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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31.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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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8, 2024 00:28에 작성됨.
31.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그... ...어...렸...야 ...는데...」
어느새 「W.I.N.G.」 시즌 3을 마치고 시즌 4로 넘어가게 되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 과정이 썩 순탄치는 않았다. 츠무기와 서로 상처 입히고, 서로 상처 받고... 그렇게 그대로 영영 끝나버릴 줄 알았다. 그 모든 것이. 하지만 간절한 부탁으로 츠무기는 다시 아이돌을 하게 되었고, 돌아온 그녀는 곧 있을 오디션에서 자신의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였다.
「그... ...어...렸...야 ...는데...」
비록 오디션에선 니치카에게 등수가 밀렸지만, 목표 팬 수를 모으는 데는 성공하여 다행스럽게도 결승 전의 마지막 시즌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츠무기의 실력도 많이 늘어서 평범한 아이돌과 붙어도 질 리 만무할 정도로 성장하였고, 무엇보다 츠무기와의 사이가 더 가까워짐에 따라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해 의견 충돌로 다투는 일도 적어져서 시즌 4의 도전은 시즌 3과는 다르게 더 원만할 것이다.
「그... ...어...렸...야 ...는데...」
...시즌 4를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오만한 생각을 했었다. 그 때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까.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한가한 어느 날의 사무소, 책상에 앉아 사무 업무를 하던 와중에 무심코 앞에 놓여진 소파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
사무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일반적인 가정집과 같아서 그런지,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 TV를 감상하고 있는 츠무기는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거실에 있는 TV를 감상하는 여고생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훗..."
윤기가 나는 은발, 새하얀 피부, 맑은 하늘과 같은 푸른 눈동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절로 드러나는 명문 자제와도 같은 기품... 이 모든 것이 그녀를 평범한 여고생과 차별화하는 것들이었다. 츠무기를 카나자와에서 처음 보기 이전까지 그녀가 아이돌 제의를 받은 적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가만히 둬도 돋보이는 아이를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거지? 그렇게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츠무기는 그 시선이 느껴지는 몰라도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
"..."
그렇게 서로의 눈을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자, 그제서야 서로 빤히 아이 컨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그리곤 곧 츠무기가 변태라고 매도할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츠무기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방금 뭐였지? 무슨 사춘기 학생이냐?! 왜 눈 마주쳤다고 시선을 피해?'
츠무기에게서 언제 매도를 들어도 할 말이 없기에 그녀에게서 변태니 뭐니 하는 매도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반대로 예상 외의 인물이 매도를 하기 시작했다.
"에에... 방금 뭐죠...? 제가 보고 있는 게 맞나요?"
"어어... 니치카?"
"시라이시 씨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프로듀서 님은 한창 사춘기인 학생인가요? 아직 젊어서 퍽이나 좋겠네요! 이게 청춘인가 보네요, 그렇죠!?"
"그, 그게 말이지..."
츠무기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 같이 TV를 보고 있던 니치카가 이 광경을 보더니 냅다 매도를 퍼붓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니치카는 제법 화가 난 건지 볼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 사무소에서까지 이런 행각을 보이는 건 뭐에요!? 염장질인가요? 네~ 뭐! 한창 사이 좋을 때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고 그런 거겠죠!"
"아니 저기 그... 니치카 씨...? 제 말을 좀 들어보시는..."
"우와~ 그럼 제가 오해한 건가요? 대-단하네! 제가 지금까지 본 게 다 헛것이었나 보네요, 그쵸! 언니!! 뭐라고 좀 해봐!"
그러자 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하즈키 씨는 작게 미소 지으면서,
"니치카~. 부러운 거야~? 후훗...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야지 그렇게 질투하면 안된다고~?"
"하, 하아!? 어, 언니! 바보인거야!? 내, 내가 그런 걸 질투할 리가! 애당초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어느새 얼굴이 새빨개진 채 자신의 언니에게 소리치는 니치카를 뒤로 하고 하즈키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보다, 진짜? 뭐가 진짜라는 거지? 니치카가 했던 말에 의문이 생긴 찰나,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하즈키 씨는 뒷짐을 진 채로 허리를 천천히 숙이고는...
"프로듀서 님..."
"읏!?"
어느새 숨결이 귓가에 닿을 정도로 하즈키 씨가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하자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츠무기가 보고 있는데... 하즈키 씨에게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호랑이 앞에 선 토끼 마냥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프로듀서 님..."
"네...?"
"츠무기 쨩과... 진짜인가요?"
"엣, 네!?"
"츠무기 쨩과... 무슨 관계인가요...?"
귀에서 입까지 10cm도 안되는,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하즈키 씨의 속삭임을 듣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무슨 관계라니... 프로듀서와 아이돌인데... 근데 단순한 프로듀서 아이돌 관계로만 설명이 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츠무기가 전에 물어봤었지... 그, 그렇다면...
"그... 패... 팬과 아이돌입니다만..."
"어라~? 팬이라는 거군요~. 그런데 프로듀서 님~. 팬과 그 정도까지 하는 아이돌이 어디에 있을까요~? 손까지 잡고... 얼마 동안 같은 집에서 살고."
"읏!?"
"어머나~. 후훗, 그랬었군요~? 알기 쉽다니까요~."
어떻게 이걸 하즈키 씨가 알지? 하고 의문을 가지던 찰나에 하즈키 씨를 간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을 잡는 거는 어쩌다 우연히 그런 장면을 직접 보게 되어 알게 됐을 거라 치지만, 같이 살았다는 건 말하지 않으면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동안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 물론 확실한 물증은 없어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방금 한 번 떠본 것으로 하즈키 씨는 확정지었을 것이다. 작게 미소를 짓고 있는 하즈키 씨는 얼굴을 더 가까이 밀착시키면서,
"프로듀서 님~. 그러니까..."
"저, 저기!!"
갑자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 그 소리의 발원지인 소파 쪽을 돌아보자, 아까부터 아무 말이 없던 츠무기가 볼을 새빨갛게 붉힌 채 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프, 프로듀서!!"
"엣, 츠무기!? 왜?"
"읏... 저기, 그..."
하지만 그런 기세는 어느새 온데간데 없이 점점 츠무기의 고개가 내려가더니, 이내 어물어물 말꼬리를 흐리다 입을 꾹 닫았다. 츠무기가 왜 불렀는지, 그렇게 불렀는데 왜 더 말을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던 때였다.
"후훗~. 프로듀서 님~. 츠무기 쨩하고 미팅 있는 거 아니었나요~?"
그렇게 얼굴을 과할 정도로 가까이 대고 있던 하즈키 씨가 작게 웃으며 멀리 떨어지자 이어서 츠무기는 다시 언성을 높이더니,
"마, 맞습니다! 시즌 4의 일정에 대해 논의하자고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었나요?"
"에, 에? 그랬다고 네가? 그런 거 치곤 TV에 몰두해서..."
"당신이라는 사람은...! 아이돌과 한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입니까? 당신이 그러고도 프로듀서에요!?"
"아, 아니 왜 이렇게 갑자기 매도가 다시 매서워졌을까..."
"됐습니다! 얼른 따라 나오세요!"
라고 말을 하고는 일어서서 씩씩대며 사무소 밖으로 먼저 나가버렸다. 그렇게 문을 쾅 하고 닫는 소리가 들리자,
"우와... 프로듀서 님, 이래도 되는 건가요? 뭔가 사회적으로도 다른 거로도 이것 저것 엄청 위험하지 않나요?"
"윽... 그, 그러니까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는..."
"경찰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체포라는 건! 그니까... 으읍!!"
본격적으로 매도를 퍼부으려는 니치카의 뒤에 어느새 하즈키 씨가 다가와서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 기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니치카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바둥대며 하즈키 씨의 손을 자신의 입에서 떼어내려 했지만 하즈키 씨는 아무 흔들림 없이 니치카가 움직일 수 없게 꽉 잡고 있을 뿐이었다.
"니치카~? 이제 곧 연습이지 않니~? 슬슬 준비해~."
"으으읍!!"
"프로듀서 님~. 프로듀서 님도 잊고 있던 건 없나요~?"
"앗, 네... 츠무기하고 토의하고 오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벌어져 상황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츠무기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에 얼른 짐을 챙겨서 나갈 준비를 했다.
"..."
"저, 츠무기 씨?"
"흥..."
"혹시... 삐지셨나요?"
"하?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군요. 제가 삐져서 이렇게 있는 거라고 당신은 생각하는 것입니까?"
"아니 누가 봐도 삐진 거잖아..."
이후 스케줄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역 근처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로 위치를 옮겼는데, 사무소를 나서고부터 어째서인지 츠무기는 뾰루퉁한 얼굴을 지은 채 눈을 마주칠 때마다 눈매를 날카롭게 하고는 매섭게 째려보았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면, 당신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본인의 과오를 알아차리는 것이 안되는 것입니까? 그걸 당신이 깨닫기 전까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츠무기가 '네가 뭘 잘못한 지 몰라서 그래?' 모드로 나온 이상 평범하게 삐진 걸 달래는 건 물 건너 가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다시 기분을 풀어줄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정공법인 '일단 사과하기' 말고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그 점을 깨닫자 의자를 밀어 자리에 일어서고는,
"자, 시라이시 형님."
"...형님?"
"이렇게 프로듀서 아우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에에?!"
카페의 테이블 옆에서 먼저 오른쪽 무릎을 지면에 디디자 츠무기는 그 모습을 보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당연히 놀랄만 하긴 하지만,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그녀를 두고 마저 끊겼던 대사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프로듀서 아우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제 됐습니까?"
"아, 아니!! 지, 지금 무, 뭐 하자는 거에요!! 그리고 이제 안됐어요!"
미처 왼쪽 무릎을 마저 꿇기 전에 츠무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는 다가와 팔을 잡아 당겼다.
"일어나세요!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습니까!?"
"이 프로듀서 아우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츠무기 형님이 더..."
"이...! 당신은 정말로 바보인 것입니까!?"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던 카페의 사람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바로 수군수군대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와... 뭐야 뭐야? 잘못했다고 무릎까지 꿇리는 거야?"
"저런 거 조심해야 돼... 저렇게 무릎 꿇게 하는 것도 폭력이라니까?"
"근데 남자가 잘못해서 저러는 거일 수도 있지 않아? 안 그래?"
"근데도 좀 너무하다... 남친이 무릎까지 꿇었으면 좀 봐주지 오히려 더 화내는 거 보여? 쯧쯔..."
주변 사람들이 의도한 건진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수군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츠무기도 그 수군대는 말들이 잘 들리는지 어느새 그녀의 얼굴은 홍시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시라이시 형님. 용서해주시기 전까진 일어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돼, 됐어요!! 빨리 자리에 앉기나 하세요!"
옆에서 츠무기가 끈질기게 팔을 잡아당기자 못이기는 척 다시 츠무기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렇게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듯이 악동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자 츠무기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더니,
"정말이지, 몇 살입니까 당신은? 그렇게 아이처럼 재미있다는 듯 장난을 치고는... 방금도 재미있었나요? 제가 그렇게 곤란..."
"응, 재밌어."
"하아!?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이렇게 근심 걱정 없이 츠무기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츠무기 너랑 함께 계속 「W.I.N.G.」 을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네...?"
"그렇게 예전처럼 너한테 장난치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밌어서."
"..."
이렇게 츠무기에게 장난치고 노는 것은 두어 달 전만 해도 흔한 것이었다. 다 큰 어른이 고등학생 여자아이에게 나잇값도 못하고 아이인 것마냥 장난치는 모습. 반면에, 아직 고등학생일 뿐인 여자아이는 어른에게 마치 자신이 어른인 것마냥 훈계하는 모습.
"당신..."
하지만 때론 많이 다투었다. 의견이 맞지 않아서. 작은 오해들이 쌓이기 시작해서. 그것들이 점점 쌓이다가 이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을 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지경에 이르러 그 일상을 무너뜨려 버렸다. 그렇게 소중했던 것을 무너뜨리고 나서야 평화로웠던 일상을 그리워 하며 매일 절망하고 후회했다. 부디 츠무기와 웃고 장난치던 때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기적적으로, 그 소망은 마침내...
"...당신은 바보인가요? 저에게 이렇게 못된 장난을 치는 걸 내심 바라고 있었다니... 그리고 또 뭔가요,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게'? 아니, 당신 혼자만 웃는 거지 않습니까? 당신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츠무기가 짐짓 화난 표정으로 손가락질 하며 매도하고 훈계하는 것도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럼 저는 카페 모카로 주세요. 츠무기 너는?"
"저는... 블루베리 디럭스 팬케이크 스페셜에 말차로 부탁합니다."
"그... 아니다."
"하?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프로듀서?"
"아, 아닙니다 츠무기 씨..."
아까 츠무기에게 장난치느라 하지 못했던 주문을 마저 하고는, 차후 「W.I.N.G.」 의 방향성에 관련하여 츠무기와 토의하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럼, 츠무기. 뭘 하고 싶니?"
"그, 그렇게 뜬금없이 갑자기 뭘 하고 싶냐니..."
"「W.I.N.G.」 말야. 시즌 4는 어떻게 진행하고 싶어?"
"음...? 프로듀서. 이전엔 저한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없지 않나요? 대부분 저에게 '이번에는 이렇게 저렇게 할 거다' 라고 통보했으면서, 이번엔 뭐가 다른 것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은..."
츠무기의 말이 맞다. 지금까지 일정을 짤 때에는 츠무기와 토의하고 정한 적이 없었다. 왜냐면 그 일정들은 전부 '츠무기를 위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츠무기에게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니 너는 이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돼' 같이 말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일정을 츠무기의 생각대로만 짜면 안되겠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츠무기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옳으리라. 왜냐면 결국엔 츠무기가 직접 해야 하는 것들이니까.
"아니면 당신은 저를 어떻게 프로듀스 할 지에 대해 딱히 고심도 하지 않고, '네가 다 알아서 해라' 라는 그런 나태한 태도로...!?"
"에...? 아니 그런 반응은 도저히 예상도 못했다만... 음, 그렇지. 당연했던 거지만, 지금까지 잘 안 했었으니까. 결국에 츠무기 네가 걸어가는 길인데, 어떻게 걸어가고 싶은지 너의 의견을 듣는 건 당연한 거니까. 물론 츠무기는 일정 조정이나 대외 업무의 전문가가 아니야.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듯 네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츠무기에게 어떤 것이 최선인지 항상 고민하고 그에 맞춰서 계획을 짜겠지만, 무엇보다 너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
"프로듀서..."
츠무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마 간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았다. 츠무기가 어떤 생각을 하는 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몇 초의 침묵 뒤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아하니 그녀도 이 결정을 이해하는 듯 보였다.
"그럼, 이번 시즌 4 동안에는 결승을 준비하기 위한 연습..."
"아, 그리고 일정 관련해서 츠무기에게 미처 말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있는데."
"에?"
"시즌 3에서 츠무기가 보여준 활약을 보고 여러 회사들에서 연락을 해왔어! 광고나 홍보 같은 이런 저런 영업이 있는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잖아? 「W.I.N.G.」 끝나고 할 수 있긴 한데 그럼 조금 늦을 거 같아서. 너도 알다시피 츠무기의 아이돌 커리어는 「W.I.N.G.」 이 전부가 아니야. 「W.I.N.G.」 이 끝나고도 이어서 아이돌 활동을 하는데 크나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물론 츠무기 네가 지치지 않게 레슨과 영업 사이에 휴식을 꼭 넣겠지만, 이제 더 바빠질 거야."
"그치만 저는..."
츠무기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했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고 나서는, 츠무기는 하던 말을 흐리곤 꾸물대다 이어 입을 꾹 닫았다.
"츠무기? 왜?"
"아, 아닙니다..."
"그래? 그럼 이대로 할게?"
"네..."
이 때는 알지 못했다. 츠무기는 아무 생각이 없던 것이 아니란 것을. 츠무기는 정말로 이 결정에 승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츠무기는 이번 시즌 동안 영업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실력을 늘리기 위한 연습을 하고 싶었는데, 자신을 위해 노력해주는 프로듀서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일단은 납득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진즉 깨달았어야 하는데.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린 건 이미 평온했던 일상이 일그러지고 뒤틀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때였다. ...모든 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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