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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X 마마마] 아마미 하루카예요, 마법소녀를 하고 있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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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4, 2014 19:06에 작성됨.

「… 죄송합니다」

그저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였어요. 그래야 했어요. 저 자신에게도, 일을 가져와 주신 프로듀서 씨에게도, 면목이 없었으니까요.

「이제 됐어. 단, 다음부터는 다른 곳을 찾아볼 테니까 그건 알아두도록. 가 보라고.」

「네… 정말 죄송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스탭 분은 혀를 한 번 차시고는 등을 돌리고 가 버리셨어요. … 에헤헤, 혼자 남겨져 버렸네요. 아무래도 적잖이 실망하신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얼굴을 하고 사무소에 돌아가면 좋을까요.
조금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억눌러 참았어요. 울어 봤자 봐 줄 사람도 아무도 없고, 제가 잘못한 일인데 제가 울어버려서야 보기 흉할 뿐이겠죠. 지금 저는 대단히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얼굴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혼자 남아서 다행이예요.
그대로 스튜디오를 나와서 전철 역을 향해 터벅터벅 걸었어요. 저희 사무소는 아직 작으니까요. 일이 잡힐 때마다 개별적으로 교통수단을 마련할 수가 없어서, 올 때도 전철을 타고 올 수 밖에 없었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갑작스럽게 질문이 건네져 왔습니다. 하지만 놀라지는 않았어요. 요 며칠 새에, 이 목소리에도 조금은 익숙해졌으니까요.
맥없이 걷고 있는 제 발밑을 맴돌면서 함께 걷고 있는 이 아이는 '큐베'라고 하나 봐요. 고양이… 아니, 토끼일까요? 어쨌든 자그마한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사람처럼 말도 할 수 있답니다.
얼마 전 사무소에 혼자 남아 있던 저와 우연히 만난 이후부터 저를 따라다니고 있어요. 솔직히 저에게만 보이는 헛것 같은 게 아닐까 몇 번이고 의심했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증명할 수가 없으니까요. 일단은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큐베가 함께 한다는 점은 다르지만요.

「응… 일을 실수해 버렸어. 제대로 된 연기도 하지 못했고, 촬영 중에 몇 번이고 넘어져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루카는 자주 넘어지는 거야?」

「응. 신기할 정도로 말이야」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 아마미 하루카는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도 곧잘 넘어지곤 한답니다. 아는 사람에게 보인다면야 '하루카는 덜렁이구나'라며 가볍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일이지만, 일을 할 때에는 그렇지도 않아요. 스튜디오의 분위기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오늘 갔던 곳은 조금은 엄격한 분위기였으니까요. 
오랜만의 일이었기에 긴장한 걸까요? 몇 번이고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크게 혼나고 말았답니다. 제가 질책당할 뿐이라면 괜찮지만, 아무래도 저희 사무소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받으신 모양이예요. 뭘 하는 걸까요, 저는… 이래서야 일이 없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요.

「하아…」

큐베는 꼬리를 살랑이며 제 옆을 나란히 걷고 있어요. 그런데, 괜찮은 걸까요? 아무래도 큐베는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니까, 아마 행인들이 보기엔 풀죽은 여자애가 혼잣말을 늘어놓는 걸로만 보일 것 같네요. 으음, 그건 조금 싫을지도…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건지, 큐베는 잠깐 눈을 감고 생각하는 듯한 몸짓을 취하더니 떠올렸다는 것처럼 말했어요.

「그렇다면 '넘어지지 않게 해 줘' 라는 소원을 비는 건 어때? 그 정도라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을 거야」

「… 아하하, 그래도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

「그래? 네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적절한 소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아, 죄송해요. 이해하기 어려우셨겠죠? 방금 큐베가 말했던 '소원'이라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예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며칠 전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큐베와 제가 처음 만나게 된 그 때의 이야기를.



***



「마법… 소녀?」

「응. 마법소녀.」

자신의 이름을 '큐베'라고 댄 이 흰색의 작은 동물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법소녀라면, 어린 여자아이들이 좋아하곤 하는 그런 거겠죠? 그 나이 또래의 소녀가 마법 지팡이 따위를 들고 변신해서, 팔랑팔랑한 옷을 입고 악당들을 물리치는… 아, 팔랑팔랑한 옷이라면 마코토가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죠.
그 네 글자의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를 느끼느냐고 한다면, 떠오르는 것이야 얼마든지 있어요. 꿈, 희망, 정의, 빛, 분홍, 하양, 유아틱, 그런 것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뻔하다고 생각해요.
비현실.

「… 저기, 마법소녀라고 말해도… 혹시 뭔가의 촬영을 이야기하는 거야? 프로그램의 컨셉이라던가」

제 나름대로 신중하게 골라서 꺼낸 말이었습니다만, 큐베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더니 설레설레 저었어요.

「그런 게 아니야. 마법소녀라는 게 어떤 것인지, 너는 어떤 식으로 알고 있지?」

「에? 그거야… 어린 소녀가 마법 지팡이의 힘으로 변신을 해서, 악당과 싸운다던가…」

「뭐, 그 정도가 일반적인 인식이겠지. 실제로도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지팡이, 라는 부분이려나. 현실에서의 마법소녀의 힘의 근원은 '소울 젬'이라는 물건이야」

「소울… 젬? 아니, 그것보다 마법소녀가 실제로 존재할 리가 없잖아?」

「존재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마법소녀들이 마녀와 싸우고 있어. 아마미 하루카, 네가 모르는 곳에서 말이야」

「그, 그런 말을 해도… 마법소녀라니, 있을 수 없는 걸…」

「그럼 질문할게. 넌 지금까지 나처럼 인간의 말을 하는 생물을 본 적이 있어? 실물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 그건, 없지만」

「그래. 난 현실에 존재할 만한 생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 너의 눈 앞에 있어. 그런데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마법소녀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모순이 아닐까?」

「우우…」

드,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마법소녀라니, 아마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그런 존재는, 현실이 아닌 애니메이션 속에나 있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요.
마녀와 싸운다고 했는데, 그 마녀라는 건 또 뭘까요? 역시 이건 제가 꿈이라도 꾸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히 지금 당장 마법소녀의 존재를 믿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나와 대화하고 있을 동안에는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걸 전제로 해야만 너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 저기, 아까 나를 찾아왔다고 말했지? 그건 어떤 이유에서?」

「아까도 말했지만, 난 너에게 마법소녀의 계약을 권유하기 위해서 찾아온 거야. 네가 알고 있는 마법소녀의 이미지 중에선 하나 빠져 있는 게 있어. 뭐라고 생각해?」

빠져 있는 것, 이라니… 무엇일까요? 마법소녀 하면 떠오르는 것…… 아아, 확실히 하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어요.

「마스코트를 말하는 거야?」

「정답이야. 보통 마법소녀에겐 마스코트라는 게 붙어 있지? 나 역시 그런 존재야. 마법소녀가 되는 계약을 주관하고, 또 그런 마법소녀들과 행동을 함께하지」

자, 여기에서 본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라며 큐베는 제 앞으로 다가왔어요. 핏빛과도 같이 섬뜩한 붉은 눈이 어쩐지 조금 으스스해 보였습니다.

「아마미 하루카, 넌 최근에 뭔가 강하게 바랬던 것이 있을 거야」

「바랬던 것…」

「아니면 지금도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건 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 그런 건 없다, 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솔직하게 말하자면 최근의 저는 초조해하고 있었으니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어떤 형태로든 바라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응. 짐작 가는 부분은… 있지만」

「그렇지? 내가 찾는 대상은 아마미 하루카, 너처럼 뭔가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것이 있는 여자아이들이야. 마법소녀의 계약을 권유하는 거지」

「마법소녀의, 계약…」

「아까도 말한 사실이지만 계약조건은 간단해. 네가 소원을 말하면, 나는 그것을 이루어 줄 거야. 그것이 어떤 소원이든지간에. 그 소원의 대가로 너는 마법소녀가 되어서 마녀들과 싸워나가야만 해」

「저기, 그 '마녀'라는 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음지에 숨어 인간에게 해를 끼치려고 드는 괴물이야. 인간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모여서 태어나는 존재. 확실히 위협적이긴 하지만, 마법소녀는 마녀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명백히 규격 외의 이야기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지만, 정리하자면 큐베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걸까요. 소원을 하나 들어주는 대신, 마법소녀가 되어 마녀들과 싸워야 한다…고.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방금 큐베가 말한 대로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존재할 리가 없는 동물이 태연하게 사무소에 나타나선 저와 대화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비현실적'이라며 뭔가를 부정하기는 어렵겠죠. 그렇지만 이성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점도 어쩔 수 없어요.
납득할 수 없지만, 하지만-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했지?」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아도 좋아. 마법소녀는, 그 계약의 대가로 어떠한 소원이라도 이루어낼 수 있어. 말 그대로 절대야」

큐베는 자신있다는 듯 힘을 실어 말했습니다. 소원을, 한 가지 들어준다. 반드시.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선 나라도 확실히 말해둬야겠지. 마녀와 싸우는 건 그리 순탄한 일만은 아니야. 마법소녀가 된 이상 마녀와 싸우는 건 필연적. 그와 맞바꾸는 기적인 만큼, 잘 생각하도록 해」

「…… 소원…」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고 있는 거냐고 자신에게 되묻고 싶어질 만큼 황당한 이야기예요. 그럼에도 어째서일까요. 제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전 아마 굉장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서든지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의 저 자신이라면, 그런 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어요.
아이돌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느껴왔던 것. 견뎌왔던 것. 오늘 혼자서 사무소에 남은 채 계속해서 생각하던 것.
제가, 아이돌이 되고자 했던, 이유-

「아무래도 누군가 오고 있는 모양이네. 그럼 난 이쯤에서 물러가도록 할게」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큐베는 사뿐하게 점프해선 다시 창틀 위로 올라갔어요. 확실히 창은 열려 있는 상태이지만 여긴 2층인데, 창문을 통해서 나가려는 셈일까요.

「난 평범한 사람에겐 보이지 않으니 꼭 숨을 필요는 없겠지만, 역시 너에게 생각할 시간은 줘야 할 테니까. 조만간 다시 찾아올게. 그때까지 아무쪼록 잘 생각해뒀으면 좋겠어」

큐베는 창밖을 향해서 몸을 돌리고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말했습니다.

「아마미 하루카. 너에겐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니?」

「…」

대답을 듣지 않은 채, 큐베는 창밖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뒤를 돌아보자 한 손에 비닐봉투를 들고 계신 오토나시 씨가 저를 멀뚱히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어라, 하루카? 창밖에 뭔가 있었니?」

「에? 아, 아뇨! 그저 날씨가 좋아서, 보고 있었을 뿐이예요」

「그렇구나. 정말 좋은 날씨네… 하루카도 잠깐 바람이라도 쐬고 오면 어떻겠니? 당장은 할 일도 없을 테니깐」

오토나시 씨는 기분이 좋으신지, 콧노래를 흥얼거리시며 봉투의 내용물을 냉장고에 넣기 시작했어요. 아이스크림, 일까요? 아마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주실 건가 봐요.

「아, 그렇지. 하루카, 아이스크림 먹을래?」

「아뇨, 괜찮아요. 모두가 돌아오면 함께 먹을게요. 저, 그러면 잠시 밖에 나갔다 오겠습니다!」

하루카? 라며 의아한 듯 제 이름을 부르시는 오토나시 씨를 뒤로 하고, 도망치듯 사무소를 나섰습니다.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 서서, 작게 한숨을 내쉬어 봤어요. 방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정말로 있었던 일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큐베. 말을 하는 동물. 마법소녀. 마녀. 계약. 목숨을, 걸고서.
평소엔 들을 일도 없는 생소한 말들이 복잡하게 머릿속을 돌아다녀서, 잘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누군가 '꿈을 꿨던 거 아니야?' 라고 묻는다면 부정할 수 없을 만한, 몽환적인 경험. 오히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그럼에도 수없이 교차하는 생각의 안에서 한 가지 단어만은 뚜렷하게 새겨졌습니다.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만한, 터무니없이 매력적인 한 가지의 단어.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당연하게도 건물의 안이기에 하늘은 보이지 않고, 눈앞을 채우고 있는 것은 그저 밋밋한 회색의 천장이예요. 머릿속을 한 차례 정리하고, 누구도 듣지 않을 혼잣말을 입에 담아 보았습니다.

「난,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



「…카, 하루카?」

「에? 어, 어라?」

아차, 너무 생각에 잠겨 있었던 모양이예요. 정신을 차려 보니 누군가가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붕붕 젓고 눈앞을 확인하자,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습니다.

「앗, 치하야?」

키사라기 치하야. 저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조기입학한 덕에 같은 학년이예요. 765 프로덕션에서 함께 아이돌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겐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해요. 저를 배려해 준 건지, 큐베는 어느샌가 모습을 감춰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치하야와 어째서 이런 곳에서 마주친 걸까요? 분명 치하야도 어딘가에 일을 갔었다고 생각하는데…

「하루카,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치하야는 이 근처엔 어쩐 일이야?」

「그러고 보니 하루카는 몰랐겠구나. 오늘 일이 있었던 스튜디오, 이 근처야」

「치하야도? 나도 방금 근처 스튜디오에 다녀오는 길인데!」

「그렇구나. 우연이네」

싱긋 웃어 보이는 치하야를 보니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치하야와는 정말로 좋은 친구 사이예요. 또래라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어쩐지 굉장히 잘 맞아서 사무소에서도 곧잘 이야기를 하곤 한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네요. 저야 제가 실수만 하는 탓에 촬영이 생각보다 빨리 취소되어 버려서 일찍 나와 버렸지만, 치하야는 벌써 일이 끝난 걸까요?

「그런데 치하야, 일은 벌써 끝난 거야? 빨랐던 것 같네」

「…… 조금, 트러블이 생겨 버려서」

「에? 트러블이라니?」

「스탭 측의 태도를 용납할 수가 없었어」

「아…」

… 더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네요. 치하야는 사실 스스로를 아이돌이라기보단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라서, 노래를 부르는 것 이외의 활동은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약소 사무소인 저희 765 프로덕션이 그런 일을 가려서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때문에 치하야는 영업에서 마찰을 자주 빚는 편이죠.
보통 때는 프로듀서 씨가 함께 동행하셔서 그 부분을 어떻게든 조율해 주시는 편인데, 오늘은 유키호의 연기 지도를 가셔야 해서 동행하지 못하셨던 모양이네요. 치하야는 이런 부분에선 정말로 자기주장이 강해서, 어쩔 수도 없는 부분이예요.

「… 그러면, 끝나기 전에 쫓겨난 거야?」

「그렇게 되겠네… 프로듀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런 일은 맡고 싶지 않다고 말해뒀는데」

「하, 하지만 프로듀서 씨도 상당히 바쁘신 모양이고… 우리 사무소, 일을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니까」

「… 알고는 있지만, 역시 난 노래 이외의 일은 하고 싶지 않은걸」

「치하야…」

「미안해. 별로 유쾌하지 않은 화제를 꺼내 버렸네. 하루카는 일, 어땠어?」

「어? 아, 으응! 그게… 에헤헤, 사실 나도 쫓겨나 버렸어」

「그런… 하루카가? 무슨 일로?」

「그게, 연기가 잘 안 돼서 몇 번이나 실패하기도 했고, 넘어져 버리기까지 해서…」

「그랬구나. 큰일이었겠네, 하루카도」

「어, 어쩔 수 없었는걸. 내가 실수한 거니까」

「… 서로 비슷한 처지네, 우리」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어요. 저도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생각나지 않아서, 짧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치하야도 사무소로 돌아가는 길이니 목적지는 같아요. 저와 치하야는 전철 역을 향해서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다른 아이들에 관해서, 사무소에 관해서, 일에 관해서도요.
역에 도착해서 전철에 타고 자리에 앉자, 치하야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습니다.

「… 뭘 하고 있는 걸까, 우리」

「뭐라니, 그건… 아이돌 활동 아닐까」

「하루카도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아이돌이 된 이유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야. 그런데도 오늘 같은 일이 몇 번이고 일어나고…」

「치하야, 하지만 그건…」

「물론 유명해지기 위해선 더욱 일을 해야 하겠지.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요즘은 불안해. 계속 이런 일들을 하면서, 견뎌내면, 정말로 내 마음대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될까 하고」

「치하야…」

「하루카는 힘들지 않아?」

「그거야, 나도 오늘은 실수투성이였고… 평소에는 제대로 일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분명히 기회는 올 거라고 생각해!」

저는 있는 힘껏 그렇게 말했어요. 제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치하야에게도 기운을 줄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우린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 이대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분명히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거기까지 말한 저는,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던 그 한 마디가 다시 되살아났기 때문이예요.

- 아마미 하루카 -
- 너에겐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 -

「… 하루카?」

「…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어쨌든, 좀 더 열심히 해 보자, 치하야. 우리에게도 분명 기회는 올 테니까!」

「응… 하루카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불평하고 있을 순 없겠지」

그 후 치하야는 등을 기대고, 사무소에 가까운 역에 도착할 때까지 그대로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그대로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만약, 만약에 제가 마법소녀가 되어,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된다면.
제가 빌게 될 소원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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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파트라 별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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