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시라이시 츠무기] 20. 당신이 저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댓글: 0 / 조회: 435 / 추천: 0



본문 - 09-24, 2023 15:21에 작성됨.

20. 당신이 저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으음... 으..."


  "드디어 눈을 떴군."


  "프로듀서...?"


  "자네 운이 좋군. 정신이 드나?"


  "하아... 무슨 소립니까. 당신은 아침부터 이렇게 바보 같은 말을..."


  "아, 재미 없었어? 미안~. 근데 아침은 아닌 걸?"


 커튼을 젖히자 환한 도쿄의 야경의 불빛이 병실 안으로 잔뜩 들어왔다. 방음이 잘 되어서 그런지 밖의 요란스러운 소음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맞은 편 마천루들의 빛이 일렁이면서 눈을 자극했다. 살면서 가끔 병문안을 간 적이 있긴 해도 대부분 낮이라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랐는데, 밤에 병실 밖으로 보는 도시의 풍경도 꽤나 볼 만 하다. 츠무기도 이런 풍경은 마찬가지인지 밖의 야경을 얼마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잠깐... 저녁이라고요? 지금이?"


  "엄밀히 말하면 밤이지. 21시를 조금 넘었으니까."


 츠무기는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병원 침대와 하얀 시트, 크진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1인 병실, 맞은 편에 놓여져 있는 꽃병, 본인이 입고 있는 환자복과 손에 깔끔하게 둘러져 있는 붕대. 아마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헬기로 병원까지 온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그래. 그때부터 거의 하루 동안 자고 있었어. 큰 외상은 없으니까 병원에서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마 내일 오전부터 필요한 검사를 하고 츠무기가 좀 나아지면 그때 퇴원하겠지."


  "당신도 무리를 했었을 건데, 괜찮나요? 지금 깨있는 것을 보니 잠도 제대로 자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여기서 틈틈이 한두 시간 정도 자뒀어. 츠무기가 언제 일어날 지 모르니까 지켜 보고 있어야지"


 그러자 츠무기는 침대 시트를 끌어안고 얼굴을 붉히더니,


  "당신은...! 제가 자는 모습을 지금까지 지켜 보고 있었던 건가요!?"


  "그렇지. 츠무기는 입에 침까지 흘리면서 엄청 기분 좋게 자고 있던데?"


  "아앗!! 당신 바보가!? 여자아이에게 그래 섬세하지 않은 말을...!"


  "아하하! 사실 농담이야, 농담. 침 안 흘렸으니까 그렇게 닦을 필욘 없어."


  "정말... 뭐꼬!?"


 츠무기... 멀쩡해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신체적으로 큰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심적으로도 부담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이번 산에서 겪은 것들은 절대 쉽지 않고 츠무기에게도 힘든 것이었겠지만, 전에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역시 츠무기는 생각보다 강하고 심지가 굳은 아이인 것 같다. 가끔은 또래의 아이들처럼 약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말이다.



  "후우... 이제야 검사가 끝났습니다... 음? 저건?"


  "여어! 츠무기! 여기야!"


 다음 날이 되고, 아침부터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진료실에서 나오는 츠무기에게 크게 손을 흔들자 츠무기는 이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정말이지, 당신은 어린 아이입니까?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참..."


  "하하, 미안. 그나저나 의사 선생님은 뭐라 하셔?"


  "아직 검사 결과가 다 종합된 건 아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 하셨습니다. 아마 금방 퇴원하겠죠."


  "그래? 츠무기는 아직 아픈 곳이 있는데 스케줄에 영향이 갈 수 있어서 무리하게 일찍 퇴원하려는 건 아니고?"


  "그런...!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인데, 혹시 당신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그건 아닌데, 잠깐만 손 좀 줘 봐."


  "엣!? 아니 당신..."


 츠무기가 당황해 하는 찰나 그녀의 손을 잡아 들어 올렸다. 이번에 산에서 다쳤을 때 겉으로 보기에 가장 많이 다친 곳이 아마 손이었지. 츠무기의 가녀리고 연약해 보이는 손엔 흰 붕대가 둘러져 있어 안쓰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말한 바로는 흉터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얼마 전에 본 츠무기의 잔뜩 까진 손의 상처가 떠올라서 마음이 꽤 아팠다.


  "아픈데 안 아픈 척 하는 건 아니지? 무리하는 것 같으면 좀 쉬어도 돼. 이거로 「W.I.N.G.」 에 지장이 있거나 할 건 아니니까."


  "네... 알겠습니다, 프로듀서..."


  "에??"


 예상하지 못한 츠무기의 반응을 보고 놀라버렸다. 원래라면,


  "당신은 또 이렇게 제 손을 잡으려고 이런 허튼 수작을...!"


 대략 이런 반응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와 다르게 츠무기는 시선을 회피한 채 잡힌 손을 빼낼 낌새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왜지? 아무래도 「W.I.N.G.」 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건가? 아니면 어떤 걱정거리가 있길래 매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거지? 츠무기가 손가락질하며 잔소리할 줄 알았는데 그런 반응이 되돌아오지 않자 내심 걱정이 들었다.


  "츠무기? 무슨 일 있는 거니?"


  "아, 아닙니다, 프로듀서..."


 왜인진 몰라도 츠무기는 기운이 없는 듯 시선을 이리 저리 피하며 얼굴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아마 스트레스를 받아 속이 답답해서 이런 거겠지. 당장이라도 「W.I.N.G.」 에 대비하여 연습을 하는 등의 아이돌 활동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츠무기, 너..."


 그런 츠무기를 보자 내심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녀석, 기운도 없어 보이고 얼굴도 빨개질 정도로 답답해 하다니... 그렇게 츠무기를 바라보고 있다 뜬금없이 재밌는 생각이 났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리 현명한 행동은 아니지만, 츠무기를 보니 마침 장난기가 들기도 했고 이렇게 장난을 좀 치면 츠무기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어라, 이건? 츠무기, 츠무기! 여기 앉아봐!"


  "갑자기 당신은... 이건 휠체어 아닙니까? 제가 여기에 왜 앉습니까?"


  "츠무기는 입원한 환자잖아? 이거 타면 내가 밀어줄게!"


 마침 진료실 옆에 세워져 있는 휠체어가 눈에 들어와서 그걸 끌고 오고는 츠무기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하아... 당신이 보기엔 제 다리가 부러졌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진료실도 제 발로 알아서 들어오고 나가지 않았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생각하기에 저는 너무 연약해서..."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아니면 이거 타 볼 일이 언제 있겠어, 안 그래?"


  "참... 어린 아이도 아니고, 어째서 당신이... 꺄앗! 무, 뭐, 뭐 하는 거에요!"


 한심한 사람을 쳐다보는 눈으로 츠무기가 고개를 젓자 그녀의 어깨를 살짝 잡고 휠체어에 앉게 가볍게 눌렀다.


  "당신...! 어딜 만지는 거에요!"


  "그야 어깨지? 자, 그럼 출발이다!!"


  "아니 아니, 잠깐만요! 어딜 가려구요!?"


 휠체어를 힘껏 밀고 앞으로 나가자 츠무기는 엄청 당황하며 팔걸이를 꽉 잡고는 몸을 움츠렸다.


  "아하하! 휠체어 처음 타보는구나?"


  "애초에 당신이 아니었다면 지금 탈 일도 없을 거라구요! 정말이지, 얼른 멈추세요!"


  "여기 병원 환자들이 애용하는 산책로가 있다고 해서 거기 한 번만 둘러보고 오면 안될까? 음? 음?"


  "하아... 당신은 어쩜 이리도 아이 같은지... 일단 지금 할 검사는 다 마쳤으니 잠깐 산책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핫, 그럼 얼른..."


  "잠깐! 거기 당신들! 혹시 여기 세워져 있는 휠체어 가져가신 건가요? 반납할 건데 막 가져가시면 어떡합니까!?"


 휠체어를 밀고 가다 뒤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서 흠칫 하며 뒤를 돌아보니 한 간호사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성을 내고 있었다. 윽... 휠체어가 주변에 아무렇게나 있길래 누가 그냥 방치한 건 줄 알았는데 정황상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휠체어는 병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막 방치해버릴 리는 없지만 장난칠 생각 때문에 당연한 결론까지 이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읏...!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프로듀서, 얼른 빨리 돌려..."


  "반납할 거면 휠체어 조금만 쓰고 돌려드릴게요!!"


  "프로듀서 이 바보오오오오!!"


 성난 간호사가 휠체어 쪽으로 다가오자 재빨리 그 반대 방향으로 츠무기가 타 있는 휠체어를 밀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윽...! 이 건물 지리는 잘 모르는데... 엘리베이터 타는 곳이 어디더라?"


  "아니 당신 정말로 바보입니까!? 이게 뭐 하는 거에요!!"


  "걱정 마 츠무기, 반드시 너를 거기에 데려가겠어!"


  "뭐꼬 이게!! 정말...!"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는 없는 한적한 구역이었지만, 이 난장판이 자아내는 소리에 주변 모두가 이 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영화 찍는 거야?"


  "오, 그러고 보니 저 은발 여자애 어디서 본 것 같기도?"


  "이게 그 '상위 1%의 귀족녀와 하위 1%의 무일푼이 만났다' 하는 그거냐?"


 많지는 않지만,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자 츠무기는 부끄러운지 양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는,


  "으으! 프로듀서! 빨리 멈추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역시 당신, 이게 재밌어서 즐기..."


  "크읏! 전방에 ㄱ자 코너다! 이대로 달리면 벽에 박고, 그렇다고 속도를 줄이면 뒤에 간호사한테 잡히고...!"


  "아니 그니까 이 휠체어를 다시 돌려주면 되지 않습니까!?"


 위기가 닥쳐왔다. 전방 50미터 지점에 왼쪽으로 복도가 꺾이는 구간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으로 꺾이는 코너를 돌기 위해 속도를 줄인다면 뒤에서 빠르지는 않지만 화난 채로 꾸준히 쫓아오는 간호사에게 붙잡힐 것이고, 그렇다고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코너를 채 돌기 전에 앞의 벽에 부딪힐 게 뻔했다.


  "제길... 이것까지 쓰려고 하진 않았다만... 츠무기, 꽉 잡아!!"


  "그러니까 이걸 멈추면... 꺄아아아아!"


 왼쪽으로 꺾이는 코너까지 5미터 남은 지점에서 휠체어의 브레이크를 걸고 방향을 급격히 왼쪽으로 꺾자 휠체어는 왼쪽으로 코너를 돌면서 크게 휘청이려다 다시 균형을 잡았다. 흔들리던 휠체어가 다시 안정적이게 되자 브레이크를 풀고 휠체어를 앞으로 밀며 달렸다.


  "좋아! 성공이다!!"


 그 기상천외한 장면을 본 옆의 환자들은 넋을 잃은 표정으로 휠체어 쪽을 쳐다보며 한 마디씩 말했다.


  "아, 아니...! 관성 드리프트...!"


  "흠... 아냐. 브레이크를 걸고 왼쪽으로 꺾는 걸 보니 저건 사이드 브레이크 드리프트, 가 맞겠군. 저 사람, 휠체어로 저런 기술을 선보이다니 보통 사람이 아냐. 아마 분명..."


  "으아아아... 당신도 저 사람들도 바보에요..."


 츠무기는 어지러운지 고개를 숙인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런 츠무기를 독려하며,


  "좋아 이제 다 왔어, 츠무기! 저 앞에 엘리베이터야! 간호사 님도 우릴 못 쫓아오겠지! 하하하! 해치웠나!?"


 그렇게 달려가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건 한참 뒤였고, 그 뒤로 엘리베이터까지 쫓아온 간호사에게 엉망진창 혼났다.



  "...얼간이."


  "하하... 혼나는 건 나 혼자였으니까 괜찮지 않아?"


  "하아... 애초에 이 혼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었나요?"


 휠체어를 간호사에게 '반납'하고 나서 병원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공원에서 츠무기와 천천히 산책하던 와중에, 아무 말 없이 있던 츠무기가 대뜸 입을 열고 얼간이라고 매도했다. 그런 츠무기의 매도하는 모습에 일단은 안도감이 들었다. 간호사에게 혼나긴 했어도 장난친 보람이 있는 건가.


  "흠흠... 이건 아무래도 운명의 흐름이라고 해야 하나, 기왕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보는 거지."


  "정말인가요? 아무리 당신이 장난을 많이 친다 해도 방금은 평소와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만."


 평소에 과하게 넘겨짚는 점 때문에 가려지는 부분이지만, 츠무기는 역시 총명한 아이다. 츠무기가 걱정돼서 일부러 장난을 더 치려고 한 걸 눈치챈 건지 이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는 츠무기였다. 물론 그걸 그대로 말해주고 싶진 않으니 적당히 돌려서 츠무기에게 말하기로 했다.


  "그냥 장난 더 치고 싶은 날이기도 했고, 츠무기도 병원에서 심심하기도 할 테니까 마침 재밌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거라고 해야 하나...?"


  "당신이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것도 평소에 많이 봐왔습니다만, 이번엔 뭔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저에게 뭔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고, 제 기분을 풀어주려고 한다, 라고 해야 하나..."


  "그거야 뭐..."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 걱정돼서 한 것이긴 한데 과연 그게 전부일까? 츠무기에게 해줄 말을 생각하는 와중 그녀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앞에 섰다.


  "프로듀서. 당신이 저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


 얼마 전에 키리코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키리코는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프로듀서 님... 프로듀서 님이야말로 츠무기 쨩을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음... 그냥 아이돌이지? 우리 283 소속의 아이돌?"


  "프로듀서 님... 그게 전부...?"


 그리고 그때 키리코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듯 이렇게 말했었다.


  "프로듀서 님은... 저, 니치카 쨩, 코가네 쨩, 그리고 다른 아이돌들과... 츠무기 쨩과 똑같이 생각해주고 그렇게 해주나요?"


 그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던 주제지만, 한 번은 생각해볼 주제이기도 했다. 키리코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자 츠무기는 이어서 말했다.


  "얼마 전 제가 산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그 상황에서 저를 찾으러 온 건 당신에게도 위험했을 것입니다. 당신도 위험해질 수 있는데 저를 굳이 구하러 온 건 어째서인가요?"


  "그야 당연하잖아. 나는 츠무기를 보호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어. 또 츠무기가 잘못될 수도 있는 판국에서..."


 그 뒤로 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말끝을 흐리자 츠무기는 이어서,


  "만약 그때... 제가 정말로 잘못되었으면 당신은 어떻게 했을 건가요?"


  "그렇게 되면 츠무기를 따라가야지."


  "아아..."


 그 말을 듣고 츠무기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츠무기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가만히 있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려고 하자 츠무기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 프로듀서... 당신에게 머리를 쓰다듬어도 된다고 한 적은..."


 그런 말을 하면서도 눈을 감으며 가만히 있는 츠무기의 이마에 집게손가락으로 약하게 딱밤을 꽁 하고 때렸다.


  "아얏! 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가!"


  "머리 쓰다듬어도 된다고 하진 않았는데 딱밤은 때리지 말라고 안 했잖아?"


  "으읏... 뭐꼬!?"


 츠무기가 삐진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자 방금 하던 말을 이어서 했다.


  "애당초 츠무기가 잘못될 리가 없잖아? 절대 그럴 일 없게 츠무기의 옆에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


  "프로듀서..."


 츠무기는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 이내 긴 은발을 묶은 리본이 붕붕 흔들릴 정도로 고개를 젓고는,


  "아니 그렇다고 딱밤은 왜 때리는 겁니까? 이제는 아이돌한테 폭력까지 행사하는 건가요? 당신 같은 사람은 몰라요! 흥!"


  "아, 츠무기 미안! 같이 가!"


 씩씩대며 걸어가는 츠무기를 따라잡고는 옆에서 같이 걸어가며 말했다.


  "아하하... 그나저나 츠무기, 시즌 2 통과라고? 축하해!"


  "갑자기 무슨... 시즌 2 통과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벌써 츠무기의 팬 수가 만 명이 넘었어. 원래는 츠무기가 즐겨 가는 디저트 가게에서 말해주려고 했는데 그러다간 한참 뒤가 돼서 알려줄 것 같아서 말야."


  "벌써... 제 팬 수가 만 명... 이 정도로 많은 분들이 절 좋아해준다니..."


  "그래. 전에 봤던 오디션하고 최근에 765 프로덕션에서 했던 공연이 반응이 꽤 좋았어. 이땐 솔직하게 기뻐해도 된다고?"


  "예. 무척 기쁩니다만... 이건 프로듀서 당신도 저를 위해 나름 열심히 해 준 덕분이기도 하고..."


  "하하, 아냐. 고생은 츠무기가 다 해줬지."


 어안이 벙벙한 듯 가만히 서있는 츠무기에게 웃으며 어깨를 톡톡 쳐주고는 이어서 말했다.


  "「W.I.N.G.」 우승을 향한 길은 아직 많이 남았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같이 이렇게 걸어간다면 어느새 그 곳까지 다다를 수 있겠지?"


  "네, 프로듀서. 그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츠무기는 이내 무언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그런데 왜 이 결과를 제가 즐겨 가는 디저트 가게에서 말해주려고 한 것입니까?"


  "그야... 츠무기는 먹는 걸 좋아하니까? 좋은 소식 전해주는 겸 츠무기가 좋아하는 먹을 걸..."


 그 말을 듣자 츠무기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읏...! 당신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당신은 역시 저를 돼지 먹보라고 생각하는...!"


  "돼지는 아닌데 먹는 거 좋아하긴 하잖아? 아냐?"


 그 말을 듣자 츠무기는 씩씩대면서 뛰어와 가녀린 팔을 들어서 때리려고 들었다.


  "으으!! 당신, 거기 서세요!!"


  "아하하!! 나 잡아봐라!!"


 어느새 「W.I.N.G.」 도 절반이나 경과했다. 지금까지 여러 즐거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츠무기와 같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앞으로도 츠무기와 함께 보내는 나날은 계속될 것이다.


 그랬지...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계속되리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