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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검은 고양이와 유자차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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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8, 2024 00:40에 작성됨.

 전전작 : 늦저녁의 검은고양이

 전작: 하루는 당신의 검은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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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광을 부린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자라온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장녀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타고난 성격이 그러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키타자와 시호는 누군가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그런 소녀는 아니다.


 마카베 미즈키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쿨한 포커페이스. 쿨계 미소녀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그녀의 이미지에, 그런 그녀의 성격은 꽤 도움이 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심경의 변화라는 것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일 년에 며칠 없는 오프를 맞아, 그녀의 유닛 동료인 마카베 미즈키, 그리고 시라이시 츠무기와 번화가에 놀러 나온 날이었고, 게임 센터나 안미츠 가게나 옷가게 등, 이곳저곳을 다니며 즐거운 하루를 만끽했다.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파했다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이 소녀들의 모임이 끝난 뒤에 어머니의 부탁을 받아 릿군을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에, 한 시간이라는 이 애매한 시간을 어찌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EScapse의 다른 두 사람을 붙잡자니, 괜스레 미안해지는 것도 없잖아 있고, 그렇다고 기다리자니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있을 수도 없다.


 게다가 혼자 카페에 가서 앉아 있자니, 키타자와 시호의 형편이 그리 넉넉한 것도 아니고…같은 연유에서 돈이 들어갈 만한 일을 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길에서 휴대폰이나 보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한숨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일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책망이리라.


 “어라, 시호? 여기에서 뭐 하고 있니?”


 “……프로듀서 씨?”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등장에,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던 스마트폰을 재빨리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이 사람이 왜 여기에서 나오는가, 그런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은 키타자와 시호의 본능이리라.


 “여긴 어쩐 일이세요, 프로듀서 씨…?”


 그렇게 물어보긴 했지만, 대강 이유를 짐작할 수는 있었다. 오늘은 평일이고, 프로듀서는 양복 차림인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당연히 일이다. 일 때문에 여기에 왔건, 아니면 누군가를 데려다주거나 데리러 오기 위해 가고 있건, 어느 쪽이건 업무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는 하하 웃으며, 예상대로의 답변을 한다.


 “치하야를 라디오 수록에 데려다주고, 모레 있을 유키호의 카페 탐방 방송 때문에 잠시 사전 답사를 온 거야.”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가락으로 시호의 뒤에 있는 카페를 가리켰다.


 “아…….”


 아무래도 키타자와 시호가 하기와라 유키호와 일이 겹치거나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던지라, 그녀의 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무리 같은 765 프로덕션 소속이라 하여도, 고작 열네 살 중학생이 프로덕션의 모든 업무를 알 리 만무하다.


 그러고 보니, 이 카페는 여러 지방의 명차들로 유명한 카페였다. 그러니까 차에 조예가 깊은 하기와라 유키호에게 스케줄이 맡겨진 것이리라.


 그렇다면, 마침 잘 됐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기에 살짝 당황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키타자와 시호에게 있어 큰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프로듀서는 카페에 볼일이 있고, 키타자와 시호는 한 시간 정도를 소모해야 한다. 프로듀서의 이해관계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키타자와 시호의 이해는 만족하는 것이다.


 정처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것보다, 카페에 들어가는 편이 안심되기도 하거니와…프로듀서가 함께다. 아직 프로듀서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키타자와 시호는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프로듀서 씨, 카페에 볼일이 있으신 거죠?”


 “뭐, 이것저것 확인해 보아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실제로 차도 괜찮은지 확인해 봐야 하고.”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결국 프로듀서 씨가 잠시 쉬고 싶으신 것 아닌가요?”


 “……하하, 시호는 못 당하겠다니까.”


 멋쩍은 듯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 모습이 살짝 귀엽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그렇다면…프로듀서 씨, 혹시 차를 마셔볼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요?”


 그래, 작은 어리광이다. 키타자와 시호가 제아무리 어른스러운 소녀라 하더라도, 그 본질은 열네 살, 한창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릴 나이다. 그리고 키타자와 시호에게, 그 대상은 그녀의 어머니, 혹은…프로듀서 씨다.


 그러니 이 정도의 어리광은, 가끔이라면 괜찮으리라. 프로듀서 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키타자와 시호가 알고 있는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 씨라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 증거로, 봐봐, 이렇게―


 “시호가 평가해준다면, 내가 고맙지.”


 …어리광을 받아주잖아. 키타자와 시호에게 무르잖아.


 분명 알고 있던 사실인데, 이를 다시금 인지하자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은…분명 무더운 열기 때문이리라. 한겨울의 바람조차 그녀의 뺨을 식힐 수는 없었다.


 카페는 2층에 있었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먼저 계단을 올라간다. 조금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이었기 때문일까, 나무 계단이 끼익끼익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그런 프로듀서의 뒤를, 키타자와 시호는 뒤에서 천천히 따라간다. 프로듀서와의 나이 차이는 훨씬 더 많이 나지만, 마음만큼은 동등하게 세 걸음 뒤에서 걸어간다.


 그런 사실을, 프로듀서는 알고 있을까.


 혹은, 키타자와 시호의 마음을 그저 어리광으로만 생각할까.


 문을 열어주는 그의 모습은 담당 아이돌이기에 보여주는 모습일까, 아니면 ‘키타자와 시호’이기 때문에 보여주는 모습일까.


 “…….”


 그럴 리가 없다. 담당 아이돌이기 때문도 아니리라. 그저, 그런 사람이니까. 프로듀서 씨는 누구라도 문을 열어주고, 누구라도 배려해주고, 누구라도 웃으며 대하는, 그런 사람이니까.


 키타자와 시호에게는 특별한 사람이지만, 그에게 있어 키타자와 시호는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으며 프로듀서 씨가 열어준 문을 통해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겨울이니까, 날씨가 서늘하니까 추웠던 것뿐이리라.


 꽤 유명한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평일의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칸막이가 있는, 두 사람만 딱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눈에 띈다.


 프로듀서 씨와 마주 보고 앉아 차를 마시는 상상만 해도 얼굴이 달아오르지만, 프로듀서 씨는 그 자리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으면 저어기 창가 쪽에 나란히 앉아,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차를 마시게 되겠지. 그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지금의 키타자와 시호는, 프로듀서 씨와 마주하고 싶었다. 어차피 어리광 부리기로 결심한 거, 최대한 많이, 되도록 강하게 어리광 피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래서, 프로듀서의 손목을 살짝 잡고 주욱주욱 당긴다.


 “프로듀서 씨. 저쪽 자리가 비어 있어요.”


 “아, 그렇네. 그러면 저기에 앉을까?”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는 시호의 자그마한 손에 이끌려 구석진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키타자와 시호가 다소곳하게 앉는다.


 평소와는 다른 다소곳함이다. 새초롬한 얼굴도, 그렇다고 키타자와 시호처럼 무뚝뚝하게 쿨한 얼굴도 아니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살며시 올라갔지만, 그 웃음은 분명히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 아닌가. 프로듀서 씨가 메뉴판을 들고 잠시 으음, 하고 고민하는 사이, 키타자와 시호는 몰래 휴대폰 카메라를 켠다.


 그리고 찰칵, 소리를 가리며 프로듀서 씨 몰래 메뉴를 고르고 있는 그의 모습을 찍는다. 혹여 프로듀서가 눈치챘을까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뛰었지만, 그는 어떤 음료를 시킬지에 정신이 팔려, 담당 아이돌의 일탈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해놔야지,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는 유자차로, 시호는 뭐 마실래?”


 “프로듀서 씨와 같은 걸로요.”


 “알겠어.”


 짧게 대답한 뒤, 프로듀서 씨는 유자차를 두 잔, 점원에게 주문한다. 프로듀서 씨의 옆모습이다. 휴대폰으로 라인을 하는 척하며, 찰칵, 프로듀서 씨를 찍는다. 목소리 때문에 카메라의 소리가 묻혀서 다행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프로듀서 씨와 단둘이 마주 보고 앉아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이돌 활동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건 그냥 업무 이야기니까.


 그렇다면 일상 이야기를 해야 할까. 오늘은 누구와 놀았다는 둥, 조금 있으면 릿군을 데리러 가야 한다는 둥, 그런 사소한, 별것 아닌 이야기들.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건 그저, 친구 사이에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조금 더, 프로듀서 씨니까 할 수 있는, 그런 달콤한 이야기. 호시이 미키나 이부키 츠바사가 할법한, 그런 장난스러우면서도 요염한, 그런 이야기.


 “프로듀서 씨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어?”


 프로듀서 씨는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의자 아래쪽에 내려놓는 그 상태로 잠시 굳은 채, 당황스럽다는 듯이 작은 신음을 흘렸다. 그 반응에, 키타자와 시호는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로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사람이 혹, 키타자와 시호가 아닌 사람이라면. 키타자와 시호가 아는 사람이라면, 무슨 얼굴로 프로듀서 씨를 봐야 할까.


 어느새 프로듀서 씨가 양복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곤란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그런 부정적인 생각에 먼저 삼켜질 뻔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니?”


 “네? 아…그게, 예전에 친구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요. 프로듀서 씨는 어떨까 싶어서 그만…실례되는 질문이었나요?”


 당연히 실례되는 질문이다. 키타자와 시호가 그런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래도 살짝 물어본 것이다. 그녀는 어른이 아니니까, 아직 어리광 부릴 나이니까. 그 호의에 기대어 물어보는 것이다.


 저것 봐, 프로듀서 씨도 웃고 있잖아. 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키타자와 시호가 물어본 것이니까, 가볍게 생각했으리라. 미우라 아즈사나 사쿠라모리 카오리가 물어보았다면 분명, 굉장히 심사숙고하며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이야기했겠지. 프로듀서 씨는 그런 사람이니까, 키타자와 시호가 아는 프로듀서 씨는.


 “아니, 괜찮아. 좋아하는 사람이라…글쎄, 최근에는 일이 연인이라서 말이야.”


 “……그런 대답 말고요.”


 그녀답지 않게 살짝 볼을 부풀리며 대답을 촉구한다. 키타자와 시호의 이런 모습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 프로듀서 씨는 살짝 곤란한 얼굴로 답변을 회피한다.


 “어떤 의미로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덕션의 모두를 다 좋아하지.”


 정론이다.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하고 뻔한 답변이다.


 당연히, 키타자와 시호가 그런 답변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뭐, 프로듀서 씨의 반응을 보아하니,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리라.


 오히려 그런 대답이라도 하면, 키타자와 시호는 안심할 것이다. 기회가 있다는 뜻이니까. 시간이 만들어 줄, 그런 기회가.


 그래서 조금, 그녀답지 않은 짓궂음으로 프로듀서 씨에게 재차 압박을 가한다.


 “그런 의미가 아니란 건 아시잖아요?”


 “하하…….”


 할 말이 없었는지, 아니면 담당 아이돌이 이렇게까지 물어볼 줄 몰랐던 것인지, 그는 멋쩍게 웃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 당혹스러워하는 프로듀서 씨의 모습이 어째 귀여워 보여, 당장이라도 카메라로 찍고 싶었지만…애써 참았다.


 “아니면 제가 말해볼까요?”


 “뭘?”


 “일단…시즈카.”


 친구이자 라이벌의 이름을 말하니, 프로듀서 씨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시즈카의 노래는 좋아하지.”


 “제 노래도 좋아하시나요?”


 “물론 시호의 노래도 좋아해.”


 “…….”


 갑작스러운 기습에, 키타자와 시호는 빨갛게 달아오를 것이 뻔한 얼굴을 프로듀서 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잠시 창밖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프로듀서 씨는 분명, 능글맞게 웃고 있겠지. 키타자와 시호를 어린아이 취급하면서.


 “그렇다면, 코토하 씨.”


 “아~코토하. 모두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가진 아이지.”


 “프로듀서 씨가 어떤지를 묻는 거예요.”


 “코토하의 연기력은 정말 좋아해.”


 “제 연기력도 좋아하시나요?”


 “초등학생 메이드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어.”


 “……!!”


 정말 짓궂은 사람이다.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초등학생 메이드의 기억이었지만, 그래도 그것 역시 프로듀서 씨가 받아온 일이다. 그런 소중한 업무를, 키타자와 시호가 함부로 좋다 싫다 가려가며 일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카오리 씨는 어떤가요.”


 “뭐, 매력적인 사람이지.”


 “최근 들어 이름으로 자주 부르시던데요. 카오리, 라면서.”


 “담당 아이돌의 요청사항인지라―”


 그렇게 하하 웃으며 미꾸라지처럼 키타자와 시호의 압박을 빠져나간다. 어른의 여유라는 것일까, 그 와중에도 카페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프로듀서로서의 업무도 진행한다.


 “그렇다면…사무원인 코토리 씨는요?”


 “오토나시 씨라…좋은 사람인데, 좋은 사람이긴 한데…….”


 “……?”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프로듀서 씨를 보았다. 오토나시 코토리의 이름이 나오자, 그는 한숨을 푹 내쉰다. 누가 보아도 남녀 간의 연정…은 없어 보인다.


 “회사에 성인…만화 가져오는 건 둘째치고, 업무 시간엔 업무를 제발…….”


 “…….”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는 프로듀서의 모습에서, 사회인의 고충을 살짝 엿본 것 같았다. 키타자와 시호가 아무리 어른스러운 중학생이라 해도, 본질은 중학생이다. 어른의, 프로듀서 같은 사회인의 애환을 알 리 만무하다.


 그러는 사이 점원이 유자차를 가지고 온다. 프로듀서 씨의 앞에 한 잔, 그리고 맞은 편의 키타자와 시호 앞에 한 잔. 같은 색, 같은 그림이 그려진 귀여운 머그컵이 두 잔이다.


 그 컵에 검은 고양이의 발바닥이 그려져 있는 것은, 단순히 우연이겠지.


 프로듀서 씨는 씁쓸한 기분을 달래고 싶었는지, 유자차가 나오자마자 한 모금 후룩, 마신다. 그리곤 그제야 살 것만 같다는 듯, 입술을 바르르 떨며 달콤함을 만끽한다.


 그런 프로듀서를 보며, 키타자와 시호는 머그컵 손잡이를 잠시 만지작거렸다. 유자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그런 싱그러움을 잠시 즐기다가, 방심한 프로듀서 씨에게 일격을 꽂아 넣는다.


 “치하야 씨, 좋아하시죠?”


 “……!?”


 그 불의의 일격이 제대로 먹힌 것일까, 프로듀서 씨는 유자차를 마시다가 사례가 들렀는지, 연신 쿨럭거리며 기침을 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프로듀서 씨에게 추가타를 넣는다.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요.”


 질투라도 하는 것일까, 생각하던 것보다 말이 거칠게 나와서, 자기 자신도 조금 놀란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키타자와 시호에게 있어서 동경하는 선배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연적이다.


 게다가 예전에 얼핏 치하야 씨의 과거를, 그리고 프로듀서 씨가 치하야 씨에게 했던 여러 일을 들은 적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키사라기 치하야의 특별함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프로듀서 씨 본인도 자각하고 있었는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맞은 편의 소녀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일을 같이 겪은 사이니까. 치하야는 정말로 신뢰하고 있어.”


 “저보다도, 말인가요?”


 그래서, 프로듀서 씨가 곤란해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리광 부리듯 내뱉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내심 기대한다. 그래도 키타자와 시호를 선택하지 않을까, 시호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말해 주지 않을까.


 하지만 프로듀서 씨의 답변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시호도, 신뢰하고 있으니까.”


 “……비겁한 대답이에요, 프로듀서 씨.”


 그녀의 말에 프로듀서 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머그컵을 들고 그 안의 차를 다시 한 모금 마실 뿐이었다.


 분명, 그가 하려던 대답은 저 한 모금과 함께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갔겠지. 원망의 한숨인지 안도의 한숨인지 모를 것이 살짝 새어 나왔고, 프로듀서 씨는 그런 시호를 보며 나지막이 한 마디 던진다.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시호도 소중한 담당 아이돌이야.”


 “그런가요.”


 그래, 프로듀서 씨는 이런 사람이었지. 정말로 비겁하고 치사한 사람.


 “그러면, 제가 치하야 씨보다 더 특별한가요?”


 그러니, 키타자와 시호가 조금 치사해진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없으리라.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줄 몰랐을까, 프로듀서 씨는 당혹감이 섞인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것 자체가 이미 대답이 아닌가. 역시 치하야 씨는 이길 수 없는 걸까…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는 담당 아이돌들 가운데 누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


 “네, 그러시다면 그걸로 됐어요.”


 그래서 승복한다. 프로듀서 씨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답이었지만, 키타자와 시호는 이미 그의 본심을 읽었다. 여기서 더 뭐라고 해봐야 얻는 것은 없고, 돌아오는 것은 선배를 향한 질투뿐이리라.


 그러니 프로듀서 씨의 생각이 조금, 틀렸다는 것만 지적해 드리면 될 것이다. 머그컵을 손으로 잡고, 천천히 들어 올린다. 그리고 입가에 가져가기 전, 프로듀서 씨를 보며 한 마디 중얼거리듯 말한다.


 “하지만 프로듀서 씨 댁에서 요리해 드린 적 있는 사람은, 저뿐이니까요.”


 “그, 그건 정말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


 “당신의, 키타자와 시호니까요.”


 “…….”


 프로듀서 씨가 살짝 고개를 돌린다.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 마치 이성을 눈앞에 둔 중학생 남자아이 같은 느낌이다.


 머그컵을 입가에 가져간다. 살짝 식어버린 유자차의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한 모금, 조심스럽게 맛을 본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유자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맞은 편의 그이는 고개를 짚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불의의 일격 한 방에 제대로 당해버린 것이리라.


 “유자차, 맛있네요.”


 릿군을 데리러 가기까지 삼십 분, 기나긴 시간이 될 것이다. 그이에게도, 그리고 키타자와 시호에게도. 유자 맛이 나는 입술을 살짝 핥으며, 키타자와 시호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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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호 생일에 올리는 시호글

 시호 귀엽거든요

 가끔 질투도 해주는 게 미식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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