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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X 마마마] 아마미 하루카예요, 마법소녀를 하고 있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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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3, 2014 04:24에 작성됨.

예이! 아마미 하루카예요!
트레이드 마크는 머리의 리본 한 쌍, 무개성이라고 불리지만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매일을 보내고 있어요!
아직은 별볼일없는 아이돌이지만, 목표만큼은 톱 아이돌! 열심히 할 테니, 모두들 응원해주세요!

라는, 활기찬 자기소개 비슷한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작게 중얼거려봤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주위를 둘러보면 저 혼자. 사무를 보시는 오토나시 씨도 지금은 계시지 않고, 리츠코 씨는 분명 류구코마치의 영업을 나가셨었죠. 다른 아이들은, 모처럼 프로듀서 씨가 일을 받아와 주신 덕분에 오랜만에 사무소를 나섰답니다. 사무소의 벽 한 켠에 걸려 있는, 한동안은 새하얗게 비어 있던 화이트보드가 이제는 엉성하게나마 저희들의 스케줄로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입꼬리도 조금은 올라가네요.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어요. 조금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쯤이면 아마 모두들 눈치채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이 없는 아이돌인 저 아마미 하루카는, 혼자서 사무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집 보기도 중요한 책무! 힘내자, 아마미 하루카! 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양 뺨을 짝짝 두드려봐도, 조금 우울해지는 건 피할 수 없네요. 작게 한숨이 새어나옵니다. 우우.. 밝고 긍정적인 것만이 장점인 아이돌인데, 이래서야 그것마저도 빼앗길지도 몰라요. 애초에 그것뿐이라면 이미 야요이와 겹치고 있고..
사실 저희 765 프로덕션은 그리 지명도가 높은 사무소가 아니예요. 최근 리츠코 씨가 기획하신 유닛 '류구코마치'는 나름의 인기를 갖고 있지만, 그 외의 아이돌들은 아직 한참 갈 길이 멀다고나 할까요. 프로듀서 씨가 힘내서 영업을 해 주고 계시긴 하지만, 아직은 일보다는 레슨과 휴식이 많은 나날이예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그야 좀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춤추고, 더욱 높은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로듀서 씨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예요. 프로듀서 씨는 정말로 열심히 해 주고 계세요. 일이 부족한 건 아직 저희들의 지명도가 낮기 때문. 참고 기다리면, 분명 저희들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프로듀서 씨에겐 죄송한 마음 뿐이예요. 요즘의 프로듀서 씨는 굉장히 몸을 혹사시키고 계시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 벼, 별로 이상한 의미는 아니니까요! 오해하시면 곤란해요!

「하아...」

아차. 저도 모르는 새에, 또다시 깊은 한숨.. 혼자 있다는 사실이 지금만큼은 다행이라고 느껴져요. 이런 모습, 아무에게도 보일 수 없는걸요. 아마미 하루카는 언제나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저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아, 물론 성격을 연기하고 있다던가 하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무리 저라도 침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일을 갈 수 있었는데 저 혼자만 남아 있으니까요. 뭐라고 할까, 아이돌로서의 제 필요성이 부정당한 느낌이 들어서, 주눅드는 건 정말로 어쩔 수 없어요.
프로듀서 씨는 제겐 어떻게든 얼버무리셨지만, 아마 영업처에서 '아마미 하루카라는 아이는 필요없다' 같은 말을 들으셨던 거겠죠. 사무소에 따라선 일체의 인터넷 활동 등이 금지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만, 저희 사무소엔 그런 규정은 없기 때문에 저도 인터넷에서의 제 평판 정도는 보고 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아 버리는 거예요.
평범함. 개성 없음. 기억에 남지 않는다.
저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그 정도니까요. 팔리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상기된 얼굴로 돌아와서 모두에게 일을 가져왔다고 기뻐하시던 프로듀서 씨가 마지막에 머뭇거리시며 제게 사과하셨을 때, 저는 아무래도 꽤나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나 봐요. 둘만 남게 되었을 때, 마미가 다가와선 저를 꼭 안아 줬답니다. '괜찮아, 분명 괜찮아질 거야, 하루룽.' 이라면서요.
.. 아하하, 저도 참, 몇 살이나 어린 마미에게 걱정이나 끼치고.. 글러먹었네요. 전 그저 마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것밖엔 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이 상황에 이르렀답니다. 사실 멍하니 사무소를 보고 있을 바에야 레슨에 가게 해 달라고 프로듀서 씨에게 말씀드려 봤지만, '내가 함께할 수도 없거니와, 하루카에겐 조금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거절당했어요. 그다지 지칠 만한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최근엔 레슨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을런지도 모르겠네요.

- 초조했어요.
최소한 레슨이라도 열심히 받아서, 실력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내겐 아무것도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느껴 버린 거예요.

순간 조금 무서워졌어요. 이대로 혼자 있다 보면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만 같아서요. 잠시 산책이라도 다녀오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요. 잡념을 떨쳐내듯이 머리를 붕붕 저었습니다. 만약 제 리본에 방울이라도 달려 있었다면 요란한 소리가 났을 것 같네요. 문득 생각난 듯이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사각형의 유리를 가득 메운 새파란 하늘의 색. 더 이상 없을 정도로 좋은 날씨라, 햇빛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있어요. 아무도 없는 사무소에서 혼자 보는 풍경만 아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또다시 자학적인 생각을 해 버리는 제가 난처하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내리자, 그곳에는 이질적인 뭔가가 있었습니다.

「어라...?」

뭘까요? 창틀에 무언가가 얹혀져 있었습니다. 분명히 아까까진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선 역광 때문에 잘 보이지 않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건.. 인형이려나?」

봉제인형, 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김새였습니다. 고양이랄까, 토끼와도 비슷하게 생긴 새하얀 몸에 폭신해 보이는 꼬리, 금색의 고리로 휩싸인 길다란 귀. 어째서인지 뾰족한 귀가 한 쌍 더 나와 있어서, 어느 쪽이 진짜 귀인 건지 헷갈리는 생김새네요. 눈을 감고 있어서 눈이 어떤 색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어떤 동물이 모델인 걸까요? 아니, 애초에 누구의 물건일까요?

「조금 귀여울지도..」

동물의 인형이라면 아마 히비키의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히비키는 인형보단 진짜 동물을 더 좋아할테고, 뭣보다 이런 분위기의 동물을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조금 손대 보고 싶어져서, 부드러워 보이는 꼬리로 손을 가져갔습니다. 그 순간,

「에엣..!?」

콰당탕!

살랑, 하고 꼬리가 움직였어요! 깜짝 놀라는 바람에 뒤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으으, 평소에도 자주 넘어지긴 하지만 역시 엉덩이가 아파요.. 아니, 이게 아니라!

「우, 우우, 움직였어!?」

방금 분명히 움직였어요! 혹시 뭔가 장치가 설치된 인형일까요? 그렇다면 아미와 마미가 장난을 위해 가져다둔 인형일지도.. 보기 좋게 걸려들어버렸네요.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어딘가에 옮겨놓지 않으면..

「그야 움직이지. 살아 있는 생물이니까」

「에..?」

방금, 누군가 말한 것 같은데요?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사무소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누구의 목소리였던 걸까요?

「읏차」

엉거주춤 앉은 채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제 앞으로 가볍게 착지한 것은, 놀랍게도 그 봉제인형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던 인형의 눈은, 루비와도 닮은 붉은색이었어요.
잠깐, 정말로 인형이- 맞는 걸까요?

「저, 저기, 혹시 네가 말하고 있는 거야..?」

「물론. 너와 나 이외에, 이 공간엔 아무 생명체도 없잖아?」

자, 잠깐만요! 이 인형, 방금 스스로를 '생명체'라고 말했나요!? 애초에 본 적도 없는 동물인데, 거기에 사람의 말까지 할 수 있다니!?

「이런이런, 꽤나 놀란 모양이네. 무리도 아니야. 너희들이 보기엔 나 같은 작은 생물이 인간의 말을 하는 건 분명히 이상한 일일 테니까.」

「우와아아아아아!? 프, 프, 프로듀서 씨이이이! 이상한, 이상한 고양이가 있다구요오오오!!」

거의 절규하듯이 외쳤지만, 사무소엔 아무도 없으니 누군가 들을 리가 없겠죠. 알면서도 소리지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제 눈앞의 상황은 너무나도 이상했습니다.

「고양이라.. 음, 정확히는 네가 알고 있는 동물 중에선 나와 동일한 종은 없을 거야. 일단은 이름부터 가르쳐 줘야 하려나」

묘하게 태연한 어조로 혼잣말을 늘어놓던 인형- 아니, 보아하니 인형은 아닌 게 확실한 것 같네요. 고양이 비슷한 무언가는 뒷발을 들어서 귀를 벅벅 긁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이름은 큐베. 아마미 하루카가 맞지? 너를 만나기 위해서 찾아왔어」

「큐, 큐베...?」

「그래. 그게 내 이름. 앞으로는 큐베라고 불러주면 돼」

아, 아무래도 눈앞의 이 고양이는 '큐베'라는 이름인 모양이예요. 그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대뜸 이상하게 생긴 데다 말까지 하는 고양이가 나타나서는, 저를 만나기 위해서 찾아왔다니.. 혹시 제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요? 사무소의 소파 위에서 깜박 졸아버렸는지도..
그런 제 생각을 읽었는지, 큐베는 귀를 한 차례 털어내더니 느긋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믿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틀림없는 현실이야. 당장 내 정체가 궁금하다면 알려줄 수는 있지만, 일단 그것보단 내가 너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말해줄까 하는데, 괜찮을까? 아마미 하루카」

「에? 아, 응.. 부디」

얼떨결에 흘러나온 말에 큐베는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미소짓듯이 눈을 감으며 말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비현실적인 광경에 반쯤 넋을 잃고 있었던 제게, 그보다도 훨씬 터무니없고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한 마디를.

「계약이야. 네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줄게. 그 대신 나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주지 않을래?」



아마미 하루카, 17세예요. 아이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는, 아무래도, 말도 안 되는 무언가와 직면해 버린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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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를 모르실 경우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 정신나간 크로스오버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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