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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37. 당신을 위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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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5, 2024 22:42에 작성됨.
37. 당신을 위한 결심
"시라이시 츠무기... 저 또한... 전부 당신을 위해서..."
"..."
저는 프로듀서를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W.I.N.G.」 에 도전하면서 반년이 넘게 매일 같이 지내다 보니 그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프로듀서와 함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같이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친구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크게 다툰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프로듀서와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고 마음 속에선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번에 그와 다투면서 듣게 될 말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W.I.N.G.」 도전을... 여기에서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1번 링크의 BGM을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츠무기 쨩... 바쁘겠지만 이렇게 시간 내줘서 고마워."
"나나쿠사 씨... 나나쿠사 씨야말로 사무소의 업무가 많으실 텐데,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
다음날, 한적한 오후에 나나쿠사 씨가 사무소 인근의 카페로 절 불러내었습니다. 전 학교가 끝나고 나서야 사무소에 도착하기 때문에, 그 전에 사무소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나쿠사 씨가 이렇게 절 불러낸 건 무언가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건 아마도...
"일단 주문 먼저 할까 하는데, 어떠니? 전에 여기 와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츠무기 쨩이라면 블루베리 디럭스 팬케이크 스페셜을..."
"아, 아뇨... 괜찮습니다... 딱히 먹을 생각은..."
"으응... 심각하구나..."
"...에?"
"후훗... 아냐. 마실 거는 좋지? 여긴 말차 라떼도 괜찮아서 말이야."
"앗, 네..."
직원 분을 불러 마실 것을 주문하고 나서, 나나쿠사 씨는 애잔한 눈빛을 지은 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츠무기 쨩... 요즘도 프로듀서 님이랑 잘 지내고 있니~?"
"그... 그게..."
얼핏 들으면 의례적인 물음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단순한 인사로 이런 질문을 듣는 것은 비교적 평범한 것이기에. 하지만 나나쿠사 씨의 얼굴에 어려있는 안타까운 표정은 이 질문이 일상적인 인사가 아니라는 것을 뜻했습니다.
"사실... 프로듀서와..."
나나쿠사 씨가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은 나나쿠사 씨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이고... 굳이 시간까지 내어서 이 자리를 마련해준 건 저를, 그리고 프로듀서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겠죠.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엔 조금 망설여졌으나, 사무원인 나나쿠사 씨가 직접 나설 정도인 상황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마음으로 전해졌기에 전부 말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이상이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
나나쿠사 씨는 아무 말 없이 제 말을 묵묵하게 듣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이윽고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저의 설명이 다 끝나자, 때때로 자신의 음료를 홀짝이며 저희는 몇 분간 조용히 자리에서 앉아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나쿠사 씨가 말을 하지 않는 건 가만히 앉아있는 제 반응을 보기 위해서일까요... 어색한 침묵을 견디기 어려웠달까, 저는 이내 입을 열고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바를 나나쿠사 씨에게 말했습니다.
"프로듀서를 잘 알고 있다고... 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
"어제 보았던 프로듀서는... 제가 알던 평소의 프로듀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아는 프로듀서는 매번 바보같은 장난을 치고 헤실헤실 웃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제의 그는 마치 다른 사람... 어쩌면 이것이 그의 본모습인 걸까요?"
"츠무기 쨩..."
"매번 칠칠치 못한 실수나 하며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진 않아도, 그래도 필요할 때에는 정말로 어른스럽게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었습니다. 바보같이 실실 웃으면서 실없는 농담을 치더라도 가끔 해주는 어른스러운 말들은 제법 저에게 의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저에게 신랄한 독설을 내뱉고... 그가 저에게 이런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오직 저만 그에게 못된 말을... 상처가 될 말을 해서...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프로듀서와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했다고 여겼었는데, 이럴 때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평소의 변변치 못한 그의 모습이 진짜인 것일까요, 아니면 어제 보여준 매몰찬 모습이 그의 본모습일까요? 어쩌면, 원래의 그는 착한 사람이지만 못난 제가 그를 격노하게 한 것은 아닐까요... 도저히 궁리해봐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저는 프로듀서를 정말 알지 못한다는 것에 허망한 감상을 느끼고 있을 와중이었습니다.
"츠무기 쨩. 츠무기 쨩이 어떠한 말을 해서 프로듀서 님이 그런 쌀쌀맞은 행동을 보일 사람이 아니란 건,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건 츠무기 쨩도 잘 알고 있잖니?"
"...네?"
"후훗... 역시 츠무기 쨩은 프로듀서 님을..."
"에...? 제가 프로듀서를 어떻게...?"
"츠무기 쨩. 그 마음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한번 잘 생각해보렴."
나나쿠사 씨가 어떤 생각으로 저 말을 하려 하는지는 잔잔한 미소 너머로 도저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의 마음을 깨달으라니... 나나쿠사 씨가 해준 말을 아무리 머리를 끌어안고 고민을 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움에 휩싸이려 하자,
"츠무기 쨩. 프로듀서 님과... 제대로 이야기 해보는 것은 어떠니?"
"아..."
그러고 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을 잊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는 서로의 가면을 벗고 진솔하게 대화해야 하지만, 어제는 서로가 분노하고 있는 상태여서 그런지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츠무기 쨩도 말이야. 매번 프로듀서 님이 하는 행동을 마음속에서 넘겨짚기만 했지, 그걸 이해하기 위해 물어본 적은 많이 없지 않았니?"
"그, 그건..."
그 순간 정곡을 찔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때때로 프로듀서가 말했었죠.
"이런 불건전한 거라니, 대체 어떤 망상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스스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프로듀서가 변변찮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은 제가 예상한 대로의 못된 모습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제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 무턱대고 화를 낼 뿐, 막상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츠무기 쨩은 있잖아. 프로듀서 님의 속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확인하지는 않았잖아. 안 그러니?"
"그, 그건..."
"이번엔 프로듀서 님도 잘못하기는 했어. 츠무기 쨩이 프로듀서 님을 위해서 한 행동에 대해 그렇게 말하다니. 하지만... 프로듀서 님이 그렇게 츠무기 쨩의 마음을 의도적으로 상하게 하려는 사람이 아닌 것은, 츠무기 쨩도 잘 알고 있지 않니? 그럼 프로듀서 님이 도대체 왜 그렇게 했을까..."
"프로듀서는... 그 사람은..."
"츠무기 쨩 혼자서 생각하는 것으로는 알 수 없을 거야. 그러니, 프로듀서 님과 제대로 이야기 해봐야 하지 않겠니? 역시... 나도 츠무기 쨩과 프로듀서 님이 다퉈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단, 평소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고 싶으니까 말이야."
"나나쿠사 씨..."
잊고 있었습니다. 프로듀서가 어떤 사람인 지를. 가끔은 변변찮은 모습을 보여주어 한숨을 자아내게 할 때도 있고, 바보같은 장난을 쳐서 역정을 내게 할 때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의도적으로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물론 전에 한번... 시즌 3 때에도 지금처럼 프로듀서가 저에게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죠. 비록 그가 한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잠시나마 스쳐 지나간 프로듀서의 표정은 뭔가 괴로워 보였습니다. 제가 크게 상처를 받고 카나자와로 돌아갔을 때에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프로듀서도 무척 슬퍼하며 몇 날 며칠을 괴로워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기어코 카나자와까지 찾아오고는 저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건넸습니다. 그렇게 결국은 화해를 하고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저는 283 사무소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사무소로 돌아가서 프로듀서와 화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프로듀서라면... 저번처럼 먼저 화해의 말을 꺼낼 것이니까요. 그야, 그 사람은..."
"그래... 그렇게 하렴, 츠무기 쨩..."
그렇게 말하며 웃는 나나쿠사 씨의 표정이 뭔가 덧없어 보여 왠지 불안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비록 프로듀서가 화가 났었다고 하나, 그런 말들은 홧김에 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히려고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분명 화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당신을 위해서... 「W.I.N.G.」 도전을... 여기에서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프로듀서가 했던 말이 괜스레 마음에 걸렸지만... 어제 그 말 이후로 그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기에 그건 아마 홧김에 내뱉은,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사무소로 돌아가서 프로듀서와 이전에 카나자와에서 했던 것처럼 서로의 마음에 담은 생각을 진실하게 풀어나가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될 줄만 알았습니다.
"프로듀서...? 프로듀서... 여기 있었군요."
"..."
카페에서 나나쿠사 씨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뒤에, 저는 프로듀서를 찾기 위해 사무소로 복귀하였습니다. 원래라면 그는 지금쯤 사무소에 있어야 하지만 사무소에는 아무도 없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다 혹시 몰라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자 익숙한 누군가 난간 쪽에 기대고 서있었습니다.
"프로듀서... 뭐하고 있었나요?"
"..."
제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보는 프로듀서의 너머로 보이는 노을은 뭔가 덧없어 보이는 그의 쓸쓸함을 한 층 더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를 몇 초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난간 너머의 노을을 바라보는 프로듀서를 보니 가슴 한구석이 쓰라렸지만, 오늘 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똑바로 전하려 입을 열었습니다.
"프로듀서... 당신과 화해를 하기 위해서 왔어요."
"...화해."
그 말을 듣자 프로듀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알고 있어요. 프로듀서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물론 화가 나서 홧김에 그런 말이나... 「W.I.N.G.」 도전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
"프로듀서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츠무기."
"그러니까... 이전에 카나자와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때 카나자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라..."
예상 밖의 반응으로 인해 기껏 머릿속에서 생각해두었던 말이 더 나오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렇게 다투고 난 뒤에는 프로듀서가 바보같은 말들로 제 기분을 풀어주거나, 아니면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는데... 어째서 이번에는...
"이번에도 내가 먼저 너에게 사과하기를 기대했다는 거네. 그럼 말하겠는데..."
"에...? 그, 그게 아니..."
"역시 너는 정말로 교만하구나, 시라이시 양."
순간 저의 두 귀를 의심했습니다. 프로듀서같이 자상한 사람이 할 리가 전혀 없는 말을 듣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그리고 그 말의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저란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네...?"
"과연 너라면 너답다고 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내 탓을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모양새를 보아하니 정말로 기가 차는구나."
"아, 아... 아니에요 그게... 저는... 저는 정말로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새하얘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내면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애당초 그 어떤 말을 꺼낸다고 한들 한없이 어두운 눈으로 저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는 프로듀서가 갑자기 자상한 미소로 웃어줄 수나 있을 리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이런 면모를 저에게 보여주는 이유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기에.
"그... 그게 아니라!! 「W.I.N.G.」 에 대해서...! 어제 프로듀서가 「W.I.N.G.」 도전을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 사실은...!"
"아, 그래... 「W.I.N.G.」 말이지. 사실은 뭐? 내가 그런 정황에서 농담 따먹기로 너에게 그런 말을 해줬을 것 같아서?"
프로듀서는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닌 마치 다른 사람인 것 마냥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저에게 모진 말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넌... 너는 나나쿠사 니치카를 이길 수 없어. 너는 결코 「W.I.N.G.」 에서 우승할 수 없어. 네 소망은 고작해야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고, 처음부터 현실성이든 뭐든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저는... 저는 그저... 아이돌이 하고 싶어서... 그리고 「W.I.N.G.」 에서 우승하고 싶어서..."
"하아..."
냉담한 표정을 지은 채 저를 꿰뚫을 듯이 쳐다보는 그의 두 눈을 보자 점점 눈물이 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프로듀서는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신경을 쓰지 않는지 저를 상처 입히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웃기지 마. 「W.I.N.G.」 에서 우승하고 싶다는데...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 나나쿠사 니치카조차 이기지 못해서야, 그건 꿈도 못 꿀 일이야. 그 소망이 정말로 간절하기는 해? 아니, 대답할 수 없겠지. 그야..."
"..."
"애초에, 네가 아이돌을 하는 것도 시라이시 가(家)의 가업을 이을 때까지의 놀이잖아."
그 말을 듣자 어찌 할 겨를도 없이 두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저 프로듀서가 신랄하게 저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가져온 진로 조사표. 정말로 아이돌이 하고 싶어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온 것이라면... 거기에 뭐라고 쓸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아이돌이라고 적지 그래? 아니, 그럴 리 없지. 왜냐면 너에게 있어서 이건 전부.... 전부 놀이니까. 너는... 아이돌을 그만두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어. 그런 주제에 네가 말하는 터무니 없고 허황된 말을 듣고 있자면..."
"..."
"...구역질이 나와."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대체 제가 이런 말을 왜 듣게 되었는지. 프로듀서와 함께 지낸 몇 달을 돌이켜 떠올려도, 제가 도대체 어떤 잘못을 해서 그가 이런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프로듀서에게 아무 말이라도 하고 싶어서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차마 그것이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고 그저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실 속에서 자란 아가씨. 이제 슬슬 꿈에서 깼을까? 「W.I.N.G.」 도전은 이제 여기까지라고."
"프로듀서는... 지금껏 저를... 줄곧 그런 식으로..."
"맞아. 네 말대로 정말 바보같았지. 카나자와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 예쁘장한 얼굴을 보고 어떻게 좀 해보려고 꼬드기려 한 것인데, 심성이 그리 꼬여있어서 얼마나 귀찮게 하던지. 그 표정을 보아하니 너 혼자만 모르고 있었구나."
"..."
저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볼을 따라 흘러내리고는, 어느새 제 턱에 맺히면서 지면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프로듀서가 이런 말을 저에게...'
아무리 궁리해봐도 그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야, 그는 이런 모습을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이나 사무원인 나나쿠사 씨에게도 보여준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에...
'다른 아이돌인 유코쿠 씨, 츠키오카 씨, 나나쿠사 씨, 그리고 사무원이신 나나쿠사 씨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고 저한테만 그런 모진 말을 내뱉는 것은...'
돌이켜보면, 프로듀서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가끔 프로듀서에 대해 사무소의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그가 너무 바보처럼 사람이 좋다고 들은 적도 있고, 바보처럼 다른 사람의 부탁도 쉽게 거절하지 못해 곤경에 빠지는 일이 있을 정도라고 들을 정도니 그렇습니다. 그런 그가 이 세상 다른 누구도 아닌 저에게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연유는...
'아아...'
냉랭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시선. 상처를 입히기 위해 내뱉는 모진 말. 그것은...
'이건 전부... 내 자신의 탓이다...'
평소 그에게 날이 선 공격적인 말투로 말을 하고, 그의 선의를 멋대로 판단하여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그저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가벼운 장난에 매도를 퍼붓고, 심지어... 그의 뺨까지 때리고... 그의 호의에 기대고는 제멋대로 굴어서 프로듀서에게 상처를 입혀버린 나에게 내려진... 벌이다.
'지금까지 내게 잘해주던 프로듀서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전부 내 자신의 탓이기에...'
그러고 보니... 전에 프로듀서가 잘못을 하면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고 사과를 했었다. 아무리 자존심을 굽히는 행동이라 하더라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잘못을 내게 사죄했었다. 반면에, 내가 지은 잘못은 그에게 사과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나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나의 별것 없는 그 자존심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방금까지 혼란스럽던 마음에 드디어 결단이 섰다. 그것은,
'전부 내 탓이기에... 이전에 프로듀서가 해주었던 것처럼 나 또한...'
프로듀서를 위한 결심이었다.
2번 링크의 BGM을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역시 너는 정말로 교만하구나, 시라이시 양."
"네...?"
"과연 너라면 너답다고 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내 탓을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모양새를 보아하니 정말로 기가 차는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어서 그런지, 츠무기는 아연실색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야 그럴게, 화해하기 위해 나름의 다짐을 하고 온 사람에게 매도하는 말을 쏟아붓는 건 부당한 폭거나 다름없으니까.
"그... 그게 아니라!! 「W.I.N.G.」 에 대해서...! 어제 프로듀서가 「W.I.N.G.」 도전을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 사실은...!"
"아, 그래... 「W.I.N.G.」 말이지. 사실은 뭐? 내가 그런 정황에서 농담 따먹기로 너에게 그런 말을 해줬을 것 같아서?"
애써 말을 돌리려 애쓰는 츠무기의 노력이 무색하게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자, 츠무기의 시선이 오갈 데 없이 이리저리 떨리고 있었다. 그런 안쓰러운 모습을 보니 점점 가슴이 아려왔지만,
"넌... 너는 나나쿠사 니치카를 이길 수 없어. 너는 결코 「W.I.N.G.」 에서 우승할 수 없어. 네 소망은 고작해야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고, 처음부터 현실성이든 뭐든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저는... 저는 그저... 아이돌이 하고 싶어서... 그리고 「W.I.N.G.」 에서 우승하고 싶어서..."
"하아..."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아도 이어나가야만 했다. 애써 가슴의 아픔을 억누르고 그녀를 상처입혀야만 했다.
"..."
"애초에, 네가 아이돌을 하는 것도 시라이시 가(家)의 가업을 이을 때까지의 놀이잖아."
멍한 표정을 지은 츠무기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자, 이런 짓거리를 더 이어나가기 힘들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여 다른 누구도 아닌 츠무기를 상처입히는 것이 정말로 가슴을 비수로 내리찍는 것만 같았기에. 하지만... 이 방법 이외에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네가 말하는 터무니 없고 허황된 말을 듣고 있자면... 구역질이 나와."
이제서야 결심을 내릴 수 있었다. 츠무기가 받는 고통은... 그녀가 겪는 고난은... 다 츠무기가 아이돌을 함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녀가 카나자와에서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더라면 겪을 리 없었던 것들을, 츠무기가 아이돌 활동을 하게 됨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저 말로만 츠무기를 위한다고 하지만 그녀의 아픔을 못 본체 하고는 아이돌 활동을 이어나가라고 등을 떠밀 뿐이었다. 츠무기를 위한다고 한 주제에. 진정 그녀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 필요한 단 하나의 결심을 무시한 채.
"프로듀서는... 지금껏 저를... 줄곧 그런 식으로..."
"맞아. 네 말대로 정말 바보같았지. 카나자와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 예쁘장한 얼굴을 보고 어떻게 좀 해보려고 꼬드기려 한 것인데, 심성이 그리 꼬여있어서 얼마나 귀찮게 하던지. 그 표정을 보아하니 너 혼자만 모르고 있었구나."
그런 츠무기가 아이돌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하나 있다. 이전에 츠무기가 아이돌을 그만두려고 할 결심을 내리게 했던 그 방법이. 그 방법은 바로... 츠무기를 상처입히는 것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츠무기의 모습을 보는 것이,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더욱 상처를 입히는 것이 너무나 괴로워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었다.
'미안하다, 츠무기... 너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용서하지 말아주렴...'
충분할 정도로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다. 이제 슬픈 정도를 뛰어넘어서 츠무기는 화가 날 것이다. 진심으로 슬픈 듯 눈물을 뚝뚝 흘리던 츠무기는 어느새 고개를 푹 숙인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시즌 3 오디션 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서 못된 프로듀서의 뺨을 내리칠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토록 되고 싶었던 아이돌을 그만두고 울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버릴 것이다.
"..."
두 눈을 감고 그녀가 따귀를 때리는 것을 기다렸다. 그렇게 10초. 20초. 아무리 기다려도 예상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아 눈을 살며시 뜨자 이내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프, 프로... 흑... 듀서..."
"츠무기...?"
"이렇게... 흑... 시라이시 츠무기가... 무릎을... 흑..."
"...츠무기 도대체 왜 네가..."
간과했다. 츠무기가 얼마나 바보인지. 자신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내뱉은 너무나도 심한 모진 말들을 들었음에도 츠무기는 얼마나 순수한 바보인 건지, 그녀는...
"이렇게... 시라이시 츠무기가... 흑... 무릎을... 꿇었습니다... 흑... 이제... 이제 됐... 으흑...!"
이전에 츠무기가 토라졌을 때에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장난처럼 무릎을 꿇는 시늉을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때는 당연히 장난인 만큼 실제로 무릎을 꿇지는 않았고, 꿇으려는 모양새만 보이면 츠무기가 당황하고는 허둥지둥 팔을 잡고 일으키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 진짜 무릎을 꿇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어째서 츠무기는...
"츠무기 도대체 왜 네가... 도대체 네가 무슨 잘못을 지었다고..."
「그때 ...어...렸...야 했는데...」
"..."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츠무기에게서 보니 머리의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이 아이가. 아무 잘못도 짓지 않은 이 아이가 도대체 왜 무릎을 꿇어야만 했는가. 무릎 꿇은 가해자로부터 눈물 어린 사죄를 들어야 마땅한 피해자가 도대체 무슨 연유로, 반대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고 있느냔 말인가.
「그때 ...어...렸...야 했는데...」
츠무기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츠무기에게 상처를 입히는 꼴이라니. 돌이켜보면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도 않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츠무기가 겪는 고통과 고난... 그것이 그녀가 아이돌 활동을 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어째서 키리코, 코가네, 그리고 니치카는 그녀가 겪는 아픔 없이 아이돌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이돌 활동을 하는 키리코, 코가네, 니치카 이 셋과 츠무기의 가장 큰 차이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이건 전부... 내 자신의 탓이다...'
담당 프로듀서였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주던 츠무기가 이런 고통을 겪는 건... 전부 내 자신의 탓이기에...'
츠무기를 고통받게 한 장본인인 주제에 그녀를 위한다는 핑계랍시고 츠무기에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혔다. 츠무기를 위한답시고 그녀의 꿈을 억지로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모진 말을 내뱉었다. 진정 츠무기를 위한다면, 그렇다면 해야 하는 행동은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그 사실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건지. 어쩌면, 그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걸 인정하기 싫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야, 츠무기를 정말로 위한다면 해야 하는 것은...
「그때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츠무기의 프로듀서를 그만두는, 츠무기를 위한 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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