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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4. 지하철의 행선지

댓글: 4 / 조회: 2123 / 추천: 0



본문 - 02-06, 2014 15:01에 작성됨.

링크는 작중 '고가철도'와 비슷한 느낌의 철도 사진이 있는 주소입니다.. 첫 번째 링크의 경우 두 번째 사진이 해당.. 자세한 것은 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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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치하야, 히비키, 야요이가 탄 지하철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어. 얼마 안 가 다음 역이 나올 줄 알았지만 체감상 거의 30분 가까이 터널을 지나고 있었지. 어째서 이 이오리님이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렇지만 30분쯤 후에 열차는 밖으로 나왔어. 밖은 놀랍게도 눈으로 가득 뒤덮혀 있었지. 분명 우리는 여름이 되어가는 봄에 출발했었는데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사실에 나와 치하야는 놀라고 있었어.

치하야「눈? 그럴 리가 없어..」

히비키「초여름에 눈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야요이「우- 그렇지만 저것은 분명히 눈이고..」

이오리「...」


..얼마 안 가 지하철은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지붕 없이 노출된 역의 앞쪽에는 높은 옹벽과 터널이 있었고, 역의 옆에는 쇼핑센터가 있었어. 우리들은 다 같이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지.

야요이「우? 쇼핑 센터에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치하야「이상한 일이네.. 손님은커녕 점원조차도 한 명도 보이지 않아...」

히비키「야요이, 이 옷 예쁘지 않아?」

야요이「아주 잘 어울려요, 히비키 씨!」

이오리「한가하게 옷이나 입어보고 있을때야? 얼른 호텔이나 사무소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히비키「하지만 계산을 하지 않으면..」

이오리「놓아두고 따라오라고!」


..아무 생각없이 들뜬 상태의 히비키를 끌고 앞으로 아무리 가도 끝은 보이지 않았어.. 조금씩 방향을 바꾸면서 진행되는 옷들 사이의 복도.. 점원이 서 있을 자리나 에스컬레이터는 있었지만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지. 그래서 우리는 일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어.

치하야「멈춰 있네..」

히비키「그냥 걸어 올라가자고.」

이오리「뭐야, 여기...」


..2층은 1층보다 어두웠어. 2층 역시 1층처럼 무한히 넓은 듯한 매장이 이어지고 있었고, 우리는 계속 올라가보기로 했지.

치하야「...이건」

야요이「불탄 건가요?」

히비키「그렇지만 어째서 5층만 이렇게 쌔카맣게 타 있을까..? 그리고 아래층보다 훨씬 더 좁은 것 같다고-」

치하야「확실히 조금 앞이 벽으로 막혀있네..」

이오리「특별해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네.. 돌아가자.」


..그리고 나와 치하야, 히비키는 뒤돌아서서 나오려 했어. 그렇지만 우리 셋이 한꺼번에 뒤돌아섰다가 야요이를 부른 순간 우리는 이상한 것을 깨달았지.

치하야「야요..이?」


..야요이가, 사라지고, 없었다.

히비키「이게 어떻게 된 거야?!」

치하야「타카츠키 씨!」


..어둡긴 했지만 몇 초만에 사람이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질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어. 게다가 우리가 올라왔던 5층의 경우 몇 걸음 앞에 벽이 있는데다가 에스컬레이터 뒤쪽은 막혀 있었지. 절대로 사람 한 명이 사라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어.


..우리는 그대로 얼어붙었어.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면 제각각 흩어져버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야요이는 사라져 버렸어.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

히비키「흑.. 야요이..」훌쩍

치하야「...」


..결국 우리는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 기차역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어. 우리가 타고 왔던 열차에 올라타자 열차는 바로 출발하기 시작했어. 역 바로 앞의 터널에 들어간 다음 나는 문득 어쩌면 여기라면 전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 바로 전화기를 들고 야요이한테 전화를 걸었어.


..뚜- 뚜-

이오리「..(제발 받아줘, 야요이!)」


..그리고 나는 다행히도 야요이와 전화할 수 있었어..

야요이『여보세요? 이오리쨩?』

이오리「야요이?! 어디 있어?!」

치하야「! 여기는 전화가 되는 건가?!」

히비키「야요이!」

야요이『나는 지금 불탄 계단을 내려가고 있어! 이오리쨩은 어디 있어?』

이오리「우리가 타고 왔던 열차에 타고 있어! 어떻게 된 거야, 야요이?」

야요이『5층에 올라와서 앞쪽의 빛나는 것이 있어서, 가봤더니 모두 사라지고 없었어, 이오리쨩.』

이오리「무슨 소리야, 야요이?! 5층에는 불탄 벽밖에 없었다고?! 그런 사무소보다 조금 큰 정도의 공간에 그런 게 있었다면 나도 알았겠지!」

야요이『이오리쨩이야말로 무슨 이야기야? 5층은 엄청나게 넓었다고?

이오리「에?」


..계속 전화하던 끝에 나는 이상한 사실을 알았어. 그것은 5층에서 나와 야요이가 보고 있었던 풍경이 달랐다는 것. 그리고 대화해 보니 나와 치하야, 히비키가 보았던 풍경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히비키「5층 앞에는 불탄 놀이방 같은 게 있었다고-」

치하야「5층에 벽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불탄 옷걸이같은 건 전혀 없었어.」

이오리「..그러니까 내가 보았던 건 불탄 백화점 내부가 판넬 벽으로 막혀있던 것이고, 치하야가 본 것은 텅 빈 건물 안에서 바닥과 천장, 그리고 방화셔터에 불탄 흔적이 남아있었던 것, 그리고 히비키가 본 것은 불탄 백화점 내부와 조금 앞의 타버린 서적 코너, 그리고 유리로 막혀있던 다 타버린 놀이방인가. 그리고 나와 히비키의 차이는 내 경우에는 백화점 내부가 완전히 탄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 그러니까 옷이라던가 피팅 룸 같은 것이 타기는 했어도 어느 정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히비키의 경우에는 완전히 타고 남은 재 정도밖에 없었다는 것.. 인가? 치하야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텅 비어 있었다고 했고.」

히비키「비슷한 듯 하면서 조금씩 다르네..」

이오리「그리고 야요이의 경우에는 넓은 매장이 온통 불타있었지만 벽 같은 건 없었고,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저 멀리 있었지만 가까이 갔더니 사라졌다인가..」

야요이『어떻게 할까, 이오리쨩?』

이오리「...이미 열차는 출발해버렸고, 아무튼 역으로 와서 다음 열차를 타!」

야요이『그렇지만, 헤메다 보니 전혀 다른 곳으로 나와버렸는걸.. 게다가 돌아가는 길도 모르겠고..』

이오리「하아?」


..그렇게 통화하다가 우리는 전화를 끊기로 했어. 만약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배터리가 없어서 연락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지. 나와 치하야, 히비키가 타고 있던 열차는 지하에 있는듯한 상당히 커다란 역에 도착했어. 그렇지만 이전의 역이나 열차가 그런 것처럼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타기로 했지. 열차는 다시 출발했고, 어느덧 지상으로 나와서 고가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지. 밖의 풍경은 낮게 펼쳐진 대도시였어. 그 도시의 풍경은 마치..

이오리「요코하마?」

히비키「자신,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여기가 요코하마라고 생각한다고.」

치하야「그러게, 여기가 요코하마라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는데 왠지 여기는 요코하마라는 확신이 드네..」


..오히려 요코하마가 아니라는 증거가 훨씬 더 많았지. 우선 우리가 보고 있는 도시는 마천루는 하나도 없었고 바다라고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차이나타운은..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열차는 끝없이 펼쳐진 4~5층의 사무소 건물들의 천국을 지나가다가 어느순간 뒤로 가기 시작했어. 나도 모르게 멍하니 있다가 정신차려보니 우리들은 내리지 않고 지나쳤던 커다란 역에 다시 도착해있었지.

치하야「...내려야 하는걸까?」

히비키「혹시 기다리면 야요이가 내렸던 그 역에 다시 도착할지도 모른다고-」

이오리「..그렇지만 만약 우리가 그 곳에 다시 간다고 해도 야요이를 찾을 수 있을까?」

히비키「그건..」

이오리「불탄 5층에서 우리가 보았던 풍경은 모두 달랐어. 잘못하면 우리들도 흩어질지도 모른다고? 게다가 설령 운이 좋아 야요이가 보았던 풍경을 우리도 보게 된다고 치자. 야요이는 헤메다가 우연히 다른 출구로 나왔다고 했어. 우리도 똑같은 출구로 나올 거라는 보장이 있어? 잘못하다가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치하야「하지만..」

이오리「차라리 여기서 내린 다음 도와줄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르겠지, 아까의 그 백화점은 아마 화재때문에 폐쇄중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없었던 거고, 이 열차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그냥 손님이 없는 지역을 지나왔기 때문이야. 밖을 보니까 환승통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는 상당히 큰 역인 듯한데 환승역이 있을 정도면 밖은 분명히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일거야. 밖으로 나가서 택시를 잡아 야요이가 갈 만한 곳으로 데려다달라면 돼. 그 백화점이 이상할 정도로 지나치게 넓기는 했지만 우리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든 출구는 정해져 있을 거고, 5층에서 곧바로 나올 출구같은 것이 몇십 개나 될 리가 없잖아? 물론 한 개가 아닐 수는 있지만 야요이한테 다시 전화를 걸어서 근처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면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을거야. 우선 내리자고.」


..물론 내 주장이 엉성하다는 것은 나도 알아. 아무리 사람이 없는 노선이라도 열차가 텅텅 비어 있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어. 물론 환승역이라고 무조건 사람이 많으란 법은 없지만 여기가 사람이 적은 환승역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바깥에도 사람이 없을 수 있지. 그리고 전화에서 야요이는 '다른 곳'으로 나왔다고만 했지 '바깥'으로 나왔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또 역 내에도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지. 그렇지만 그런 구멍투성이의 주장이라도 믿지 않으면 안 될만큼 우리들은 불안했던 거야..

치하야「..이오리의 말이 맞아, 내리자, 가나하 씨.」

히비키「...그, 하지만, 알았어..」


..역의 안내 표지판에서 우리는 지하 2층, 지하 3층(우리가 내렸던 곳), 지하 6층, 지하 7층에 플랫폼이 있고 지하 5층에 작은 샤워실이 있으며 지하 4층이 없이 지하 3층에서 바로 지하 5층으로 내려간다는 사실과 역 전체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어.

이오리「키이이잇! 이 정도 역에 올라갈 길이 계단밖에 없다는 것이 말이 돼?!」

히비키「..저 쪽에 휠체어용 경사로도 있는데..」

이오리「시끄러시끄러시끄러! 어디로 가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도데체 뭐하러 천장은 이렇게 높은 거야?! 말만 지하 3층이지 거의 10층높이를 걸어서 올라가야 하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긴 계단을 올라가서 우리는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어. 계단을 올라오는 내내 멍했던 치하야가 조금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지상에 올라오니 우려와 달리 다행히도 간간히 사람들이 보였어. 밖을 살펴보니 마치 동화에나 나올 법한 유럽의 마을같은 분위기였지. 담쟁이덩굴이 자라는 벽돌 3층집들이 네덜란드마냥 붙어있고 돌들이 예쁘게 깔려있는 길과 저 멀리 보이는 문자 그대로 중세풍의 종탑이 어우러진 풍경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마도 전철이 다닐 콘크리트제의 고가철도는 조금 튀었지만 아무튼 전체적인 분위기는 '브레멘 음악대'라던가 '피리 부는 사나이'의 배경이라고 말해도 믿을 법한 그런 느낌이었어. 조금 둘러보니 바로 앞에 주변 풍경과 안 어울리게 정말로 튀는 모양의 탑이 있었지. 아까는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이 탑 또한 중세풍이었지만 고가철도를 제외한 나머지 풍경이 실제로 있을 법한 중세라면 이 탑은 문자 그대로 판타지 중에서도 막장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모양이었어. 괴상한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는 첨탑이라던가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플라스틱 공들과 형형색색의 상자들이라던가.. 우리들은 어느 순간 그 탑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어..



..정신차려 보니 왠 공사장 앞에 서있었다..

마미「」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왜 이런 곳에 서 있어?!

마미「이, 이게 뭐냐고!


..생각, 생각을 해 보자..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습니다..가 아니라! 지금은 혼자서 장난칠 때가 아니라궁! 그러니까 호텔에서.. 그 다음이 기억이 나지 않아.. 아, 그러고보니 하루룽이랑 아미가 있었어! 하루룽을 발견해서 말을 걸었나..? 잘 기억나지 않아.. 그렇지만 갑자기 하루룽이 뭐라고 소리쳤고, 하루룽과 아미가 달리기 시작했던 건 기억나는데.. 아, 갑자기 하루룽이 넘어지고 아미가 울면서 뛰어가길레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거기 서라고 했더니 아미는 전속력으로 달려가버렸고.. 그렇지만 뭔가 잘못한 기억은 없는걸.. 그 정도로 심한 장난은 치지 않고..

마미「..어쩌지..」


..일단 어디로든 가 보는 거라구! 막다른 길에 공사장이라니, 기분나쁜 데다가 별로 할 것도 없는 공간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아! 이제부터 시작이라구, 모험가 후타미 마미 (Lv. 1) 의 여행은!

마미「여기서 왼쪽, 응후후..」


..계속 이동하다가 보니 마트 비슷한 게 나왔어! 창고 문 같은 것 옆에 작은 출입문이 있는데, 길이 있으면 당연히 가야 하는 거라궁!

마미「에? 문이 열리잖아?」


..밖은 거의 새벽쯤이어서 당연히 잠겨 있을 줄 알았는데 문이 열렸어! 거기다가 안에는 피클 같은 것이 진열되어있는 좁은 복도가!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배치해놓으면 누가 들고 가도 모르잖아!

마미「정말로 들고가버릴까.. 피클 따위 필요없지만..」


..아무튼 좁은 통로를 따라 조금 더 가보니 큰 매장이 나왔어! 어디를 봐도 계산대가 없다는 것이나 아무도 없는데 천장의 등은 3개 중 하나꼴로 불이 켜져있다는 것이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여기를 좀 더 둘러보는 거라궁! 저 쪽 병에는 고기에 송곳니같은 것이 병조림되어있고 그보다 왼쪽에는 처음 보는 시리얼들이 한가득이야!

마미「그렇지만 계산하지 않으면 먹어서는 안 되겠지..」


..안쪽을 조금 더 둘러보니 온갖 이상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어! 말린 도마뱀에 달콤한 향기가 나는 다홍색의 테이프라던가 그 외에 무엇인지조차 짐작가지 않는 물건들까지! 그렇지만 왠지 돌아갈 길이 신경쓰였으므로 일단은 돌아가보기로 했어!

마미「응? 저쪽에 엘리베이터가..」


..마미가 들어왔던 좁은 통로의 왼쪽에 엘리베이터가 하나 있었어! 옆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지만 부서진 나무판이라던가 가구 같은 것들로 폐쇄되어 있었고. 왠지 가면 안 될 것 같았지만 가보기로 했어! 엘리베이터는 1층에 서 있었으므로 바로 열렸어! 안에 들어가니 엘리베이터가 갈 수 있는 곳은 1층과 지하 1층밖에 없었어! 지하 1층의 버튼을 누르고 두근두근! 지하 1층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미「열린다궁!」


..지하 1층은 1층보다 훨씬 더 어두었어! 그리고 포장된 상자들이 놓인 진열장이 한가득 있었지! 진열장들이 놓인 곳은 버려두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왼쪽으로 벽을 따라 가보니 또 좁은 통로가 있었어! 좁은 통로는 몇 개의 문(전부 열려 있었지만)을 지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문은 더 튼튼해졌어! 첫 번째는 나무로 되어있던 고급스러운 문, 두 번째는 철로 되어있던 일반적인 사무소에 쓰일 법한 문, 세 번째는 두깨만 5cm는 되어 보이는 육중해보이는 금속제 문이었지! 이 세 개의 문을 지나니 매트가 깔린 작은 방이 나왔어! 방 안에는 책장이 몇 개 있었고, 책들이 꽃혀 있었어!

마미「'높게 뛰는 단나귀', '신-데렐라', '검은 피단과 흰 까마치'? 전부 동화책들이잖아? 게다가 제목들은 미묘하게 다 틀려 있고! 그리고 높게 뛰는 당나귀라던가 검은 피단과 흰 까마귀? 까치? 같은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궁!」


..그런 동화책들이 책장을 절반 이상 채울 정도로 가득 들어차 있었지만 그다지 읽고 싶지는 않았어.. 바닥의 매트도 자세히 살펴보니 긁혀 있거나 패여 있는 부분이 많이 있고.. 여기에 있었던 아기는 꽤 난폭했던 걸까? 들어왔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길이 더 있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어! 내려가는 계단을 조금 더 지나니 육중한 철문이 하나 더 있었어! 그 문을 열어보니 작은 연구실 같은 것이 있었어!

마미「...기분나빠..」


..765프로 사무소 정도 크기의 연구실은 희미한 전등 하나가 유일한 조명이었고, 저 너머 어두운 쪽에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어! 가까이 가서 보..니..?

??「그...은..그르..」

마미「흡!」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간신히 입을 틀어막을 수 있었어! 그 괴물은 사람과 비슷했지만 사람의 피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가죽으로 싸여 있었고, 온통 말라붙은 피?로 뒤덮여 있었어! 다행히도 저 쪽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했지. 발걸음 소리를 최대한 없에면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가다가앗?!

쨍그랑!

??「크릇!」

마미「우앙! 어째서 그런 데 플라스크따위가 있는 거냐궁!」타닷!


..탁자 위의 플라스크를 손으로 치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져서 깨져버렸어! 플라스크에서는 기분나쁜 초록색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묻거나 밟지는 않았지! 그렇지만 유리 깨지는 소리에 그 괴물이 반응해버렸어! 몸을 돌려서 달리려고 하는데 이상한 버튼을 눌러버렸지! 그렇지만 그런 데 신경쓸 겨를은 없었어! 나가면서 바로 문을 닫아버렸어! 다행히도 그 괴물은 문을 열 정도의 지성은 없는 듯 했어. 문을 두드리기만 했지. 책장이 있던 방을 지나 지하매장으로 가려고 할 때쯤 지하매장에서 아까와 비슷한 것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봤어!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것은 무리나 다름없었지! 조용히 나무문을 닫고 뒤돌아가면서 나머지 두 문도 닫으면서 잠궈 버렸어!

마미「무섭다구..」


..결국 책들이 꽃힌 방으로 되돌아와버렸어! 연구실 쪽에서 문을 치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어! 그 문은 안에서 잠그는 형식인데다가 열쇠 같은 걸 가지고 있을 리가 없으므로 당연히 당기면 열리는 문이고, 만약에 저 괴물이 그 문을 당겨서 연다면 도망칠 수도 없는 마미는..

마미「흑.. 흐윽..」


..마미는, 여기서 죽는 거야? 그런 거 인정할 수 없다구..

마미「흐읏, 흑..」훌쩍


..울면서 책장에 꽃혀있던 책을 마구 뽑아내기 시작했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마미「흑..흐..읏?」


..책을 반 정도 뽑아내었을 때 책들 안에 숨겨져있던 일기 비슷한 것을 발견했어.. 옆으로 돌려진 채 책장 안에다 넣고, 그 앞으로 다른 책들을 꽃아넣어 숨겨놓은 것이었지. 조금 두꺼우면서 양장되어 있던 일기를 찾아내어서 그것을 읽기 시작했어..

마미「흐극.. 그러..니까.. 육아..일기? 이게 뭐냐고..」


..일기의 내용은 육아일기였어.. 앞부분은 평범하게 아기를 길러가며 있었던 일에 대해 쓰여 있었지. 밤에도 울어서 곤란하다거나 하는 일 말이야.. 그렇지만 3분의 1정도 읽었을 때부터 나는 이 책에 쓰여진 말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어.. '아기'가 같이 있던 사람의 등을 물었다..라던가 '집사'를 묻기 위해 하얀 대리석을 쌓아올렸다..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반을 넘어가면서 글자도 읽기 힘들게 변형되기 시작했어.. 거의 다 읽을 때쯤엔 온통 피?로 뒤덮혀서 알 수 없게 변형되어버린 글자마저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어.. 게다가 왜 책의 앞부분은 새것같은데 뒤로 갈수록 낡고 찢어지거나 썩은 듯한 부분이 많아지는 거지?

마미「무..」


..그 괴상한 육아일기를 책장 아무데나 집어넣은 다음 그 일기가 있던 곳을 한 번 더 확인해보자 또 다른 버튼 같은 것이 있었어.. 그 것을 누르자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연구소 쪽의 문이 열렸어!

마미「」


..마미와 괴물의 눈이 딱 마주..쳤어.. 아니, 그 괴물은 눈이 없었으니까.. 눈구멍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는 게 더 맞을까? 그 괴물이 어중간한 속도로 마미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어.. 주저앉을 뻔 했지만 얼떨결에 괴물을 걷어차 버렸지. 의외로 괴물은 옆으로 날아가서 책장이 없는 벽에 부딫혀 뻗어버렸고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연구소 쪽으로 달렸어. 그렇지만 연구소는 막혀있던 공간이었으므로, 마미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지.. 플라스크가 쏟아져 있던 가운데는 내버려두고 괴물이 있던 모서리와 입구 사이의 다른 모서리쪽으로 가 보자 길쭉하게 생긴 쇠막대가 하나 있었어.. 쇠막대의 양 끝은 이상한 붉거나 검은 무언가가 잔뜩 묻어있어서 그 부분을 피해 최대한 끝부분에 가까운 쪽을 잡았어.. 마침 반대쪽에는 뭉툭하게 생긴 추 같은 것이 달려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쓸 수 있었지. 쇠막대는 생각보다 가벼웠어. 그렇지만 한 손으로 잡기에는 길고 두 손으로 잡기에는 짧은 어중간한 길이였지. 그것을 잡고 보고있자 그 사이 다시 회복한 괴물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어! 반대쪽 모서리를 돌아 아까의 그 방쪽으로 도망치면서 연구소 전의 철문을 닫았지만 그 괴물은 바로 당겨서 열어버렸어! 문 열 수 있었던 거야, 저 괴물?! 매장 쪽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있는데 괴물이 다가오고 있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잠그지 말 걸..

마미「오, 오지 말라구!퍽!


..얼떨결에 쇠막대로 후려쳐버리니까 그 괴물의 머리?는 푹 하고 들어가버렸고 괴물은 뒤로 자빠져버렸어.. 최대한 빨리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고! 괴물이 일어서려는 순간 문의 잠금이 풀렸고 나갈 수 있..을?!

마미「그러고 보니 문이 3개였지.. 우아아! 과거의 나는 뭣 때문에 이렇게나 꼼꼼했던 거냐구!」퍼걱! 퍼억! 퍽!


..반쯤 미친 듯이 앞에 있던 괴물이 떡이 되도록 후려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에는 거의 걸레짝이 되어버린 고기덩이?가 있었어.. 발로 차려다가 더러울 것 같아서 쇠막대로 책장이 있던 방 한구석으로 질질 끌고간 다음 책장 두 개 중 버튼이 있던 책장이 아닌 다른 책장을 그 위에다 무너뜨려버렸어. 무너뜨리지 않은 책장에서 육아일기책 쪽을 보다가 그 옆의 다른 책에 쪽지 같은 것이 꽃혀져 있는 것을 보았어.. 그 쪽지의 내용은..

마미「에.. 그러니까 책장의 버튼은 연구소 문을 여는 버튼입니다.. 이 버튼은 연구소 내부의 사람들이 문을 잠그고 농성할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연구소 한 가운데의 버튼은 지하 1층의 다른 '격리실'들의 문을 전부 개방하는 버튼입니다.. 누르지 말아 주세요..?」

마미「」


..그렇다는 건 바깥의 놈들도 전부 마미가 연구소에서 버튼을 눌렀던 탓에 나온 놈들이라는 거잖아! 누르지 말라고 써 놓을 것이면 애초부터 그딴 버튼 만들지 말라구! 마음속으로 절규하고 있는 동안 무너진 책장 쪽이 약간 꿈틀거렸지만 발로 책장째로 짓눌러주자 다시 조용해졌어! 쇠막대를 챙긴 다음 매장쪽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보니 가장 바깥쪽의 나무문은 구멍이 나 있었어.. 그렇지만 밖의 괴물은 아무래도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간 듯 했어! 문을 전부 열고 매장쪽으로 나와봤지만 괴물들은 보이지 않았어.. 벽을 따라 엘리베이터가 있던 방향으로 갔지만..

괴물「으..으..」

큰 괴물「으어어..」

더 큰 괴물「아으으..」

아주 큰 괴물「..크으..」

마미「」


..왜 갑자기 우르르르 나오는 건데! 마미가 왔었던 뒤쪽과 왼쪽의 매장 내부 방향에서 20명에 가까운 괴물들이 걷는 것보다는 빠르고 뛰는 것보다는 느린 어중간한 속도로 가까이 오기 시작했어! 마미보다 약간 작은 것도 있었지만 2m 50cm를 넘어가보이는 것도 있었어! 전속력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던 곳으로 뛰어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 안의 괴물「으어어..」

마미「」


..엘리베이터 안에도 괴물이 둘 있었어! 그 중에 하나는 이상하게도 초록색 티셔츠 같은 것을 입고 있었지만 그런 데 신경 쓸 겨를은 없었어! 엘리베이터를 두고 옆의 올라가는 계단으로 뛰어올라갔지만..

마미「여기 막혀 있었잖아!

괴물「으르르..」


..1층으로 나가는 길은 나무판자 따위로 막혀 있었어! 혼자서 가장 가까이 왔던 괴물 하나를 쇠막대로 후려쳐서 계단 아래쪽으로 날려보냈지만..

마미「아래쪽은 벌써 우글우글하잖앙!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라궁!」


..전력을 다해 막힌 나무판자들에 몸통박치기를 하자 의외로 쉽게 길이 열렸어! 부서진 가구나 나무판자 따위로 만들어진 바리케이드는 두께에 비해 높이가 너무 높아서 생각보다 약했을 뿐만 아니라 자세히 보니 썩어있어서 조금만 힘을 주면 부술 수 있을 정도였어! 그렇지만 한쪽에 박혀있던 못을 보니 만약 마미가 못이 박혔던 부분에 몸통박치기를 했으면.. 아무튼 괴물들도 올라오려고 했으므로 근처의 소파를 들어올려 마미가 나왔던 길을 막은 뒤 엘리베이터 앞에도 다른 소파로 길을 막아 버렸어! 그리고 처음 들어왔던 복도 쪽에도 나가면서 진열장들을 무너뜨렸어! 복도가 좁아서 진열장들은 기울어진 상태로 멈췄지만 무너지면서 튀어나온 진열장 안의 판이나 깨진 병들로 인해 마미가 나왔던 복도는 누구도 통행하기 힘들게 되어 버렸어! 마트 밖으로 나와서도 한참을 달리다가 철로 된 울타리에 기대어 주저앉아 버렸어..

마미「..아미.. 하루룽.. 어디있는 거야...」훌쩍


..울고 있었지만 아무도 들을 사람은 없었어.. 마미는 이제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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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백기였군요.. 뭐 돌아왔으니 난쿠루나이-는 아닌가..?

일단 '어느정도'까지는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확실하게 구성이 잡혀있기 때문에 공백의 원인은 시간이 없다 > 시간은 있는데 다른 거 쓰느라 바빠 > 다른 거 단편은 써서 내고 단편 중에 긴 것이라던가 장편은 뒤로 미뤄놓고 쓰기 시작하려고 하는데 기억이 안나 > 아 몰라 귀찮아 > 대화방에서 써달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시 쓰기 시작했는데 필력이 개판이라서 마음에 안 듬 이 되겠습니다.. 이런 사이클을 끊기 위해 다른 장편은 1부 다 쓸때까지 안 올리려고 계획중.. 연중보다는 안 나오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어느정도'라고 쓴 것은 그 '어느정도' 자체가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건 그렇고 이번화에서 '핵심적 진실'을 가리키는 발언 하나가 나왔지만 아마 못 찾을 겁니다, 떡밥같지 않은 그냥 발언 A수준으로 지나갔기 때문에..

이 작품의 '고가철도'를 나타내는 사진을 어디서 업로드하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느낌이 드는 '부산지하철 1호선 두실역 - 교대역 사이의 고가구간을 금정로233번길, 구서온천천로, 금정로, 장전온천천로, 중앙대로 중 한 곳(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곳이라면 아마 명륜역-동래역 사이 구간이겠지요..)에서 올려다본 사진' 중 딱히 허락을 받지 않고 가져와도 저작권적인 문제가 없는 사진(ex. 엔하위키 - 출처를 명시한다면 상업적 조건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이 조건을 사진이 사용된 게시물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조건 하에 그대로 가져와도 됩니다.)을 찾지 못한 관계로 부득이하게 링크처리하게 되었습니다..
http://blog.naver.com/street116?Redirect=Log&logNo=150164696343
http://cafe.naver.com/korearailroad/169
뭐 앞으로 나올 고가철도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전부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오리와 야요이의 전화.. 전화가 되었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이오리는 어째서 '외부', 그러니까 사무소에 있을(것이라고 이오리가 생각하는) 코토리나 미나세가 등에 전화할 생각을 하지 못한 걸까요..? 후훗..

3화를 보면.. 아미는 '검은 것'이 거기 서라고 말한 뒤에 울기 시작했지만 4화에서 마미는 아미가 우는 것을 보고 거기 서라고 했습니다. 후훗..

몸통박치기로 (아무리 썩은 나무에 대충 만들었다지만)바리케이드를 깨부수고 몇 초도 안 되는 시간동안 소파를 옮겨서 세로로 세운데다가 달려나가면서 병조림들이 가득 진열된 철제 진열장을 무너뜨린 마미.. 그것도 한참 고립되었다가 나오면서 그 짓을 했습니다..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이 발휘하는 순간적인 힘이라기에는 너무 과하지요.. 우후후... 그리고 형편좋게 쇠막대를 주웠다는 것이라던가.. 연구소의 '괴물'이 처음에는 문을 두드리고만 있었다던가..

쓰다 보니 느낀거지만 어째 점점 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덤으로 연재주기도 길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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