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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21. 그녀를 위해 그 무엇이든 할 각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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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6, 2023 15:42에 작성됨.

21. 그녀를 위해 그 무엇이든 할 각오를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오늘의 운세는... 오오오! 키리코, 이것 좀 보라니께?"


  "코가네 짱의 운세는... '과정 상에 어려움이 있어도... 활력적으로 움직여서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후훗..."


  "그것뿐만이 아니여! 여기 연애운 쪽을 보면은... '주변에 사랑의 기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몰라 맺어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 오늘 그 사랑이 이루어 질 수 있는 날입니다. 오늘 하루 애정운이 최고점을 달리니 용기를 가지세요.' 라고 나와 있다니께!?"


  "뭐야, 코가네.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사무소에서 일하는 와중, 옆에서 키리코와 코가네가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것을 듣다 무심코 든 의문을 심드렁하게 내뱉자 코가네는 부끄러운 듯 팔을 마구 휘저으며,


  "아앗!! 그런 것이 아니고! 정말! 프로듀서는 문 말을 하당가!?"


 심심할때마다 츠무기보고 사투리가 심하다며 놀리긴 하지만, 코가네와 말을 하면 할수록 츠무기의 사투리는 그렇게 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체감되었다. 츠무기는 당황할 때마다 가끔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수준이어서 평소에 그렇게 사투리를 쓰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리 흔하진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그런 반응이길래 뭔가 있나 했지... 어, 츠무기 왔냐?"


  "안녕하십니까... 츠키오카 씨하고 유코쿠 씨도 와있네요?"


 오늘은 연습이 있는 날이지만 연습실이 아니라 먼저 사무소에 모이기로 했는데, 키리코와 코가네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와서 시간이 남은 관계로 오늘의 운세를 보는 와중이었다. 거실로 들어오는 츠무기를 본 두 명은,


  "후훗... 츠무기 쨩도 와서 운세 보는 건 어때?"


  "그려 그려! 거 츠무기도 오늘의 운세 봐줄러니께 얼렁 와봐!"


  "가, 갑자기 운세라니 두 분은..."


 츠무기는 갑작스러운 듯 당황한 티가 역력해 보였지만 딱히 거절하진 않고 거실 테이블로 와서 키리코와 코가네와 함께 오늘의 운세를 보기 시작했다.


  "으음... 오늘의 운세 총운은 '생각대로' 군요...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있다면 자존심을 버리고 인정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거, 맞는 건가요? 역시 이런 운세같은 건 단순한 미신이..."


  "오, 츠무기한테 딱 맞는 거 아냐? 섣불리 오해하지 말고 좀 더 남을 포용하고 이해하라는 그런 거 같은데?"


  "하아!? 당신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당신이야말로 건실하게 다른 이를 포용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신은 정말..."


 츠무기는 방금 들은 말에 발끈하여 삿대질을 하며 매도하려 하자 코가네가 츠무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자, 자! 연애운이 아직 남았으니께! 어디 보자... '자신의 박복함을 괜한 한숨을 쉬게 될지도 모르는 날입니다. 당신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세요. 스스로의 마음을 여유롭게 갖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사랑에 대한 마음을 조금 편하게 갖는다면 결국에는 사랑이 당신의 곁에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으음...? 이게 뭔 뜻이당가...?"


  "!!"


  "뭐야, 츠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하긴 뭐, 그 나이때면 당연한 거려나."


  "다,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이건 그냥 재미로 보는 것이지 않습니까? 저는 딱히 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에도 별 생각 없이 장난스럽게 말을 하자 츠무기는 뭔가 부끄러운 걸 들킨 사람 마냥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곤 양 팔을 마구 휘저었다. 그런 츠무기를 두고 옆에 앉아 있던 키리코는 웃으며,


  "후훗... 그럼 프로듀서 님의 연애운도 봐드릴게요... 여기 생일을 입력하면..."


  "에, 나? 내 연애운은 왜? 굳이 볼 필요 없는데..."


 뜬금없는 키리코의 제안에 의아해 했지만 키리코는 개의치 않고 핸드폰에 이것 저것 입력하고는 핸드폰에 나와 있는 운세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음... '두 사람의 사랑은 계속 발전하는 중이고 오늘도 그 발전 과정 중에 있는 날 중에 하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큰 실수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러한 페이스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므로 잘 조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과 상대방이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그 힘의 가장 중요한 밑바탕으로 깔려 있는 것입니다.' 라고 나와있네요... 후훗..."


  "아앗!?"


 이유는 모르겠지만 츠무기는 갑자기 깜짝 놀라고는 양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돌려 시선을 회피했다. 그런 츠무기를 한 번 슬쩍 보고 나서 코가네는 장난스런 말투로,


  "우후후~. 프로듀서, 잘 되고 있는 거 아닌감? 잘 됐네 잘 됐어!"


  "저... 키리코, 이거 엉터리 아냐? 아니면 잘못 입력한 거라든가? 나 애인이라든가 그런 거 없는데? 그리고 코가네, 잘 되고 있는 사람 그런 것도 없거든요!?"


 옅게 웃어보이는 키리코와 쿡쿡 웃는 코가네에게 태클을 걸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 둘은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용이 썩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점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가방에 있는 타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뭐, 할 것도 없는데 타로 점이나 봐 볼까?"


  "프로듀서... 당신은 점도 볼 줄 아는 건가요?"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회피하던 츠무기는 타로 카드를 꺼낸 모습이 신기한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냥 취미로 할 줄 아는 거지. 비교적 잘 맞긴 하는데 이걸로 벌어먹을 정도로 말재간이 좋진 않아. 점을 보는 사람은 말을 잘해야 하거든."


 78장의 타로 카드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둔 다음 마이너 아르카나를 솎아내고 메이저 아르카나 22장만 따로 빼냈다.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건 확정된 운명이란 것이 존재할까, 라는 거야. 내가 하는 선택으로 인해 미래는 바뀌는 거잖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자기 실현적 예언처럼 내가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정해진 결말로 치닫는 게 아니니까."


 마이너 아르카나들을 빼낸 뒤 메이저 아르카나들을 대충 셔플하자 아이돌 세 명은 이 광경이 신기한지 이 광경을 빤히 지켜보다 이윽고 키리코가 그 침묵을 깼다.


  "자기 실현적... 예언이요?"


  "그래. 예를 들면... 예언을 피하려다 예언을 이뤄버린 왕의 이야기가 있겠네."


  "그 이야기는 설마..."


  "아마 키리코 네가 생각하는 이야기가 맞을걸? 자신의 왕국이 파멸할 거란 신탁을 받은 왕이 그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 신전을 부수고 예언자를 추방하고 전쟁까지 다른 나라에 걸게 되지만..."


  "거 지 행동 땀시 나라가 망하는갑네. 이 유명한 이야기 아니당가?"


  "맞아, 코가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서사시와 같이 흘러가지 않으니까. 자, 이제 여기 세 장을 깔고..."


 셔플한 메이저 아르카나 중 세 장을 뽑아 책상 위에 올려두곤 그 중 가운데 것을 먼저 뒤집어 확인했다.


  "방금 키리코가 봐준 내 연애운을 다시 한번 봐볼까? 내 과거는 굳이 확인할 필요 없으니까 현재를 보면... 어 뭐야, 우연이네? 키리코가 방금 말해준 것과 비슷하잖아?"


  "후훗..."


  테이블에 올려둔 메이저 아르카나 세 장은 순서대로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하는데 이 중 현재에 관한 내용이 아까 키리코가 말해준 내용과 거의 일맥상통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그런 내용. 정해진 운명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막상 같은 내용이 나오니 꽤 신기했다. 운명론을 믿는 사람이 이걸 본다면 필히 운명이라고 하겠지.


  "큼... 애인이나 잘 돼가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자, 그럼 미래를 확인해볼까나?"


 세 아이돌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오른쪽에 깔아둔 메이저 아르카나를 뒤집고 그 내용을 확인하였다.


  "그럼 미래는... 음. 확인 끝."


  "!?"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뒤집은 채로 덮어버리자 셋은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크게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0초 정도 침묵이 지속되자 츠무기는 그 고요를 깨고는,


  "잠깐만요! 프로듀서, 무슨 내용이길래 그렇게 숨기려는 거죠?"


  "아냐. 별 내용 없었어."


  "거짓말이죠!? 별 내용 아니면 말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처음에 운세는 단순한 미신이라고 했으면서 츠무기는 갑자기 이 타로의 내용에 대해 관심이 생긴 듯 집요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으으, 츠무기 녀석... 내용을 말해주면 귀찮아질 것이 뻔하기에 굳이 내용은 말해주지 않기로 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어서 그래. 애당초 점괘라느니 예언이라느니, 21세기에 맞지 않게 비과학적이잖아? 그리고 전에 말한 대로 확정된 운명이란 것은 없으니까."


 타로점을 다른 사람들 앞에 보여줬던 사람이 하는 것 치곤 신빙성이 떨어지는 말이었지만 세 아이돌은 약간 당황스러워할 뿐, 그 내용에 대해 물어보진 않았다.


  "자, 자! 이제 곧 있으면 우리 연습시간이니까 출발할 준비하자! 연습 시작까지 얼마 안 남았잖아?"


  "앗, 네... 그럼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물쭈물하는 키리코와 코가네, 그리고 츠무기를 연습실로 서둘러 보내고선 테이블에 진열되어 있는 타로 카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츠무기 말대로 이건 단지 미신이니까.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그리고선 머리속에 가득찬 타로 점괘에 대한 내용을 지우려고 애썼다. 애당초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다. 애인도 없는 상황에서 연애운을 보는 것 자체가 넌센스기도 하고. 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쉽게 잊히지는 않았다. 왜냐면 그 점괘는,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고 /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이어 실연을 당하게 된다.'


 라는 내용이었으니까.



 십여 분 후, 연습실 문 밖에서 니치카의 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에,


  "아, 선배님도 연습실 와 계셨습니까?"


  "그래. 얼마 안 있으면 니치카의 오디션이라서. 아주 중요한 오디션이야 이번 게. 시즌 1이나 2는 통과하기 그리 어렵진 않지만, 시즌 3부터는 남은 아이돌들 실력이 꽤나 대단하다고.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시즌 3에서 떨어지는 아이돌들은 셀 수 없이 많아."


  "니치카 정도면 시즌 3에서 통과하는 것쯤은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변수라는 게 있잖아? 컨디션, 유행, 오디션 시 맞붙게 될 상대 등등... 방심해선 안돼."


  "그렇습니까..."


 연습실에 예정보다 조금 일찍 와서인지 안에는 니치카가 열심히 댄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마 다음 주 오디션에서 선보일 곡의 안무를 연습하는 것이리라. 확정된 건 아니지만 다음 주의 유행은 보컬이나 비주얼이 아닌 댄스일 것으로 예측이 되기에, 다음 주 오디션을 나가기 위해 이렇게 부단히 노력하는 거겠지. 아직 연습 시간이 끝날 때까지 조금 남았기에 니치카와 댄스 트레이너 이외의 사람들은 밖에서 서로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니치카... 역시 이 정도로 성장했네..."


 연습실 문에 난 창으로 니치카가 댄스 연습을 하는 모습을 유심히 확인하니, 역시 전에 비해 니치카의 실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순수한 댄스 실력 자체만 두고 보면 같은 그룹 멤버인 아케타 씨에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이다. 과연, 유력한 「W.I.N.G.」 우승 후보자이다. 그런 니치카의 모습을 보자 갑자기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역시, 니치카는 츠무기의 최대 라이벌이다. 니치카가 있는 한 츠무기가 「W.I.N.G.」 에서 이길 거란 보장은 없다. 니치카가 져야만 츠무기가 이길 수 있다. 츠무기가 「W.I.N.G.」 에서 이기기 위해선 뭐든지 해야 한다. 그러니...


  "기세를 꺾어버릴 때가 왔구나..."


  "음? 방금 무슨 말 했냐?"


  "아! 아무 말도 아닙니다."


 무심코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지만, 다행히 선배 프로듀서는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선배 프로듀서는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이내 니치카가 연습하는 모습을 다시 지켜보기 시작했다. 몇 분이 흘러 니치카의 연습 시간이 끝나자,


  "고생하셨습니다! 아, 프로듀서 님! 그리고 후배 프로듀서 님! 안녕하세요! 아하핫, 제대로 지켜봐주고 있던 거군요?"


 니치카는 저만치서부터 밝게 웃으며 뛰어와선 해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오, 니치카. 고생 많았어. 실력 많이 늘었는걸?"


  "헷, 그야 많이 연습했으니까요, 후배 프로듀서 님! 그래도 아직! 앞으로 갈 길이 멀다구요!"


 니치카와 가볍게 대화를 하고 있자 선배 프로듀서는 그 모습을 보고는,


  "봐, 역시 둘이 친한 거 맞다니까? 이렇게 말해도 둘은 기어코 아니라고 하고."


  "에에~, 무슨 소리 하는 거에요! 후배 프로듀서 님이 멋대로 친한 척 하는 거라니까요?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저번에도 저한테 뭐라고 하고서는 말이에요."


  "아니, 그니까 그게 도대체 언제적 일이야..."


  "흥! 흥이에요!"


 니치카는 삐진 듯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부풀렸다가 이윽고 활짝 웃어보였다.


  "아하핫! 일단 뒤에 기다리는 순서가 있으니까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프로듀서 님! 가요!"


  "아, 끌지 마! 위험하다니까!"


 니치카는 해맑게 웃으며 선배 프로듀서의 소매를 잡고는 빠르게 연습실 밖으로 나섰다. 나나쿠사 니치카. 이렇게 쾌활한 모습을 보여줄 땐 그 누구보다 밝지만, 어두워질 때는 그 누구보다 어두워지는 아이이다. 아마 이번 시즌 3의 오디션에서 지게 되면 스스로를 탓하면서 그 부정적인 면모가 더 심해지리라. 그러면 결승까지 가는 것도 힘들 뿐더러, 운 좋게 결승까지 간다 하더라도 츠무기에게 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니치카는 앞으로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것에 악영향이 생기겠지. 애당초 「W.I.N.G.」 에서 이기는 것이 니치카가 아이돌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도 하지만, 설령 하즈키 씨가 니치카의 「W.I.N.G.」 패배 이후 아이돌 활동을 허락해 준다 하더라도 한 번 꺾여버린 니치카의 마음은 쉽사리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이 망쳐져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


 고개를 돌리자, 눈이 마주친 츠무기는 영문을 모른 듯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그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은 그녀를 보자 다시금 각오가 섰다. 그녀를 위해 그 무엇이든 할 각오를.


  "그래... 너를 반드시 「W.I.N.G.」 에서 이길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렇게 약속했으니 말야..."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자 츠무기는 그 예쁜 얼굴을 찡그리고는 다가와서 염려하는 말을 해주었다.


  "저, 프로듀서? 무슨 일 있습니까? 아까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아냐."


  "정말인가요? 아까 사무소를 나서기 전부터 당신이 뭔가 평소와 다른 듯 했습니다만, 제 착각인가요?"


  "음... 쓸데 없이 걱정시켰나. 미안, 츠무기. 별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렴."


  "당신..."


 츠무기를 안심시키려고 멋쩍게 웃어보였지만 그녀는 걱정이 되는 듯 불안한 표정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는 츠무기의 시선이 조금 부담이 되어서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츠무기, 우리 일정을 조금 조정할거야."


  "네? 일정 조정이라... 좀 갑작스럽습니다만..."


  "그래. 우린 이번 돌아오는 오디션에 나갈거야. 일주일 남짓 남았나?"


 다시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는 소리긴 했다. 일주일 안에 오디션을 준비하는 바보들이 어디 있을까? 아마 시즌 3에서 떨어지려고 작정한 사람들 아니면 일주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말이다. 츠무기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방금 들은 말이 정말로 어이없다는 듯 손가락질하며 매도하기 시작했다.


  "하? 당신은 바보인가요? 바보인 건 전부터 알았다만, 일주일 안에 완벽하게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당신은 「W.I.N.G.」 을 과소평가하는 건가요, 아니면 저를 과대평가하는 건가요?"


  "츠무기 너를 과대평가하는 거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있다는 거려나. 이번 곡을 받고 나서 줄곧 이 곡의 노래와 안무를 연습했잖아. 난 다음 주에 츠무기가 나간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맡기는 건데, 츠무기는 그렇게 생각 안하니?"


  "아니 뭐 그, 그야..."


 영문을 모르겠지만 츠무기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 요즘 따라 왠지 모르게 츠무기가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만, 일단 당면한 일이 있기에 이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여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트레이너 님께도 조언을 구하긴 하겠지만, 아마 같은 의견일거야. 시간이 널널하진 않지만 다음 주 오디션에 나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할 테니까. 만약 이것 말고도 내가 모르는 제한 사항이 있으면 알려주렴."


 시즌 3에는 쟁쟁한 상대들이 많다. 선배 프로듀서의 말대로 시즌 3에서 오디션에 도전하지만 패배하여 떨어지는 실력 있는 아이돌들은 차고 넘쳤다. 하지만 그런 강한 상대들이 있음에도 츠무기가 그 상대들을 이길 수 있으리란 자신이 있었다. 츠무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나름 확신했다. 하지만 이어 츠무기가 하는 질문을 듣자 말문이 막혀버렸다.


  "저, 프로듀서.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이지만... 왜 굳이 다음 주의 오디션에 나가려는 것입니까?"


 니치카를 꺾어버리고 「W.I.N.G.」 에서 질 수밖에 없게 기세를 눌러야 하니까, 라고 답할 수 없다.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물밑에서 진행되는 음모와 배신, 협잡과 암투는 아이돌이 굳이 알 필요 없는 것이다. 츠무기는 밝은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해맑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기에 츠무기에겐 적당한 답변을 해주기로 했다.


  "음... 시즌 3 초기에 오디션을 빨리 해버리고 레슨에 열중하려고? 남는 시간에 다른 영업도 하면 좋잖아. 그래서 다음 주에 하려는 거야."


  "당신이 말하면 맞는 거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방식과 조금 다르지 않나요? 프로듀서답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전에 말해준 계획만 보더라도 이렇게 준비 기간을 너무 짧게 잡고 하지는 않았는데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요?"


 필요 이상으로 넘겨짚고 오해하는 모습 때문에 간과하는 것이지만, 츠무기는 관찰력이 깊은 총명한 아이이다. 확실히 일주일이란 짧은 기간에 오디션을 준비하고 나가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지금 츠무기의 「W.I.N.G.」 도전에 꽤나 모험적인 요소를 넣긴 해도 큰 리스크를 포함시키지는 않고 설계했기에 지금 결정은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츠무기는 반드시 그 뒤에 무슨 이유가 있으리란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렇긴 한데... 그 뭐냐, 유행이란 게 있잖아? 지금 트렌드를 간과하다보면 츠무기가 쉬어야 하는 타이밍에 오디션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그러니 여유가 될 때 미리 나가버리자는 거지."


 하지만, 그 이유가 같은 사무소의 동료를 패배시켜 좌절하게 하기 위함이란 것은 절대 그녀에게 말해줄 수 없다. 츠무기와 같이 마음 여리고 이타적인 아이는 자신이 이기기 위해 다른 이가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녀에게 굳이 사실을 말해주지는 않기로 했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듯 눈살을 찡그린 츠무기의 어깨를 톡톡 쳐주며,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 나가자. 무엇보다, 이게 츠무기의 첫 솔로곡이잖아. 드디어 이 곡을 츠무기의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니만큼 멋진 모습 보여주렴."


  "아, 네... 제 첫 솔로곡... 드디어 제 첫 노래를 팬 여러분들께 보여드리는 때가 온 건가요... 커버곡이 아닌 진짜 제 노래를..."


  "그래. 팬분들이 정말 좋아할거야. 그러니 열심히 하자."


  "네, 프로듀서..."


 드디어 자신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는 기대에 츠무기는 멍한 표정을 짓다 이내 덧없이 웃어보였다. 그렇게 웃는 츠무기를 보자 마음에선 끝도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니치카에게는 못할 짓을 한다는, 그리고 츠무기에게는 거짓말을 한다는 죄책감이. 하지만 누군가의 손이 더러워야만 다른 누군가의 손이 깨끗하게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니치카는 반드시 패배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기로 다짐했다. 이는 츠무기를 위한 것이니까. 전에 했던 각오를 상기하며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자, 트레이너 님께서 기다린다고? 연습 잘 하고 와!"


  "앗, 네! 그럼 연습 잘 하고 오겠습니다, 프로듀서."


 키리코하고 코가네와 함께 연습실로 들어가는 츠무기를 뒤에서 지켜보았다. 갑작스런 계획의 변경으로 다음 주에 오디션의 도전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츠무기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노래와 춤을 성실히 준비했기에 이대로라면 1등은 문제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니치카를 이길 수 있을 거다. 그러면 「W.I.N.G.」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워진다. 그러니 속에서 우러나오는 죄책감은 접어둬야 한다. 그녀를 위해 그 무엇이든 할 각오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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