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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사 『비와 추억 그리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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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5, 2014 22:28에 작성됨.

 

──삐비빅, 띠리리리리리리……!

"우읏……."


머리맡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

몸을 뒤덮은 따스한 온기에 기대어 눈을 뜨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결국 일어나버립니다. 역시 조금은 시끄러워던 걸까요. 아주 큰 소리를 내는 자명종에 손을 엎어 스위치를 꺼고선 조금 한숨을 푹 내쉬어봅니다.

이런 투박한 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역시 전 음악이 흐르는 귀여운 타입의 자명종을 사용하고 싶어요.

아침 나절에 감미롭게 깔리는 부드러운 음악. 조용한 음악에 조심스레 떠지는 눈. 눈가를 간지럽히는 햇살이 주는 따스한 온기. 그런 아침의 풍경에 운명의 사람과 함께 침대에 누워 아침을 맞는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그렇지만 아직은 제 운명의 사람을 발견하지 못해 저 혼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네요.

그 때가 되면 그런 귀여운 자명종을 써도 될텐데.

하지만 만약 그런걸 사용한다면 아마 전, 잠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한 답니다. 사실 아침에 약해서 음악으로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지라, 지금 이걸로 바꾼 거예요. 대음량이라서 잘 들리는 것이 포인트라면 포인트긴 한데 이걸로도 잘 일어나지는 못하는 현실. 나, 너무 아침에 약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아침이 왔네요. 이대로 5분만 더, 라고 말하면서 이불 속으로 꼬물꼬물 들어가고 싶지만, 오늘도 일이 있습니다.

게다가 혹시 몰라요?


"오늘은 운명의 사람과 만날 수 있기를……."


매일 아침 바라는 소원을 빌면서 저, 미우라 아즈사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아, 운명의 사람이란 건 말이죠.

흔히들 말하는 붉은 실로 엮어진,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저만의 운명의 사람을 뜻하는 거랍니다.

 

……조금 어린 아이같지요?


그렇지만, 전 믿고 있답니다.

분명이 이 세상 어딘가에,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어질 단 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을.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사랑이란 운명에는 분명이 저에게 정해진 사람이 있을 거예요.

후훗, 역시 이상하려나요?

하지만 저 미우사 아즈사가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답니다. 네? 꽤 의외라구요?

하긴 21살이 된 지금, 그런 꿈을 가지고서 아이돌을 하는 것은 의외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 아까도 말했지만 믿고 있답니다. 언젠가 저의 운명의 사람이 저를 보고 다가와줄 지도 모른다고요. 아이돌이 된 이유도 혹시라도 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유명해져서 저에게 오기를 기다리는 그런 소원이 있기에 된 거랍니다♪
 
유명해지면 운명의 사람이 절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그리고 운명의 사람에게 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사실 여기서 말하는 거지만, 저 예전에 연애를 한 번 해본 적이 있어요.

지금 떠올려봐도 정말로 최악인, 사랑이란 꽃조차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끝난 연애가.


때는 고등학생시절이군요.
그때와 마찬가지로 운명의 사람이 있다고 믿고 있던 시절, 저는 그 당시에 한학년 위의 선배를 좋아했답니다.

음…… 짝사랑이었냐구요? 짝사랑은 아니었어요. 저도 그에게 호감이 있고 그도 저에게 호감이 있어 서로 사귀는 단계까지는 갔지요. 고백은 그쪽에서 먼저 해주었기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승낙했답니다.

좋아했기에, 이 사람이 나의 운명의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두근두근 세차게 뛰던 마음. 서로 연인이 되고서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던 시간. 첫 데이트 권유를 받고서 전날밤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두근거림에 어쩔 줄 몰라 밤을 지새우기까지 했던 저희였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첫데이트 이후 바로 헤어져버렸어요.

 

【회상】

 

-안녕, 아즈사. 좋은 날씨네.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두, 두근거려서 고개를 들 수 없어.)

-아, 혹시 뭔가 먹고 싶은 거라고 있어? 좋은 곳을 알아놓았어.

-……(가, 같이, 같이 먹을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아, 그렇지만 지금 나 괜찮을까? 거의 밤을 꼬박새워서 얼굴이 말이 아닐텐데…….)

-아까부터 조용하네……. 고개도 숙이고 있고.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 아, 아, 아니요. 아무 일도 없어요. 오히려 두근거려서.)

-고백할 때도 계속 아무런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는데…… 혹시 나랑 사귀는게 곤란했던 거였어?

-……(그런건 아니에요! 하지만 두근거려서, 지금 왠지 못나보일 것 같은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미안. 난 네가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사귀자고 한 걸로 오해한 모양이었나봐. 마음에 안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말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실례를 해버렸네. 미안, 어제 고백은 없었던 걸로 해줘. 그럼 먼저 가볼게.

-……(에? 에? 에?! 자, 잠깐만요! 그런게 아니에요~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회상 끝】

 

지금 생각해도 정말 한심한 추억.

대화조차 제대로 못 해보고, 만화에서나 꿈에서 기리던 남자친구와의 손잡기라든가 우산을 같이 쓰는, 조금은 로맨틱한 상황이라든가 하는 그런 꿈들을 단 한 가지도 이루어보지 못한 채 그와 저의 연애는 하루만에 끝나버렸답니다.

사랑, 했다고 하기에는 지금 생각하면 글쎄요? 당시에는 그 사람이 좋아서 운명의 사람이라고도 느꼈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나 할까요…….

어이없이 끝나버린 사랑이라서 그런 것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그 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게 되어서 그런 것 일지도 모른답니다.

자신이 없어서 단 한 마디도 못해버려 사랑을 시작조차 못한 저. 꽤 한심해보이죠? 제가 생각하기에도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그렇지만 그래도 한 가지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답니다. 설령 운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제가 어울릴 지, 그 사람과 계속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걸.

조금 전에 말했듯이 제가 아이돌이 된 이유는 운명의 사람을 만나기 위한 것.

하지만 그 외가 있다면 자기자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것도 있겠네요. 한심한 자신을, 운명의 사람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변화시키기 위해 아이돌이 된 것. 응, 이게 아이돌이 되기로 한 정확한 이유겠네요.

어머?

왠지 철부지 아가씨를 보던 눈이 조금은 바뀐 것 같네요♪

그건 그렇고 이제 나갈 시간이네요.

 

응? 어딜 가느냐구요?

이래뵈도 저 아이돌이랍니다? 게다가 상당히 잘 나가는 아이돌이에요?

용궁소녀들이라는 이름의 최근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 류구코마치의 일원 중 하나가 바로 저 미우라 아즈사랍니다. 이예이~ ……음, 조금 어색했을까나.

최근 들어 소개를 하면 뭔가 강한 임팩트를 주는게 좋지않을 까나 하고 생각해서 뒤에 소리를 붙여봤는데 저에게는 안 어울리는 듯 하네요, 후훗. 아라아라, 의외로 어울리다구요?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안 쓰는게 좋을 듯 하네요. 저는 저답게 소개하는 편이 제일 좋을 것 같으니까요.

다시 한 번 소개해볼까요~

류구코마치의 얼굴마담 담당인 미우라 아즈사입니다~♬


……역시 안 어울리네요.


아미가 알려준대로 약간의 개그를 넣어본 소개였는데 역시 이런 것은 저한테는 조금 이르다고나 할까. 응, 안 어울리네요. 네, 미우라 아즈사입니다~ 역시 이러는 편이 간단하고 편안하군요, 우후훗.

자기 소개를 몇 번이나 한 지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아이돌로서 자신을 알리는 일은 중요하니깐 넘어주세요?

밖으로 나가면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겠네요. 햇살이 주는 부드러운 온기에 몸을 맡기면서 걸음을 옮기면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거기에 귓가를 살랑이며 지나가는 가벼운 바람까지 함께한다면 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겠네요.

자, 그럼 오늘도 기운차게 한 번 출발을───


"……어머어머."


──아쉽게도 오늘은 맑은 날이 아니네요.

언제나 맑은 날만이 있는 것이 아니니깐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구름이 우중충하게 끼인 날이면 조금은 뭐랄까~ 저도 저 구름과 같이 우울해지는 기분이 될 것 같네요. 그런 것은 싫은데.

일단 제가 소속된 765사무소로 출근을 해야하니깐 밖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겠지요. 비가 온다는 소식은 다행이도 없으니깐 우산은…… 어머? 그러고 보니 집에 우산이 별로 없네요. 생각해 보면 저번에 비가 오던 날 길을 잃었을 때 마침 길거리에서 우는 고양이에게 빌려준 것 같습니다. 물론 돌려받지는 못했네요. 덕분에 그때 비맞은 생쥐마냥 젖어버렸지만, 상자속에서 애처롭게 우는 새끼고양이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

다행이도 그 고양이는 그 고양이를 버린 주인인 듯한 아이가 울면서 달려와 가져갔답니다. 멀리서 뒤돌아봤을 때 어렴풋이 본 거라 확실치는 않지만요. 으응, 역시 그때 우산을 돌려받았어야 했을까요.

그 날의 기억을 뒤로 하고 전 우산을 잠깐 쥐었던 손을 놓았습니다.

비록 흐린 날씨지만, 눈부신 햇살이 언젠가 저 구름들을 물리치며 나타날 것 같아요. 어머, 비유가 조금 유치한가요. 후훗, 뭐 어떤가요. 21살인 저이지만 아직 마음은 소녀랍니다♪

맑은 날씨가 될 거란 기대와 함께 나선 길.

사무소로 가는 길은 꽤 길어서 가는 동안에 아이쇼핑을 하기에는 딱 좋답니다. 슬슬 가게문을 상점가의 사이로 지나가면서 눈으로 흘끔흘끔. 나름 잘나가는 아이돌이라 돈도 제법 모이고는 있다고는 해도 사치는 하지 않아요. 언젠가 운명의 사람을 만날 때를 대비해 돈을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안심이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아이쇼핑을 하다보면 사고 싶은 것들이 하나둘씩 보여서 저도 모르게 지갑으로 손이 갈 때도 있답니다.

어머어머, 그러고 보니 어느새 저기 귀엽게 보이는 앞치마에 시선이 빼앗겨버렸네요. 손도 벌써 지갑을 들고 있습니다. 나중을 대비해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무엇을 대비하냐구요?

 

그거야 당연히 운명의 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지요♡


남자들은 그러니까, 음, 아침에 앞치마를 입고서 깨어나기전에 아침식사를 준비를 마치고 깨워주러온 아내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거든요. 아침에는 산뜻한 미소와 함께 좋은 아침의 키스를 해서…… ////

어머어머어머.

저도 모르게 언젠가 찾아올 그 사람과의 신혼생활을 떠올려버렸네요. 게다가 운명의 사람을 '그 분'의 얼굴로…….

아라? '그 분'은 누구냐구요? 글쎄요, 누구일까요, 우후훗.

그것은 당장은 비밀이랍니다. 소녀에게는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는 법이거든요. 물론 전 소녀는 아니지만 마음만큼은 소녀니까 이해해주시길 바랄게요♪

 

───툭


"……어머?"

 

콧등에 떨어진 한 방울의 물방울.

깜짝 놀라 고개를 하늘로 올리자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내려옵니다. 하지만 오늘은 분명히 비가 오지 않는다고 뉴스에서 나왔는데……. 역시 날씨는 변덕스러운 걸까요. 아직 사무소까지는 한참 멀었는데 큰일입니다.

게다가 지금 주위를 둘러보니…….

 

"어머나."

 

저, 미우라 아즈사는 아무래도 길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정말이지 큰일이군요, 우후훗.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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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한 편올리려 온 럭키아서입니다 :)

원래는 한편으로 마무리지으려고 했는데 일이 생겨서 끊어올리네요. 내일 다음편을 써서 마무리짓겠습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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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즈사씨 말투로 글을 이어가려니 뭔가 이상미묘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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