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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edol)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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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0, 2024 17:50에 작성됨.
아이돌들과 함께하는 것은 팬들뿐만이 아니다. 팬들은 각자의 삶이 있기에 공연이나 팬 미팅 같은 행사를 제외하면 같이 있을 수 없지만, 저 생명체들, 크고 작은 생물체들은 언제나 아이돌들과 함께 있다.
또한 아이돌이 아닌 사무원들과도 함께 하고, 또 연예계와는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이 생물들이 함께 하는 기쁨이 주어진다.
그리고 나에게도, 저 생물들이 함께 한다.
아아, 물론 알고 있다. 저 생물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모습부터 책에서나 볼 법한 환상종의 모습, 심지어는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모습까지, 그런 모습을 지닌 생명체들.
세상은 이들을 ‘포켓몬’이라고 부른다.
세상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예전의 세상은 보통 그렇듯이, 직장인들은 회사로, 학생들은 학교로, 아이돌들은 무대와 스케줄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아주 단순하고도 보편적이며 일상적인 날들이 반복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이곳은, 그리고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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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대략 2년 전, 어느 날이었다.
그날, 나나오 씨는 고된 레슨을 마친 뒤, 시어터 옥상에 올라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레슨을 마쳤을 때는 어두운 밤이어서, 옥상에서 보이는 것들은 온통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거리의 광경이었다.
“언제나 보는 광경이지만, 그래도 무척 멋있는 광경이네...”
그렇게 감탄하며, 한편으로는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자 했다. 벌써 밤이기도 하고, 또 조금 있으면 시어터 전체가 소등하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집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리는데, 시어터 옥상 한구석에서 무언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 나나오 씨는 그것을 그저 난간 사이로 비친 네온사인 정도로 생각했다. 이 주변엔 빛나는 건물들이 워낙 많으니까 말이지.
그런데, 그 빛은 네온사인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밝았다.
“좀 이상한데? 왜 저렇게 밝지?”
뭐랄까, 네온사인이라기보다는 해가 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빛이라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저녁 혹은 밤, 태양은 진작에 저물어 저 지평선 뒤로 숨어버린 시간이다. 아무리 네온사인이 밝아도 태양 빛에는 비할 수 없지.
결국 나나오 씨는 홀린 듯이 그 빛으로 다가갔다. 빛은 생명을 가진 건 아니었는지 빛나는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나나오 씨의 손에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나오 씨의 손이 빛에 닿았을 때, 그것은 자신을 조금씩 드러내었다.
“엥?”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마치 그 안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듯, 나나오 씨의 손에 잡혔다.
“뭐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나오 씨는, 빛에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그러자, 나나오 씨의 눈앞에는 어떠한 세계가 펼쳐졌다. 그 안에서 비추어지는 태양이 이 빛의 근원이었고, 빛 속에서 펼쳐진 세계 속에서는 크고 작은 생물체들이 들판에서 뛰놀고 있었다.
“뭐야, 저게?!”
순간 나나오 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한참이나 빛나는 세계와, 그 안에서 사는 존재들을 바라보았다.
퇴근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어터를 점검하던 아오바 씨가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 그다음 날까지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로부터, 나나오 씨가 보았다는 빛과 그 세계는 시어터와 사무소에서 나타나기도 했고, 외부의 다른 장소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목격담이 하루에 거의 두세 번씩은 들려왔고, 신빙성이 의심될 만하면 그 세계와 생물체들을 찍은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세상은 어느새 들어와 살기 시작한 그 생물체들에 대한 소식으로 난리법석을 이루었고, 근 반년간은 이 불청객들에 대한 정부의 논의와 적응의 시간으로 가득했다.
그들이 어떻게 이 세상에 왔는지는 아직까지도 불명이다. 그나마 가장 유력한 가설은, 이 세계의 사람들이 그랬듯 그들 생물체도 그 ‘틈새’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빛 가운데 존재했던 틈새를 보고서 생물체들의 세상을 알았듯이, 그들 또한 그 틈새의 존재를 알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틈새가 넓어지고 문이 되었을 때(틈새가 커진 게 그 세계의 운명이었는지, 아니면 그들이 스스로 열고 나온 것인지 또한 불명이다), 그들은 이 세상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소수 가설 중에는, 발견했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그 공간을 물리적으로 열었고, 그 때문에 그 생물체들이 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말도 있다. 만약 누군가의 의도적인 개방이라면 생물체들은 특정 지역에서만 목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생물체들은 전국적으로 나타난 바, 세계를 본 모두가 공간을 열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수 가설은 소수인 이유가 있는 법이지.
이외에도 몇 가지 가설이 있으나,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CCTV를 확인해보아도 불명이라나.
내 생각에 논의는 잘 모르겠지만, 적응에서만큼은 그래도 나름 순조로웠던 것 같다. 이 생물체들은 일반적인 동물과는 달랐는지, 사람이 무언가 말을 하면 이를 바로 알아듣는 듯한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그러면서도 지능이 있는 듯 위험해 보이는 사람의 말은 듣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히 인간 기준에 맞추어진 위험과 안전의 기준을 꽤나 잘 알고 있었으며, 때로는 그들도 그것을 준수하곤 했다.
하지만 호好의 영역이 있으면 불호不好의 영역도 있는 법, 아무리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 해도 그들 역시 생명체다.
개중에는 생물체들과 함께하는 삶을 꺼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주로 농촌 지역 사람들로, 어디선가 나타난 이 생물체들은 밭의 곡식들이나 열매들을 훔쳐먹기가 다반사였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키노시타 씨의 할머님도 녀석들에게 피해를 입은 바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농부들은 농사를 짓고 작물을 재배하면서, 동시에 언제 올지 모를 생물체들을 경계하기까지 해야 하는 고충을 갖게 되었다. 내가 정확한 수치나 감소율은 모르나, 생물체들로 인해 그 해 농사가 흉작이 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
이는 농촌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시의 사람들 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시는 도시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교통 문제가 있겠지. 생물체들 중에서는 체격이 매우 큰 녀석들도 있어서, 그들이 한 번 도로에 발을 들이면 다 지나갈 때까진 자동차가 전진할 수 없다. 게다가 한 마리만 그렇게 지나다니면 차라리 낫지만, 때로는 떼 지어서 지나갈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잘 가고 있다가 예상치 못하게 시야 사거리에서 뛰쳐나오는 바람에 추돌사고가 날 때도 있어서, 전국적으로 생물체들에 대한 규율과 통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동안 혼란이 소강될 줄 몰랐다.
아무튼 그렇게 나타난 새로운 입주민들에게, 사람들은 나름대로 적응해갔다.
그 생물체들에게 포켓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여러 가지 도구를 개발했다. 예를 들자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공이라든가, 또는 포켓몬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본딴 옷이나 필기구들.
또한 옛날 조상들이 동물들을 이용해 소싸움이나 투우, 경마와 같은 스포츠를 만들어 즐겼듯이, 지금의 사람들은 포켓몬 배틀뿐만 아니라 포켓몬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가지 스포츠를 창설했으며, 이를 위한 체육관도 여럿 건립되었다. 또한 스포츠 외에도 포켓몬 페스티벌 같은 여러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기도 했고.
물론 이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사람이 있고 동물이 있는 장소라면 늘 그렇듯이, 어디선가 나타난 동물보호단체가 ‘포켓몬 권리위원회’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포켓몬의 자유를 보장하라!”
“포켓몬에 대한 학대를 중단하라!”
며 난리를 치기도 했다. 나도 예전에 거리를 지나다니다가 그네들의 시위를 본 적 있었는데, 진정 포켓몬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쪽은 그짝들 같았다.
멍청한 인간들, 즈그들도 포켓몬 본 지 얼마 안 됐으면서. 같잖은 포켓몬감수성 역겹다고.
하여튼 사람들은 포켓몬과의 공존을 기치로 삼았고, 그렇게 지금에 이르렀다.
아이돌 분들은 적극적으로 포켓몬을 이용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뮤직비디오에 등장시켜 인지도와 화제성을 끌어올림으로서 아이돌 업계를 이끌어가는 트렌드로 발전시켰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너무나 보편적인 전략이라 특별할 것 없게 되었지만.
트렌드가 그렇다 보니, 아이돌 분들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사항 중 하나는 ‘포켓몬 수집’이다. 포켓몬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뮤직비디오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감성들이 잘 전달되니까. 이를 위해 세상에는 돈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필요한 포켓몬을 대여할 수 있는 ‘포켓몬 대여 서비스’가 새로 생겼는데, 연예계뿐만 아니라 여러 업종에서 무수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언뜻 듣기에는 포켓몬을 물건마냥 사고파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대여소에서는 말 그대로 포켓몬을 대여해줄 뿐, 먹이라든가 다른 부가적인 요소들은 빌리는 쪽에서 해결해야 하며, 대여 중 입은 상해나 부차적인 피해들 역시 빌리는 쪽에서 보상해야 한다. 말하자면 의상 대여 서비스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지.
비록 내가 포켓몬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적은 없지만, 포켓몬 수집에 관해서는 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이돌 분들 못지않게, 어쩌면 그분들보다 더 포켓몬 찾으러 다니는 걸 좋아해.
만약 포켓몬이 좀 더 일찍 이 세상에 왔다면, 난 의사가 아니라 생물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여기 373 프로덕션 시어터 지부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포켓몬 전문 클리닉이라도 개업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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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옛날 이야기는 이걸로 끝내자. 일이 그렇게 된 이후로는 평소와 다를 것 없으니까. 물론 세세하게 따지면 다른 이야기도 좀 있긴 한데, 그냥 여기서 끝낼래.
하여튼 내게도 좋은 포켓몬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대표적으로 다크펫(어둠대신일 때부터 키워온 애야)이랑 배바닐라, 모르페코, 엑스레그, 춤추새(보라꿀을 먹였다), 마기아나, 기타 등등. 마기아나는 굉장히 구하기 힘들었어. 그 애 찾으려고 평생 가본 적도, 갈 일도 없던 곳까지도 가봤다고.
각 포켓몬별로 사연이 하나씩은 있는데, 그걸 다 이야기하면 이 이야기가 안 끝날지도 모르니 생략할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데리고 있는 포켓몬들은 모두 사무원이라는 직업에도, 의사라는 직업에도 어울리는 애들은 아닐 것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 아이들을 고른 기준은 직업정신이라든가 실전용이 아니니까.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녀석들로 골랐을 뿐이다. 성능이야 뭐 내가 키우기 나름이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아. 잉여킹이라고 불리는 잉어킹도 진화하면 강한 갸라도스가 되듯이, 아무리 스탯이 좋지 않아도 잘 키우면 나름 쓸 만한 포켓몬이 될 테니까.
미츠키와 사유메도 포켓몬을 각각 대여섯 마리 정도 갖고 있다. 미츠키와 사유메가 모두를 다 보여주지는 않아서 정확히 누구누구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미츠키가 코사카 씨와 시어터 옥상에서 포켓몬 배틀을 했을 때, 그때 꺼낸 포켓몬이 만타인과 두드리짱, 그리고 브리두라스였던 게 기억나. 3:3 대결이라 다 꺼낸 건 아닐 테니, 아마 저 셋 말고도 더 있겠지.
그리고 사유메는 여러 타입의 포켓몬을 혼용하기보다는, 체육관 관장처럼 한 타입 포켓몬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듯했다. 내가 본 포켓몬만 말한다면 누오, 어치르돈, 돌핀맨 정도인데, 모두 물타입이다. 물론 그들이 전부인 게 아니라서 우연히 물타입만 본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머지 숨겨진 포켓몬들도 정말로 모두 물타입일 수도 있다.
게다가 포켓몬 대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켓몬의 수가 최대 6마리인 거지, 최대 소지 포켓몬의 수가 6마리인 건 아니다. 당장 나도 상술한 포켓몬들 말고도 몇 마리를 더 가지고 있는걸. 그렇기에 아마 미츠키와 사유메도 6마리가 전부는 아니겠지.
시어터의 아이돌 분들도 포켓몬을 평균적으로 서너 마리씩은 갖고 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시어터 내에서는 포켓볼에 실을 붙여 장식하는 유행이 돌고 있는 듯한데, 이미지로 먹고 사는 아이돌의 특성이 반영되어, 포켓몬 또한 최대한 화려하고 예쁘게 등장시키고자 경쟁하는 거라고 한다. 최근엔 미츠키도 이 유행에 참여했더라고. 사유메는 진작에 하고 있었고.
나는 어떠냐고? 뭐, 아무런 장식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디네이트에 딱히 목매지도 않는다. 다크펫은 타이머볼의 이펙트로도 충분하고, 춤추새는 다크볼의 검은 안개 정도면 만족이야.
왜 다크펫을 다크볼로 안 잡고 타이머볼로 잡았냐고 물어볼까봐 미리 대답하자면, 내가 어둠대신을 잡을 땐 아직 다크볼을 안 갖고 있었어. 동네 매장에서 타이머볼이랑 다크볼이랑 같이 파니까 두 개 다 같이 샀으면 좋았을 텐데, 그땐 거기까지 생각이 안 닿았지. 당시엔 누구를 잡을지에 대한 계획도 명확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타이머볼의 이펙트가 내 취향이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고 춤추새를 잡을 즈음일 때에야 본격적으로 다크볼을 사용했었지.
...이렇게 들으니까 내가 무슨 몬스터볼이라든가 슈퍼볼, 하이퍼볼은 전혀 사용 안 한 사치스러운 부르주아 같네. 일반적인 몬스터볼도 다 사용했는데. 오히려 다크펫이랑 춤추새가 특이 케이스일 뿐이지.
하여튼 나도 몬스터볼에 실을 붙이는 코디네이트를 하긴 했어. 크게 관심 없어서 많이는 안 했을 뿐. 내가 페스티벌 나갈 것도 아니고, 누구 앞에서 이목을 끌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뭘 그렇게까지 화려한 장식을 달겠어.
생각해 보니 아이돌 분들이 처음 포켓몬을 잡고 키웠을 땐 그 열기가 절륜했다. 물론 다들 지금도 포켓몬 수집과 트레이닝을 좋아하시지만, 그땐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 얼마나 열기가 거셌는지, 아이돌 분들, 심지어 전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분들마저도 대부분 출근 도장만 찍고 바로 포켓몬 잡으러 다니기가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나이가 어린 분들은 사무소나 시어터를 중심으로 멀지 않은 지경만 돌아다녔지만, 고등학생이나 그 이상의 나이 분들은 도쿄를 벗어나 오사카, 나라, 교토, 센다이, 심지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닐 때도 있었지.
때로는 정도가 지나쳐서 스케줄을 펑크내는 분도 있었고, 참여는 했으나 포켓몬 생각만 하느라 스케줄에 집중하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 이것이 그대로 시어터의 신용과 직결되어서, 불어오는 뒤처리를 하느라 좀 고역이었지만.
그리고 제아무리 포켓몬이 좋아도 그분들의 본직은 아이돌, 평소라면 당연히 받았고 또 받아야 하는 레슨 또한 제대로 임하지 못했으며,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자신들의 포켓몬과 놀아주곤 했다. 또한 시어터 대기실과 사무실의 책장에 진열되어 있던 아이돌에 관한 책들은 새로 들어온 신간 포켓몬 도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결국 맨 밑단에 방치되어 먼지만 쌓이곤 했다.
이렇듯 아이돌 분들의 포켓몬 피딩 열풍이 매우 과하였기에, 언젠가 미츠키가 말하기를
“여긴 이제 아이돌 프로덕션이 아니라 포켓몬 피딩센터군요.”
하였고, 실제로도 그 말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이 정도면 포켓몬에 대한 애정이 큰 걸 넘어 중독 증세 아니야? 물론 나도 포켓몬 정말 좋아해. 그 마음은 아이돌 분들 못지않다고 자부할 수 있고. 하지만, 난 적어도 내가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치면서까지 포켓몬 포획과 피딩에 몰두하지는 않았다. 포켓몬들에게 신경쓰되 내가 해야 할 업무와 양립해 워라밸을 맞췄지. 하지만 아이돌 분들은 워라밸을 맞추지 않았고, 라이프 쪽에 과도하게 치중되어 본래의 일을 등한시했다.
나이가 어린 분들은 그나마 괜찮다. 그 나이대에는 뭔가 꽂히는 게 있으면 달려드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다만 어른이신 아이돌 분들이 원숙한 성품과 이성, 어른의 본분으로서 다른 아이돌 분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동시에 아이돌로서의 본분을 다시 되새기게끔 해주시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어른 분들이, 다른 아이돌 분들에게 주의를 주기는커녕 분별없는 포켓몬 피딩에 앞장서서 빠져드는 모습에, 난 도저히 실망을 금치 못했다. 웬만해서는 후회나 자괴감을 잘 느끼지 않는 내가
“내가 여기에 들어온 것은, 이곳에 입사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던 건가?”
하는 생각조차 들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이게 시어터 내에서만의 일이 아니었는지, 가끔 아이돌 분들의 본가로부터 연락이 오곤 했다.
“우리 아이가 어느새부턴가 포켓몬 기르는 일에 빠져서 밥도 잘 안 먹고 공부도 잘 안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이쯤되면 나도 모르겠다. 나와 오토나시 씨, 아오바 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사내 교육을 잘 시키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뿐이었다.
결국 이 사태-어쩌면 참극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를 보다 못한 타카기 사장님은 아이돌 분들에게 엄포를 내리기시를
“포켓몬을 잡고 돌보는 것은 아이돌 제군들 개인의 자유이며, 회사도 이를 보장하네. 허나 그로 인해 스케줄 이행이 불성실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
“만약 추후 유사한 사유로 불성실한 태도로서 회사의 신용에 흠을 내는 행위를 반복할 시 당사자에게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며, 극단적 경우 해고 조치하겠네.”
하였다.
다행히 이 엄포가 어느 정도는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 이 이후로는 아이돌 분들의 중독 증세가 점차 해소되어 갔고,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레슨과 스케줄에도 다시 성실히 임하기 시작했으며, 한편으로는 올바른 포켓몬 피딩을 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일주일에 3번씩 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아이돌 분들이 지금까지의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정신을 차리니 지금까지 엉망진창으로 굴며 제대로 하지도 않았던 스케줄들의 후폭풍이 아이돌 분들을 덮쳐오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다들 한동안은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니며 그동안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레슨과 촬영들에 임하느라 바빴다. 촬영 스태프들과 레슨 트레이너들에게 고개도 많이 숙여야 했고, 그런 만큼 더 열심히 일해야 했지. 그 과정에서 포켓몬을 케어할 시간 따윈 조금도 나질 않았지. 오죽하면 그 순간만큼은 포켓몬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시어터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되었을 정도였다니까.
그렇게 손이 발이 되도록,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열심을 다한 결과, 다행히 스케줄도 정상화되고 373 프로덕션 시어터 지부의 신용도 어떻게든 회복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이 있고 난 뒤, 아이돌 분들은 시어터 공연장에 모여 한 가지 규칙을 세웠는데, 아이돌의 본분과 포켓몬 트레이닝을 조화시키자는 것이다. 듣기에는 실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돌 분들은 그 당연한 것도 제대로 못 한 과오가 있기에 이제라도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본래는 시간표를 만들어 아이돌 트레이닝과 포켓몬 트레이닝을 구분하고자 했으나, 각자에게 주어진 스케줄이 다 달라서 무산되었고, 결국 가열차게 토론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아 문장적인 조항으로 결정짓게 되었다.
아이돌 분들이 창안한 규칙 조항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1. 대기실에 포켓몬 피딩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은 포켓몬이 그 곳을 벗어나게 하지 말 것.」
이게 무슨 뜻이냐면, 예전에 아이돌 분들이 포켓몬을 자유롭게 키운답시고 풀어놓는 바람에, 녀석들이 제멋대로 시어터를 돌아다니면서 사고를 치곤 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아이돌 분들 스스로가 자신의 포켓몬을 제대로 통제하겠다는 의미이다.
「2. 레슨 시 포켓몬을 데려가지 말고, 스케줄 이행 시에는 자신의 포켓몬을 포켓볼 내에 넣어둘 것.」
1번 조항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3. 레슨 및 스케줄 이행 시에는 머릿속에서 포켓몬에 관한 생각 일체를 지울 것.」
말만 들으면 좀 그렇긴 한데, 이 조항의 의미는 ‘포켓몬 걱정하느라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는 안된다’이다. 그동안의 불성실한 스케줄 이행에 대한 반성적인 규칙인 셈이다. 뭐, 그런 걸 차치하고서라도 사실 포켓몬들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지양하는 게 좋다.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정치인 걱정, 연예인 걱정, 포켓몬 걱정이라고. 마지막 말은 처음 듣는다고? 당연하지. 내가 방금 갖다붙인 거니까. 그만큼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옛날 이야기는 그만두겠다고 했었는데, 말하다 보니까 또 옛날 이야기를 하고 말았네.
하여튼 이 모든 규칙들은 처음 만들어진 이후로 토씨 하나 안 바뀌고 지금까지 잘 지켜져오고 있다. 모두들 아이돌로서의 일도, 또 포켓몬 트레이너로서의 모습도 착실하게 보여주고 있어. 분명 옛날이었다면 생각도 못 했을 상황이지만, 이제는 모든 게 바뀌었으니까. 세상도, 사람도.
그러니까, 앞으로는 지금의 이야기를,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아이돌 분들과, 포켓몬들이 이루어내는 시너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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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써보았습니다.
기존 EQUAL 시리즈의 베이스가 원피스 악마의 열매인데, 배경은 기존과 유사하게 하고(살짝 변경해서) 베이스만 포켓몬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말씀드렸었죠.
문제는 제가 포켓몬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만약 이 스토리로 계속 연재하게 되면 포켓몬 배틀하는 장면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어요.
여기 아라이의 신상은 따로 창이게에 올릴게요.
진행 방식은 EQUAL시리즈처럼 대본 스타일과 이 글처럼 소설 형식을 병기할 예정입니다.
미나미도령 앞으로도 간바리마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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