 베이스를 녹이면 되는 거 아냐?"

"....누가 오사카 사람을 데려다 줘....."

하루카가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어째서?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

"그러고보니까 팥을 잊고서 안 넣긴 했지만....""그게 메인이라고오오오오오!!!!!!!!"

하루카 부활 완료. 부활한 건 좋지만 부활하자마자 나를 질책하는 건 그만해줬으면 한다.

"저기... 치하야... 혹시 녹차맛은 어떻게 낸 거야?"

"녹차가루를 물에 끓여서 우려냈는데?"

"얼마나?"

"1시간 좀 넘게."

하루카가 부활하자 유키호가 빈혈을 호소하며 쓰러졋다. 어째서일까. 그야 차를 우려낸다는 게 잠깐 불 올린 걸 잊어서 많이 우러나오긴 했지만.....

".......치하야 씨."

"타, 타카츠키 양? 갑자기 무슨 일이야? 그렇게 어두운 얼굴은 타카츠키 양한테 안 어울려."

".......세상에는 잊어선 안 될 것도 있어요."

타카츠키 씨의 얼굴은 뭐랄까..... 아니야, 내가 잘못 본 거야. 타카츠키 씨가 저렇게 어두운 얼굴을 할 리가 없어. 이 세상의 모든 쓴맛을 다 본 것 같은 찌든 표정을 지을 리가 없다고. 안티 스파이럴이 질 리가 없다고.

"다녀왔습니다! 어라?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왔다. 이번에도 퍼펙트 커뮤니케이션으로 내 텐션의 제2안티스파이럴이 되주실 게 분명하다. 치하야 스파이럴 따윈 정면에서 짖밟아버릴 게 분명하다.

"안녕, 치하야. 어라? 양갱이네? 우물우물. 뭐야 이거. 퉷. 맛없어."

배드 커뮤니케이션. 치하야 스파이럴 3배수 효과로 오늘은 하루종일 검정 텐션입니다!

.....라디오 녹화 있는데.

"...잊은 거라니... 잊은 거라니....."

나중에 들은 일이지만, 오늘의 나락 한구석에 쳐 박힌 텐션은 팬들한테 니힐 치쨩이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미화가 돼서 넘어간 듯 했다. 킹 크림슨 1집에 나올 것 같은 노래를 신곡으로 프로듀서가 들고 올 정도라면 나쁜 반응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튼, 난 지금 검은 텐션이야."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잊은 것'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머리 한 구석에서 계속 위화감이 남는다.

"흐음... 으음... 치 쨩은 모르겠어요...."

베게를 껴 안고 침대 위에서 굴러도 답이 떠오르지 않을 거라고 알고는 있지만.

"어차피 치 쨩의 널빤지같은 가슴으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요. 큿."

아마 며칠 후에 텐션이 정상적으로 돌아와서 다시 떠올려보면 잊고 싶어질 대사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

"잊은 것....."

만일 유우가 살아 있었다면 가르쳐줬을지도 모른다. 하는 수 없다. 일단 유우의 그림을 보면서 진정하자.

내 가슴보다도 납작한(엣헴) 오래된 스케치북을 꺼내고 한 장 한장 유우의 그림을 감상한다. 그림 속에는 여러 모습이 있었다.

"......"

새삼 깨달은 거지만, 유우는 내가 단순히 노래만 하는 걸 좋아한 건 아닌 것 같다. 웃으면서 노래하는 내 모습을 좋아한 거다.

"....그러고보니 곧 유우의 기일이네."

아마 몇 년 동안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을 유우의 묘소.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날 휴가를 내서 방문하자. 먼지도 좀 털어주고, 꽃도 좀 사가고, 도시락도 좀 만들어 가고.

....예전 가족의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를 마지막으로, 스케치북을 닫았다.

[치하야, 괜찮겠어? 같이 가 줄까?]

괜찮아요. 모두 고마워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제가 혼자서 가야 해요. 지금까지 혼자서 유우를 짊어지고 있었으니까요.

"....후우...."

시간이 흘러, 유우의 기일.

"아가씨, 요즘 잘 나가는 가수 아니에요? 그 뭐나... 누리카베(일본의 벽 요괴) 치히야라던가 하는 사람."

"하하하, 무슨 말씀을....."

나름 변장할 생각으로 여러가지로 준비했는데, 노련한 택시기사의 눈을 속이는 건 어려웠던 듯 싶다. 것보다 이 택시기사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콤플렉스를 후벼파고 있다. 큿....

공동묘지에 도착해서, 유우의 비석을 찾는다. 유우가 죽은 뒤로 온 적은 없지만 위치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봐라, 지금도 먼지를 뒤집어쓴 유우의 묘비가.....

"......어라?"

생각보다 깨끗하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먼지가 쌓였거나, 관리가 되지 않은 흔적은 안 보인다. 그런가, 관리인이 관리해 준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유우의 묘비 앞으로 간 순간,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꽃들이다. 그것도 말라붙은. 무덤 앞에 약간 남아있는 흙에 말라붙은 꽃이 피었다. 이미 오래 전에 제 빛깔을 잃고서 부러져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꽃들이.

"......."

부스럭. 뒤 쪽에서 두 쌍의 발소리가 들린다. 귀에 익숙한 발소리다. 싫어질 정도로 익숙한 불협화음 두 쌍이 내 뒤에서 걸어오고 있다.

믿을 수 없다. 뒤를 돌아볼 수 없다. 확인하려면 뒤를 돌아봐야 한다. 고민하는 중에도 불협화음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치하야."

등 뒤의 부모님과 눈이 마주친 순간

"치하야!!!!!!!"

서늘한 바람 소리만이 귓가에서 멀어져 갔다.












오래 전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가족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날. 모두 웃고 있었다. 나도, 유우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이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유우가 내 눈 앞에서 죽은 이후로, 집 안에선 웃음이 사라졋다. 마치 형태만을 유지하고 있는 말라붙은 꽃처럼.

나 혼자만이 유우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유우의 기일이 되면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하루 종일 어두운 방 안에 틀어박혔다. 내 부모인 두 사람은 각각 어딘가로 향했다.

둘은 어디로 가던 거였을까. 각각. 서로 다른 곳으로. 나를 두고서. 유우의 처참한 최후에 홀로 괴로워하던 나를 두고서.

단지 나만이 유우를

".....바람 소리."

"치하야! 치하야!"

둘의 얼굴이 보인다. 분명히 이젠 남일 텐데 왜 그렇게 당황하는 걸까. 길 가던 여고생이 쓰러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

"......."

정신을 차리고 몸을 추수린다. 공동묘지 관리인이 가져다 준 과자를 말 없이 깨작인 지 10분.

나는 벽을 마주봐야 한다.

"매년 여기에 오신 거네요. 두 분 다."

무언 속 고개만 살짝 움직였다.

아아, 그렇구나. 이 사람들도 유우를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거구나. 단지 자기 자신만이 유우를 품고 있다고 실컷 착각하면서. 나처럼

"......만약에..."

만약에 서로 조금만 더 이야기했다면

만일 서로의 마음을 조금만 더 풀어놓을 수 있었다면

만약에 이곳에 한 번이라도 같이 왔었다면

만일 유우를 나눠들 수 있었다면

만약에 서로 벽을 넘어서, 이 통곡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었다면

"......"

유우의 무덤가엔 말라붙은 꽃만 꽃혀 있었다. 이제 물을 주더라도 꽃이 다시 필 일은 없을 것이다. 셋의 눈이 꽃을 향한 순간, 우리는 유우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하나의 공통된 감상을 가졌다.

벽은 무너졋다.

꽃은 말라붙었다.

그리고 그걸로 된 거다.

".....도시락 싸왔어요. 드실래요?"

혼자 먹기에는 조금 많은 2인분의 도시락. 하지만 세 명이 먹기에는 부족하다. 당연하다.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엔 세 명의 사람이 들어갈 공간은 없다. 

오늘은 단지 그걸 확인했고, 담담히 받아들였을 뿐이다. 벽이 무너진 폐허에는 스산한 바람만 불어올 뿐이다. 하지만 그걸로 된 거다.

"안녕히가세요."

"건강하렴.""힘내라."

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뒤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연예계 다음 소식입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로버트 프립이 유명 가수 키사라기 치하야와의 공동 작업을 위해....]

[이번 작업으로 키사라기 씨가 아이돌에서 전업 가수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노래의 주제는 '가족'인데요, 키사라기 씨의 어두운 가정 사정을 생각해보면....]

[글쎄요, 키사라기 씨 본인도 무언가의 '벽'을 넘었을지도 모르죠. 그 전에 72의 벽을 넘어야하겠지만요][와하하하하하]

"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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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쨩 생일축하(?) SS입니다.

아이마스 SS는 아마 이게 처음일텐데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결론은 치쨩 생일 축하해!!!!!! 빨래판 만지게 해 줘어어어어어!!!!!!!

p.s 안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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