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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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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8, 2014 02:31에 작성됨.

* 아이돌에 대한 이미지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게 싫은 분둘은 보지 마세요.
* 얀데레에 면역이 없음 보지 마세요.
* 표지는 rain님이 그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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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로 본 순간 P는 자신의 얼굴이 굉장히 초췌해져 있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연인인 리카가 행방불명이 된지 3일째지만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어째서, 리카, 리카…….”

겨우 타카네에게서 벗어나 이오리측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퇴원한 날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병원에서 리카랑 같이 퇴원을 하던 날. 잠시 떨어져 있을 때 리카가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어째서 그리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1분 정도였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었다. 자신들을 데리러 오기로 한 이오리가 보낸 사람의 차를 불러오기 위해 잠시 리카의 곁을 떠났을 뿐이다. 그 잠깐 사이에, 리카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어째서 리카에게, 자기에게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자신들을 무엇을 그리 잘못한 것일까?
경찰과 미나세가의 힘을 이용해 전력으로 찾고 있지만 리카의 행방은 쉽게 발견 되지 않았다.

“미안해, 미안해 리카……. 내가, 내가 계속 같이 있었어야 하는데…….”

P는 한계였다. 몇 번이고 무너져 내린 그는 무기력했다. 얼굴은 면도를 하지 않아 지저분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않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아 단 3일 만에 굉장히 초췌해져 버렸다. 그런 P를 이오리가 걱정을 하여 몇 번이고 찾아왔었지만 번번이 집에 들이지 않고 보내버렸다.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그 누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P는 방안에서 하루 종일 전화기를 잡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리카를 찾았단 연락을 받기 위해서다.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리카…….”

그는 반복적으로 리카의 이름을 불렀다. 리카가 있어 어떻게든 강한 척 견뎌온 그지만, 리카가 이렇게 사라지자 그도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그가 강하게 견딜 수 있던 건 리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리카가 사라졌다. 
이런게 계속 이어진다면 P는 곧 완전히 붕괴할지도 몰랐다.
그 때 P의 핸드폰이 올렸다.
수신자는 미나세 이오리. 
P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히 핸드폰을 받는다. 

[……리카를 찾았어.]
“어디야!”

이오리의 그 한 마디에 P는 성급히 소리지르며 닦달하고 말았다. 그런 P의 행동에도 이오리는 차분히 말했다.

[알려줄테니깐 진정해.]
“어디야.”
[네가 진정하지 않으면 알려줄 수 없어. 리카를 위해서 말이야.]
“……리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진정 되면 나에게 전화해. 그 때 알려줄게. 성급하게 굴지 마. 네가 진정하지 못하면 리카는 의지할데가 없어지니깐.]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전화가 끊긴 후 P는 멍하니 계속 전화기의 화면을 보았다. 
리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이오리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어도 잠시의 대화만으로 알 수 있었다. 대체 왜 그 착한 여자가 이런 불행을 계속해 겪어야 한단 말인가? 만일 리카에게 이 이상 더 나쁜 일이 닥친다면 신을 저주할 것이다.
P는 세면실로 가 3일 만에 샤워를 하며 정신을 깨운다. 리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자신이 리카를 지탱해져야 한다. 이런 불안한 모습으로 그녀의 곁에 가서는 안 된다. 
몸을 씻고 면도를 하고 속옷과 옷을 갈아입어 깔끔한 복장을 하나. 그리고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이오리에게 전화를 건다.

“리카가 있는 곳을 알려줘.”
[……아까보다는 낫네. 리카를 만나고서 흥분하지 않을 수 있어?]
“약속할게.”
[꼭 약속해야 돼. 리카를 위해서 말이야.]
“걱정 마. 리카를 위해 약속할게.”

P의 대답에 이오리는 한 동안 대답이 없다가 곧 무언가 참는 목소리로 어느 병원의 이름과 호실을 알려주었다.


P는 망연자실하게 자신의 눈앞에서 누워있는 리카를 바라보았다. 리카는 하얀 병원침대에 자듯이 자고 있었다. 그 곁에서 의사가 차트를 보며 담담이 설명하고, 문 앞에서는 한 형사가 착잡함을 숨기지 못함 서성거리고 있었다. 의사의 설명을 들었을 때 P는 리카의 손을 잡고 이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만다.
자듯이 누워 있는 리카의 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좀 진정하셨습니까?”

옥상에서 형사기 P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묻자 P는 음료수를 건네며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는 한숨을 쉬더니 P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한다.

“이곳에서 제법 거리가 먼 도시의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납치한 당일 밤에 병원 앞에 버려져 있었다고 하더군요.”
“병원 앞에 말입니까?” 
“응급한 상황이라 일단 응급조치를 한 후 신원을 알아볼 때 리카씨를 찾던 미나세가가 우연히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그 병원이 미나세가에서 운영하는 병원 중 하나였기에 금방 찾을 수 있던 거죠.”

그 말에 리카의 치료는 이오리가 해줬다는 것을 알았다. P는 속으로 이오리에게 고맙다고 몇 번이고 감사를 했다. 

“리카를 살해하려 한 범인이 누군지 알아냈습니까?”

P가 그리 묻자 형사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리고 P를 보며 곤란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게, 리카씨를 그리 만든 것은 범인이 아닙니다.”
“네?”
“상황을 봐서, 리카씨는 자해를 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P는 형사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상대를 보았다. 형사는 수첩을 보며 자신들이 알아낸 것을 최대한 조심하며 알려준다.

“아마, 리카씨는 성폭행을 당할 뻔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도 동시에 여러명에게 당할 뻔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옷이 찢어지고, 반항 흔적은 보이는데 상대에게 맞았다거나 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남자 한 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리카씨를 포박한 것이겠죠.”
“…….”
“그리고 아마 그 때 리카씨를 얌전히 있게 하기 위해 약물도 쓴 것 같습니다. 조사해보니 금지 된 강한 마약이 리카씨의 몸에서 발견 되었죠.”
“…….”
“그리고 약에 취했다 깨어난 리카씨를 범인들이 범하려 했을 때…….”
“……말해주세요.”
“아마 리카씨는 날카로운 물건으로 자기 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 한 것 같습니다. 보통 성폭행 중 범인이 실수로 죽인 경우네는 찔리는 경우가 많고, 그이는 경우도 있지만 목을 저렇게 그을 수 있는 것은 본인이 각오하고 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리카씨의 행동에 놀란, 죽일 생각은 없던 범인들이 병원에 버려두고 간 것이겠죠. 이 부분은 좀 의아스럽지만요.”

형사의 설명에 P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리카는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험한 일을 당했던 것이다. 납치를 당하고, 약물에 당하고. 그리고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 이미 의원과의 일로 그렇게 괴로워하던 리카로서는 죽기보다 더 견딜 수 없었을 최악의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카는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이다. 
P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하늘을 보았고, 형사는 그런 P를 두고 보다가 조용히 몸을 돌려 옥상에서 나갔다. 지금의 P와는 이이상 대화가 불가능 함을 깨달은 것이다. 형사가 나가자 P는 다시 한 번 리카의 모습을 떠올린다.
죽은 듯 자는 리카.
예뻤던 손은 예전의 일로 흉터투성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행한 자해의 증거인 붕대가 감긴 목.
대체 왜 그녀는 그런 지경에 이르러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미움 받을 짓을 한 일이 없는 착한 그녀다. 순둥이라 할 정도로 순해 빠진 그녀다. 그런 그녀를 대체 누가 이렇게도 지독하게 미워한단 말인가?
왜 이런 시련을 신은 하필 그녀에게 주는 것일까? 차라리 자기에게 주었으면 나았을 것이다.
대체 이 분노를 누구에게 풀어야하는 것일까? 
P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형사와의 대화를 통해 범인은 알 수 없다는 것 같다. 그것을 진술해줘야 하는 것은 리카지만, 그녀는 지금 자고 있다. 그리고 깨어난다 해도 그녀는…….

“이 빌어먹을 신새끼야!!!!!!!!!!”

결국 P는 견디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그렇게 욕을 하고 말았다. 더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P는 젖은 수건으로 리카의 땀에 젖은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는 리카가 입원한 병실에서 떠나지 않았다. 화장실은 병실 안에 있는 것을 사용했고, 그 짧은 순간에도 무슨 일이 있을까 수시로 밖의 소리에 집중 했다.

“리카는 어때?”

이오리는 자주 리카의 병실에 찾아와 물었다. 그에게 있어 이오리는 리카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었고, 그로 인해 유일하게 믿고 기댈 수 있는 인간이었다.

“많이 건강해졌어. 이제 곧 깨어날 것 같아.”

P의 말에 이오리는 리카를 내려다보았다. 자해를 하고서 병원에 입원한 리카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지만 곧 깨어날 것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건강도 좋아졌으니 말이다.
P가 리카를 간병한지 하루. 겨우 하루지만 그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이오리는 그런 리카를 보면서 이를 갈았다. 그리고 리카를 이리 만든 사람들에게도 분노를 쏟았다.
이렇게까지 망가져서는 착한 P가 쉽사리 리카를 떠나지 않는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를 가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리카가 죽지 않았다는 것. 자치 잘못해 죽어서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뻔한 일을 피한 것만은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로 P는 전적으로 자신을 신뢰하게 되었다. 이 말은 곧 P를 리카에게서 떼어내기만 하면 그 다음 P의 최고 우선순위는 자신이 된다는 것으로  그의 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아직 고등학생이자 인기 아이돌. 어차피 당장은 결혼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리카를 건강하게 만들어 P와 리카를 서서히 마음부터 떼어내면 되는 것이다. 그 때까지는 이 두 사람을 마음에 안 들지만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오리는 남몰래 웃었다. 


리카를 간호한지 이틀 째 리카가 눈을 떴다. 그 사실에 P는 기뻐하며 리카를 불렀다.

“괜찮아 리카?”

리카는 대답하기 위해 입을 뻐금거렸지만 P는 그것을 제지했다.

“대답하지마. 지금은 그냥 쉬는 게 좋아.”

P의 말에 리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떨리는 손으로 P의 얼굴을 만졌다. 꿈인가 싶으면서 살아서 그를 만났다는 사실이 그녀를 기쁘게 만든다. 
아아, 꿈이 아니다. 이 따스함, 저 미소. 모두 진짜였다. 자신은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 나온 것이다. 
리카는 그 때 일을 회상해본다.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 의원에 이어 다시 한 번 또 자기를 더럽히려는 남자들이 무서웠고,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한 번 더 P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더럽혀질 것이라면 차라리 죽는게 나았다.
그렇게 각오하고 남은 힘을 다해 자기 위에 올라온 남자를 밀쳤다. 남자가 자신을 노려보며 손을 올렸지만 그 전에 근처에 있던 과도를 남자들에게 향했다. 그러다가 남자들이 주춤할 때 칼의 방향을 자신의 목으로 향했다.

“미안, P……."

그에게 사과하며 스스로 목을 그었다. 뭔가 시원한 기분과 함께 곧 뜨거운 고통이 느껴지면서 붉은 액체가 뿜어져 나온다. 괴롭다. 숨을 쉴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편안해진다.
이것으로 그를 배신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의 곁에서 죽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자신은 죽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너무나 기뻤다. 그 사람은 자신을 걱정해 말하지 말라 하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다. 짧게라도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그것으로 지금의 현실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은 사랑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

하지만 그 이름은 자신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직 후유증이 남아서일까?
이상함에 다시 그를 불러보려 하지만 P가 그런 자신을 말린다.

“말하지 마, 말하지 마 리카!”

당황하면서 그를 부르지 못하도록 한다.
불안하다.
그가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입을 열어 그를 불러본다.

“…….”
“리카, 지금 몸이 좋지 않아서니깐!”
“……!”
“제발, 제발 말하지 마 리카!”
“……!? ……!”
“리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왜인지 그를 부를 수 없다. 바로 앞에 있는 이 사람의 이름을 사랑스럽게 부르고 싶은데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리카는 자신의 목을 만져보려고 한다. 그것을 P가 두 손을 잡아 막는다.

“리카, 진정해! 제발 진정해! 지금 목을 만지면 안 돼!”
“……! ……!!”

리카는 울면서 날 뛰고, P는 그런 리카를 말린다. 병실이 소란스러워지고, 그 소란스러움에 의사와 간호사가 뛰어온다. 주위에서 리카를 잡아 말리며 급히 진정제를 투여한다.
리카는 울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이 무엇인지 P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 목소리 어디로 갔어?’

P는 울면서 약을 맞고 잠드는 리카를 껴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리카를 껴안고 울면서 그녀를 달랜다.

“미안해, 미안해 리카. 너의 목소리를 지켜줄 수 없었어…….”

한 때 아이돌로서 세계무대에까지 도전했던 최고의 톱 아이돌이었던 리카.
그 아이돌 활동에 원동력이 되었던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가창력을 지녔던 리카.
그 리카는 이제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스스로 목을 그으면서 자해를 했을 때 목이 생각이상으로 심하게 훼손되었다. 병원에서 발견 되었지만 그 사이에 범인들이 스스로 치료하려고 하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리카의 목은 망가졌고,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나오는 소리는 끔직한,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 그 소리조차 너무나 작아서 가까이에서 듣지 않으면 들을 수 없었다.
의사의 설명을 미리 들었던 P는 그래서 깨어난 리카가 충격을 받지 않게 말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막지 못했다.
방금 막 죽을 위기에서 깨어난 리카는 그 이상으로 괴로운 현실에 빠져 들었다.
아름다웠던 손은 망가지고,
배는 더 이상 사랑스러운 아기를 품지 못하고,
목은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이 끔직한 상황에 P는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무너질 수 없던 건 자신이 무너지면 당사자인 리카를 지켜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든 견뎌냈다. 그리고 몇 번을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다음 날 깨어나 멍하니 자신을 보는 리카에게 사실을 알려줄 수 밖에 없었다.
거짓은 말할 수 없었다. 이미 그 상황을 겪은 리카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을 깨달았을 테니 말이다.
리카의 두 손을 마주잡고 P는 눈물을 참으며 차분히 사실을 알려주었다.
P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리카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며 듣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겨우 살아났더니, 산 것 같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자신은 대체 왜 살아있는 걸까?
아이를 가질 수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줄 수 없었다.
대체 자신은 사랑하는 그의 연인으로서 무엇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으으- 으윽!”

리카는 쓰러져 울었다. 쓰러지려는 자신을 받아준 P의 품속에서 울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며 울었다.
울다가 혼절해 자고, 그러다 다시 일어나 입을 뻐끔거리다가 다시 운다. 그것을 P는 안타깝게 쳐다보며 달래줄 뿐이었다.
자신은 대체 무슨 잘못을 크게 잘못한 것일까? 자신은 누군가에게 무슨 큰 죄를 지었던 것일까? 대체 자신은 무슨 잘못을 하여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것일까?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고등학생 때 어머님을 잃으면서 어머니가 바라던 아이돌에 뒤늦게 지원했었다. 그러다 P를 알게 되고, 첫 팬이었던 그를 프로듀서로 영입하기 위해 노력해 톱 아이돌이 되었다. 그러다가 그의 사무소에도 큰 도움을 주고 그를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데려온 그와 미국에서 같이 힘을 내어 큰 성공을 거두고, 일본으로 돌아와 그와 연인이 될 수 있었다. 그와 결혼을 약속하고, 그의 부모님께도 인정 받았다.
그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의원에게 협박을 받고 원치 않는 베개 영업을 했다. 그러다 이 일로 그의 아이돌에게 미움을 받고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다 뱃속에 지녔던 그의 아이를 잃고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의원과의 일이 들통이 나 결혼을 허락했던 그의 부모님께 거절당했다.
이거만 해도 너무나 끔직했는데, 너무나너무나 끔직해 그가 없음 살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는데, 그랬는데…….
리카는 붕대에 감싸인 자신의 목을 느끼며 운다. 
이제는 목소리까지 뺏겨 버렸다. 
이 이상 뺏어갈 것이 더 있었나 싶었을 때, 이 이상 더 불행해질 수 있을까 싶었을 때 이렇게 더한 나락으로 빠트렸다.
신이 있다면 묻고 싶었다.
어떻게 그 이상의 불행을 줄 수 있는지, 그 이상의 괴로움을 줄 수 있던 건지. 
신이 아니라면 얼마나 잔인한 악마이기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지.
진정으로 묻고 싶었다. 그리고 또 묻고 싶었다.
이 이상 더 괴로운 일이 더 남은 건지?
무서웠다. 이제는 숨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웠다.
끝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이상 더 괴로워질 일들이 아직도 넘쳐나고 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이 이상 더 괴로워질 바에야 차라리 죽어서 더 이상의 괴로움을 겪고 싶지 않았다.
자신만 죽는 다면 그것으로 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도 이 이상 고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P를 보며 입만 움직여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알아들으면서 외면한다.
옆에 있던 메모지에 펜을 들어 적는다.

[차라리 죽을래.]

P는 자신을 껴안으며 그 메모지를 한 손으로 구겨 버린다.

“제발, 제발 좀 더 힘내줘. 행복하게 해줄테니깐, 꼭 행복하게 해줄테니깐!”

그렇게 애원하는 그에게 리카는 울면서 고개를 젓는다. 
이제는 자신이 없었다. 더 이상 살아갈 자신도, 여기서 행복해질 수 있단 희망도 가질 수 없었다. 살아 있다면 더 괴로울 것 같았다. 살아 있다면 더 이상 뺏길 수 없다고 여기는 지금의 모습에서 무언가 더 뺏길 것 같았다. 남은 모든 걸 뺏기고도 거기서 작은 무언가를 받고 더 큰 무언가를 뺏길 것 같았다.
지옥이 있다는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이 지옥인데 이보다 더 한 지옥이 어디 있겠는가?
리카는 P에게 뻐금거리며 반복해 말한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하지만 P는 외면하며 리카를 껴안고 계속 애원하나. 제발 살아달라고. 자신을 믿고 같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그렇게 둘은 서로를 껴안으며 울었다.


P는 울다 지쳐 잠든 리카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준다. 리카가 했던 아니, 쓰던 말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차라리 죽을래.]

그 한 마디에 리카의 모든 괴로움이 담겨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이 지옥일 그녀다. 이 이상 더 괴로워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 생각을 하는 순간 P는 문득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진짜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도중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머리를 마구 흔들며 부정했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됐다. 이제 이런 불행은 끝내야 한다. 이 이상 그녀를 불행하게 할 수 없었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지금껏 불행했던 만큼 그 배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확실히 깨달았다. 일본은 안 된다. 이곳에는 그녀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 너무 많다. 이오리에게 부탁해 안전하게 날짜를 잡아 리카와 같이 미국으로 떠날 것이다.

미국.

P에게 있어 그 국가는 최후의 도피처였다. 그곳으로만 갈 수 있다면 모든 불행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벽에 병실 앞으로 나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구가 자신에게 다가왔다.
흠칫하며 그곳을 보자, 같은 병원의 환자복을 입은 누군가가 있었다.

“허니…….”

그 부름에 P는 뒤로 뒷걸음질을 쳤다. 
상대는 미키였다. 예전이라면 반겼을 그녀도 지금의 P에게 있어 너무나 무서운 상대였다. 그런 그의 행동에 미키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허니 행동은 틀리지 않은 거야. 아 맞다, P씨였지.”

그리 씁쓸하게 웃고서 그를 보며 애원하 듯 말했다.

“그래, 제발 나에게서 멀어지는 거야. 나 뿐만이 아니야. 모두에게서 멀어지는 거야.”
“뭐?”

미키의 뜻 밖에 말에 P가 놀라 묻자 미키는 울면서 말한다.

“모두 믿어서는 안 되는 거야. 하루카도, 치하야씨도, 아즈사씨도, 마코토군도, 유키호도, 모두 믿어서는 안 되는 거야. 모두가 적인 거야. 특히 마빡이- 이오리는 믿어서 안 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P는 경악해 소리를 높이다가 급히 자고 있는 리카가 생각나 소리를 낮췄다.
미키는 그런 P에게 슬픈 얼굴로 모두 알려주었다.

“미키, P씨에게 모두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P씨와 리카씨를 불행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려주려 했던 거야. 그랬다가, 이렇게 됐던 거야.”
“그, 그럴 수가, 설마…….”

같은 765아이돌들이 서로를 다치게 했단 사실이 P에게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거기다 믿고 있던 이오리도 적이었단 소식은 P를 절망으로 빠트렸다.
그런 P를 보며 미키는 울던 얼굴로 웃으며 몸을 돌렸다.

“떠나야 하는 거야. 멀리, 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그러면서 저벅저벅 자신이 입원한 병실로 향하다가 슬쩍 뒤돌아 슬픈 미소로 P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할게. 허니, 정말 사랑했던 거야. 리카씨도 정말 좋아했던 거야. 그래서 두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행복하길 바란 거야. 그러니깐 제발…….”  

미키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제발 미키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둘이 행복해줘.”

그리고 미키는 털레털레 몽퉁이에서 꺾어 P의 앞에서 모습을 감췄고, P는 멍하니 그런 미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다음 날 P와 리카는 아무도 모르게, 병실을 대여해준 이오리까지 눈치채지 못하게 퇴원을 하고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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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래도 최소한 우로부치처럼 사람을 마구 죽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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