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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26. 너와 나의 꿈이 기다리고 있는 그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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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5, 2024 23:44에 작성됨.

26. 너와 나의 꿈이 기다리고 있는 그 곳으로.



 얼마나 이렇게 비를 맞고 있었을까, 점점 손 끝이 시려오기 시작했다. 우산은 커녕 얇은 옷을 입고 비를 맞고 있는 츠무기도 꽤나 추울 것이다. 서로를 안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만은 하겠지만 천년 만년 이 거리 한복판에서 비를 맞고 있을 수는 없을 노릇이다. 어느새 슬프게 흐느끼는 소리가 잦아들자 츠무기의 손을 잡은 채로 그녀를 품에서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돌아가자..."


  "..."


  "츠무기 너와 나의 꿈이 기다리고 있는 그 곳으로."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이...!"


 인정사정 없이 날아드는 발길질로 인한 극심한 고통으로 정신이 각성했다. 그립다면 그리운 것이었겠지만, 막상 이런 폭행을 다시 당하다 보면 그런 감상은 금방 없어지기 마련이다.


  "역시...! 역시 당신은 변태입니까!?"


  "아, 역시 이렇게 되는 흐름인 것인가."


  "아니, 뭐가 태연하게 '역시 이렇게 되는 흐름인건가.' 입니까!?"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이번에도 츠무기는 엄청난 치욕을 당하는 듯 양 팔을 들어 가슴을 가리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을 내는 츠무기에게,


  "그냥... 예전 일이 떠올라서. 다시는 츠무기와 츠무기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너와 같이 있잖아. 이렇게 너에게 맞는 것도 뭐랄까 오랜만이라 그리운 느낌이라서."


  "당신..."


 그 말을 들은 츠무기도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는 듯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마, 지금 츠무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도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


  "당신은... 당신은 맞는 걸 그리워 하고 있던 거군요...!!"


  "...네?"


  "역시... 역시 당신은 변태입니다!! 맞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이상한 변태!!"


  "저기요, 선생님?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 물론 츠무기 너한테 맞는 게 싫다는 건 아니긴 한데..."


 어느새 츠무기는 이를 악물고 눈가엔 눈물까지 맺힌 채 씩씩대며 회심의 일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좋아요, 그렇게 맞고 싶었다면 한 대 더 때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맞고 싶어한다면야!"


  "아니 저기 잠시만..."


 츠무기에게 발길질을 멈춰 달라고 하려던 찰나였지만, 눈 앞으로 날아드는 그녀의 발의 모습이 의식이 유지되고 있을 때 기억하던 마지막 장면이었다.



 몇 시간 전...


  "여기는...?"


  "확실히 여기도 분위기가 좀 그러네..."


  "여기는... 여기는 호텔이지 않습니까!?"


  "아니 새삼스럽게 왜? 호텔이 뭐 어때서?"


  "다, 당신, 제정신입니까!? 담당하는 아이돌을 이런...! 이런 그렇고 그런 호텔에 데려오는 프로듀서가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츠무기는 잡고 있던 손을 휙 뿌리치고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이, 이런 건 제가 나이를 조, 조금 더 먹었을 때... 그,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아무튼 당신은 지금 뭐 하자는 거에요!?"


  "아니 넌 지금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 이 변태!!"


 어찌어찌 츠무기를 다시 도쿄로 데려오긴 했지만, 츠무기는 기존에 살았던 자취방의 월세 재계약과 관련해서 집주인과 다시 상의도 해야 하고, 당장 쓸 소지품들과 가구들도 본가에 가있는 상태기 때문에 이런 저런 애로사항이 많이 발생해버렸다. 그중 가장 당면한 상황은 집이 없는 것이기에 당장 츠무기가 오늘을 지낼 수 있게 호텔을 알아보러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엄청나게 비싼 곳이 아니면 대부분 그렇고 그런 분위기의 호텔들 뿐이었다. 한참을 둘러보다 그나마 괜찮은 곳이 있어 들어갔으나 역시 안은 다른 곳들과 다를 바 없었다.


  "크흠, 안녕하십니까. 대실인가요 숙박인가요?"


  "대실? 대실이 어떤 건가요?"


 호텔 프론트에 서 있는 직원이 눈치를 주듯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숙박 여부를 물어보자 츠무기는 대실이 뭔지 모르는 듯 직원에게 다시 되물어보았다. 그런 직원은 뭘 생각하는 진 모르겠지만 엷게 미소를 지으며 간단히 대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숙박은 말 그대로 하룻밤을 주무시는 것이고, 대실은 숙박 비용의 절반으로 4시간 동안 커플 분들이 '쉬어가시는' 것입니다. 저희는 특별히 야간 대실을 운영..."


  "음? 왜 굳이 네 시간 동안 호텔에서 쉬었다 가는 것이죠? 통상 호텔은 잠을 자러 가는 곳이..."


 츠무기는 말을 이어 하려다가 이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얼마 간 아무 말이 없던 츠무기는 이내 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고는 매섭게 째려보았다. 츠무기가 날카롭게 노려보며 매도의 말을 꺼내기 직전에 여기 앞에 있는 두 명의 오해를 재빨리 풀어야 했다. 안 그러면 츠무기가 매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폭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방 두 개로 잡고 싶은데요. 방 둘로 해주세요. 물론 숙박으로."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의 호텔에서 츠무기 혼자 묵게 할 수는 없다. 비용은 두 배겠지만 그래도 옆 방에서 있는 것이 나을 것이리라. 하지만 호텔 직원은,


  "아, 안타깝게도 지금 방이 딱 하나밖에 남지 않았네요. 어쩔 수 없지만 두 분께서 같은 방을 쓰실 수밖에 없네요."


 라고 말하며 미묘하게 눈을 찡긋 해주었다. 그러자 츠무기는 준비하고 있던 매도의 말을 쏟아내며,


  "이, 이 변태...! 당신은 그럼 '아,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방 하나로 해주세요.' 라고 하면서 저와 같이 호텔에서...!?"


  "아니 그런 말 하지도 않았거든!? 그리고 하나 밖에 없으면 내가 굳이..."


 그렇게 츠무기와 로비에서 큰 소리를 내고 있자 뒤에서 다른 커플 한 쌍이 들어왔다. 들어올 때부터 손을 잡고 있던 커플의 남자가 자연스러운 말투로 호텔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며,


  "숙박이요."


 라고 말하자 직원도 자연스럽게 결제를 하고 호텔 키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자연스럽게 키를 받고 계단 위를 걸어 올라가는 커플을 보던 츠무기는 이내 호텔 직원에게,


  "그, 그럼 이제 방이 없는..."


  "안타깝게도 방이 하나 밖에 없어서, 그럼 두 분은 방 하나로 해드리면 될까요?"


  "..."


  "..."


 호텔 로비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고, 이내 츠무기가 고개를 떨군 채 밖으로 나가자 마찬가지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라 나갔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결국 당신 집입니까?"


  "그래. 역시 그런 곳에서 츠무기 네가 묵는다면 영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비록 당장 지낼 곳이 없어서 그런 것이긴 하지만, 어쩌다 츠무기가 저런 호텔에 드나든다는 것이 미디어에 나오게 되면 그걸 수습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의 호텔에서 츠무기 혼자 있게 하는 것 자체가 좀 꺼림칙했다. 그래서 결국 츠무기를 집 앞까지 데려왔지만 츠무기는 그것 또한 내키지 않는 듯 했다.


  "역시 당신은 어쩔 수 없는 변태이군요. 호텔이나 당신 집이나 결국 다를 것이 없지 않습니까? 이 호색한!"


  "그, 츠무기 씨... 그럼 다른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있으면 좀 제시를 해주시는 것이..."


  "그게... 으..."


 당장 주변에서 마땅히 묵을 만한 곳이 있지도 않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다. 그리고 몇 시간 전부터 비에 쫄딱 젖은 채로 여기 도쿄까지 왔기 때문에 츠무기도 엄청 춥고 불편할 것이다. 그러니 츠무기를 위해서라도 일단 오늘은 여기서 묵게 해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츠무기. 절대 손 안댈 테니까 걱정하지 마렴. 내가 맹세할게."


  "전에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치만 이건 진짜야. 츠무기, 나 믿지?"


  "으으... 어째 그런 말을 들으니까 더 불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츠무기를 데리고 집 앞까지 걸어가는 찰나, 문득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쓰레기! 집도 더러운데!"


  "네?"


 잊고 있었지만, 카나자와로 가기 전에 쓰레기 봉투들을 현관 쪽에 잔뜩 쌓아두고 있었다. 집 안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런 쓰레기가 가득한 집을 츠무기에게 보여줄 수는 없기에,


  "츠무기, 정말로 미안해! 여기서 잠깐만 5분만 기다려 줄래? 딱 5분이면 돼!"


  "앗, 당신..."


 부득이하게 츠무기를 집 주변에 잠깐만 세워두고 재빨리 집으로 달려가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널부러진 물건들은 대형 봉투에 담아서 안 보이는 구석에 쳐박아두고 현관에 둔 쓰레기 봉투들은 분리수거장에 가서 대충 던지고 나니 5분이 약간 안되는 시간이었다. 집 안에 나는 탁한 냄새는 환기를 하는 것 말고는 어찌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나서 다시 츠무기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으음... 괜찮은 거 맞나요?"


 다행히도 츠무기는 아까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어쩐지 한심하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아하하... 아무 문제 없다고! 이제 들어갈까?"


  "음... 네..."


 바깥 공기가 시원해서 그런지 집 안의 술 냄새는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눈치채기 힘들 정도이고 애당초 가구가 많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정리할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덕분에 츠무기를 그리 오래 기다리게 둘 필요는 없었다. 물론 그녀는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지만 말이다. 의심의 눈초리로 미덥지 못하다는 듯 쳐다보는 츠무기를 집 안으로 들이자 그녀는 바로 입을 열고는,


  "읏, 이 냄새는... 술 냄새이지 않습니까? 당신이란 사람은 설마 오늘 술을 마시고 저를 데리러 온... 아니 그보다 운전을 했으면 안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아, 아뇨 그게... 전날에 마신 거라서 운전하는 데엔 딱히 지장이라던가... 아하하..."


  "그보다, 당신 집 상태가 이게 뭔가요? 구석에 양말 한 짝이 굴러다니는 것도 여기서 바로 보이고, 가구만 많이 없다 뿐이지 전반적으로 정리 정돈 상태가 불량하지 않습니까?"


 어느새 집 안에 들어온 츠무기는, 자신의 방을 어지럽힌 자녀를 혼내는 어머니처럼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츠무기 그러니까 엄마 같네."


  "읏!? 제, 제가 왜 당신 어머니입니까!?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아니 그냥... 이런 잔소리 들어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기도 하고 이 집에 항상 혼자 살다 보니 누가 이렇게 집에 오는 것도 처음이기도 하고 그래서."


  "당신..."


 그 말을 듣자 츠무기는 뭔가 애잔한 눈길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사실 츠무기도 비슷할 것이다. 심지어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홀로 타지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그녀는 더 힘들 것이다. 17살밖에 안된 여자아이가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서 꿈을 이루기 위해 고생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기특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웠다. 그런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은...


  "아니, 지금 당신의 집 정리 상태를 말하고 있었잖아요!"


 그런 감상이 무색하게도 츠무기는 긴 은발을 묶은 리본이 붕붕 휘둘릴 정도로 고개를 세게 젓더니,


  "애초에 여자아이를 집에 데려오는 주제에 이렇게 정돈되지 못한 집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심보인 건가요? 예전에 당신이 저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분명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 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 일에도 불의하다' 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집조차도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하는데 그런 당신은 다른..."


  "그, 츠무기! 일단 춥지 않아? 너 지금 쫄딱 젖은 채로 이렇게 있으면 불편하고 추울 것 같아서 말야."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말을 돌리려고 하는 그런 심보를 제가 과연 모를 거라고 생각..."


  "아니 지금 여기 집 바닥에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도 하고... 일단 먼저 씻어!"


  "자, 자, 잠깐만요... 저는 갈아입을 옷도..."


  "걱정하지 말고 일단 씻어!"


 그렇게 츠무기의 등을 떠밀며 화장실로 집어넣자 그녀는 닫힌 화장실 문 너머로 매도하며,


  "당신은... 이렇게 제가 씻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상한 상상을 하려는 속셈으로...!"


  "아니 그건 대체 무슨 망상이야!? 너 입을 옷 사올 거니까 느긋하게 씻고 있어, 알았지?"


  "읏..."


 츠무기가 화장실에 들어간 뒤 얼마 안 있어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외출하기 위해 기존에 입었던 젖은 옷을 벗어 대충 빨래통에 집어넣고 옷을 갈아입었다. 제대로 씻은 다음에 옷을 갈아입고 싶었지만 츠무기는 당장 입을 옷이 없기에 그걸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래서 츠무기가 씻는 동안 나가서 입을 옷을 비롯해서 이것 저것 필요한 것들을 사오기로 했다.



 30분 후...


  "으으..."


  "어, 츠무기. 다 씻었구나? 옷들은 어때, 다 맞지?"


  "네... 당신 설마 제가 옷을 갈아입거나 하는 걸 몰래 엿본..."


  "아니 문이 닫혀 있는데 어떻게 훔쳐봐!?"


  "문 밖에 놔둔 옷가지들을 집으려 문을 조금 열 때 엿본다거나..."


  "내 이미지가 이렇게나 안 좋은 거야!?"


 츠무기가 씻는 동안 잠깐 밖에 나가서 츠무기가 입을 옷가지들을 사왔다. 츠무기는 사온 옷을 입지 않는 선택지는 없기에 옷을 갈아입고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레 화장실에서 나왔지만 어째 좀 많이 부끄러워하는 듯 했다.


  "오, 캐쥬얼한 느낌이 나쁘지 않네."


  "저는...! 저는 당신 보기에 좋으라고 이렇게 입는 것이 아닙니다!"


  "아하하... 맞아 맞아. 그래도 잘 맞으니 다행이네."


  "으으... 아무래도 이런 복장 내는 좀 부끄럽다 카는데도..."


 대충 츠무기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흰 티셔츠와 검은 숏팬츠를 사왔는데 다행히도 잘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츠무기는 그런 차림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 맞다. 비 맞은 옷들은 저기 빨래통에 넣어놔. 나중에 입어야 되니까 세탁하고 말려야지."


  "아앗!!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제, 제 옷은 제가 알아서 세탁할 거니 건드리지 마세요!"


  "음? 그래, 츠무기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리고 말차 아이스크림 사왔으니까 이거 먹고 있어. 나도 이제 씻어야 되니까."


  "그러고 보니 당신도 지금까지 씻지 못하고 이렇게... 꽤 추울텐데 괜찮나요?"


  "야산에서 비 맞으면서 잔 적도 많은데 이 정도로 뭐... 아이스크림 먼저 먹어. 다른 필요한 거 있으면 네 거처럼 써도 돼."


  "아, 네에..."


 츠무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말차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 얼떨떨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츠무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간도 꽤 늦었으니 일단 씻고 나서 뭐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어올리는 츠무기를 보고는 씻으러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10분 후,


  "어, 츠무기. 뭐하고 있어 지금?"


  "...프로듀서. 잠깐 여기 와서 앉아보세요."


 테이블 쪽에 앉아있는 츠무기는 얼굴에 어둡게 그림자가 져 있었다. 갑자기 츠무기의 그런 모습을 보자 불안한 느낌이 마음을 엄습했다. 하지만 도저히 왜 츠무기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지 알 도리는 없었다.


  "으, 응... 왜?"


 츠무기가 앉아있는 맞은편에 앉자 츠무기는 무언가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차가운 표정의 그녀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은 '사직서' 라고 쓰여 있는 흰색 봉투였다. ...불찰이었다. 집을 정리하면서 사직서도 치웠어야 하는데 아마 가방 위에 보이기 쉽게 올려놨던 모양이었다. 안에 있는 내용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겉에 써있는 세 글자로 유추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이게 뭐죠?"


  "에엣, 츠무기 뭐야. 이젠 남의 개인 소지품들을 몰래 확인해보는 거야? 그럼 못쓴다고?"


  "프로듀서."


  "이게 다 츠무기를 올바르게 인도하지 못한 프로듀서 잘못이겠지.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


  "..."


 츠무기는 매도하거나 화내거나 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진중하게 지그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 앞에서 계속 말장난이나 하는 건 츠무기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다.


  "봉투 안에 써있는 걸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퇴사하려고 썼던 사직서야. 이 사직서는 다음 주에 사무소로 돌아가서 내려고 했었어."


  "어째서죠?"


  "그야, 담당하는 아이돌이 없는 프로듀서잖아. 프로듀서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잘못도 많이 했었고..."


  "그렇지만... 그렇지만 다른 아이돌을 프로듀스하면 되는 것이지 않나요? 유코쿠 씨라든가..."


  "아니, 나는 츠무기 너 말고는 없어."


  "읏..."


 츠무기는 어느새 볼을 빨갛게 물들이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츠무기는,


  "만약... 만약 제가 카나자와에서 당신을 거절하거나... 당신이 카나자와로 찾아오지 않아서 제가 그대로 아이돌을 그만뒀으면... 그렇게 되면 당신은..."


  "아마 퇴사하고 나서 그대로 죽으러 갔겠지."


  "!!"


  "아, 그건 너무 갔나? 아하하..."


  "..."


  "그렇게 되면 프로듀서 일 말고 나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일을 하러 갔으려나."


  "당신..."


 츠무기는 안타까운 듯한 표정으로 지그시 쳐다보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 불안할 것이다. 애써 다시 도쿄로 돌아왔는데 자신을 담당하는 프로듀서라는 사람이 어딘가 사라져버릴 수 있기에. 그런 츠무기를 안심시키기 위해 사직서를 들고 수십 조각으로 북북 찢었다.


  "에...?"


  "츠무기. 예전에 병원에서 해줬던 말 기억 나?"


  "..."


  "츠무기가 잘못될 일 없게 항상 네 곁에 있어줄 거라고 했었어. 네가 먼저 떠나지 않는 한, 내가 먼저 떠날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안심해."


  "프로듀서..."


 잔뜩 찢어버린 종이들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린 뒤에 츠무기한테 다가가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사실, 지금까지 츠무기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장난기를 담아 거칠게 한두번 쓰다듬는 것에 그칠 뿐 제대로 해준 건 없었을 것이다. 츠무기가 멍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자 그런 그녀에게 빙긋 웃어주며,


  "아하하, 뭔가 낯간지럽네. 아무튼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먼저 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앗... 알겠습니다... 그보다..."


 츠무기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 하며 망설이는 듯 했다. 평소엔 똑부러지게 말하는 그녀지만, 이렇게 고민되는 일이 있으면 그런 날카로운 면모는 없어지고 허둥대는 모습이 꽤나 귀여운 츠무기는,


  "왜 아까부터 제 그곳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입니까?"


  "...네?"


  "왜 아까부터 제 가, 가... 가슴 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멍한 표정이나 허둥대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어느새 차갑고 날카로운 눈매로 매섭게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그런 것이었군요...!"


  "그, 츠무기 씨? 뭔진 몰라도 아마 장대한 착각을..."


  "당신이 일부러 검은 속옷과 흰 티셔츠의 조합으로 옷을 사준 건 다 이걸 노리고 한 것이었군요...! 제... 제 소, 속옷이 비치는 것을 보기 위해...!"


 사실 여성에게 속옷 선물을 해줄 기회가 살면서 전혀 없었기에 가장 무난했던 걸로 골랐을 뿐인데, 별 생각 없이 했던 선택의 결과가 이런 결과로 다가온 것이었다. 물론 츠무기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까부터 그걸 내내 쳐다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비쳐 보이는 것이 안 보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렇게 잘 비치는 것도 아니고 유심히 봐야 검은색인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츠무기의 등 쪽은 좀 잘 보이긴 하는데 앞에 가슴 쪽은..."


  "이... 이 파렴치한 변태...!!"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힌 츠무기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어깨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윽... 어쩌면 츠무기를 카나자와에서 데려오고 반나절도 안돼서 그녀가 다시 돌아가버릴 수 있는 노릇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진정시켜야...


  "앗... 그러고 보니. 당신께 제 속옷 사이즈를 말해준 적은 없는데 어떻게 저에게 딱 맞는 사이즈로 사온 것입니까?"


  "아, 그거? 직원 분께 물어보니까 잘 골라주던데?"


  "...당신 방금 뭐라 했나."


  "키 160cm, 몸무게는 45kg에 쓰리 사이즈는 82, 56, 83인데 어떤 거로 하면 되냐고 하니까 친절하게..."


  "이... 이 뭐꼬!? 당신 미쳤나? 왜 그걸 딴 사람한테 말하는 거가!? 글고 그라는 당신은 이걸 어케 알고 있는데?"


  "그, 그야 전에 츠무기 의상 제작하거나 할 때 받았던 내용이라..."


  "아니아니아니 그걸 외우는 건 무슨 경우인데? 당신 제정신이가!? 역시 당신은 변태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츠무기는 씩씩대며 현관으로 걸어나가려고 했다.


  "됐다, 내 카나자와로 돌아간다! 당신이 집으로 부를 때 내 알아봤어야 카는데 내 바보였다!"


  "아니 츠무기 씨, 죄송합니다! 제발 제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주시는 것이...!"


 츠무기가 현관으로 가기 전에 재빨리 그녀의 손을 붙잡자 이내 그녀는 손을 뿌리치고 등짝을 매섭게 때리기 시작했다.


  "이, 변태! 이 변태! 내한테 손 안 댄다 그래놓고선 또 이래 손 잡을라고 수작 부리는 거 내 모를 줄 알았나!?"


  "아, 아파, 아프다고!!"


  "또 또 엄살이가!? 당신은 정신 좀 차리야 된다!!"


 그렇게 누군가 때리는 소리가 다른 누군가 구타 당하는 소리와 함께 밤은 깊어져 갔다.



  "그, 츠무기? 다 갈아입었지?"


  "흥!"


 츠무기가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속옷이 비친다고 한바탕 하고 난 뒤, 다시 옷을 사러 나가기엔 밤이 너무 늦은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집에 남아도는 검은 티셔츠 하나를 내주었다. 사이즈는 그녀에게 상당히 크겠지만 그래도 츠무기는 나름 괜찮은 듯 했다.


  "그럼 츠무기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옆에 아무거나 깔고 잘게. 다른 곳에는 짐들이 많아 도저히 깔 데가 없어서 이해 좀 해줄래?"


  "변태 프로듀서 원하는 데로 하시죠?"


  "아하하... 그럼 나는 바닥에 대충 깔 만한 거 가지러 갈테니까..."


 혼자서 자취하는 집이므로 여분의 이불이나 깔고 잘 매트 같은 것이 전혀 없기에 츠무기에게 침대를 양보해주었고, 그리고 그나마 침대 옆에 무언가라도 깔고 잘 만한 공간이 되므로 그 옆에 자기로 했다. 매섭게 째려보는 츠무기의 눈길을 애써 무시하고 옷장으로 가서 깔고 자는데 쓸 겉옷들을 일부 가져왔다.


  "츠무기, 다시 왔..."


  "...그 사람의 냄새..."


  "...저기요?"


   "아앗!?"


 가까이 다가서서 말을 걸기 전까지 츠무기는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하고 옷의 냄새를 이리 저리 맡고 있었다. 분명 깨끗하게 빨았었는데 이상한 냄새라도 나는 것인가?


  "츠무기 씨, 옷 깨끗하게 입었거든요!? 아니 그렇게 이상해?"


  "읏, 아니, 그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쩝... 뭐 알았어. 너무 늦었으니까 일찍 자자고."


 그렇게 대충 겉옷들을 침대 옆에 깔고 그 위에 누웠다. 가끔 이러다가 다음날에 허리가 엄청 아플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츠무기를 바닥에서 재우는 건 있을 수 없었다. 물론 그런 광경을 본 츠무기는 내심 걱정이 되는지,


  "당신... 괜찮나요? 덮을 것도 없고 그렇게 옷가지 위에서 자게 되면..."


  "난 괜찮아. 그나저나 불 좀 꺼줄래? 저기 침대 옆에 보면 있을 거야."


  "앗, 네..."


 츠무기는 그래도 걱정이 가시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답을 하고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비를 계속 맞기도 하고 많이 걷기도 해서 슬슬 피곤할 거니 얼른 자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럼, 좋은..."


  "저, 프로듀서..."


  "음?"


  "당신도... 이렇게 혼자서 지내면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나요?"


 츠무기는 나직한 목소리로 조용조용하게 말을 걸어왔다. 혼자서 사는 것이 외롭지 않냐는 그녀의 말에는, 그녀 또한 혼자서 자취하는 것에 대한 쓸쓸함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뭐...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겠지. 밤 늦게 퇴근해서 이렇게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오면 그런 감상이 더 들기도 하고. 이건 츠무기도 비슷할 거야."


  "..."


  "하지만, 그래도 난 괜찮아. 사장님이 일부러 사무소를 가정집 같은 곳으로 고르신 것도 모두가 거길 편안한 집처럼 생각하라고 한 거잖아? 집에서는 혼자일지라도 출근하면 다른 아이돌들, 그리고 츠무기 너를 볼 수 있으니까. 그 곳이 내 집인 거야."


  "그렇습니까..."


  "그래. 너도 사무소를 좀 더 편하게 여겨도 돼. 비록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 곳에선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


  "후훗, 사무소에서 매일 커피를 달고 살면서 피곤해 하는 당신도 과연 그렇게 편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었군요?"


  "아니 그건 뭐랄까 다른 거라고 생각하다만... 아무튼! 이제 너무 늦었으니까! 좋은 밤 되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프로듀서. 후훗..."


 츠무기도 내심 피곤했는지 어느새 새근새근 잠자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뭔가... 느낌이 묘했다. 비록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보고 싶었던 그녀와 한 지붕 아래서 자게 되는 것이 정말 꿈만 같아서. 서로 상처 주고 상처 입혔던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내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아서. 아이돌을 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리며 화내는 그녀를 다시 아이돌의 길을 걷게 한 것이 정말 기적 같아서. 그런 감상을 마음 속에 되뇌고 있으니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다. 피곤함에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츠무기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행이다..."



  "으음... 피곤해..."


 창문 사이로 비쳐오는 햇빛에 눈살이 절로 찡그려졌다. 제대로 떠지지는 않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며 애써 양 손을 침대에 대고 밀어서 상반신을 일으키자 손에 부드러운 실 같은 것들이 만져졌다.


  "음...? 웬 실... 이 아니라 설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눈을 뜨자 그 위화감의 정체를 뇌가 인지하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잤으면 양 손이 침대가 아니라 옷들이 깔린 바닥 위를 밀었을 것이고, 더군다나 손에 잡히는 것은 실이 아니라 은색의 머리카락이었다. 설마 설마 하며 바로 옆을 내려다보자 츠무기는 바로 옆에서 새근새근대며 정자세로 곤히 자고 있었다.


  "으음... 아마 잠결에 추워서 기어올라온 것이려나... 이건 잔소리로 안 끝나겠네... 아하하..."


 츠무기가 깨기 전에 얌전히 침대에서 내려간다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지만, 잠에 덜 깨기도 했고 묘한 감상에 빠져 그럴 생각이 들지 못했다.


  "아마 결혼하면 이런 느낌일까?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아침을 맞이하는 그런 기분이..."


 그렇게 멋도 모르게 손이 나가서 자고 있는 츠무기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뭔가 신기한 기분이었다. 마치 츠무기와 결혼해서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물론 그런 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이라도 드는 것이 정말로 감개가 무량했다. 그렇게 츠무기의 머리를 쓰다듬다보니 어느새 츠무기가 눈을 천천히 떴다.


  "으음... 프로듀서... 좋은 아침입니다..."


 졸려서 그런지 평소에는 날카로운 츠무기의 눈매가 이런 아침에는 풀어지는 것이 꽤나 보기에 귀여웠다. 그런 츠무기를 보자 미소가 절로 나오고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래, 좋은 아침. 잘 잤어?"


  "네에... 프로듀서도 잘 주무셨나요...?"


 츠무기도 상체를 일으키고는 잔뜩 피곤한지 예쁜 유리색 눈을 잔뜩 찡그리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렇게 서로 어깨가 맞닿아 있는 채로 1분 정도 흘렀을까, 츠무기는 마침내 궁극적인 사실을 깨달은 듯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이렇게 제 옆에 있는 거죠?"


  "으음... 아무래도 츠무기 옆에서 자고 싶어서?"


  "이...!"


 인정사정 없이 날아드는 발길질로 인한 극심한 고통으로 정신이 각성했다. 그립다면 그리운 것이었겠지만, 막상 이런 폭행을 다시 당하다 보면 그런 감상은 금방 없어지기 마련이다.


  "역시...! 역시 당신은 변태입니까!?"


  "아, 역시 이렇게 되는 흐름인 것인가."


  "아니, 뭐가 태연하게 '역시 이렇게 되는 흐름인건가.' 입니까!?"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이번에도 츠무기는 엄청난 치욕을 당하는 듯 양 팔을 들어 가슴을 가리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을 내는 츠무기에게,


  "그냥... 예전 일이 떠올라서. 다시는 츠무기와 츠무기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너와 같이 있잖아. 이렇게 너에게 맞는 것도 뭐랄까 오랜만이라 그리운 느낌이라서."


  "당신..."


 그 말을 들은 츠무기도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는 듯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마, 지금 츠무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도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


  "당신은... 당신은 맞는 걸 그리워 하고 있던 거군요...!!"


  "...네?"


  "역시... 역시 당신은 변태입니다!! 맞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이상한 변태!!"


  "저기요, 선생님?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 물론 츠무기 너한테 맞는 게 싫다는 건 아니긴 한데..."


 어느새 츠무기는 이를 악물고 눈가엔 눈물까지 맺힌 채 씩씩대며 회심의 일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좋아요, 그렇게 맞고 싶었다면 한 대 더 때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맞고 싶어한다면야!"


  "아니 저기 잠시만..."


 츠무기에게 발길질을 멈춰 달라고 하려던 찰나였지만, 눈 앞으로 날아드는 그녀의 발의 모습이 의식이 유지되고 있을 때 기억하던 마지막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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