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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25. 나는 츠무기의 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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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6, 2023 19:09에 작성됨.

25. 나는 츠무기의 팬이니까.



 1번 링크의 BGM을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듀서에게.


 프로듀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중요한 말씀을 직접 하지 못하고 글로 대신 전하는 제 결례를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바보같게도, 편지를 쓰려고 마음 먹었을 때는 당신께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적으려고 하니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편지의 내용이 두서없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당신은 항상 저를 도와주고 챙겨주었습니다. 그렇게 전부 지켜주려고 했습니다. 제 아이돌 활동과 관련된 일들을 위해 매일 밤 늦게까지 업무에 매달리고. 저를 위해서 모르는 사람들한테 가서 연신 고개를 숙이고 부탁하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부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고. 분명 힘들고 괴로웠겠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고 장난치고 아이처럼 웃고... 그런 당신을 볼 때마다 저는 뒤에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럴 것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호의는 대부분 목적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을 볼 때도 그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난봉꾼같이 저를 어떻게 해보려고 제 호의를 사려고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단지 당신의 직업이 프로듀서이기에 담당하는 아이돌에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우연히 제가 당신이 담당하는 아이돌이 되었기에, 그래서 저에게 프로듀서로써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아이돌들을 위해 이러지 않았습니다. 그와 다르게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을 위해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도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당신은 유별났어요. 어쩌면 당신이란 사람이 그만큼 유별나고 독특해서겠지만... 물론 당신이 난봉꾼이 아니거나, 단지 프로듀서의 의무감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요. 그런 당신이지만, 그렇게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 힘들었습니다. 전혀 내색하지 않고 웃는 당신이지만, 그런 웃는 얼굴 아래에 뭔가 괴로워하는 것 같은 당신의 모습.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근심걱정이 많은 듯 한숨을 내쉬고, 매일 커피를 예닐곱 잔 마시며 피로에 지쳐 있는 당신의 모습. 그런 모습을 걱정하려 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애써 웃어보이는 당신의 모습. 전부 저를 위해 그런 것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한 적이 없었네요. 비록 너무 늦어버렸지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저 때문에 고생하고 힘들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같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프로듀서에게도 날 선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돌보다, 유순하게 당신의 말을 잘 따라주는 다른 아이돌이라면 당신도 프로듀서로서 일하면서 마음이 더 편해지겠지요. 그게 당신에게도 더 좋은 것이겠지요. 비록 저는 아이돌을 그만두지만, 제 어릴 적 꿈 같은 것 때문에 당신을 괴롭게 하는 것은 싫습니다.


 갑작스레 떠나게 되면서 당신에게 이런 저런 민폐를 끼쳤습니다. 원래는 직접 대면하고, 아무리 못해도 전화로 당신에게 말씀을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제 결심이 무너질 것 같아서... 그러니 부디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퇴사할 때 필요한 서류 작성이나 사무소에 있는 제 짐을 정리하는 것은 언젠가 돌아가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부디... 저를 잊어주세요. 당신과, 그리고 저를 위해서라도.


 시라이시 츠무기 올림」



  "츠무기! 츠무기! 기다려!"


  "..."


 정말이지, 그녀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싶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갔지만, 어째서인지 츠무기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츠무기! 기다려 보라니까!"


 말이 들리지 않는 듯이 걸어가기만 하는 츠무기를 뒤따라잡고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멈추게 했다.


  "히얏...! 지, 지금 무얼 하는 거... 에?"


 츠무기는 깜짝 놀란 듯 어안이 벙벙한 채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뒤에 여기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본 듯이.


  "다, 당신..."


  "츠무기."


  "어째서... 여기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있다가, 뭔가 이해한 듯 눈살을 몹시 찡그리고는 시선을 떨구었다.


  "그렇죠... 당신은 그 때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거겠죠... 아무리 당신 같은 사람이더라도 그런 짓을 당하면..."


  "츠무기."


  "그때 있었던 일을... 당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애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츠무기에게 며칠 동안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말을 전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 위해 왔어."


  "네...?"


 무척이나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츠무기는 예상치 못한 말을 들어서 그런지 꽤나 당황한 듯 놀란 토끼 눈을 했다.


  "당신은 어째서... 아니, 그런 당신이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겠죠..."


 지금 상황을 이해한 듯 그녀는 덧없는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치려는 찰나, 츠무기는 갑작스레 동작을 멈추었다. 무엇이 츠무기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째서인지 그녀의 푸른 눈의 동공은 갈 데 없이 이리저리 떨리고 있었다.


  "츠무기..."


  "읏... 저는... 저는 당신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 돌아가..."


  "너한테는 없어도 나에겐 있어."


  "바보 같은 소리..."


 영문을 알 수는 없었지만, 갑자기 츠무기는 태도가 바뀌더니 적대적인 태도로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을 계기로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여기에 츠무기를 두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갈 수 없다.


  "...저한테 신경 꺼주세요.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저는 당신을 따라 도쿄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츠무기.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온 목적은 하나야."


  "정말이지..! 당신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정말 꼴사납군요. 알고는 있습니까?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그리고 강제로 도쿄로 끌고 가려고 하고!"


  "그게 아니야. 츠무기, 난 너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려고 왔어. 그게 전부야."


  "아... 아아..."


 매몰차게 비난의 말을 쏟아내는 츠무기는 아까 처음 봤을 때와 같이 애달픈 듯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갑자기 미안하다느니 고맙다느니... 도대체 어째서..."


  "츠무기는 지금까지 늘 열심히 해줬는데 그동안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더라고."


  "어째서... 어째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이미... 이미 다 끝난 지금에 와서야..."


  "나는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어. 그냥 그 뿐."


 츠무기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때로는 슬픈, 때로는 화난 표정을 짓는 그녀의 겉만 보면 그 안에 있는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아마 슬픔과 분노, 여러가지의 감정들이 뒤섞이며 혼란스러울 터니까.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츠무기는 이내 마음을 다잡은듯,


  "당신이 그런 말을 한다 하더라도... 전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다 끝나버렸으니까..."


  "난 츠무기가 선택하고자 하는 길을 부정하고 싶진 않아.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고 싶어."


  "네...?"


  "츠무기는, 그거로 된 거야?"


  "그게 무슨..."


  "츠무기는 아이돌을 그만두는 거로 괜찮은 거야?"


  "읏..."


 뭔가 괴로운 것이 떠오른 것처럼, 입술을 깨물고 힘겹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엔 무언가 깊은 감정이 실려있는 듯했다. 그렇게 아파하는 츠무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점점 자라만 갔다.


  "저는... 저는 괜찮습니다. 그 편이 당신에게도 더 좋겠지요. 이제 저 때문... 저 때문에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당신 말도 안 듣는 저 같은 걸 위해...!"


  "다른 사람 말고. 츠무기 너를 말하는 거야. 츠무기 너는 아이돌을 그만둬도 돼?"


  "저는... 저는... 읏...!"


  "츠무기, 너 괜찮..."


 어느새 츠무기는 온 몸이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불안정해 보였다. 그런 츠무기가 걱정되어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지만,


  "이... 이 위선자...!"


  "!?"


 츠무기는 어깨를 강하게 밀치며 명백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조용하게 또박또박 말하는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츠무기는 그녀 안에 있는 분노를 대변하듯 점점 격양된 목소리로 언성이 높아져만 갔다.


  "이 위선자...! 그러고도 당신이 사람입니까!? 지금도 저를 걱정해주는 척 하지만 만약 제가 당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또 저번처럼 모진 말을 쏟아낼 것이지 않나요!?"


  "츠무기, 절대로 그러..."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서 그런지, 츠무기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와 그녀의 갸름한 턱까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안정해진 츠무기를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츠무기..."


  "저는...! 저는 아이돌을 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츠무기가 격정적으로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찰나, 문득 멈추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츠무기와 마찬가지로 깨닫지 못했지만, 보통 소란이 아니었는지 사람들이 몰려들고는 주변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와, 저 봐라. 니는 이 뭔지 아나?"


  "저 아 어데서 본 거 같다 아이가."


 점점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커져가는 와중에 누군가는 츠무기를 알아보는 듯 했다.


  "어, 그 포목점 하시는 시라이시 씨네 딸이지 않나."


  "맞나? 내도 방금 그 생각했는데 니도 그래 생각하나?"


  "아!! 점마 그때 그 신사서 그 스토커지 아닙니꺼!"


  "맞다 맞다! 쯧쯔... 저 문디 자슥 또 돌아왔다 저거."


  "저기 그... 뭔가 오해가..."


 당황하여 아무 대처를 하지 않고 있자, 주위를 둘러싼 인파가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 니는 인자 못 도망간다. 얼레? 니 자신 있나? 뭘 그리 보는데?"


  "이 걸배이 자슥 함 덤비 바라, 어?"


 그 중에서도 호전적으로 보이는 몇 명은 '한 가련한 소녀를 괴롭히는 못된 스토커'의 존재가 못마땅한지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아, 여깁니더 여기!! 여기 스토커가!"


 주변에서 경찰관까지 오는 모양이었다. 영 좋지 않는 상황이지만, 누가 뭐라 할 새 없이 머리는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 및 판단하고 있었다.


  '앞에 건장한 남성 두 명... 무술을 딱히 배운 것 같진 않은 비전문가. 한 명을 신속하게 선제 공격하여 타격하면 옆의 남자는 당황하여 주도권을 잃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쉽게 덤비진 못할 거다. 아직 시야에는 없지만 경찰관의 무장은 경찰봉에 아마 구형 리볼버... 민간인들이 많은 이런 상황에서 총을 쓸 것 같지는 않으니 무장은 경찰봉으로 한정. 그리고 여차하면 9시 방향에 인파가 적은 쪽으로 주파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일지도.'


 그렇게 타개책을 머리에서 구상하던 와중, 문득 처음 츠무기를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그래. 그 때에도 잘 도망쳤었지. 당황해 하고 있는 츠무기를 내버려두고.'


 어째서 이 기억이 떠오른 지는 알 수 없으나 전반적인 상황은 많이 비슷했다. 처음 츠무기를 카나자와에서 봤을 때 츠무기와 주변 사람들이 스토커로 오해하고는 경찰관을 부르자 그녀에게 재빨리 명함을 쥐여주고는 도망쳤었지. 결과론적으론 문제가 없었다. 츠무기는 아이돌을 하고자 하여 그 명함을 들고 283 사무소까지 와주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에는 믿지 못한 것이다. 스토커같은 것이 아니라고 츠무기가 말해줄 거란 것을. 아이돌을 믿네 마네 하면서 그런 중요한 순간에는 살 길을 찾기 위해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를 홀로 두고 도망쳐버린 것이 아닌가.


  '도망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런 내게 다음의 기회가 있을까?'


 시시각각으로 이 인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일은 명백했다. 도망치지 않고 츠무기가 제대로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진짜 스토커라고 츠무기가 증언해버리면 답이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젠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어느새 인파를 뚫고 온 경찰관이,


  "어이, 자네. 허튼 짓 하지 말고 순순히 서로..."


  "그래~. 항복.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알아서 하시죠."


  "??"


 갑자기 바뀐 태도의 영문을 알 수 없는지 주변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이제야 도착한 경찰관은 그걸 알 리 없기에 가지고 있던 수갑을 꺼내고 천천히 걸어오는 찰나,


  "그...! 잠깐... 잠깐만요!"


 인파 한가운데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 하던 동작을 멈추고 그 소리의 진원지로 시선을 돌리고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저기... 저기 있는 분은 제 지인입니다... 스토커나 그런 게 아니라..."


  "학생, 혹시 여기 있는 사람 때문에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거라면..."


  "아뇨 그게... 단지 말다툼을 하고 있던 것이라..."


 그러자 몰려든 사람들은 본인들이 오해한 걸 알아차렸는지,


  "크흠, 거 오해할 수도 있다 아이가."


  "마, 여서 뭐하고 있나, 얼렁 저 할일 하러 안 가나!?"


 순식간에 몰려든 것과 같이 주변에 밀집되어 있던 인파는 순식간에 해산했다. 예상 외로 너무 쉽게 해결이 돼서 그런지 맥이 빠질 정도였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츠무기를 처음 봤을 때에도 이렇게 했었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굳이 도망가지 않더라도 츠무기가 이렇게 대신 변호를 해줄 수 있는데. 그땐 아마... 츠무기를 믿지 못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어찌 됐든 말을 대신 해준 츠무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됐다. 그리고 아까 마저 하지 못했던 말도.


  "츠무기. 고마워. 대신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경찰관 님이 오해해서 경찰서로 끌고 갔겠지."


  "오해가 아니라... 정말로 당신은 스토커이지 않습니까..."


  "그럼 아까는 왜 말 안 했어? 지금이라도 경찰서에 전화해서 자수해야 하나, 나 스토커라고."


  "하아...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그럼, 아까 했던 말을 이어서 다시 물어볼게. 츠무기는 아이돌을 그만둬도 괜찮아?"


  "읏..."


  "아이돌을 그만두는 것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난 강요하지 않을게. 츠무기는, 정말 아이돌이 하기 싫니?"


  "저는...! 저는 아이돌이 하기 싫습니다! 하지 않을 거에요!"


  "거짓말이야."


  "당신이 뭘 안다고...! 하기 싫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무조건 거짓말이야."


  "거짓말이 아니에요!!"


  "거짓말이 아니면... 어째서 너는 아이돌을 하기 싫다고 할 때마다 그렇게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거니?"


  "읏...!"


  "역시 안되겠어. 츠무기, 난 너를 다시 데려갈 거야. 지금처럼 괴로워하는 너를..."


  "이게 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지 않습니까!"


  "..."


 어느새 츠무기의 푸른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는 아스팔트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어지는 눈물과 동시에,


  툭, 투둑... 쏴아아아아아아아


 폭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길거리에 있는 행인들은 급히 가방을 들어 머리를 가리거나 들고 있는 우산을 펼쳐 비를 막고는 이 폭우를 맞지 않을 만한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의 길 한복판에 서 있는 두 명은 그러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1분, 2분이 지나도록 츠무기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츠무기는 입을 열어 지속되는 침묵을 깼다.


  "저는... 저는 당신이 유코쿠 씨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마다 저에게도 그렇게 해줬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왜냐면 저에겐 그렇게 해주기는커녕 짓궂은 장난을 일삼고 놀리기만 했으니까요. 다른 아이돌들이나 하즈키 씨... 같은 분들에게 당신이 그런 바람둥이같은 행동을 보일 때에도 전 납득하려 했습니다. 그야... 저 같이 귀여운 면이 없는 여자아이보다 그 분들이 당신 보기에 더 좋을 거니까요."


  "그게 아니야, 츠무기."


  "또 그렇게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그렇게 거짓말을 한다 하더라도 제가 넘어갈 것 같습니까? 당신에겐 제가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프로듀스하러 가버리란 말이에요!"


  "그렇게는 못해. 난 절대 너를 포기할 수 없어."


  "정말 끈질기군요...! 뭐 하는 사람이죠, 당신? 도대체 당신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에요!?"


  "나는..."



 문득 얼마 전에 츠무기가 물어본 질문이 떠올랐다.


  "프로듀서. 당신이 저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야 당연하잖아. 나는 츠무기를 보호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어."


 츠무기에게 잘해주는 이유에 대해 그녀가 묻자, 단순하게 그저 의무라고 대답하였다. 유별나단 건 알고 있었다. 이 업계에 있는 다른 프로듀서들 중에서 이렇게 아이돌을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써가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평가를 했다. 단지 프로듀서이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기엔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들에게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고. 그렇다면, 츠무기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듀서니까, 는 아니다. 그럼 그것 말고 달리 해당되는 것이 있을까. 츠무기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의 본질. 그것은 무엇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일까. 그건 역시... 아마 그것일 것이다. 츠무기를 카나자와에서 처음 본 날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그 마음. 새삼 당연한 것이지만 잊고 있었던 것을.



  "정말 끈질기군요...! 뭐 하는 사람이죠, 당신? 도대체 당신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에요!?"


  "나는..."



 2번 링크의 BGM을 먼저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츠무기의 팬이니까."


  "네...?"


  "왜냐하면, 나는 츠무기의 팬이니까."


 먼 훗날에는 이 이유가 단지 팬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이 때에는 저 답변이 최선이었을 것이리라. 그렇게 어안이 벙벙해진 츠무기에게 이어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도 말했잖아. 나는 츠무기의 1호 팬이라고. 이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 이 세상에 너의 팬이 단 한 명 뿐이라면 그건 바로 나야. 이 세상에 너의 팬이 한 명도 없다면 나 또한 이 세상에 없겠지."


  "무, 무슨 말을..."


  "프로듀서라는 입장도 있겠지만, 나는 츠무기의 팬이기에 네가 아이돌 활동을 계속해서 여러 무대들과, 무대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아이돌로써 더 밝게 비춰줬으면 좋겠어. 이게 내 진짜 본심."


  "읏...! 팬이라고 했으면서... 팬이라고 한 주제에...!! 팬은 자신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아이돌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입니까!? 팬이라고 했으면서...! 그때는 어째서 저에게 그런 모진 말을...!!"


  "..."


  "됐습니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앗!?"


  "츠무기!"


 츠무기가 등을 돌리고는 걸어가려 하자 재빨리 다가가서 그녀의 팔을 잡아서 세웠다. 그러자 그녀는 팔을 뿌리치려고 애를 쓰며,


  "이거... 이거 놓으세요!! 뭐 하자는 거에요!"


  "츠무기. 부탁이야."


  "이 바보 같은...! 얼른 놓으세요...! 안 그러면 정말로 사람을 부를 거니까..."


  "츠무기... 내가 잘못한 거에 대해서 용서해 달라거나 잊어달라거나 그런 부탁은 하지 않을게. 사과한다고 해도 그게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


  "놓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제 말이 말 같지..."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츠무기 네가 지금까지 지녀온 꿈을 포기하지 말아줘. 나나 다른 누군가 때문에 너의 소중한 꿈을 내려놓지 말아줘."


  "읏..."


  "나도 츠무기 네 꿈을 위해서 내 모든 것을 걸 거야. 설령 다른 모두를 저버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난 너와 함께 걸어갈게. 그러니..."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츠무기의 왼쪽 손을 오른손으로 잡아 올리고 이어서 그녀에게 말했다.


  "시라이시 츠무기 양.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니, 아이돌 활동을 계속해주시겠습니까?"


  "읏... 으흑..."


 비가 잔뜩 내려서 그런지 그녀의 푸른 눈에서 흘러내리는 것이 눈물인지 빗물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럽게 흐느끼는 츠무기의 머리를 비어있는 왼손을 들어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왼쪽 손을 꼭 잡고 있는 채로.


  "츠무기..."


  "프로듀서..."


 그녀의 머리를 끌어안자 츠무기 또한 폭우로 인해 머리를 비롯한 온 몸이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비를 맞고 있는 채로 안겨 있는 츠무기는 매우 슬픈 기색으로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그렇게 그 날은 비가 그칠 때까지 거리에서 츠무기를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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