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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29. 백화요란(百花繚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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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24 20:27에 작성됨.

29. 백화요란(百花繚亂)



 1번 링크의 BGM을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츠무기...?"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10여분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인데 갑자기 대기실에 없다니. 시간이 촉박하여 가슴이 꽉 막히는 듯 했지만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고 침착해야 했다.


  "침착하자... 아무 말도 없이 떠나버릴 리 없지. 특히 가진 걸 다 두고 간 채로."


 만약 츠무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거나 했으면 최소한 말은 하고 갔을 것이었다. 전에도 오디션을 중도 포기했을 때도 그랬는데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날 리는 없다. 게다가 그녀의 개인 물품도 그대로인 만큼 이 오디션장을 나갔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츠무기~. 여기 손가방 좀 뒤질게~. 어 고마워~."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서 여기 없는 츠무기의 허락을 임의로 받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녀의 손가방을 확인했다. 손가방을 열고 안을 보니 스마트폰, 기본적인 화장품, 그리고 자주 그녀가 꺼내서 구경하고 노는 금붕어 지갑도 그대로 있었다. 츠무기의 지갑을 직접 만져본 적은 없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확실히 지갑 안이 지폐로 가득 차서 그런지 빵빵했다.


  "확실히 먹을 거에 돈을 아끼는 걸 본 적이 없긴 했지. 역시 집이 잘 살아서 그런가... 그나저나 몇 살인데 아직도 이런 지갑을 쓰나, 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아직 순수해서 그런 거겠지?"


 여자아이, 특히 아이돌의 소지품을 확인해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무심코 넋을 놓은 채 츠무기의 개인 물품들을 이리 저리 꺼내서 확인해보았다. 그렇게 얼마 동안 츠무기의 것들을 보다 문득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떠올렸다.


  "이런 걸 두고 갈 리는 없지. 잠깐 어디로 간 건가?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 하는데..."


 결국 자리를 잠깐 비운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늦지 않게 츠무기를 찾아야 하지만, 당장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단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별 수 있나... 주변을 다 찾아보는 수밖에."



 몇 분 후...


  "으으..."


 똑똑똑


  "읏... 안에 사람 있습니다..."


 똑똑똑


  "저.. 옆에 있는 칸막이에서도 탈의할 수 있습니다만..."


 똑똑똑


  "으... 대체 누구신데 이렇게..."


 츠무기는 아직도 긴장이 많이 되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는 듯 했다. 츠무기는 이어서 탈의실 칸막이의 커튼을 젖히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본 듯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프로듀서..."


  "어, 나야."


 아마 긴장을 한 츠무기는 혼자 좁은 곳에서 앉아있고 싶어할 것 같아서 그런 성격의 장소들을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확인했었다. 여자화장실, 비상구, 비어있는 대기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탈의실에 츠무기가 있어서 수색을 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당신... 제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아니 그보다 여기에 어떻게 들어온..."


  "너랑 같이 있는지 몇 달은 됐는데,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지."


  "읏... 같이 있는지, 라니..."


 힘이 없어 보이는 츠무기는 이내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도 기운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맨 처음 커튼을 젖혔을 때 본 츠무기의 모습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듯 했다.


  "지금은 좀 어때, 괜찮아?"


  "괜찮고 자시고 간에 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애초에 여기까지 당신이 굳이 따라올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 괜찮은거지? 정말이지, 난 바보네. 츠무기는 아무 걱정이나 그런 게 없는데 이렇게 탈의실까지 찾아오고 말야. 그럼 가자고? 10분 뒤에 시작이니까."


  "..."


 말은 이렇게 했지만, 츠무기의 얼굴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근심을 눈치채지 못할 수 없었다. 츠무기 또한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는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속마음을 알지만, 알지 못하는 척. 얼마 동안 그렇게 대치하고 있었을까. 츠무기가 이내 입을 열고는 말하지 않고 있던 속내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전에 당신이 만들어준 기회...  비록 옳지 않았지만 그걸 거절한 건 저의 선택. 그 선택으로 제 팬들을 저버리게 될 거라고는 당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선택 뒤에 따라오는 결과는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하는 건데..."


 츠무기는 괴로운 듯 그녀의 유리색 눈을 찡그리고는 공손하게 모으고 있던 두 손이 부들대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서 그걸 만회하고자 이번 오디션에서 최선을 다해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습니다. 이번에 좋은 무대를 보여주면 그래도 다시 절 좋게 봐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만약 이번에 뛰어난 무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W.I.N.G.」 에서 탈락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저를 좋아해주는 팬분들을 저버리게 되겠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만족스럽게 안무를 외운 것도 아니고, 아직 표현력도 부족하고, 1인분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런 아이돌인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요..."


  "츠무기..."


  "당신도... 아마 당신도 그러겠죠. 그때 저에게 그런 말을 한 것도 제게 실망해서 그랬던 거니까요... 「W.I.N.G.」 에서 탈락하면 이제 끝. 당신이 아무리 제 팬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이제 끝인 거겠죠... 팬으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있어줄 이유는 더 없으니까요..."


  "..."


 츠무기는 근 몇 주간의 일로 마음이 꽤 꺾인 듯 했다. 그런 그녀를 다독여서 바로 무대로 보내야 한다만, 과연 그런다고 츠무기가 마음 놓고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거로 괜찮을까? 지금 츠무기를 위해 해줘야 하는 건, 물론 무대로 갈 수 있게 하긴 해야 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하나 있다.


  "음~. 흠흠~. 휴대폰으로 동영상이나 하나 볼까~."


  "당신... 기껏 당신에게 제 속마음을 이야기했는데도..."


  "아, 마침 잘됐다! 츠무기도 여기 와서 봐봐!"


  "또 무슨 꿍꿍이를..."


  "여기 봐봐. 내가 전부터 빠져있는 아이돌인데, 엄청 귀엽기도 한데 노래도 엄청 잘 부른다?"


  "하아... 당신은 어쩜 그리 구제불능인지...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아이돌의 영상을 같이 보자고 하는 것입니까?"


 왠지 모르게 더욱 삐져버린 츠무기를 옆에 앉게 하고는 휴대폰을 들어 츠무기와 같이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휴대폰을 들고 츠무기에게 보여준 영상은 예전 오디션에서 츠무기가 했던 「お願い!シンデレラ (부탁할게! 신데렐라)」 의 무대 영상이었다.


  "앗... 이 무대 영상은... 저의..."


  "어때, 네가 보기엔? 난 아직까지 이 아이돌만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아, 아무래도 그건 지나치게 아부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보다 노래나 댄스를 더 잘하는 아이돌들도 많고, 저보다 예쁜 아이돌들도 많은데 왜 당신은 그런..."


  "으음... 그건 잘 모르겠어. 잘한다는 기준이 명문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너보다 예쁘다? 그것도 동의는 못하겠는데?"


  "에... 에에...!? 그, 그게 무슨...."


  "츠무기 말대로 츠무기보다 노래도 댄스도 잘하고 더 예쁜 아이돌이 많다 치면, 왜 츠무기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는 걸까?"


  "그... 그건..."


 츠무기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심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고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도 그 해답에 이르지 못한 것인지, 츠무기는 입술을 깨물고는 나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설령... 설령 당신 말이 맞다 하더라도, 그렇게 저를 좋아해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팬 분들은 제가 오디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W.I.N.G.」 에서 우승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인데, 만약 여기서 실패하게 된다면 제 팬 분들은 더 이상..."


  "우승하기를 기대하는 거라... 글쎄... 팬들은 오디션과 「W.I.N.G.」 에서 우승하는 츠무기를 기대하는 게 아닐텐데."


  "무슨 소리죠 그게... 당신 말인즉슨... 제가 오디션이나 「W.I.N.G.」 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아니면, 애초에 제가 이기는 걸 사람들이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는..."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츠무기의 팬들은 지금까지 츠무기가 자신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서 팬으로 있는 게 아니거든. 다시 말해서..."


 그렇게 말하며 츠무기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있는 츠무기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자 점점 그녀의 표정이 풀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츠무기의 팬들, 그러니까 츠무기를 동경하는 사람들은 그저 츠무기의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 거야."


  "그, 그런..."


 츠무기는 그 말이 내심 부끄러운 듯 양 볼을 붉히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자신감이 없는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치만... 모든 팬들이 그런 생각을 할지는... 왜냐면 당신도... 당신도 제 팬이라고 했었는데 제가 당신의 기대를 저버리고 나서의 당신은..."


  "설령 츠무기 말이 맞다 하더라도 그래. 이번 오디션에서 이길 수 있잖아? 너 말대로 된다 하더라도 오디션에서 이겨버리면 되는 거잖아. 안 그러니?"


  "그런... 당신이란 사람은 대체 얼마나 낙관적이길래..."


  "좋아, 츠무츠무. 내기라고? 난 네가 이번 오디션에서 1등 하는 거에 걸겠어. 츠무기는 스스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반대에 거는 거지?"


 뜬금없이 내기 선언을 하자 츠무기는 어안이 벙벙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을 칠 수 있다니...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제가 1등을 한다는 거에 제가 거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그럼,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야? 나중에 무르기도 없고?"


 그렇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기운 없이 앉아 있는 츠무기에게 손을 내밀자, 츠무기는 한숨을 폭 내쉬더니 덧없는 미소를 작게 지어보였다.


  "네, 그렇게 하죠. 당신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제가 1등을 해도 저에게 좋은 것이고 당신이 제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저에게 좋으니 뭐든 괜찮겠지요."


 덧없이 웃는 츠무기가 손을 내밀자 그 손을 잡고는 힘껏 그녀를 일으켜주었다. 츠무기가 긴장해서 그런지 손이 차가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녀의 손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만약 내가 너 소원 들어줘야 하게 되면 막 돈 달라고 그러면 안된다? 나 말야, 박봉 치고는 돈 쓸 데 많아서 힘들다고?"


  "그럼 당신이 하고 있는 핸드폰 게임을 줄이면 되는 거지 않습니까? 저번에도 당신 말로는 '과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십만 엔 단위로 돈을 썼다고 하지 않았나요?"


  "무, 뭐!? 십만 엔? 아니 그 정도로 가챠에 쏟아붓진 않는데요!?"


  "전에 당신이 꼭 뽑아야 되는 캐릭터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근무 시간임에도 핸드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던 것이 엊그제처럼 생생합니다. 그때 제 기억으론 분명 당신이 '돈을 이만큼이나 쏟아부었는데도 안 나오는 망할 게임' 이라고 외치며 분노했었던 것 같습니다만..."


  "아니 이게 한두번이어야 그러지! 200연차까지 SSR 못 먹는 확률이 20퍼센트 남짓이라고 하던데 왜 항상 나는 천장을 치는 거지!? 정말이지, 아무리 못해도 내가 거기 회사의 창문 하나 정도는 달아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하아..."


  "자, 잠깐만? 츠무기 씨? 왜 그렇게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죠!? 대답 좀 해주시죠, 네!?"


  "후훗..."


 한심한 바보를 보는 것처럼 쳐다보는 츠무기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재밌는 듯이 빙긋 웃어보였다. 일부러 과장되게 바보 같이 말을 한 보람이 있는 듯, 어느새 츠무기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과 걱정은 상당히 해소가 된 듯 했다. 시간이 넉넉하진 않지만, 그렇게 츠무기와 티격태격 하며 무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자, 그럼 다음 순서는 283 프로덕션의 시라이시 츠무기 양입니다!"


 사회자의 말을 뒤로 츠무기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오자 관객석에 앉아있는 모두가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뭔진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 무대를 잔뜩 꾸며 놓은 소품들이나 츠무기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것 때문에 그럴 것이라. 이 정도로 정성스레 오디션 무대를 꾸며놓은 아이돌들이 얼마 없을 뿐더러, 지금 츠무기가 들고 있는 것도 아이돌의 무대에서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수군거림을 뒤로 하고 츠무기는 무대 중앙에 선 채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렇게 무대의 준비가 완료되자 사회자는 이어서 오디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번 곡은, 「百花は月下に散りぬるを (백화는 월하에 져버리거늘)」 입니다!!"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웅성거림과 함께 간주가 흘러나오자 츠무기는 눈을 떴다. 평소처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츠무기의 얼굴에는 왠지 모르게 그녀의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듯 하였다.



  2번 링크의 무대 영상을 먼저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용한 노래인 것 마냥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츠무기는 천천히 부채를 흔들다가, 이어 들어오는 드럼 비트와 함께 크게 부채를 휘두르며 화려한 안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안무와는 대조적으로 츠무기의 표정은 무표정으로 보일 정도로 미동도 없었다. 긴장하는 듯한 표정도 아니고 즐겁게 웃는 표정도 아닌 담담한 표정이기에 오히려 걱정이 들었다.


  '츠무기... 긴장...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츠무기는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이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おぼろ月 薄衣を解いて[脱いで]  (으스름한 달 박의를 풀고[벗고]) 

 祝宴の始まり告げる (축연의 시작을 알리네)

 [豪華絢爛に 万雷喝采を] ([호화찬란히 만뢰갈채를])

 唇は 薄紅まとって[笑んで] (입술은 박홍빛을 두르고[미소하고])

 言の葉と戯る (말로서 희롱하네)

 [今宵 心果てるまで] ([오늘 밤 마음이 다할 때까지])


 계속해서 강렬하고 섬세한 안무를 이어나가는 츠무기의 표정은 평소 스토익한 그녀답게 진지하다고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점점 눈에 힘이 들어가 날카롭고 매섭게 되가는 그녀의 눈매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카리스마를 발하고 있었다.


 花色めき 匂えども散りぬるを (꽃은 여물고 향기날지언정 져버리거늘)

 与えられし定めを 袂に忍ばせ (부여받은 숙명을 소맷자락에 숨긴 채)

 踊りましょ ちん・とん・しゃん (춤추세나 칭 ・ 통 ・ 샹)

 琴の音が逸りだす (금의 선율이 퍼져나가네)


 '踊りましょ ちん・とん・しゃん' 부분에서 츠무기가 들고 있던 부채가 한 개에서 두 개로 늘어나자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깜짝 놀라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와, 미쳤다!!"


  "아니 부채 소환술 뭐냐!? 이거 무슨 마술이냐!?"


  "츠무츠무 진짜 완전 멋있어!!"


 팬들의 오버하는 응원을 듣자 이를 본 츠무기도 내심 재밌는지 아주 잠깐 싱긋 하고 웃고는 이어서 후렴을 부르기 시작했다.


 百花繚乱に扇が舞う ヒラヒラと (백화요란에 부채가 노니네 하늘하늘)

 常ならぬこの生命 たわわに 咲かせて (영원치 않은 이 목숨 싱그러이 피워내며)

 一途全を尽くし 生きるのが 雅事 (외길 전부를 불살라 사는 것이 풍취이거늘)

 来世を願うより 旬は今 (내세를 바라 무엇하리 때는 지금일진대)

 可憐に いっそ 散って本望 (가련히 아예 져버린들 본망)

 夢幻 飾って 月下堂々 (몽환 치장하고 월하당당)


 후렴 부분이 끝나자 츠무기는 부채를 크게 휘두르고는 이어서 우아하게 3연속 회전을 보여주었다. 보기만 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알 수 없겠지만, 3연속으로 회전하는 안무가 두 개의 부채를 하나처럼 들고 있다가 둘로 나누는 안무와 비슷한 정도로 제일 어려웠고 댄스 연습 간에 츠무기도 이 부분에서 번번이 틀렸었다. 가장 어려운 두 부분을 한 치의 실수도 없이 해낸 것도 놀라웠지만, 진정으로 놀란 부분은 그것이 아니었다.


  '츠무기... 너는 지금... 즐겁구나...'


 무대를 시작하고 나서 츠무기는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후렴에 들어서면서 츠무기는 종종 안무 중간에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활짝 웃는 얼굴은 표정 관리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즐거울 때만 나올 수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가장 어려워하던 3연속 회전 안무를 보여줄 때에도 츠무기는 진심으로 즐거운 듯 밝게 웃고 있었다.


 月明かり 三つ影揺らして (찬란한 달빛 세 그림자를 흔들고)

 ひふみ夜に 歌声響く (히후미 밤에 노랫소리 울리네)


 후렴을 끝마치고 화려한 부채춤을 이어나가는 츠무기의 모습은 정말로 눈부셨다.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츠무기의 모습은 마치 백 가지의 꽃들이 타오르는 불처럼 화려하게 피어나는,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백화요란(百花繚乱)..."


 마치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처럼, 다른 꽃들에 비해 빨리 피어나고 그만큼 빨리 져버리지만 그 짧은 순간에 자기 자신을 더욱 요란하게 불태우며 그 다른 꽃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처럼, 츠무기는 자신이 올라와 있는 무대를 화려하게 물들였다.


  "츠무기..."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와 함께 배경 음악이 점점 잦아들었다. 조명이 꺼져가는 무대 한복판에서 마무리 동작을 취한 채 서있는 츠무기는 위풍당당한 기세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있을 뿐이었다.



  "모두 수고해줬어요. 그럼 결과는..."


 모든 아이돌의 차례가 끝나고, 드디어 결과를 발표할 시간이 되었다. 이제 두 라이벌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지 그 결과가 드러나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다.


  '제발... 츠무기... 츠무기가 이기게 해주세요...'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는 1등이 누구일 지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 경우에는 누가 해당 오디션에서 1등을 할 지 대략 판단이 서지만, 이번에 서로의 실력이 비등했던 박빙의 승부가 그 드문 예 중 하나일 것이리라. 그렇게 간절히 츠무기가 이기게 해달라고 빌던 찰나, 심사위원이 우승자를 호명했다. 이번 오디션의 우승자는 바로,


  "나나쿠사 니치카! 1등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시라이시 츠무기! 2등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아..."


 믿을 수가 없었다. 츠무기가 니치카를 오디션에서 이길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그 충격은 더 큰 것일까. 하지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객석에선 엄청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렇게, 그렇게 2등이라는 결과로 츠무기의 「W.I.N.G.」 시즌 3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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