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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자와 가는 잠 못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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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2, 2023 18:59에 작성됨.

잘 자, 안녕.

오늘만큼은 편히 잤으면 좋겠다.

잘 자, 안녕.

멀어지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얼굴만 계속 보고 있는다고 뭔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다녀올게.

다녀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따뜻한 우유도 마음껏 마실 수 있게 해줄 테니까.

그러니까 다녀올게.

사랑한단다, 시호.

 

유난히 추운 계절.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된 계절.

아르바이트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조차 먹이지 못하는 계절.

아이들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데도 제대로 닦아주지도 못하는 계절.

차가운 바람만이 휘몰아치는 계절에, 간절한 마음으로 구인 사이트의 문을 열었다.

아이들에게 한 끼라도 배불리 먹일 수 있기를 바라며 두드렸다.

그렇게 얼마나 보았을까, 수없이 내리꽂히는 수의 행렬을 보던 내게 한 구인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꽤나 많은 일급을 약속한 어느 일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 돈이면 방세를 낼 수 있어.

이 돈이면 시호와 리쿠를 번듯한 레스토랑에 데려갈 수 있어.

이 돈이면 시호와 리쿠에게 새 겨울 옷을 입힐 수 있어.

이 돈이면, 이 돈이면...

 

그래서 나는 밤에 방을 나선다.

아이들이 잠든 밤에 방을 나선다.

엄마를 찾아 아이들이 눈물 흘릴지도 모른다.

주린 배를 움켜쥐며 엄마를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위해 가야만 한다.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이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에 나아가만 한다.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가야만 한다.

 

잘 자, 안녕.

오늘만큼은 편히 잤으면 좋겠다.

잘 자, 안녕.

멀어지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얼굴을 계속 보고 있는다고 뭔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다녀올게.

다녀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따뜻한 우유도 마음껏 마실 수 있게 해줄 테니까.

그러니까 다녀올게.

사랑한단다, 나의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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