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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32. 츠무기는, 아이돌 활동이 즐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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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9, 2024 16:49에 작성됨.

32. 츠무기는, 아이돌 활동이 즐겁니?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외부 업무가 끝나고 사무소로 돌아왔지만, 현관문을 들어오면서도 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이제 막 학교가 끝난 지 얼마 안됐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아이돌들의 대부분이 학생들이기에, 하교 시간이 되기 전이라면 이렇게 사무소가 꽤나 적적하다. 그래서 그 전에 다른 업체와 협조 토의를 하거나 행정 업무를 하고 가끔 하즈키 씨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등 시간을 보내는데, 코가네나 아케타 씨 등 어른인 일부 아이돌들이 업무를 위해 출근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저녁이 되기 전의 사무소는 이렇게 조용하다.


  "앗차... 아까 먹은 점심하고 차실 용품 영수증 처리 해야 하는데... 하즈키 씨가 뭐라고 하겠다..."


 작은 규모에 비해 다행스럽게도 283 프로덕션은 블랙기업이 아니다. 매일매일 밤 늦게까지 하는 야근은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점심 저녁 식사는 운영비로 처리할 수 있어서 식비가 거의 들지 않았고 탕비실에 있는 커피, 차 등도 잘 보충이 되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다 하더라도 사장님이 뭐라고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의 소요 보충을 위해 하즈키 씨가 수고스러워 지기에 가끔은 시간이 나면 하즈키 씨를 대신해서 주변 마트에서 차실 용품을 사오곤 했다.


  "그러고 보니 생강구이 정식... 맛있었지. 근데 하즈키 씨가 먹은 비프 스튜 정식이 더 맛있어 보이긴 했었으니까, 다음엔 그거로 먹어봐야겠다."


 점심 때 하즈키 씨와 들린 백반집이 꽤나 괜찮은 곳이었기에, 나중에 기회가 들릴 때 또 가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입맛을 다시는 와중이었다.


  띠링~


  "뭐, 뭐꼬!? 이 시간에 누가... 학교?"


 사무소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잘못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통상 학교가 끝나자마자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 사무소를 향해 일직선으로 서두르는 아이돌은 잘 없기에, 게다가 그걸 감안하여 하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 연습이나 업무 등의 일정을 잡기에 지금 즈음이면 아무도 없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아, 시라이시... 지금 통화 괜찮니?"


  "서, 선생님... 네. 괜찮아요."


  "다행이다. 바쁜데 미안하구나. 진로 조사표에 대해 말인데..."


 핸드폰의 통화음을 꽤 높이 설정한 탓에, 츠무기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말하는 인물의 목소리가 주변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들려왔다. 남의 대화를 몰래 엿들으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지만, 진로 조사표 라는 내용이 들리자 자연스레 대화 내용에 집중이 되었다.


  "어... 죄, 죄송합니다. 제출 날짜는 알고 있었는데요..."


 츠무기는 이내 말을 멈추고는 머뭇거렸다. 10초가 넘도록 츠무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인내심을 가지고 츠무기가 이어서 말하기를 기다려주었다.


  "저기...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알겠어... 고민 되면 빨리 상담 받으러 와야 한다?"


  "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삑


  "하아... 집에 가서 아버지랑 이야기를..."


  "오, 진로 조사표야? 오랜만에 보네, 이런 거."


  "꺄아아아앗!?"


 전화를 끊은 츠무기의 바로 뒤에서 갑작스레 말을 걸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이 츠무기는 깜짝 놀라서 제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평소 알던 대로의 츠무기라면 이제부터 온갖 매도의 발언을 쏟아낼 것이다.


  "다, 당신... 언제부터!?"


  "얼마 안됐어. 1분 정도?"


  "그,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츠무기는 풀이 죽은 채로 탁상 위에 올려진 종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까 전화에서도 언급되었던 진로 조사표에는 츠무기의 학년과 반, 이름만 써있을 뿐, 장래희망을 쓰는 칸에는 그 무엇도 적혀있지 않았다.


  "한창 고민 중일 때긴 하지. 지금의 선택으로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까."


  "네..."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어?"


  "아직... 아직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그게..."


 안타깝게도, 아이돌은 수명이란 것이 있다. 아무리 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발버둥쳐도, 언젠가는 아이돌을 그만둬야 하는 날이 온다. 안 그런 직업이 어딨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아이돌 업계에선 그 날이 훨씬 빨리 찾아온다. 전에 어느 레이블 회사에선 일본 아이돌의 평균 수명이 약 3년. 길어야 5년이라고 평가를 내렸다. 간혹 10년, 20년 활동하는 아이돌들이 있긴 하지만 절대 다수는 그런 행운을 누릴 수가 없다. 대부분은 20대 초반이나 중반에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버리니 말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고민을 한다면, 아주 쉽게 아이돌이 되겠다는 결심을 내리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치. 하루 아침에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아이돌을 하기 전에 말야. 츠무기는 어른이 되어서 뭘 하려고 생각했어?"


  "예전에는... 어른이 되고 나서 언젠가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업이라... 츠무기네 아버지는 포목점을 하시고 있지? 생각해보니 아버지께서도 츠무기가 가업을 이어주는 걸 원하실 수도 있는데 말이야. 아버지께선 츠무기의 장래에 관해서 말씀한 적이 있으셔?"


  "어렸을 적에 지나가는 식으로 언젠가는 제가 가업을 잇게 될 거라고 말씀하신 적은 있으셨지만, 아이돌이 되고 난 후에는 아무 말씀 없었습니다. 물론 아버지께선 제 의견을 존중해주겠죠. 하지만..."


 츠무기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쉽사리 정하지 못하는 듯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게, 방금 츠무기에게 말해줬던 것과 같이 지금 하는 선택이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츠무기도 아이돌을 계속 하고 싶어할 것이다. 다만 이 일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에 대한 장래. 그리고 지금 카나자와에 계신 츠무기의 아버지가 이어나가고 있는, 어쩌면 츠무기가 이어나갈 수도 있는 가업. 그것들이 그녀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리라.


  "당신 생각엔 어떤가요?"


  "엣, 나?"


  "하아... 여기에 당신 말고 다른 누가 있나요?"


 갑자기 의견을 물어보는 츠무기의 말에 당황하자, 츠무기는 한숨을 폭 내쉬며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비록 더 말은 안하고 있지만, 츠무기는 어른스러운 답변을 해줄 거라 생각한 기대를 배신 당한 것에 대한 매도의 눈길을 보내주고 있었다.


  "음... 그래. 역시 말이지..."


 막상 이럴 때에는 츠무기에게 해줄 그럴듯한 말이 당최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진심을 담아 말해주면,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는 장래에 대해 츠무기도 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돌로 살아가는 것도, 카나자와로 돌아가 가업을 잇는 것도, 아니면 그 이외의 무엇이든 간에 츠무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니까.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지. 지금 츠무기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야. 직업은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데, 그걸 아무런 고민 없이 쉽게 결정해버리는 사람은 바보야."


  "..."


  "학교 선생님은 뭐... 아쉽겠지만 어쩔 수 없지.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봐. 따지고 보면 저 진로 조사표라는 것도 단순 참고용이니까."


  "그, 그렇지만... 제출 기한이 있는 건데, 그러면 선생님께서..."


  "선생님께서 그럼 어쩔 건데? 선생님이 뭘 할 수 있는데? 츠무기가 아직 못 정했다는데 뭐 선생님이 네 장래를 정해줄 거야?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거잖아."


  "프로듀서..."


  "츠무기 네가 진심으로 가기를 원하는 길이라면, 내가 끝까지 응원해줄 거니까."


 그 말을 듣자 아까까지 이런 저런 고민거리를 안고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츠무기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느새 푸른 두 눈을 반짝이며 빛내는 츠무기는,


  "역시... 변변찮은 당신이라도 이럴 때에는 괜찮은 말을 해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말하길 잘..."


  "그래... 츠무기를 평생 책임져줄 게 아니니까."


  "...에?"


 츠무기는 그 말을 듣자 멈칫하고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츠무기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일평생 너를 책임져줄 것도 아니잖아. 그야... 주변에서 조언은 해줄 수 있어도 선택은 너 혼자 하는 거거든."


  "책임져줄 것도... 아니잖아...?"


  "맞아. 그 누구도 네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어. 네 인생은 네거니까 말이야. 그러니... 음? 츠무기, 괜찮아?"


  "..."


 한창 말을 하는 와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어느새 츠무기의 낯빛이 갑작스레 어두워졌다. 아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영문이 있는지는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츠무기가 답하길 기다렸지만, 10초, 20초가 지나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츠무기, 너... 괜찮..."


  "먼저 레슨실로 가보겠습니다."


 갑작스레 표정이 어두워진 츠무기는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진로 조사표를 접어서 자신의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츠무기,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야? 그리고 레슨까진 아직 시간이..."


  "..."


 어떤 연유로 갑자기 츠무기의 태도가 바뀐 건지 정말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았다 하더라도. 설령, 츠무기가 갑자기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알았다 하더라도.


  "츠무기, 잠깐만 기다려봐! 츠무기!"


  "눈치 없는 사람."


 츠무기는 차가운 눈길을 보내주며 이어 사무소의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고는 나가버렸다.


  "..."


 설령 츠무기가 갑자기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알았다 하더라도, 그녀가 나가버리는 것을 막아설 수는 없었을 거니까.


  "언제쯤이면... 도대체 언제쯤이면 츠무기 너를 잘 알 수 있게 될까..."


 함께 시간을 오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 츠무기가 기뻐하고, 어떻게 해야 츠무기가 슬퍼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소망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리라. 왜냐면... 사람은 서로 타인이기에. 서로 남이기에 그런 본심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서로의 본심을 말해줄 리 만무하니까. 서로의 본심을 말할 리 없다는 건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으니까.



  "하즈키 씨, 고생 많으십니다. 이번에도 흔쾌히 츠무기에게 댄스 레슨을 해주셔서, 제가 부탁드리긴 했지만 그래도..."


  "프로듀서 님... 그..."


  "하즈키 씨...? 무슨 일 있나요?"


 츠무기가 사무소에서 뛰쳐나간 지 몇 시간이 지나고, 한창 하즈키 씨가 츠무기에게 댄스 레슨을 해주고 있을 때 연습실에 찾아갔다. 계속되는 격무에도 싫은 소리 한 마디 없이 츠무기에게 댄스 레슨까지 해주고 있는 하즈키 씨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위해, 그리고 아까 기분이 상해 보이는 츠무기가 지금은 어떤지 보기 위해 문 앞까지 찾아와서 하즈키 씨를 불러냈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저어... 츠무기 쨩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이라뇨? 츠무기에게 무슨 일..."


 츠무기의 상태를 하즈키 씨에게 물어보는 와중에 문에 난 창으로 레슨실 내부를 들여다보니, 하즈키 씨가 츠무기를 걱정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츠무기..."


  "아까도 몇 번이고 발목을 접질렸어요. 보면 알겠지만 츠무기 쨩, 엄청 아플 거에요. 지금도 보면 스텝을 밟는 와중에도 드러나고 있잖아요.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


 휴식 시간을 부여하고 나서 하즈키 씨가 잠깐 나온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어째 츠무기는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스텝을 밟는 와중에도 몇 번이고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것을 보면 츠무기는 어찌어찌 발목의 고통을 참아가며 연습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특이하다고 해야 하나, 이 정도로 의지력이 강한 사람은 주변에서 얼마 볼 수 없다. 그 점은 분명 칭찬해줄 만한 것이다. 그럴 만한 것이지만, 그런 의지는 모든 상황에서 칭찬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즈키 씨... 정리해서 먼저 사무소로 돌아가주세요. 저는... 저는 츠무기를 데리고 가볼 테니까요."


  "네... 그럼 츠무기 쨩을 부탁할게요, 프로듀서 님..."


 하즈키 씨는 떠나가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는지 츠무기가 있는 레슨실 쪽을 몇 번이고 돌아봤다. 쉽사리 레슨실을 떠나지 못하는 하즈키 씨를 보니 마음속에 조금씩 자라나던 부담감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츠무기를 데리고 사무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츠무기가 도대체 왜 이 정도로 심하게 스스로를 학대하는 거지? 츠무기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아까 보여준 차가운 태도와 연관이 있는 건가? 하지만 레슨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로, 츠무기가 왜 이럴까 아무리 고민한다 하더라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왜냐하면, 츠무기는 타인이니까. 서로 타인이니까, 알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츠무기."


  "..."


  "츠무기. 잠깐만 시간 좀 내줄래?"


  "..."


  "츠무기."


  "칫..."


 점점 심해지는 고통 때문인지 발을 조금씩 절고 있는 츠무기는 자신의 레슨이 방해 받았다는 것이 짜증난 것인지, 혀를 차고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주었다.


  "당신이군요... 수고스럽게 여기까지 오는 것이 귀찮을 것이기에 굳이 제 레슨을 봐주러 와줄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만..."


  "무슨 소리야 그게... 내가 귀찮아할 리가 없는 건 츠무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바보 같은 소리..."


 좁은 레슨실을 가득 채우는 그녀의 적개심을 눈치채지 못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츠무기는 자신의 푸른 눈을 잔뜩 일그러트리고는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적개심이 누구를 향하는지 깨닫자, 점점 가슴 한구석을 바늘로 찌르는 것만 같았다.


  "츠무기. 너는 바보가 아니라서 잘 알겠지만, 고통이 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


  "..."


  "고통은 신호거든. 지금 츠무기의 발목이 아픈 건, 네 발목이 '나는 많이 다쳤으니까 심하게 움직이면 안돼' 하고 너한테 말하고 있는 거야. 비록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자신이 아프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무시하는 이유는 뭐야?"


 날카로운 눈매로 노려보고 있던 츠무기는 그 말을 듣자 이를 악물었다. 제삼자가 본다 하더라도 그녀의 분노가 점점 자라만 간다는 것을 모를 수 없을 정도였지만, 가장 알고 싶었던 그 이유는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다.


  "고통... 신호... 아프다고 하는 것... 당신 말이 맞습니다. 그럼 당신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왜... 어째서... 아프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무시하는 이유는 뭔가요?"


  "...뭐?"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다. 왜 츠무기에게 해준 질문을 다시 그대로 되돌려주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츠무기가 이렇게 적의를 품고 분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같이 보낸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그녀를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츠무기를 이해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됐습니다... 역시 당신이라면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고 알고 있었으니까요."


  "츠무기..."


  "그리고, 제가 레슨을 더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도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직접 말해드리겠습니다. 스케줄 중간에 영업 일정이 생긴 만큼, 레슨에 할당할 시간이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니 얼마 안되는 레슨 시간에 더욱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인데, 당신은 이걸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제가 왜 이렇게 아픈 걸 참아가며 춤을 추는지, 그리고 그게 과연 누구 때문인지?"


  "..."


 마음이 아팠다. 바늘이 아니라 비수로 가슴을 내리찍는 것만 같았다. 그 아픔이 츠무기가 명백하게 보여주는 적개심과 비난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발목 뿐만이 아닌 다른 곳도 아파하는 츠무기의 모습을 보는 것에서 비롯된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츠무기. 말했지만 이건 너를 위한..."


  "저를 위한 것이란 말은 전에도 했었습니다. 시즌 3때에도 그랬잖아요. 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당신이 했던 것들. 설마 다 잊어버렸다고 하는 건가요?"


  "..."


 그 말을 듣자 말문이 막혀버렸다. 츠무기가 언급한, 이전에 그녀에게 했던 것들을 비롯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츠무기가 스스로 무리하는 이유가 누구 때문인지 다시금 떠올리자 밀려드는 죄책감으로 인해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설령 츠무기의 말이 맞다 하더라도, 정녕 그녀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 하더라도, 눈물을 머금은 유리처럼 푸른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츠무기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말을 꺼냈다.


  "됐습니다. 전 마저 레슨을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


  "츠무기. 너는 지금 즐겁니?"


  "...하? 당신은 제가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이나요? 지금 같은 상황에도 그딴...!"


  "츠무기는, 아이돌 활동이 즐겁니?"


  "그야 당연히 즐거울 리가...!"


 어느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폭발하여 분연히 소리치는 츠무기는, 이내 자신이 한 말에서 무언가 깨달은 듯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야... 그야 당연히..."


  "아이돌 활동이 즐겁지 않다면, 츠무기는 아이돌을 왜 하고 있는 거니?"


  "그건 당신이... 그건 당신이..."


 츠무기는 목이 메어서 그런지 말끝을 맺지 못하고는, 이내 그녀의 두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츠무기..."


  "당신... 당신이 원하는 대로... 레, 레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까까지 드러나고 있던 명백한 적대감은 온데간데 없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보이는 츠무기는 자신의 짐을 챙기고는 레슨실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츠무..."


 힘없이 걸어가는 츠무기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녀에게 멈춰달라고 해도 거절당할 것이 분명할 거란 생각에 주춤하고는 멈춰버렸다. 잠깐이라도 멈춰줬으면. 잠깐이라도 말을 더 들어줬으면. 그런 이기적인 소망은 품기만 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츠무기는 잠시 멈춰서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잠깐만, 츠무..."


  "당신은... 당신을..."


 울먹이는 목소리로 뭐라 말을 더 하려는 츠무기는 이내 침묵하고는 눈을 감았다. 닫힌 두 눈의 틈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채, 츠무기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었다.


  "..."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슬픔을 달래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녀의 아픔을 낫게 해줄 수 있는지. 그런 상황에서 츠무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고작...


  "미안해..."


  "그럼... 그럼 내, 내일... 뵙겠습니다..."


 발을 조금씩 절며 레슨실 밖으로 나가는 츠무기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물로 울며 슬퍼하는 츠무기의 얼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츠무기... 너는 아이돌 활동이... 즐겁니..."


 하지만 이미 레슨실을 나가버린 츠무기에게서 그 답변을 들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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