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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22. 전 이 세상에서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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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2, 2023 16:11에 작성됨.

22. 전 이 세상에서 당신이



 1번 링크의 BGM을 먼저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문하신 딸기 파르페 나왔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후훗... 맛있어 보이는... 파르페..."


  "글고 보니 츠무기는 전통 다과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았당가? 안미츠 같은 거 말여."


  "네... 화과자를 제일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디저트 종류도 평범하게 좋아합니다." 


 레슨이 끝나고 츠키오카 씨, 그리고 유코쿠 씨와 함께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려 파르페를 주문했습니다. 종종 두 분과 함께 디저트를 먹으러 가곤 했었지만 요즘엔 잘 가지 못했어서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같이 모여 파르페를 먹게 되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후훗... 잘 먹겠습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숟가락을 들어 딸기가 잔뜩 올려져 있는 파르페의 윗부분을 떠내 입에 넣자 시럽의 달콤함, 생크림의 풍미, 딸기의 상큼함이 입 안을 가득 맴돌았습니다. 화과자의 절제된 맛에 비하면 약간 지나칠 정도로 달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단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게 딸기 파르페의 맛을 음미하며 먹자 옆에서 츠키오카 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따, 왜 프로듀서가 츠무기에게 디저트 자주 사주는지 알겠고만. 너무 맛나게 먹는거 아녀?"


  "아, 아뇨! 평범하게 먹고 있었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그렇게 파르페를 좋아하지는 않는..."


 츠키오카 씨가 한 말에 당황하여 허둥대며 말하자, 유코쿠 씨는 잔잔하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후훗... 츠무기 쨩... 솔직하지 못하네... 프로듀서 님처럼..."


  "으으, 유코쿠 씨마저... 저는 숨김없이 제가 생각하는 바를 말했을 뿐... 네?"


 파르페를 좋아한다는 두 분의 말에 진땀을 흘리며 아니라고 하는 와중, 유코쿠 씨가 프로듀서를 언급하자 순간 당황하여 말이 멎었습니다.


  "프, 프로듀서 말인가요?"


  "에에, 츠무기 뭐여. 갑자기 프로듀서 말 끄내니 왜 이리 당황하당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츠키오카 씨는 갑자기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으으... 두 분께서 아무 말 않고 웃으며 저를 쳐다보니 부끄러워져서 양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습니다.


  "아뇨 그게...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제대로 말을 못하고 어물거리자 빙긋 웃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던 유코쿠 씨는 이어서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츠무기 쨩은... 프로듀서 님을 어떻게 생각하니?"


  "프로듀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인가요...?"


 갑작스럽고도 예상하지도 못한 질문에 당황하여 어떤 말을 할지 몰랐습니다. 프로듀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이기에 뭐라 하면 좋을지 몰라 꾸물대자 옆에 있는 츠키오카 씨는 그런 저를 부추기며 말했습니다.


  "아니 뭐 별거 있는가? '프로듀서'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거를 말함 되니께!"


  "가,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으음... 프로듀서는..."


 두 분께서 저를 지긋이 쳐다보고 계시기에 어쩔 수 없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저를 담당하고 있는 못난 프로듀서에 대해 말이에요.


  "요즘 그 사람을 볼 때마다 못마땅해서 그런 건지, 가슴이 답답해지고 꾹 누르는 것 같습니다. 이게 다 그 사람이 제 몫을 다 하지 않아서 그런 거에요. 매번 얼간이처럼 바보짓만 골라서 하고, 다른 아이돌들을 보면서 실실대며 웃고... 그 사람이 잘 했으면 전 그를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렇게 못난이 프로듀서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계속 이어서 말했습니다.


  "볼 때마다 화가 나요! 매번 어른답지 못한 변변치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매일 뭐가 재밌는지 실실 웃고 있고...! 사람이 너무 물러서 다른 사람이 하는 부탁도 거절 못하고 다 받아주고... 제 기분을 풀어주려고 되지도 안되는 장난이나 쳐서 혼나버리고... 제가 곤경에 빠지면 바보같이 자기 자신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어느샌가 와서 도와주고 있고... 방향을 잃으면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 자신이 선생님이라도 된 것 마냥 설교해서 저에게 길을 알려주고... 막상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곁에 있으면 못마땅해 보이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는 그런...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어른스럽지 못하고 변변찮은 사람..."


 그러자 유코쿠 씨는 옅게 웃으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후훗... 아무래도 츠무기 쨩이 멋진 마음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네? 그게 무슨..."


  "츠무기 쨩은 그렇게 생각하는 걸 프로듀서 님께 말씀드려본 적이 있니?"


  "네에!? 아니 그게, 그 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걸 굳이 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유코쿠 씨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당황하여 말끝을 흐리자 유코쿠 씨는 인자하면서도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제게 말했습니다.


  "츠무기 쨩. 우리는 서로 타인이니까... 말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읏...! 유코쿠 씨랑 저와는 생판 남이라는, 그런 말씀이신..."


  "츠무기 쨩."


 유코쿠 씨는 인자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옅게 웃었습니다.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유코쿠 씨의 진의를 알 수 없어 얼마 동안 어영부영하며 뭐라 말할 지 고민하자, 유코쿠 씨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좋은 거든... 나쁜 거든... 나중에 프로듀서 님께 말해보는 거야... 알겠지?"


  "그, 그렇지만... 그런 말들을 그대로 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을 리가..."


  "후훗..."


 유코쿠 씨와 츠키오카 씨는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으으... 내일이면 오디션인데 이런 말을 들어버려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유코쿠 씨 말대로 제가 프로듀서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그에게 말해줄 리는 없지만... 방금 들은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유코쿠 씨가 이렇게 말했었죠.


  '우리는 서로 타인이니까... 말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무슨 의도로 한 말일까요... 지금까지 프로듀서에 대해 불만이 있을 때는 그에게 바로 말해서 지적을 했었는데... 어쩌면 부정적인 것 말고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걸 말하라는 것일까요? 으음... 그렇다면, 프로듀서의 좋은 점은 바로...


  "읏...!"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 좋은 점을 생각하려고 하니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의 좋은 점들이 몇 개 있었지만, 낯부끄럽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프로듀서는 눈치가 빠른 편이니 제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제가 생각하는 바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상대가 이미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요? 제 속내를 표현해본 적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직 「W.I.N.G.」 은 한창 진행 중이고 제 아이돌 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으니 프로듀서와 같이 있다 보면, 언젠가 유코쿠 씨 말대로 제 생각을 그에게 말할 날이 올 수 있겠죠. 언젠가는 말이에요.



 다음 날 저녁,


  "으으... 왜 이리 긴장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디션장에 온 후, 본격적으로 의상을 갈아입고 제 순서를 기다리는 와중에 저는 긴장이 되어 복도를 이리저리 걷고 있었습니다. 시즌 3의 오디션... 듣던 바로는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실력 있는 아이돌들도 쉽게 탈락해버린다고 하니 말이에요. 이를 위해서 나나쿠사 씨도 피땀을 흘리며 연습했었죠...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나나쿠사 씨의 순서지만 왜인지 모르게 프로듀서는 저보고 나나쿠사 씨의 무대를 보지 말고 대기실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야 니치카의 무대를 보고 싶은 건 알겠는데, 츠무기의 순서는 멀지 않았잖아? 그리고 굳이 그 쪽의 무대를 보면서 츠무기의 페이스가 흐트러질 수 있으니까 말야. 츠무기는 이미지 트레이닝하면서 대기실에서 쉬고 있어. 일단 난 니치카네 무대 보고 올테니까.'


 그렇게 제게 말하긴 했는데, 그래도 나나쿠사 씨와 아케타 씨가 하는 무대가 어떤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다만 프로듀서가 한 말을 일부러 어기고 싶진 않았기에,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리고자 대기실이 있는 복도를 거닐던 중이었습니다.


  "흑흑... 이게 뭐냐구... 여기서 져버리면 안되는데!!"


  "??"


 다른 아이돌들이 있는 대기실 쪽의 복도를 걷던 와중, 누가 우는 소리가 들려 제 이목이 그 쪽으로 쏠렸습니다. 누가 우는 모습을 엿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대기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 때문에 저도 모르게 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크윽... 미안해...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읏... 아니에요, 프로듀서 님은 잘못한 게 없다구요... 근데...!"


 대기실 문 옆에 붙어있는 표지판을 보니 안에서 울고 있는 사람은 제가 모르는 아이돌인 것 같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이 아이돌의 프로듀서겠죠. 여기 있는 두 분이 이렇게 침통해 있는 건 아마 이전 무대에서 잘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W.I.N.G.」 은 경쟁이기에 결국 다른 아이돌 상대로 이겨야 하는 것이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 분도 자신의 꿈을 위해 몇 날 며칠 동안 노력했던 것이 이렇게 되다니... 안타까운 마음을 지닌 채로 발을 돌리려던 찰나였습니다.


  "근데 왜!! 갑자기 이번 주 유행이 댄스에서 보컬로 바뀌는 건데요!!"


  "에...?"



 5분 전...


  "좋아... 드디어 니치카네 무대 시작인가."


 방금 전에 츠무기의 준비상태를 확인한 뒤, 곧 있으면 니치카의 무대가 시작하기에 백스테이지에 도착했다. 츠무기는 니치카의 무대를 보고 싶다고 했지만, 니치카가 절망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 츠무기도 심적으로 힘들 것이기에 대기실에 있으라고 했다. 니치카의 이번 곡은 아마 시즈의 두 번째 곡일 것이다. 보컬 유행보다는 댄스 유행에 맞는 곡이지.


  "니치카에겐 미안하게 됐네. 입맛이 쓰구만..."


 머릿속에 니치카가 당황하며 무대를 망치고, 히스테리를 부리며 선배 프로듀서에게 화내고, 결국 절망하며 아이돌을 그만두는 모습이 오버랩됐다. 그렇게 니치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심장을 날카로운 무언가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하... 나도 아직 물러터진건가. 츠무기를 위해선 뭐든 한다고 다짐한 주제에."


 그렇게 자조적인 웃음을 짓던 와중에 드디어 니치카의 순서가 왔다. 이제 니치카와 아케타 씨가 무대 위로 올라올 것이다. 유행에 걸맞지 않은 곡을 준비한 그대로.


  "자, 그럼 다음 순서는 283 프로덕션의 나나쿠사 니치카 양입니다!"


 사회자의 말을 뒤로 니치카와 아케타 씨가 무대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평소대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


 그 뒤로 일루미네이션 스타즈의 사쿠라기 마노 양, 하치미야 메구루 양, 카자노 히오리 양이 올라오며 관객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잠깐...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이번 곡은 「Fly and Fly」 잖아! 왜 일루미가 여기 올라오는데!?"


 뭔가 잘못됐다. 이번 오디션의 원래 유행은 댄스였고 그래서 니치카네는 「Fly and Fly」 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분명 저번에도 「Fly and Fly」 의 안무를 연습하는 것을 봤었다. 그래서 그대로 진행하는 것을 당연시했었다. 그렇게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찰나, 무대 뒤에서 더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고는 충격이 배가 됐다.


  "아우... 나 쨩... 사람들이... 잔뜩..."


  "후훗, 텐카 쨩. 지금 긴장되니?"


  "에헤헤~ 텐카 쨩, 손 줘봐! 아마나랑 손 잡고 있으면 긴장은 없어질 거니까!"


  "으, 응... 그럼..."


 일루미네이션 스타즈가 올라오면서 관객들이 보낸 환호가 가시기 전에 알스트로메리아의 오사키 아마나 양, 오사키 텐카 양, 쿠와야마 치유키 씨가 올라오자 공연장이 떠날 것과 같은 환호가 울려퍼졌다. 무대 위에 8명이 올라오자 사회자는 이어서 진행을 이어나갔다.


  "이번 곡은, 「Secret utopIA」 입니다!!"


 아래 링크의 BGM을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니 어떻게..."


 아연실색하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당혹감을 알지 못한 채, 8명의 아이돌들은 반주가 흘러나오자 생기발랄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Tutu lutu tulututu

  Tutu lutu tulututu

  Tutu lutu tulututu

  Tutu lutulu


 이어서 니치카, 하치미야 양은 활짝 웃은 채로, 텐카 양은 약간 긴장한 채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황하고 좌절하며 간신히 무대를 이어가는 모습 같은 건 일절 없이 니치카는 높은 텐션을 유지한 채 밝게 노래를 불러나갔다.


  流星の滴 それがチケット (유성의 물방울 그것이 티켓)

  ほら 一粒あげるね (자 한 방울 나누어 줄게)


 세 명이 자신의 파트를 끝내자 사쿠라기 양과 쿠와야마 씨는 잔잔하고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秘密の場所 ユートピアへ (비밀의 장소 유토피아에)

  さあ ご招待します (자 초대할게요)


 8명의 아이돌 중 그 누구도 부족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텐카 양은 조금 소극적인 모습이긴 했지만 원래 내성적인 아이이기에 그렇다 치고, 이 정도의 완성도로 미루어 봤을 때 전원 모두 사전에 꾸준한 연습으로 충분히 준비를 했을 것이다.


  花のアーチ  星のビーチ (꽃의 아치 별의 비치)

  太陽のシャンデリア Special place! (태양의 샹들리에 Special place!)

  雲の上まで Fly up! (구름 위 까지 Fly up!)

  広げた翼と Let's dance! (펼친 날개와 Let's dance!)


 시즈, 일루미, 알스메의 여덟 아이돌들이 각각 맡은 파트를 부를 때마다 관객에선 환호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제 곧 있으면 후렴이 나오지만,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당혹스럽고 절박하고 답답한 마음에 백스테이지를 떠나려던 찰나였다.


  "어때, 네 예상대로 굴러가지 않으니까?"


  "선배 프로듀서님...!"


 선배 프로듀서는 백스테이지 뒤에 깔려있는 그림자에서 팔짱을 낀 채로 천천히 걸어나오며 담담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넌 네 상대를 과소평가했어. 그게 너의 가장 큰 실수다."


  "하지만...! 최대 5명의 아이돌이 오디션 평가를 받는 것이지 않습니까? 또 아마나 양과 텐카 양은 지금 765 프로덕션에 프로젝트 루미너스 파견을 가 있는데 어떻게...!"


  "그래. 저기 있는 일루미와 알스메의 6명은 게스트 형식이야. 지금도 심사위원들이 평가하는 건 니치카와 미코토 두 명이라고. 물론 평가 점수와 인터넷 상에서의 반응은 다른 문제지만 말야... 그리고 프로젝트 루미너스는 이번 달 활동 메인이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이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아마나하고 텐카는 이번 달 초부터 연습을 부탁했지."


  "그런 말도 안되는...! 굳이 보컬 위주의 곡을 따로 연습할 이유가 있던 것도 아닌데...!"


  "그래. 어디 사무소의 누구 프로듀서가 해당 주의 유행을 댄스에서 보컬로 바꿀 수 있으니까."


  "!!"


 그 순간 정곡을 찔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잡지 사재기로 유행에 영향을 주는 건 분석을 조금이라도 하면 눈치채기 쉽거든, 알고 있어? 넌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다들 하는 잡지 사재기인데 왜 나한테만 그러나' 라고 말야."


  "그건..."


  "그렇지. 다들 하는 건데 최소한 같은 사무소의 동료 아이돌을 사보타주하려고 하진 않지. 난 그래도 너하고 니치카하고 꽤 친한 줄 알았다만?"


  "..."


  "정말 구역질 나는군. 앞에선 친한 척 하고 뒤에선 칼로 찌르려고 하다니 말야, 심지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16살밖에 안되는 애한테 말야. 부끄러운 짓이란 건 알기나 하냐?"


 선배 프로듀서는 인정사정 없이 가시가 돋친 말을 마구 쏟아부었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잡지 사재기를 해서 유행을 댄스에서 보컬로 바꾼 것도 사실이고, 멘탈이 약해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니치카를 방해해서 「W.I.N.G.」 도전에 지장을 주려고 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배 프로듀서의 거친 말을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자,


  "뭐, 됐다. 어차피 이번 오디션은 니치카가 이길 거 같으니까 말야. 넌 계속 보고나 있어. 난 잠깐 어디 좀 다녀올 테니까."


 선배 프로듀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백스테이지 뒤로 걸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자 속에서 화가 끓어올랐다. 차라리 이 방해 공작이 성공해서 선배 프로듀서와 니치카에게 비난의 말을 들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그래도 츠무기가 1등을 하는 결과는 남으니까. 하지만 이도 실패해버리고 심지어 선배 프로듀서가 눈치를 채버렸기에 헛수고가 되어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쾅, 하고 옆의 벽을 내리쳤다. 화가 나지만, 그래도 진정해야 한다. 아직 오디션이 끝나지 않았고 곧 있으면 츠무기의 순서이다. 니치카의 무대가 완성도가 높고 좋은 반응을 보이기에 츠무기가 1등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2등이라도 할 수 있다면 「W.I.N.G.」 도전엔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츠무기가 있는 대기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래서... 그래서 이렇게 한 것이었군요."



 2번 링크의 BGM을 먼저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츠무기...? 대기실에서 있으라고 했었는데..."


  "프로듀서."


 츠무기는 뒤에서 여느 때와 같이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채로 천천히 걸어왔다. 십여 분 전에 본 긴장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그녀는 무언가 굳게 다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프로듀서. 저는 이번 오디션 도전을 기권하겠습니다."


  "잠깐, 뭐!? 츠무기, 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전 오늘 오디션의 무대에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야!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네가 최선을 다해도 될까 말까인데, 뭐? 기권? 장난해!?"


 이렇게 거칠게 말하면 안되었는데, 화가 나서 그런지 큰 소리가 튀어나와 버렸다. 츠무기는 그런 기세에 순간 움찔하였지만 이내 침착한 목소리로,


  "아까 한 아이돌 분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유행이 바뀌게 되어 결국 오디션을 망치게 됐다, 라고 했었는데... 그런 분을 두고 저만 유리하게 무대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그게 뭐가 중요한데!? 그거와는 상관 없이 네가 이겨야 할 거 아냐! 넌 저기 나가서 이기고 오면 되는 거라고!"


 화가 나는 와중에 츠무기가 기권 선언을 하자 속이 더 타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츠무기에게 그런 거친 말을 했으면 안됐었지만. 츠무기는 그런 말을 듣자 입술을 깨물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당신이 저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단지 성과 때문이었군요. 결국 이기기 위하여 저에게 이렇게 해주어 당신이 성과를 얻기 위해..."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츠무기도 꽤 화가 나는지, 떨리는 목소리에 분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예쁜 눈을 찡그리며,


  "프로듀서... 제가 이런 걸 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나 있나요? 이렇게 해서 이기면 제가 당신께 고맙다고 말할 줄 알았던 건가요? 당신은 절 뭐라고 생각한 것인가요? 당신이란 사람은..."


  "제기랄!! 적당히 하라고!!"


  "읏!!"


 그 순간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하여 들고 있는 서류철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정말로, 정말로 그랬으면 안됐었지만, 그 분노의 방향을 츠무기에게 돌려 그녀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야, 시라이시 츠무기.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찾아보면 다른 사무소에도 너랑 비슷한 컨셉의 아이돌들이 꽤 있다고. 걔네들도 될까 말까인데, 너가 다른 특별한 게 있어서 이런 오디션에서 쉽게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읏... 당신, 어째서..."


 사실이 아니다. 츠무기는 츠무기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카나자와에서 처음 츠무기를 본 날부터 그걸 알고 있지 않았는가.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매우 잘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츠무기를 상처 입히려는 말이 입에서 제멋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애초에, 「W.I.N.G.」 우승자 중에 이런 거 안 한 사람이 얼마나 될 거 같아? 이기는 사람들은 거의 다 했다고! 알겠어? 츠무기가 하고 싶었던 아이돌은 이런 거야. 겉으론 밝고 빛나는 부분만 보이지만, 이렇게 하지 않아서 도태되고 잊혀지는 아이돌이 수백 수천 명이라고! 츠무기 너도 방금 말한 그 질질 짜던 아이돌처럼 잊혀지고 싶은 거야?"


  "아, 아니, 그게... 읏..."


 츠무기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기에서 멈췄어야 했다. 늦었지만 여기에서라도 멈추고 츠무기에게 진실되게 사과를 했었어야 한다. 츠무기에게 말하지 않고 니치카에게 방해 공작을 하려고 했던 것과, 츠무기에게 모진 말을 했던 것에 대한 사과를. 하지만, 그런 츠무기를 앞에 둔 채로,


  "아니면 뭐야, 츠무기는 진심이 아닌 거야? 「W.I.N.G.」 이기든 말든 간에 그냥 추억만 쌓고 아이돌 노릇만 하고 싶었던 거야? 그런 거였으면 진작 말하지! 이거 하나 이겨보겠다고 몇 달 동안 주말도 없이 매일 21시나 22시에 퇴근하고, 온갖 고생이란 개고생은 다하고! 안 그래? 그런 어중간한 각오였으면 나도 너도 좀 더 쉬엄쉬엄 했을 텐데! 아니, 애초에 「W.I.N.G.」 에 나가지도 않았을 텐데!"


 아, 말이 너무 심했다. 화가 난 와중에도 언행이 너무 과격한 것을 인지할 정도로 심한 말이었다. 다 큰 어른이 17살 고등학생 여자아이에게 할 말은 절대 아니었다. 늦었지만 사과해야 한다. 츠무기가 받아줄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그렇게 츠무기에게 사과를 하려던 찰나, 눈 앞에 무언가 휘둘러지는 것이 보였다.


 짝!


 곧이어 일어난 일을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왼쪽 뺨에 올라오기 시작한 통증은 방금 일어난 일이 사실이라는 증거였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앞을 보자 오른손을 들고 있는 츠무기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인 그녀의 하늘처럼 푸른 유리색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슬퍼 보였다.


  "당신... 어째서... 그렇게 모진 말을... 하는 거죠...?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슬퍼하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어떤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그 어떤 말도 충분하지 못할 것이고, 그런 말을 할 자격조차 없었으니까.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몇 초간 츠무기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그 예쁘고 푸른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프로듀서. 전 이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싫습니다."


  "..."


 그런 츠무기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라 할 지도 모를 뿐더러, 모범 답안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말할 여유가 도저히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분위기가 얼어붙은 와중에 뒤에서 누가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츠무기 쨩...! 여기 있었구나... 이제 슬슬 준비를... 음?"


 곧 있으면 츠무기의 순서이지만 대기실에 없어서 그런지 키리코가 츠무기를 찾아 나서다가 드디어 발견한 것 같았다. 그렇게 키리코는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츠무기에게 다가왔지만, 분위기를 보고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챘다.


  "유코쿠... 씨..."


  "츠무기... 쨩...? 무슨 일..."


  "저... 말해... 버렸어요..."


  "츠무기 쨩... 괜찮..."


  "유코쿠 씨의 말씀대로... 프로듀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말해버렸어요..."


 츠무기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는, 덧없는 미소를 지은 채 힘 없이 백스테이지 뒤로 걸어갔다. 그녀를 멈춰야 한다. 그녀를 붙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배신한 주제에 그럴 자격이나 있을까? 그렇게 망설이던 찰나, 츠무기는 백스테이지 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츠무기는 오디션장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두 수고해줬어요. 그럼 결과는..."


 모든 아이돌의 차례가 끝나고, 드디어 결과를 발표할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는 1등이 누구일 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나나쿠사 니치카! 압도적인 점수로 1등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번 오디션에서 니치카는 1등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이번 무대가 호평 일색이었다. 이대로 니치카는 시즌 4까지 무리 없이 도전할 수 있고 「W.I.N.G.」 우승도 점점 가까워질 것이다. 반면, 츠무기는 오디션을 중도 포기하고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다음 날에도, 해당 주에도 사무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츠무기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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