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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치하야 초코퐁듀 (千早 Choco Fondue) -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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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24 01:53에 작성됨.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765 프로덕션의 작은 사무실에서, 세 명의 아이돌들이 전기난로를 가운데 두고 둥글게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이야기의 주제는, 며칠 전에 있었던 발렌타인 라이브, 그리고 키사라기 치하야의 초콜릿에 관한 것이었다.


 발렌타인 데이의 라이브가 끝나고, 돌아오는 주말에 프로듀서와 키사라기 치하야 두 명이 모두 오프였다는 사실 또한, 그녀들의 수다에 불을 붙이는 원인이 되었다.


 좋은 쪽으로라면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조금 나쁜 쪽이라면, 질투이리라.


 특히나 프로덕션 내에서 프로듀서에 대한 애정과 연심을 숨기지 않는 아이돌들이다. 그래서였을까, 세 명 모두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이야기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봉대장 격인 다나카 코토하는 반쯤 죽어버린 눈동자로 아마미 하루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치하야쨩이 초콜릿을 내밀면서―”


 “……저도 초콜릿, 만들어 드렸는데.”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르자, 다나카 코토하는 프로듀서 씨가 아직도 그녀의 초콜릿을 먹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옆에 있던 호시이 미키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 나도 허-니한테 초콜릿 만들어 줬던 거야! 하지만 허니는 아직도 안 먹어본 거야! 그런데 치하야 씨의 초콜릿만 먹어보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곳에 있는 전원이 호시이 미키의 말에 공감한다. 물론 모두의 초콜릿을 프로듀서가 하루아침에 다 먹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가장 먼저, 처음 먹어주었으면 하고 내심 바란 것이다.


 뭐, 그 순서라는 것도 보통 먼저 받으면 먼저 맛보는 식이었기에, 딱히 누구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초콜릿을 맛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전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물론, 아마미 하루카는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호시이 미키는 모르겠지, 모르니까 이렇게 투덜투덜 칭얼대는 것이리라.


 “하지만 미키 쨩, 프로듀서 씨가 우리 초콜릿을 거절하신 것도 아니고, 안 드실 것도 아니니까.”


 “그건 당연한 거야! 미키의 초콜릿을 허니가 거절할 리도, 먹지 않을 리도 없는 거야!”


 “아하하…….”


 여전히 마이페이스인 아이다.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아마미 하루카는 중얼거리듯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렇지만, 프로듀서 씨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실 테니까.”


 “……무슨 말인가요?”


 옆에서 다나카 코토하가 의문을 표한다. 무엇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인가, 프로듀서 씨가.


 “그거야 당연히 발렌타인 초콜릿의 답변이지.”


 “설마, 치하야 쨩의…?”


 누구의 발렌타인 초콜릿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말인가, 에 대한 답변은 당연히 하나밖에 없다. 프로듀서에게 가장 먼저 초콜릿을 주었으며, 프로듀서가 먹은 유일한 초콜릿.


 키사라기 치하야의 것이다.


 “……아마도, 그럴 거야.”


 속이 쓰려오는 것을 다나카 코토하는 참을 수 없었다. 그녀답지 않게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리라.


 그야, 키사라기 치하야는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와 함께한 시간도, 겪어온 일들도, 가지고 있는 추억들도 많다. 그러니까 인연이 깊다는 말이다. 다나카 코토하로서는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는, 그런 것들.


 그런 상대의 초콜릿을, 프로듀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다. 걱정이 안 될 리가 없다. 프로듀서가 키사라기 치하야를 받아들이면 어쩌나, 더욱더 깊은 관계가…연인이 된다면 어쩌나, 그런 부류의 것들.


 물론, 그렇다고 다나카 코토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위장약 정도 먹는 것이 전부이겠지만, 그것은 평소에도 하는 일이다. 실내에서 야구를 하는 누구만 아니었다면 위장약을 달고 살지 않아도 괜찮았을 텐데.


 그리고 그런 다나카 코토하의 속내를, 아마미 하루카는 충분히 이해한다. 물론 아마미 하루카 또한 키사라기 치하야만큼이나 프로듀서 씨와 함께한 인연이 깊지만, 그렇기에 프로듀서의 선택을 더욱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프로듀서 씨는 진지하게 고민하시겠지만, 그 결론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프로듀서 씨라면 분명, 프로듀서 씨로서의 결정을 하실 테니까.”


 그래서 다나카 코토하를 위로하듯, 그리고 자기 자신을 붙들어 매기 위해서 한 마디를 조용히 건넨다. 그래, 프로듀서 씨에게 거절당해 본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있다. 프로듀서 씨는 결국 프로듀서 씨다.


 다나카 코토하가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사무실 문이 달칵 열렸고,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예의 이야기의 주인공, 키사라기 치하야가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 치하야 쨩.”


 아마미 하루카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든다. 그런 친구를 보더니, 키사라기 치하야는 싱긋 웃는다. 그리곤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쪼르르 걸어와 친구의 옆에 앉는다.


 “그렇지 않아도 치하야 쨩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응.”


 키사라기 치하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다나카 코토하가 키사라기 치하야의 작은 변화를 지적한다.


 “그런데 치하야 쨩, 그거 옷…새로 산 거야?”


 “아, 이 옷…새로 샀어요.”


 못 보던 옷을 입고 온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키사라기 치하야가. 패션과는 수십 년은 동떨어져 있으리라 생각했던 키사라기 치하야가 말이다. 그것도 짙은 회색의 폴라 티에 베이지색 카디건, 갈색의 체크무늬 스커트에 검은 스타킹으로 포인트를 준다. 세련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키사라기 치하야에게 굉장히 잘 어울리는 복장이다. 자세히 보니 눈물 모양 장식의 목걸이가 포인트다.


 게다가 머리는 또 의상에 맞추었는지, 포니테일로 묶어 올렸다.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키사라기 치하야의 신선한 모습이었다.


 키사라기 치하야가 이렇게 패션을 잘 아는 아이돌이었던가. 당연히 아니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런 옷을, 키사라기 치하야 본인이 코디해서 샀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나카 코토하는 그렇게 판단했고, 아마미 하루카와 호시이 미키 또한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그렇다면 다음에 나올 말은 너무나도 뻔했다.


 “프로듀서가, 사 주신 거야?”


 키사라기 치하야의 전속 코디네이터라고도 할 수 있는 아마미 하루카가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렇다면 답은 프로듀서뿐이리라.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었는지, 키사라기 치하야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프로듀서와 키사라기 치하야 두 명이 모두 오프였던 주말에, 그녀의 옷을 사러 다녀온 것이다. 단둘이서, 아무도 모르게.


 데이트잖아.


 그 생각이 들자 다나카 코토하의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이걸로 프로듀서의 대답은 충분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호시이 미키 또한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키사라기 치하야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미 하루카 또한 마찬가지였다. 너무 방심한 것일까, 이렇게 친구에게 추월당하다니, 이제는 정말 연적으로서의 눈으로 친구를 보아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친구는 친구니까, 일단은 좋은 말을 해야 한다.


 “치, 치하야 쨩……축하―”


 “하루카.”


 “……?”


 축하의 말을 건네려다가 갑작스레 이름이 불리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가벼운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키사라기 치하야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비보, 다른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희소식이었다.


 “나…거절당했어.”


 “……아.”


 그 짧은 한마디 말에, 아마미 하루카는 작은 탄식을 흘렸다.


 키사라기 치하야가 작은 용기를 내어 고백한 그 발렌타인 초콜릿을, 프로듀서 씨는 거절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아이돌이고, 그는 키사라기 치하야의 담당 프로듀서다. 상식적으로 담당 아이돌의 진심을 받아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미 하루카를 비롯한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는 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층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사라기 치하야의 표정은 실망하거나 실의에 빠진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희는, 웃고 있었다.


 호시이 미키도, 다나카 코토하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아마미 하루카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키사라기 치하야보다 먼저, 프로듀서 씨의 예의 ‘상냥한 거절’을 겪어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니, 키사라기 치하야를 이해할 수 있고, 이 친구를 마주 보며 웃어줄 수 있는 것이다.


 위로할 필요는 없다.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넬 필요도 없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자그마한 용기를 내어 마음을 전했고, 그 결과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프로듀서 씨의 거절은, 프로듀서로서의 것이다. 그러니 키사라기 치하야는 실연당한 것이 아니며, 그러니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마미 하루카가 그러했듯, 키사라기 치하야 또한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아마미 하루카는 같이 웃어준다.


 “하루카.”


 “응, 치하야 쨩.”


 “이제, 같아졌네.”


 그래, 아마미 하루카와 키사라기 치하야는 같은 출발선에 선 것이다. 옆에서 호시이 미키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거야!’라며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차하야 쨩.”


 “응, 하루카.”


 “지지 않을 거니까.”


 “……나도, 지지 않을 거야.”


 파랑새는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다. 다나카 코토하는 물론이거니와 호시이 미키조차 모르는 선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 의미를 알아차리는 데에는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프로듀서가 들어온다. 네 아이돌의 시선이 프로듀서에게 집중된다. 평소 같았다면 호시이 미키가 가장 먼저 달려가 그에게 안겨들었겠지만, 가장 먼저 발걸음을 뗀 쪽은 키사라기 치하야였다.


 차분하게 프로듀서에게 다가가 고개를 살짝 숙인다. ‘다녀오셨어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런 키사라기 치하야의 모습에, 프로듀서 또한 같이 웃어준다. 발렌타인 초콜릿을 거절한 사람과 거절당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오랜 시간을 함께한 연인의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은가. 아마미 하루카의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프로듀서, 잠시만요.”


 “치, 치하야…?!”


 그리고 그런 아마미 하루카에게 보란 듯이, 키사라기 치하야는 프로듀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살짝, 까치발을 든다. 그의 하얀 목덜미와 귓불이 보였고, 이내 가희의 붉은 입술이 쪽, 소리를 내며 그의 뺨을 간질인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그의 뺨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파랑새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세계로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평온한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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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타인 데이에 올리려다가 마무리 못하고

 치하야 생일 맞춰서 올리는 치하야 글

 사복 치하야 의상은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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