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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28. 깨지고 부서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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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7, 2024 23:07에 작성됨.

28. 깨지고 부서져라



  "상대 부족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테무진은 돌아오고 난 뒤에, 무엇이 그를 지게 만들었는지 며칠이고 며칠이고 고심하며 궁리했다. 상대방이 자신에 비해 어떤 것이 유리하고 불리한지, 자신이 상대방에 비해 어떤 것이 유리하고 불리한 지에 대해. 상대에 비해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무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적을 무찌르고 사랑하는 아내를 구출할 준비를 한다.


  1년 뒤, 마침내 준비를 마치고 공격을 개시하자 상대 부족은 이전에 했던 것과 같이 목책을 설치하고 궁수를 배치해 테무진을 요격할 준비를 했다. 이전처럼 테무진이 말을 타고 그대로 들이받을 거라고 생각을 했기에. 하지만 테무진은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바로 기병들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원형 방패였다. 단순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테무진의 병력은 작은 방패로 화살을 막으며 적에게 돌격, 결국에는 적을 격파하였고 테무진은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을 수 있었다.


  저번에 가르쳐줬지만, 전술의 기본은 이것이라고 했다. 내 강점을 극대화, 내 약점을 극복, 적의 강점을 회피, 적의 약점을 이용, 이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기본이 전부는 아닌 것은 다들 잘 알 것이다. 2차 세계 대전과 중동 전쟁에서 볼 수 있듯 창의력을 발휘해 적을 놀라게 하는 쪽이 전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간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서 기존의 교리를 고수하는 집단은 항상 적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러니 여러분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끊임없이 최선의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실천해라..."



 1번 링크의 BGM을 먼저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약 1주일 뒤...


  "오른쪽... 왼쪽... 빙글빙글... 토토통, 타타탕, 여기서... 마무리...!"


 연습실에서 자율 연습을 하고 있는 츠무기는 구슬땀을 흘리며 안무를 숙달하고 있었다. 전혀 덥지도 않은 날씨인데 마치 한여름인 것마냥 땀으로 젖어 있는 그녀의 트레이닝복은 츠무기가 몇 시간이고 쉴 새 없이 안무 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안돼... 아직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어..."


 슬슬 한계에 다다른 건지, 츠무기는 양 무릎을 짚은 채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잠시 몇 분이라도 쉬겠지만, 강직한 츠무기는 스스로를 더 몰아붙일 셈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안무를 숙달... 해야..."


  "여~ 츠무기. 허가는 받고 연습실 쓰는 거야? 지금 시간에 써도 된다고 한 적은 없던 것 같은데?"


  "히얏!? 당신... 도대체 언제부터?"


  "몇 분 안됐어. 그래서?"


 츠무기는 지쳐서 가쁜 숨을 내쉬는 와중에도 깜짝 놀란 것인지 화들짝 뛰어올랐다. 아마 자신의 남는 시간에 아무도 쓰지 않아 비어있는 연습실을 사용하는 것이니 그럴 만 할 것이라.


  "읏... 당신과는 다르게 제대로 허가를 받고 정문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가 있는 것이죠?"


  "에?"


  "나나쿠사 씨에게 부탁해서 열쇠를 받았고, 다른 아이돌이 쓰지 않는 시간대에 연습실을 쓰는 것인데 당신은 무슨 잘못한 아이에게 말하는 것마냥 제게 말하는군요."


 이유를 전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츠무기는 지쳐있는 모습 뿐만 아니라 날이 서있는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었다. 오디션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때문에 초조한 것인지, 아니면 한창 하고 있던 자율 연습을 방해 받아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나쿠사 씨가 당신에게 말해준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당신은 제가 여기에 있을 걸 어떻게 알고 온 거죠?"


  "내가 너였다면 연습할 1분 1초가 부족하기에 초조한 마음으로 연습을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들 거니까. 안 그래?"


  "읏..."


 츠무기의 기세가 한 풀 꺾이자, 이렇게 무리하게 연습하는 건 좋지 않다고 그녀에게 훈계하려고 했다. 이렇게 가르치려 드는 건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이러다가 다치거나 쓰러지게 되면 츠무기는 더욱 스스로를 탓하게 될 거니까.


  "연습 스케줄도 이미 체력적으로 고되게 짜놨어. 스케줄대로 하면 힘들긴 해도 충분히 목표치엔 이를 수 있도록 해놨는데, 여기서 개별 연습을 추가로 하면 더욱 몸에 부담이 갈거야. 이것도 전에 설명한 건데 잊어버린 거야, 아니면 내가 했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말을 마치고 나니, 뭔가 그녀에게 공격적인 말투로 훈계를 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츠무기를 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그런 것이나, 그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옳은 의도로 한 말이라도 상대가 그것을 그 의도대로 받아들이느냐는 다른 문제니까. 요즘 그녀가 가끔 보여주듯 날이 선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츠무기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는,


  "당신도... 당신도 저에게 실망한 것입니까..."


  "당신도, 라고? 츠무기, 그게 무슨..."


  "역시, 저같이 '탈주'한 아이돌을 좋아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겠죠..."


  "뭐? '탈주'? 츠무기, 너..."


 평소에 츠무기라면 전혀 쓰지 않을 어휘를 들으니, 며칠 전에 있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며칠 전...


  "으음... 피곤하구만... 하즈키 씨하고 츠무기는 연습실에 도착했겠지..."


 하즈키 씨가 츠무기에게 댄스 레슨을 해주는 날이었기에 둘은 연습실로 따로 이동했다. 마음 같아선 츠무기의 레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지만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음? 누가 내 컴퓨터 썼나? 나가기 전에 절전 모드 돌리고 갔었는데?"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기에 마저 업무를 하러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어째서인지 컴퓨터가 켜져 있고 여러 창들이 화면에 떠 있었다. 유심히 보니 검색 포털 상단에 '시라이시 츠무기' 라고 적혀 있었다.


  "뭐야 이거. 누가 이걸 왜 검색하고 있는 거지?"


 검색 기록을 보니, '시라이시 츠무기', '시라이시 츠무기 「W.I.N.G.」', '시라이시 츠무기 오디션', 그리고 맨 아래에는 '시라이시 츠무기 탈주' 라고 나와 있었다. 그 중 맨 아래에 나와 있는 내용이 궁금해서 클릭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련 스레드가 있었다. 제일 위에 있는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니,


  「츠무기 쟝, 이번에 탈주해버린 ㅋㅋㅋㅋㅋㅋ 혹시 왜 그런지 아는 녀석 있냐?」


  「츠무기가 왜 강한지 아나? 탈주했거든」


  「에- 역시 촌에 살아서 그런지 신칸센 놓쳐서 못 온 걸지도 ㅋㅋㅋㅋㅋㅋ」


  「뭐야, 시골 출신? 어쩐지 가끔 말에 사투리가 튀어나오더니 역시라고 생각하는 ㅋㅋㅋㅋㅋ」


  「그래도 이시카와의 건방진 금붕어는 귀여우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퍽) 어이! 귀여우면 용서라고!!!」


  「귀여우니까 용서~」


 사장님이 이전에 힘써주신 덕에 언론에서 크게 공론화나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사실 츠무기가 아직은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는 아이돌이 아니기에 그런 관심이 덜 쏠려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는 다르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연락하는 것처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팬들의 생각이 반영되기에 있는 그대로의 여론을 알 수 있는 곳이지만, 부적절한 말들도 올라오기에 이것들로 힘들어하는 아이돌도 많다. 다행히 대부분 커뮤니티에선 놀리는 식으로 한두마디 하는 정도이지, 츠무기를 심하게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면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일로 오디션에 불참하게 되는 이유가 종종 생기기에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건 평소에 인터넷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것이고, 그러지 않는 츠무기는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저런 워딩을 보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츠무기, 너 혹시..."


  "팬들도 이런 저의 모습에 실망했을 건데, 당신이라고 그러지 않을 법이 없겠지요. 당신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츠무기..."


 츠무기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줬어야 했지만, 어떤 말을 해야 그녀에게 도움이 될 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자명한 것이었다. 프로듀서가 책임을 지네 마네 그 어떤 말을 하든 간에, 세간의 평가를 직접 받아내는 것은 바로 아이돌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츠무기에게 해주는 말이 과연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까?


  "프로듀서... 하나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그래. 마음 편히 물어보렴."


 자신을 잃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츠무기는 이내 고개를 들어 힘 없는 목소리로,


  "왜 하필이면 댄스 유행의 오디션에 나가려고 하는 것인가요?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꼭 이기게 해주겠다고 당신이 그랬었는데, 그렇다면 당신 말대로 저에게 유리한 보컬 유행의 오디션에 나가야 되는 것이 아닌지요? 당신 말대로 이번 오디션을 망치면 이대로 「W.I.N.G.」 에서 패배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아니면 설마... 이전에 제가 댄스 위주의 곡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발로, 제가 얼마나 그릇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해주기 위해 그렇게 저를 시험에 빠지게 하는 것이었나요...?"


  "그건 말이지..."


 저번 주에도 츠무기는 이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여 그 배경을 물어보았다. 허나 그때 해준 말을 돌이켜보면, 이 도전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이를 위해 츠무기를 옆에서 돕겠다는 말이었지 그걸 왜 하냐는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츠무기는 그런 결정에 납득하지 못해도 일단은 따라와 줬지만, 사람은 자신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그때 말해주지 못했던, 왜 굳이 댄스 오디션에 나갈 것이라 결의했는지에 대해 말해줘야만 했다.


  "하늘이 장차 어느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먼저 그가 마음의 뜻을 세우기까지 괴로움을 주고 그 육신을 피곤케 하며 그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궁핍하게 한다. 그가 하려는 바를 힘들게 하고 어지럽게 하는 것은 마음을 쓰는 중에도 흔들리지 않을 참된 성품을 기르고, 불가능하다던 일도 능히 해낼 수 있도록 키우기 위함이다."


  "네...?"


  "전에 학교 선배가 해줬던 말이야. 뭐, 그 선배도 다른 어디서 주워들어서 해준 말이었겠지만. 물론 츠무기를 위해 쉬운 방향으로 가는 건 할 수 있어. 힘든 건 전부 다 피하고 쉬운 것만 선택해서 결승까지 가서 우승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다음은? 「W.I.N.G.」 이 중요하긴 하지만, 츠무기의 커리어에서의 전부는 아니야. 나중에 아이돌 활동을 지속해 나가다가 피할 수 없는 난관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그... 그건..."


  "지금까지 다른 레슨에 비해 댄스 레슨을 적게 할당한 것도 사실이고, 니치카는 댄스 레슨을 더욱 많이 해왔기에 츠무기 너보다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언젠가는 넘어서야 되는 상대야. 결국 「W.I.N.G.」 결승에서 대결하게 될 상대이고 댄스 부문에서도 우리가 쉽게 져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이번 기회에 츠무기 너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었어. 겨룰 만한 상대다, 비록 지금은 내가 조금 부족할 지라도 더욱 노력해서 언젠가 뛰어넘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


  "위기(危机)는 두 글자로 이루어져 있어. 앞의 글자는 위태로움을 뜻하고, 뒤의 글자는 기회를 뜻해. 나는 이번 위기가 츠무기 너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츠무기. 깨지고 부서져라. 강철을 단련할 때 뜨거운 열기로 녹이고 쉼 없이 때리는 것처럼, 끊임없이 노력하여 마침내 네가 불가능함을 가능함으로 바꾸는 사람이 되기 위해 깨지고 부서져라."


  "프로듀서..."


 츠무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마간 쳐다보더니, 이어 팔짱을 낀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찌릿 하고 째려보았다.


  "뭔가요, 당신.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에게 깨지고 부서지라니. 프로듀서로서 할 말인가요?"


  "하하, 그러네. 아무튼, 오늘 자율 연습은..."


  "네... 마무리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니? 그만하라고 한 적 없는데? 기껏 남는 시간에 와서 연습하고 있는 거잖아. 아냐?"


  "...에?"


 그 말을 들은 츠무기는 스스로의 귀를 의심한 듯 고개를 몇 번이고 갸웃거렸다. 왜냐면 처음 대화를 하면서 들었던 말은 이런 추가적인 연습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한 것이었기에 이제 짐 싸고 돌아갈 준비를 하라는 말을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무리한 연습을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츠무기가 연습을 할 때 더욱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에 어쩌면 지금은 연습을 지속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무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방금처럼 하는 무리한 연습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한 거니까, 내가 계속 여기 있으면서 츠무기 네가 무리하지 않게 봐줄게. 그게 오늘 자율 연습을 하는 조건."


  "하아...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꼬르륵~


  "읏!?"


  "같이 저녁 먹으러 가는 조건도 추가. 설마 저녁 아직도 안 먹은 거야?"


  "그, 그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연습을 하려고 하다 보니 어느새... 그리고 밥을 먹으면 배가 불러서 댄스 연습을 할 시간이 줄어드니까..."


  "오 세상에... 내가 아는 츠무기가 맞니? 밥을 거르는 츠무기라고? 먹을 걸 좋아하는 그 츠무기가?"


 호들갑을 떨면서 츠무기를 놀리자, 별안간 츠무기의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잔뜩 당황하기 시작했다.


  "무, 무, 무, 무슨 소리가!? 내보고 먹을 걸 좋아한다 그래 말했나!?"


  "그래 말했다! 우짤거가!"


  "으으...! 당신 거기 서라!!"


  "아하하!! 나 잡아봐라!!"


 돌이켜보면 「W.I.N.G.」 이 세상 전부인줄 알고 몇 달 동안 달려오지 않았나 싶다. 츠무기를 프로듀스 할때부터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녀가 아이돌 활동을 즐겁게 해가며 웃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그것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하고, 어떻게든 「W.I.N.G.」 에서 이기기 위해 두 수 세 수 앞을 내다보며 치밀한 계획대로 그녀의 스케줄을 잡고 그녀의 등을 떠밀며, "결국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 라는 말을 한 것이었다. 물론 「W.I.N.G.」 에서 우승한다면 그녀의 앞날은 창창할 것이고 탄탄대로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츠무기의 성공적인 아이돌 활동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잊고 있지는 않았을까. 츠무기가 아이돌로 살아가면서 즐겁게 웃는 것이, 지금까지 잊고 있던 중요한 것이지 않을까.



 1주일 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조금 오래 걸리..."


  "저, 프로듀서..."


  "츠무기..."


  "저... 어떤... 가요...?"


  "너..."


 풀 메이크업을 하고 무대 의상을 입고 온 츠무기가 나타나자,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번에 「お願い!シンデレラ (부탁할게! 신데렐라)」 의 의상을 입었을 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츠무기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쁜 미모와 양갓집 규수와 같이 우러나오는 기품도 있지만, 길거리를 걸어다니다 많은 이들이 그녀가 지나갈 때 돌아보는 것은 그 이상의 것이리라.


  "설마, 이 모습이 제게 어울리지 않는데도 당신은 제가 상처 받을 거라 염려하여 곧이곧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요...?"


  "아,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럼... 그렇다면 어떤가요?"


  "아하하... 내가 보기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읏!?"


 대충 츠무기를 보고 느낀 감상을 말해주려는 찰나, 뒤에서 보이는 익숙한 인영을 보고는 당황하여 말문이 막혀버렸다.


  "니치카..."


  "어라, 후배 프로듀서 님?"


  "그리고 츠무기냐? 뭐, 언젠가 다시 붙을 줄은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 안 그러냐?"


  "선배님... 아니 그것보다 니치카... 아니, 그..."


 선배 프로듀서와 니치카가 올 거란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무대 시작하기 전 지금 시점에 마주칠 것은 당연했기에 이 둘과 조우하는 것에 놀랄 리는 없었다.


  "???"


 하지만 니치카를 바라보며 상당히 당황하자, 그 모습을 본 니치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하였고,


  "그래, 놀랐지? 창의성은 너네만 가지고 있는 덕목도 아니니까. 그래도 괄목할 만하겠네, 츠무기네 말야. 이 정도면 정말로 결승에서 보겠는걸?"


  "..."


  "그럼, 우린 준비해야 하니까 먼저 간다? 그럼 이만!"


  "아아~! 프로듀서! 두고 가는 거에요? 같이 가요!!"


 선배 프로듀서도 니치카도 슬슬 무대 준비를 해야 하니 백스테이지 쪽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그렇게 멀어져 가는 니치카를 계속 쳐다보고 있자 누가 뒤에서 옷의 소매를 잡아 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프로듀서... 어째서 나나쿠사 양을 아까부터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것이죠...?"


  "에? 아! 미안해, 츠무기."


  "당신은 저로는 성에 차지 않고 다른 여자에게 눈길이 가는군요."


  "그게... 음? 너로 성에 차지 않는다는게 무슨..."


  "...바람둥이."


  "에!? 뭐라고?"


 뒤를 돌아보자 츠무기가 도저히 상종할 수도 없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처럼 매도하는 눈길을 보내주었다. 그보다 츠무기가 말한 단어가 조금 신경쓰였지만, 츠무기도 니치카의 다음 순번이기에 슬슬 준비를 해야 되었다.


  "미안, 츠무기. 우리도 슬슬 준비하지 않으면 안돼. 미흡한 건 없니?"


 그 말을 듣자 츠무기는 얼마 동안 찌릿 하고 째려보긴 했지만, 이어 양 손을 모으고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네, 프로듀서.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가자."


 이 곳에 다시 오기 위해 먼 길을 돌아서 왔다. 몇 주의 시간을 낭비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비록 여기서 져서 패배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오면서 겪으며 배웠던 것들이 있어서 결국 언젠가 웃어보일 수 있을 것이라. 그러니, 걱정이 되더라도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 그럼 다음 순서는 283 프로덕션의 나나쿠사 니치카 양입니다!"


 방금 니치카의 복장을 보고 예상했던 대로, 역시 무대 위에는 아케타 씨 없이 니치카 혼자만이 올라왔다.


  "역시,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는 다른 거겠지. 설마 아케타 씨에게 저런 옷을 입힐 리는 없으니까."


 물론 아케타 씨가 저런 옷을 입으면 갭이 워낙 커서 이목을 꽤 끌긴 할 것이지만 확실히 어울리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니치카는 전에 보여줬던 모습과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번 컨셉을 상당히 잘 소화했다. 특히, 헤어 스타일을 크게 바꾸어 이전과는 아예 다른 사람인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니치카에게는 전과 달리 자신감 또한 그 기세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이번 곡은, 「フェアリー・ガール(페어리 걸)」 입니다!!"


  2번 링크의 BGM을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주가 흘러 나오자 니치카는 반주에 맞춰 귀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역시, 그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이라고 하면 기존과는 다른 단발 머리일까. 전에 했던 「OH MY GOD」 때는 K-POP 아이돌들이 입는 것과 같은 의상에다가 스타일을 맞추기 위해 긴 가발을 썼었지만, 이번에는 평소의 니치카를 보여주듯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 점이 니치카를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여주게 했다.


 Let's Go! …やっぱり、ちょつといい (역시, 잠깐 괜찮아)?

 見せたいものあったんだった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어)!

 別にキョーミないなら (딱히 흥미 없으면)

 来なくたっていいけど (안 와도 되지만)! 


 이전에도 어렴풋이 느낀 것이지만, 니치카의 노래 실력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 느껴졌다. 상당히 페이스가 빠른 곡임에도 불구하고 댄스를 추는 동안 보컬에 한 치에 흐트러짐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전엔 아케타 씨로 인해 그 존재감이 옅어졌을 뿐, 원래 니치카가 노래 실력이 좋았을 수도 있다. 단지 지금까지의 방향성으로 인해 그것을 다른 이들이 알기 어려웠을 뿐, 잠깐의 레슨으로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건 어려우리라.


 …まあいいか (뭐 됐나)!

 そんなもんより (그런 것 보다)

 なんか今日は晴れみたいね (왠지 오늘은 맑은 모양이네)

 出かけなきゃもったいない (나가지 않으면 아까워)!

 やんぱ、ねえ、そう思うでしょ (저기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니치카가 'なんか今日は晴れみたいね' 부분에서 귀엽게 손하트를 앞으로 날리자 관객에서 엄청난 환호가 들려왔다. 이런 동작들 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에 맞춰서 니치카가 새침한 표정, 활기찬 표정, 걱정하는 표정, 자신만만한 표정 등 다양한 얼굴 표현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런 귀여운 니치카의 모습에 관객이고 심사위원이고 할 것 없이 푹 매료된 채 정신없이 니치카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Oh Girl 頭の中ウラウラハラハラ (머릿 속이 들썩들썩)

 Oh Girl ハートはめちゃ熱いの (하트는 엄청 뜨거워)

 たまに驚かせたなら (가끔 놀래켰다면)

 Sorry まことにソーリー (정말로 쏘리)

 思ってないことないから (생각 안해본건 아니니까)!


 니치카가 이어서 윙크를 하며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대자 관객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미쳤다 미쳤어!!"


  "니치카는 신이야!!"


 니치카는 그런 반응들이 재밌는 듯 싱긋 웃더니 이어서 코러스 부분으로 넘어가며,


 Fairy Girl 見つけたらきっと (찾아낸다면 분명)

 うれっしくなる (기뻐질거야)

 キミは So Lucky な人です (당신은 So Lucky 한 사람이에요)

 そう、多分ね (맞아, 아마도)

 Fairy Girl 追いかけちゃったら (붙잡힐 것 같으면)

 逃げ出すの (도망쳐버려)

 取扱説明書 (취급 설명서)

 ちゃーんと読んでおいて (똑~바로 읽어줘)


 이어 간주가 흘러나오자 니치카는 활짝 웃으며 귀여운 안무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미 관객석은 니치카에게 빠져들었고 심사위원들도 제대로 평가할 생각을 못하고 정신 없이 무대를 구경하는듯 했다. 그 광경을 보자 문득 깨달아버렸다.


  '역시... 이번에도 니치카가 1등인가... 댄스 뿐만 아니고 보컬이나 비주얼 면에서도 이 정도의 능력을 보여주다니...'


 예전에 니치카를 보며 재능이 없는, 딱 아마추어 아이돌 급의 실력이라 평한 적이 있었는데 그 평가를 철회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없는 재능에서 이 실력에 이른 것인지, 아니면 근래까지 그 재능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이제 니치카는 아케타 씨에도 꿀리지 않는 어엿한 아이돌이라는 것이다.


  '아니지... 정신 차리고... 무대를 더 보고 싶어도 이제 츠무기의 무대를 준비해야지.'


 아직 니치카의 무대가 더 남아있지만 슬슬 츠무기의 무대 준비를 하기 위해 내려가야만 했다. 한창인 니치카의 무대를 뒤로 하고 내려오며 들은 생각은,


  '정말로, 정말로 여기서 질 수도 있는 건가...'


 몇 달 전에 만약 니치카와 츠무기가 붙게 된다 하면 코웃음 쳤을 것이다. 물론 주요 속성이 달라서 「W.I.N.G.」 에서 마주할 리는 없었겠지만, 만약 보컬 댄스 비주얼 이 세 요소 말고 순수히 무대 그 자체로만 평가 받는다고 하면 그럭저럭 쉽게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니치카는 부족한 자신의 실력과 이 세상을 탓하는 것이 아닌, 피를 쏟는 노력을 통해 스스로 거듭나 유력한 「W.I.N.G.」 우승 후보가 되어 이 자리에 섰다. 아마 이번 오디션에서 1등... 운이 나쁘더라도 2등을 거머쥐고는 많은 팬들을 확보해 자연스레 「W.I.N.G.」 준결승 진출 자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싸우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령 이 오디션이 「W.I.N.G.」 도전 간 마지막이더라도 최선을 다 해야 하는 법...'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츠무기가 있는 대기실로 내려왔다. 이제 10여분 정도 뒤에 츠무기의 무대가 있을 예정이니 슬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츠무기에게 곧 무대가 시작된다고 알리기 위해 문을 두드리며,


  "츠무기~. 이제 슬슬 정리하고 있어~. 곧 가야돼~."


 하지만 몇 초가 지나더라도 대기실 안에서 아무 반응이 들려오지 않았다. 너무 문을 약하게 두드렸나, 하고 의문을 가지고 문을 다시금 두드렸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츠무기~. 잠이라도 자고 있는 거야? 왜 이리 답이 없어?"


 엄습해오는 불안감이 목소리를 조금씩 떨리게 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문을 열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며 장난스런 말투로 그녀를 놀리려고 했다.


  "츠무츠무, 정말이지... 거 장난이 좀 심한..."


 하지만 그런 말장난을 받아줄 츠무기는 대기실 안에 없었다. 그녀가 입고 온 옷가지, 머리 액세서리, 손가방 등의 개인 소지품들을 그대로 둔 채로, 대기실에 있어야 하는 츠무기는 대기실에 없었다. 바보같이 아무리 대기실 안을 이리 저리 둘러보아도 그녀는 없을 뿐이었다.


  "츠무기..."


 오디션을 10분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츠무기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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