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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41. THE IDOLM@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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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2, 2025 00:18에 작성됨.

41. THE IDOLM@STER



  "그럼... 자, 이제 여기 카메라에 대고 말해보렴. 내가 아까 알려준 대로."


  "아, 안녕하세요... 시라이시 츠무기입니다... 283 프로덕션 소속의 아이돌입니다..."


  "좋아, 다만 조금 더 자신있게."


  "여, 여러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예쁜... 의, 의상도 입었구요... 무엇보다 이번에 보여줄 공연을 위해... 읏... 어, 엄청... 연습... 했어요..."


  "웃는 얼굴로... 해야지?"


  "이, 이..."


  "이?"


  "이, 이거 너무 부끄럽다 내 안캤나!!"


 츠무기는 의자에 앉은 채 SNS 업로드 용 영상을 촬영하는 와중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고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컷! 츠무기, 이러면 다시 찍어야 하잖아... 정말이지..."


  "정말이지 당신이야말로 뭐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하기 싫다고 제가 말했었는데..."


  "아니 츠무기. 지금 같은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시즌 4가 끝나가고 이제 거의 끝을 향해 가는데, 이런 영상도 「W.I.N.G.」 도전 동안 거의 안찍었잖아?"


  "그렇지만, 그걸 왜 하필이면 지금 찍자는 거죠?"


  "지금까지 쓰던 프로필 사진은 츠무기의 사복 패션이잖아? 마침 오늘 츠무기가 우리 사무소의 아이돌 복장을 입고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겸 해서 SNS 영상도 올리려고 했지."


  "아..."


 놀랍게도 츠무기는 아직까지 283 프로의 기본 아이돌 복장을 입은 채로 활동한 적이 없었다. 준비는 다 되어 있었지만, 어째 입을 기회가 잘 없었다고 할까. 하지만 이제 「W.I.N.G.」 준결승을 앞둔 마당에, 이 복장을 입은 프로필 사진이 없다는 건 아쉬웠다. 뭔가 츠무기가 283 프로덕션의 아이돌이 아닌 것만 같달까. 그렇기에, 시즌 4의 마지막 오디션을 도전하기 직전에 이렇게 짬을 내서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러 오게 된 것이었다.


  "만약 내가 츠무기의 팬이라면, 츠무기가 이런 예쁜 무대 의상을 입은 사진을 봤으면 좋겠는걸?"


  "그 말인즉슨... 당신은 제 팬이 아니라는 뜻?"


  "뭐? 아니 그럴 리가 없... 아니. 이런 말이라면 츠무기 네가 오해할 수 있는 말인데... 이건 내 잘못이긴 하려나..."


 한 번이면 실수다. 하지만 그것이 여러 번 반복되면 실수로 용납되지 않는다. 매번 츠무기가 오해하네 마네 하면서도 그녀가 오해할 법한 말을 피할 노력을 하지 않기도 했으니까. 그런 감상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 채 돌이켜 회고하자,


  "아, 아앗!? 다, 당신...! 어딜 보는 거에요!?"


  "음... 어? 갑자기?"


 고개를 들고 눈 앞에 앉아있는 츠무기를 바라보니, 어째서인지 그녀는 짧은 치마를 두 손으로 폭 누르고는 치욕스럽다는 눈으로 눈물을 글썽이는 채 쏘아보고 있었다.


  "아까 제 가슴을 쳐다볼 때부터 간신히 지적하는 것을 참으려고 했지만... 방금 봤잖아요...! 제, 제 치마 속을...!"


  "아, 진짜 아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확실히 치마는 너무 짧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상의 쪽에는 무슨 노출이 있다고?"


  "역시 당신... 봤군요...!? 시선을 깔고 제 다리 쪽을 음흉하게 쳐다본 걸 제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뭐어!? 아니 그보다, 어차피 츠무기 너 치마 속에 속바지 입었잖아?"


  "..."


 아까까지 수치스러운 듯이 두 눈 끝에 눈물이 고인 채 성을 내던 츠무기는, 이내 잠잠해지더니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음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 츠무기 씨? 괜찮... 나요?"


  "당신... 제가 속바지를 입었다고 당신에게 말했나요?"


  "어어... 흰색 속바지... 음... 말... 안했었...지?"


 츠무기는 진중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 하고는 대기실 주변에 굴러다니는 슬리퍼 한 쪽을 손에 쥐어들고는 일어섰다.


  "자, 잠깐만! 말로 해, 말로! 굳이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잖아?"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문제를 말로 해결할 필요가 있나요?"


  "아니, 츠무기 너 이런 사람 아니잖아! 요즘 따라 왜 이렇게 폭력적이야!!"


  "시끄러워요! 가만히 맞기나 하세요!!"


 얼마 동안 지속된 무자비한 구타는, 하즈키 씨가 촬영 현장에 잠시 방문하기 위해 대기실에 들렸을 때까지 이어졌다.



 1번 링크의 BGM을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컷! 10분만 쉬었다가 하자고!"


  "..."


 감독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사진 촬영이 썩 매끄럽게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건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당장 츠무기도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우두커니 서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츠무기. 잠깐 걸을까?"


  "...네."


 그렇게 츠무기를 이끌고 스태프들이 분주히 준비하는 촬영장을 나오고는, 목적지를 두지 않고 복도를 천천히 그녀와 걷기 시작했다.


  "츠무기, 있잖..."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응?"


  "그야 당신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잖아요. 지금까지 잘만 해오던 사진 촬영인데... 이번엔 왜 이렇게 못하냐고."


  "음...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거짓말하지 마세요. 제가 이번 촬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건 여기 모두가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저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츠무기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건 알아채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눈을 날카롭게 뜨고는 진정 화난 듯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알기 쉽게 입증해주니까. 그런 모습의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퍽 마음이 아파왔다. 왜냐면 츠무기가 이렇게 심적으로 몰린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츠무기 네가 이번 촬영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건 맞아."


  "봐요, 역시 당신도 그렇게 생각..."


  "그렇지만...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잘만 해왔는데 왜 이렇게 못해' 가 아니라. '전엔 잘 했는데 이번에 잘 안된다면 필히 그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읏..."


  "그 이유는 아마... 오디션의 직전이어서 그런 거겠지."


 그 말을 들은 츠무기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반응을 미루어 보건대, 역시 츠무기는 이번 시즌 4의 오디션에 꽤나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성격이라면 그러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만, 그래도 시즌 2나 3 때에도 이 정도로 긴장을 하지 않았던 그녀를 떠올리니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안타깝게도, 그 이상의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 정도로 츠무기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뭐... 안되면 되게 하라고도 하지만... 안되면 되는 걸 하는게 맞지 않겠어?"


 하지만 그것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지금 그녀를 위해 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해야하는 것들이 뭔지는 다행히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아까도 보면 미소가 좀 딱딱했잖아. 이유가 뭐가 됐든 미소가 잘 지어지지 않는다면, 애초에 굳이 웃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어?"


  "그건... 그렇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아이돌들은 프로필 사진이 다 웃는 것이지 않았나요?"


  "츠무기가 잘 말해줬네. '대부분' 이라고. 하지만 '전부' 는 아니라고. 츠무기는 아이돌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여느 아이돌처럼 되란 법은 없어. 안 그래?"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궤변이네요."


 그렇게 독설을 내뱉는 츠무기였지만, 어째서인지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띄우고 있는 그녀였다.


  "일단, 감독님께 말씀드려볼게. 진지한 표정으로도 한번 찍어보겠다고. 그럼 금방 끝나겠지?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들려서 말씀드리자."


  "저기, 그... 프로듀서."


  "응?"


  "고맙습니다..."


  "별 거 아냐, 츠무기. 별 거 아냐."


 츠무기를 데리고 촬영장으로 돌아간 뒤, 이 날은 어찌어찌 촬영을 마치긴 했지만 결국 만족할 정도의 사진을 건지지는 못했다. 촬영이라면야 「W.I.N.G.」 이 끝나고 나서라도 언제든 할 수 있기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이상으로 긴장되고 경직된 그녀의 모습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이를 알게 될 수 있겠지만, 이 날에는 그걸 알 수 없다는 점이 퍽 아쉬웠다.



 며칠 뒤,


  "네. 지금 페이스 대로라면 약 20분 뒤에 시라이시 양의 무대일 거니 슬슬 준비를 해두세요!"


  "예, 감사합니다. 그럼..."


 드디어 오디션 당일이 찾아왔다. 이번 오디션에서 1등이나 2등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대로 「W.I.N.G.」 도전에 실패해버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여기서 실패한다고 츠무기의 아이돌 커리어가 끝나버리는 건 아니었다. 니치카처럼 「W.I.N.G.」 도전 실패가 곧 아이돌로서의 삶이 끝나버리는 경우라면 심적이 더욱 절박했겠지만, 다행히 츠무기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아이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이 도전을 해나가는 아이돌들이 심적 부담을 받지 않는다는 건 전혀 아니었다.


  "츠무기~. 준비는 잘 하고 있어?"


 스태프의 설명을 들은 뒤, 츠무기가 대기하고 있는 대기실의 문을 노크하고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열면 대기실 안에는 환복을 마친 츠무기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런 츠무기에게 어떤 격려의 말을 건넬까 고민하며 문을 열었지만,


  "츠무기? 왜 아무 말도 없..."


 문을 열고 들여다본 대기실 안에는 누구도 있지 않았다. 어쩐지 전에 본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예전에도 이렇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츠무기가 대기실에서 없던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화장실 간건가? 그렇지만 잠시 화장실을 갔더라면 아까 스태프랑 이야기하고 있던 복도로 지나갔을 건데... 그렇다면, 저번 오디션 때랑 같은 이유인 것이려나."


 츠무기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단으로 이탈했다는 가능성은 애초에 배제해버렸다. 정녕 무언가에 실망했더라면 떠나기 전에 뭐라고 말이라도 했을 것이고, 애초에 몇 날 며칠을 노력한 이번 오디션의 무대에 시도도 하지 않고 떠나버리는 건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이 정황들을 조합하면,


  "아까 서있던 복도의 반대편 방향으로 갔을 거고... 츠무기의 성격 상 사람이 많은 곳은 싫어하니 사람들이 거의 오가지 않을 곳. 그리고 이런 건물에서 츠무기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왕래가 적은 곳이라면..."


 주변을 슥 훑어보다 이내 츠무기가 들어갈 만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밑져야 본전이기에 그 문을 잡고 천천히 슥 밀자,


  "어...?"


  "어, 나야."


 비상구 계단에 쪼그려 앉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고 있는 츠무기와 눈이 딱 마주쳤다.


  "츠무기, 그런데 앉지 마. 먼지 투성이잖아? 차갑기도 하고."


  "다, 당신이란 사람은... 그렇게 제가 일어서면 제 엉덩이 쪽에 먼지가 잔뜩 묻었다고... 털어낸다는 명목 하에..."


 그렇게 몸을 움츠리며 매도하는 츠무기였지만, 당연하리만큼 그녀의 매도에는 독기가 서려있지 않았다. 츠무기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정도로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알았어. 그럼 조금만 앉았다 갈까?"


  "엣... 당신..."


 츠무기가 앉아있는 비좁은 비상구 계단에 낑겨 앉자 그녀는 움찔, 하며 놀라고는 옆으로 조금 비켜 앉을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음... 역시 조금 서늘하긴 하네. 너무 오래 앉아있지는 말자, 알겠지?"


  "네..."


 츠무기의 무대 순서가 도래할 때까지 많이 남지 않았지만, 마치 모든 무대가 끝난 사람마냥.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츠무기의 옆에 앉아 비상계단의 고요함을 오롯이 느끼고 있을 때였다.


  "...면, ...죠..."


  "어?"


  "만약 지게 되면... 어떡하죠..."


  "..."


 불안에 떠는 츠무기의 말을 듣고 옆을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 많이 걱정되는구나."


  "당신은... 당신은 어쩜 그리 남일처럼 태연하게 말할 수 있죠...? 이 오디션에서 지면 어떻게 될 줄 알고..."


  "음... 그러네. 사실 내가 잘 몰라서 그래. 이 오디션에서 지면 어떻게 되니?"


  "그야..."


  "그야 어떻게 되는데? 츠무기가 아이돌을 그만둬야 하니? 내가 프로듀서를 사임해야 돼? 어떤 아이돌들은 정말로 그런 절박한 상황으로 인해 이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정말로 끝이 나버리지만... 다행히 우린 그렇지 않잖아."


  "그렇지만... 그대로 「W.I.N.G.」 도전에 실패해버리게 되잖아요... 신입 아이돌들의 등용문인 「W.I.N.G.」 ... 이 도전에 우승하기 위해 정말 몇 날 며칠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는데,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저는..."


  "..."


  "그렇게 되면... 아이돌 실격, 이잖아요, 저는... 이렇게나 노력해왔는데 우승하지 못하는 아이돌같은 것보단... 그런 아이돌을 프로듀스하느니, 차라리..."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자, 어느새 고개를 떨군 채 자신의 허벅지 위로 서글피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츠무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힘없이 슬퍼하는 츠무기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조금씩 아려왔다. 하지만,


  "으음... 나는 츠무기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 근데..."


  "네...?"


 단지 곧이어 나가야 하는 그녀의 무대를 위해 츠무기의 기운을 차리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아이돌로서 살아가는 츠무기가 미래를 향해 걸어가며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아이돌 실격, 이라든가 뭐든가 난 동의할 수 없는 걸? 그야, 츠무기는 이미 훌륭한... 아이돌 이잖아. 그리고 그런 아이돌을 프로듀스하느니 차라리 뭐? 츠무기 네가 여기서 떨어진다고 내가 네 담당 프로듀서를 안하겠다고 사임할거 같아?"


  "그, 그렇지만 이렇게 몇 번이고 실패하게 된다면... 비록 담당 프로듀서 역할이 당신의 업무의 일환이라 할지라도..."


  "츠무기. 츠무기같이 까다로운 아이돌을 단지 업무의 의무만으로 프로듀싱하지는 않는다고?"


  "뭐, 뭐라구요!?"


 아까까지 기운이 없는 채로 슬피 눈물을 흘리고 있던 츠무기는 그 말을 듣자 발끈하고는 눈물을 글썽이는 채로 째려보았다. 그런 츠무기를 옆에 두고 앉아있던 계단에서 일어서고는, 뾰루퉁한 눈길을 보내는 그녀에게 손을 건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츠무기 네가 먼저 말했잖아. '친구' 라고. 「W.I.N.G.」 도전에 실패한 친구를 저버리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어?"


  "아..."


 무심결인듯 천천히 뻗은 그녀의 손을 그대로 휙 잡아당겨 츠무기를 일으켜 세웠다. 츠무기는 놀란 듯이 동그랗게 뜬 눈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어 꽤나 얼빠진 듯한 감상을 주었지만, 이것 나름대로 츠무기의 매력이지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져주고 오라는 뜻은 아니야. 물론 대충 하라고 해도 츠무기는 그렇게 할 사람은 아니지만 말이야. 애당초 여기서 패배할 리도 없을 거고."


  "그런... 전 당신이 기대하는 정도의 사람이 아닌데..."


  "맞아. 츠무기 너는 내가 기대하는 그 이상의 사람이니까. 멋진 모습 보여주렴, 츠무기."


 빙긋 웃어주고는 츠무기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의 입술이 들먹들먹하고는 이내 울음이 터져나왔다.


  "흑... 흐흑..."


  "하하... 왜 우는 거야, 츠무기. 다 이기고 올거잖아?"


  "그렇지만... 흑..."


  "그래. 다 괜찮을 거니까. 그러니까 재미있게 하고 와."


 본 무대 시작까지 10여분. 흘린 눈물 때문에 엉망이 된 메이크업을 황급히 수정해야 하는 건 조금 나중의 일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W.I.N.G.」 도전을 이어나가면서. 그리고 「W.I.N.G.」 도전이 끝나더라도. 츠무기가 아이돌로 살아가며 잊지 말았으면 하는 점을 진솔하게 그녀에게 전달했으니까. 그러니, 괜찮을 것이다.



  "자, 그럼 다음 순서는 283 프로덕션의 시라이시 츠무기 양입니다!"


 이제 시작이다. 아니, 어쩌면 끝일 수도 있다. 시즌 4의 마지막 오디션.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1등과 2등만이 준결승에 진출할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W.I.N.G.」 도전에 실패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오디션보다 긴장감이 이 장소에 더욱 만연했다.


  "이제, 츠무기의 차례인가..."


  사회자의 말을 뒤로 츠무기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오자 관객석에 있던 모두가 이내 수군거림을 멈추고는 일대가 조용해졌다. 그 이유가 뭔지는 콕 찝어서 말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공연을 보러 온 여러 아이돌들의 팬들도 이 무대에 오르는 아이돌들처럼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야 그러겠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패배해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이 어디 있을까? 당장 나도 그렇고..."


 무대 중앙으로 나온 츠무기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는 눈을 감았다. 이제, 시즌 4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동안 준비해온 무대를 모두에게 보여줄 때가 왔다.


  "이번 곡은, 「THE IDOLM@STER」 입니다!!"


 선곡에 놀라서인지 객석에서 들리는 웅성거림과 함께 츠무기는 눈을 떴다. 아까와는 다르게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츠무기의 얼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녀와 마찬가지로 미소를 자아내게 하였다.



  2번 링크의 무대 영상을 먼저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밝은 간주가 흘러나오자 츠무기는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관객들의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행스럽게도 무대가 시작하기 이전에 기운을 되찾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기운을 되찾은 것 그 이상이었다. 이유는 그녀만이 알고 있겠지만, 츠무기는 전에 없던 자신감이 자리잡은 것만 같이 활기차게 자신의 무대를 선사하기 시작했다.


 もう伏目がちな 昨日なんていらない (고개 숙인 어제 따위 이젠 필요 없어)

 今日これから始まる私の伝説 (오늘 지금부터 시작되는 나의 전설)

 きっと男が見れば他愛のない過ち (분명 남자가 보기엔 별 거 아닌 실수를)

 繰り返してでも (반복하더라도)


 왜인지 기존의 진지한 츠무기답지 않게 평소의 스토익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나이대의 화사한 소녀의 모습을 여실없이 보여주며 츠무기는 자신이 몇 주간 수없이 연습해온 노래와 안무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시작했다.


 うぬぼれとかしたたかさも必要 (자만을 하는 등의 고고함도 필요해)

 そう 恥じらいなんて時には邪魔なだけ (그래 부끄러움 따위 때로는 방해될 뿐)

 清く正しく生きる それだけでは退屈 (깨끗하고 올바르게 사는 것 그것만으론 지루해)

 一歩を大きく(한 걸음을 크게)

 進もう毎日夢に向かって (나아가자 매일 꿈을 향해)

 漠然とじゃない意図的に (막연하지 않게 의도적으로)

 泣きたい時には涙流して (울고싶을 때는 눈물 흘리며)

 ストレス溜めない (스트레스 날려버려)


 그러면서 츠무기는 때때로 미소 지으면서. 때때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곡의 분위기에 맞게 적시적소에 표정연기를 보여주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평소에나 무대에서나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는 것이 그리 흔하지는 않았기에, 츠무기가 곡에 맞춰 윙크하거나 슬픈 표정,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그녀도 점점 성장해나가는구나, 라는 감상이 들었다.


 ほんの些細な言葉に傷付いた (아주 사소한 말에 상처 입었어)

 だけど甘い物食べて幸せよ (하지만 달콤한 걸 먹으면 행복해져)

 気まぐれに付き合うのも大変ね (변덕에 맞추는 것도 큰일이지)

 悪いとは思うけどやめられない (나쁘다곤 생각하지만 그만둘 수 없어)


 후렴에 들어서도 츠무기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이 노래도 안무도 표정연기도 어느 하나 실수하는 것 없이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도 그럴게, 이번 곡 「THE IDOLM@STER」 를 고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시즌 4의 기간동안 연습 시간이 많지 못했기에 이번 오디션에 쓸 곡으로 고른 「THE IDOLM@STER」 는 노래도 안무도 난이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적은 연습량으로도 이렇게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지 난이도 때문에 이 노래를 고른 건 아니었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 곡이 이 아이돌 세계에서의 대표 노래이니까.'


 후렴이 끝나고 간주에 들어서면서 열심히 춤을 추는 그녀를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283 프로덕션의 대표 의상을 입고 이 업계에서의 대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츠무기를 보며 드는 감상은,


  '역시, 츠무기는 우리 283의 아이돌이 맞구나.'


 츠무기를 바라보며 든 감상을 그녀는 전혀 모르겠지만, 츠무기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무대를 이어나갔다. 간주가 끝나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는 츠무기의 모습은, 이 무대를 바라보는 다른 관객이나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新しい物大好き 詳しいの (새것이 너무 좋아 잘 아니까)

 機嫌取るには何よりプレゼント (기분을 맞추려면 선물이 제일이지)

 男では耐えられない痛みでも (남자라면 참을 수 없는 아픔이라도)

 女なら耐えられます 強いから (여자라면 참을 수 있어요 강하니까)


 후렴이 끝나고는 츠무기가 관객석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다 이어서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배경 음악이 잦아들었다. 점차 어두워지는 무대의 중앙에서 마무리 동작을 취한 채 서있는 츠무기는 위풍당당하다라는 말 이외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세가 넘쳐보였다.



  "모두 수고해줬어요. 그럼 결과는..."


 모든 아이돌의 차례가 끝나고, 드디어 결과를 발표할 시간이 되었다. 이 곳의 아이돌 중 소수만 차후 있을 준결승전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지고, 나머지는 8개월 동안 노력해온 도전이 마무리를 맺게 된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아. 츠무기는 무조건 이길 거니까.'


 이 자리의 모두는 누가 우승할지에 대해 떠들썩하며 나름대로의 예측을 하고 있었다. 유력한 우승자가 누구인지 다들 자신의 견해를 내비치고 있었지만, 결국 심사위원이 호명한 아이돌만이 준결승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끌시끌하며 요란한 오디션장 가운데에서 심사위원이 우승자를 호명했다. 이번 오디션의 우승자는 바로,


  "시라이시 츠무기, 1등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서..."


 무대 위에서 결과를 들은 츠무기는 어안이 벙벙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바보같은 그녀의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오며,


  "하하, 뭐라고 했어. 이긴다고 했지?"


 오디션에서 우승한 츠무기를 향해 관객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들려왔다. 시즌 4의 오디션에서 1등이라는 결과와 「W.I.N.G.」 준결승에 도전할 자격과 함께 츠무기의 「W.I.N.G.」 시즌 4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준결승이 눈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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