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석양

댓글: 6 / 조회: 1715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2-12, 2014 15:15에 작성됨.

석양이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그것이 곧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군청이 차지하는 하늘에서 시선을 떼었다.
언제부터 그녀는 석양에 신경을 쓰게 되었을까.그녀는 그녀 스스로 마음 구석을 채운 감정에 익숙해지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예컨데 그것은 찰흙이 뭉게어지는 것과 비슷했을것이다. 무자비하게 짓밟힌 그녀의 혈육을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남겨진것은, 그날의 상흔과 같은 석양이 남아있었다. 유우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던 그때, 차에서 눈물같이 쏟아지던 다홍빛의 추모는 씼을 수 없는,아니 잊을 수 없는 무언가를 그녀에게 선사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석양을 뒤엎는 밤하늘처럼 그녀에게 쏟아졌다. 가정은 존재의 이유를 잊었고 낙엽과 같이 모두 흩어 지게 되었다. 그녀에게 남은건 작은 원룸과 매달 들어오는 소량의 생활비. 무언가에 속죄하듯 그녀는 노래에 몰두 하였고. 그 사이 그녀를 이루던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을 당연한듯 버렸다. 웃음이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다른 사람과 어울릴 필요는 없어.
그럼에도 그녀가 석양을 바라보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이유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석양이 상처가 아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것은  그녀의 친구 아마미 하루카 때문이다. 
아이돌 사무소에서의 첫날. 사장이라는 작자에게 이끌리듯 캐스팅 당하여 작은 사무소에서 간단한 오디션을 치르던 그날에도 석양은 성냥갑같은 빌딩을 정신없이 칠하고 있었다. 
치하야가 노래를 다 부르고 난뒤. 그녀의 노래에 찬사를 보내던 이가 있었다. 자신을 아마미 하루카 라고 칭하던 그녀는 표정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에 노래에 찬사를 보내왔었다.

간단한 통성명 이후 나이까지 동갑인것을 알고난 이후 하루카는 더욱 살갑게 치하야를 대했다. 하루카는 신나하면서 자신은 여기에 온지 막 하루째라고, 나 또한 사장에게 이끌리듯 오게되었다고 했고.치하야는 어쩐지 거절할 수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치하야는 왜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거야?"
"...."
그녀의 삶의 목적을 무슨 이유인지 그녀는 당당히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노래부르는게 좋다고, 노래 그 자체가 좋다고.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쉽사리 꺼낼 수 없었다.어떤 이유였을까. 석양이 그녀의 눈동자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내 삶의 전부이니깐."
짧으면서 긴 침묵을 깨고 그녀가 대답했다. 아마미 하루카는 정론인 대답을 듣고 잠깐 말문이 막히는듯 하더니 곧장 "굉장하구나 치하야." 라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치하야는 곧 하루카의 대화에 빠져들면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왜 나는 곧장 대답할 수 없었던거지. 이제껏 노래해온 건 무엇을 때문이었던거야...

하루카와 같이 걸어가는 인도 위에서, 그녀는 아직까지도 하루카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왜 노래를... 노래.. 내가 부르는 노래? 무심히 생각속에 빠져들게된 그녀는 하루카가 부르는 소리를 겨우 듣게 되었다
"저기... 치하야. 어디 몸이 아프기라도 한거야?"
"응, 아니 별거 아니야."
"안색이 많이 안좋아..."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 고마워."

치하야는 하루카의 이상할 정도의 친화력에 감탄하면서 이전에 느꼈었던 따스한 감정에 오랜만에 빠져들었다.가족과 같은 편안함, 따스함... 가족과 같은... 가족?
그녀에게는 너무나 멀어져 버린 그 단어에 그녀는 잠깐 현기증을 느꼈다. '가족'...
그날의 석양 아래서 그녀가 잃은 것에 대한 슬픔. 그것을 잊기위한 노래였던가? 정말로,나는 노래하는것을...
" 음... 혹시 치하야쨩. 석양 좋아해? 아까전부터 계속 바라보고 있어 보이던데?"
"아.. 아냐 별로 그렇게까지는..."
"좋아해. 나는. 왜냐하면 석양을 보면 힘이 나거든. 나에게 있어서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보냈는지 자기 스스로 생각 할 수 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나로서 있게 항상 되돌아 볼 수 있게 하거든.

그녀에게 쇄도하는 주황색 하늘이 밑에서부터 얕게 푸른빛을 띄었다. 처음 석양을 바라봤을땐 더 이상 곁에 없는 유우를 떠올렸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때 까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그러나 그녀도 깨닫지 못한 어느 순건부터  언젠가 부터 기계적으로 석양을 쳐다보았다, 이유도 잃어버리고 석양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유우를 위한 것 일까? 그녀는 구역질을 하고 싶어졌다. 이런 것, 당연히 유우를 위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석양을 바라보는가? 어째서...

"나는 치하야도 석양을 좋아해 줬으면 해. 이유가 없다면 같이 만들어보거나 찾아보는건 어떨까?
 어... 신호등.. 그럼 치하야 다음에 만나자!"

이윽고 하늘에서 붉은 빛이 그림자 처럼 자취를 감추었다.흐려져 가는 석양을 보며 치하야는 자신의 시야가 묽어졌음을 알고 눈물을 조심스럽게 훔쳤다. 새로이 하늘을 칠해가는 옅푸른색을 보며 그녀는 차가운, 그러나 새로운 다짐으로 그녀 마음 속을 채웠다


============================

못쓴거 같음. 평행우주같은 기분으로 썼습니다 지적 환영합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