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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16. 반짝이는 반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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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8, 2023 11:27에 작성됨.

16. 반짝이는 반짝임



 1번 링크의 BGM을 먼저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자, 10분 간 휴식입니다! 10분 뒤에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옆에서 10분 휴식 공지를 하자 지쳐보이는 츠무기에게 다가가서 이온 음료 캔을 건네며 말했다.


  "츠무기, 할 만 해? 이런 연습은 처음인데 힘들진 않고?"


  "하아... 하아... 당신은... 한 눈에 봐도... 읏... 모르는 건가요? 당신은 이렇게... 하아... 무관심한..."


 여느 때와 같이 까칠하게 매도를 하려는 츠무기는 연습이 힘들어서 그런지 독기가 평소보다 얼굴에 더 서려 있었다.


  "에!? 아, 아니 츠무기 그게 아니라..."


 잔뜩 성을 내는 츠무기의 모습을 본 누군가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츠무링~, 283 프로쨩은 그게 아니고 말이지, 여얼~심히 노력한 츠무링이 걱정돼서 격려해주려고 한 말인거 같은데?"


  "앗... 노노하라 씨... 그, 그렇습니까..."


 츠무기는 그제서야 화난 표정을 풀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프로듀서, 당신의 말씀이 뭐가 잘못됐는지 아시겠나요? 당신도 노노하라 씨가 하신 것처럼 이해하기 쉽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아니 내가 말을 꼬아서 한 것도 아닌데!?"


  "흥!"



 몇 시간 전...


  "예, 이번 콜라보는 이대로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럼..."


 이번 콜라보, 기존에 유명했던 곡을 다른 아이돌과 함께 연습한 뒤에 공연을 하는 그런 방송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연습하는 모습과 공연을 촬영하기 위해 765 프로덕션의 시어터 라는 곳에 찾아왔다. 그렇게 이번 촬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마치고 난 뒤, 츠무기와 회의실을 나서서 연습실로 향하는데 츠무기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건실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군요. 당신은 보고 느낀 점이 없었나요?"


  "여기 765 프로듀서가 말야...? 으음..."


 츠무기의 말을 듣자 며칠 전에 선배 프로듀서가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아, 그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말하는 거지?"


  "네. 지나가면서 한두 번 봤었는데 유순해보이고 밝아보이는 사람이던데 말입니다."


 그러자 선배 프로듀서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으, 그 친구 괴짜로 유명한데."


  "예?"


  "내성적이고 부끄러움 많은 아이돌들한테 수영복 화보 촬영 마구 시키고, 수영복 촬영 아니라고 해놓고 겉에는 얇은 옷에 안엔 수영복 입히고 물에 빠뜨리거나, 생일엔 수영복을 입히고 라이브를 시키거나..."


  "....네?"


  "뭐, 그래서 '맑은 눈의 광인' 이라고 불리긴 하는데 그래도 창의력이나 기획력은 뛰어나더라고. 당장 이 콜라보 계획도 그 친구가 먼저 제안한 거잖아?"


 협조 관련해서 서로 연락했을 때는 순둥순둥해보이는 호청년으로 보였는데, 수영복과 관련된 기행들을 듣자 기억 속의 인상이 확 달라져버렸다. 상대가 어떤지 확인도 안한 채 멋도 모르고 덜컥 콜라보 제안을 받은 게 아닌가 하고 갑자기 걱정이 들었다. 거기 프로듀서가 갑자기 공연한다면서 츠무기에게 수영복을 입히지 않을까 하고 염려가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프로듀서? 저기, 프로듀서~? 듣고 있나요?"


  "앗, 미안! 잘 듣고 있었어!"


  "정말이지... 여기 포스터에 나와있는 뮤지컬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전혀 안 듣고 있지 않았습니까?"


 츠무기의 톡 쏘는 목소리에 정신이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츠무기의 잔소리를 들으며 포스터를 유심히 지켜봤다.


  "이 뮤지컬, '어두운 별, 머나먼 달'... 전에 휴일에 보러 왔었는데,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흡혈귀 여장남자가 길거리에서 힘겹게 하루 벌고 하루 살아가는 남장여자와 만나게 되어 일어나는 내용의 연극인데, 내용이 정말..."


  "잠깐만, 혹시 그거 스포일러 아냐? 남장여자 여장남자도 그렇고 처음부터 바로 나오는 플롯은 아닐 거 같은데?"


  "핫,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무심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남장여자와 여장남자가 만나게 되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란 것도 765 프로듀서가 기획한 것이렸다. 이 뮤지컬은 츠무기 말대로 아이돌들의 연기나 노래 전반적으로 뛰어났다고 호평은 받았는데, 저 워딩만 떼놓고 보면 뭔가 기묘했다. 남장여자와 여장남자라... 재밌어보이긴 한데 예의 수영복과 관련된 기행들을 떠올리니 뭔가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재밌어 보이긴 하네. 츠무기도 이런 컨셉 꽤나 어울릴 거 같은데."


  "이런 컨셉이면 어떤...? 뱀파이어 말씀이십니까?"


  "아니. 츠무기가 말한 대로 남장여자 컨셉. 아마 이 친구겠지? 여기 써있는 이름이... 토코로 메구미 씨, 인가? 어떤 아이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츠무기도 이런 멋있고 늠름한 모습이 은근 어울릴지도?"


 그 말을 듣자 츠무기의 볼이 상기되면서 시선을 회피하더니,


  "머, 멋있는 모습... 말입니까? 그런..."


 큰 의미 없이 한 말에 츠무기가 기대 이상으로 반응을 하자 갑작스레 장난기가 생겼다.


  "그래 그래. 그런데 너무 진지하면 재미 없으니까 츠무기의 원래 모습을 조금 첨가하는 거야."


  "제 원래 모습...?"


  "평소엔 남장여자인 만큼 목소리도 저음이고 행동거지도 절도있는데, 그에 비해 조그만거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시골에서 올라온 지 얼마 안된 듯이 사투리를 자주 섞어서 쓰는거지."


  "!!"


 츠무기는 갑자기 당황하며 말을 더듬으며 반박하기 시작했다.


  "제, 제가 평상시에 사투리를...? 누가 봐도 아, 아무 이상 없이 표,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라라? 언제부터 1인칭 대명사 내(うち, 우치) 가 표준어고  저(私, 와타시) 가 사투리였었나?"


  "그, 그게...!"


  "그거 말고도 자주 쓰는 사투리 있지 않아? 그 뭐더라, 뭐꼬(なんなん, 난난) 였나?"


  "그, 저는 사투리를 평소에 쓰지 않는...!"


 여기서 더 놀리면 츠무기가 삐져서 토라질 확률이 100%에 수렴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츠무기를 더 놀려먹고 싶었다.


  "아, 미안! 내가 국어를 잘 못해서... 카나자와 방언이 표준어였는지도 모르고 있었네... 나중에 서점에서 책 사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응?"


  "당신은..."


 정신없이 츠무기를 놀리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츠무기는 주먹을 꽉 쥐고 바들바들대고 있었다.


  "아, 이 흐름은..."


  "당신은 바보입니까!? 내는 이제 모린다! 당신 혼자 알아서 해라!"


  "아, 기다려 츠무기! 너 여기 구조도 모르잖아!"


 츠무기도 시어터 내부 구조를 거의 알지 못하고 있지만 분에 못이겨서 그런지 어디론가 씩씩대며 달려나갔다. 지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츠무기가 어디 쯤에 있을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츠무기를 데리고 연습실로 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버렸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츠무기는 이전의 일로 매우 삐져있는 모양인지, 날카로운 눈으로 매섭게 째려보며 매도하기 시작했다.


  "아까도 그렇고, 당신이 말씀을 이상하게 해서 연습 시작시간에 저희가 늦은 것이지 않습니까?"


  "잠깐만, 늦은 건 츠무기가 여기 시어터에서 길을 잃어버려서 그런 거라고!?"


  "또 변변찮은 변명을...! 당신이 그렇게 짓궂은 말을 하지만 않았어도...!"


 평소와 같은 매도의 파도가 몰아치려는 찰나, 옆에 누군가가 그런 츠무기에 말을 걸어주었다.


  "츠무링~. 근데 촬영이랑 연습이랑 병행하는거 치곤 무지 잘하는거 아냐? 이 천하의 아카네도 이 정도 할 수 있을 때까지 엄청 연습했는데... 흑흑..."


  "아, 노노하라 씨. 별 건 아니고 꾸준히 연습해서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원체 유명한 곡이기도 하여 안무 영상들도 여럿 찾아보며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오 츠무링~. 겸손하기까지? 이런 츠무링을 위해 준비해둔 게 있다고~?"


 노노하라 양은 콧노래를 부르며 구석으로 걸어간 뒤에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그럼 어디... 냣!? 내, 내 푸딩이!"


  "노, 노노하라 씨? 무슨 일이..."


 어느 새 독기가 다 빠진 츠무기는 걱정하는 얼굴로 노노하라 양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내 푸딩이...! 누가 내 푸딩을 가져갔어..."


  "그러고 보니, 방금 누군가가 냉장고에서 푸딩을 가져가는 모습을 본 것 같기도..."


  "으아앗!? 츠무링, 왜 말리지 않은거야!!"


  "그, 그야 자연스럽게 본인의 간식을 가져가는 듯 가져가길래 전혀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황상 누군가 무단으로 냉장고에 있던 노노하라 양의 푸딩을 몰래 가져간 것 같았다. 분명 촬영 중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지만 한두번 해본 것이 아닌지 감쪽같이 푸딩이 없어져 버렸다.


  "저, 노노하라 씨... 괜찮으시다면 이거라도..."


 츠무기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화과자 포장을 몇 개 꺼내서 노노하라 양에게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왜 가방에 화과자가 있지? 꽤나 궁금했지만 굳이 츠무기에게 그걸 물어보진 않았다.


  "이, 이건...! 푸딩을 빼앗긴 아카네를 위한 신 님의 선물!!"


 노노하라 양은 눈을 반짝거리며 츠무기에게서 화과자를 건네받았다.


  "츠무링, 이 아카네, 어어어엄청엄청엄청 감동했다고? 엄청 소중한 디저트를 남을 위해 선뜻... 흑흑, 감동이야!"


  "그, 그런... 아닙니다. 노노하라 씨도 제게 뭔가 주시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 노노하라 씨에게 이런 것쯤은..."


  "오오~! 츠~무~링~!"


  "꺅! 노, 노노하라 씨, 갑자기 그렇게 안기시면...!"


 처음엔 츠무기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연습을 하는 모습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츠무기의 운이 좋은 것인지 매번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안무도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예습을 충분히 한 덕인지 츠무기는 완벽하게 곡을 마스터한 것으로 보였다. 본 공연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저, 제가 잘 들은 것이 맞습니까? 그, 그래도 공연인데 아무래도 이런 복장은..."


  "시라이시 씨, 그게 저도 좀 의문이긴 한데 아무래도 그렇게 디렉팅이 내려와서..."


 두 아이돌이 연습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부분이 끝난 후, 본 무대 전에 츠무기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왔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 방 안에서 들려왔다. 츠무기의 대기실 안에서 츠무기와 시어터의 스태프가 의상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전 그래도 일반적인 아이돌 의상인줄 알았습니다만..."


  "그래도 일단 이렇게 하라고 지침이 내려왔으니까요. 그럼, 문제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예. 문제 있습니다."


  "프, 프로듀서!? 어, 어째서 여기에...?"


 츠무기와 스태프 둘 다 당황한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자리에서 멈춰섰다.


  "츠무기, 가자. 더 있을 필요도 없어."


 츠무기의 손을 낚아채고 대기실 밖으로 잡아끌자 츠무기는 이끌려가지 않게 발을 질질 끌었다.


  "에, 에에!? 프, 프로듀서, 잠깐만요! 당신은 바보입니까!? 이렇게 갑자기 도망가면...!"


  "츠무기 너야말로 바보야? 왜 가만히 있어! 아니면 넌 그런 복장도 괜찮다는 거야?"


  "그, 그게... 사실 안될 것도 없는..."


  "뭐어!?"


 츠무기도 그런 복장은 절대로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왠지 모르게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짓고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속에서 화가 치밀어올랐다.


  "제길... 이럴 줄 알았어야 했는데...! 신인 아이돌 츠무기에게 이렇게 수영복을 입히고 공연을 시키려는 그런 계략인줄도 모르고!"


  "...네? 프로듀서, 그게..."


  "내성적이고 부끄러움 많은 아이돌한테 수영복 라이브...! 이게 말이나 되는 것입니까!?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낯가리고 소심한 아이들일수록 거절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이렇게 이용하다니! 우리 츠무기는 절대 수영복을 입고 공연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츠무기, 가자!"


  "아니, 잠깐만요! 사람 말을 끝까지 들으셔야 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 츠무기 너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르는 츠무기의 위세에 기가 죽어서 츠무기를 끌고 가려다가 대기실 안에서 멈춰섰다.


  "정말...! 트레이닝복을 입고 공연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그런 복장을 입고 공연하는 것이 흔하지는 않아서 의아했던 것 뿐이지, 딱히 안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 그랬던 것이었구나. 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애당초 수영복을 입히고 공연한다고 하면 츠무기의 성격 상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이고, 트레이닝복으로 하는 공연이 절대 평범하진 않지만 상식 밖의 범위도 아니긴 하다.


  "그, 그런데 왜 굳이 트레이닝복이야? 그건 이해가 좀 안되는데..."


  "정말... 당신은 바보입니까? 노노하라 씨와 저는 서로 소속이 달라 공통된 의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트레이닝복은 여기 765 사무소에서 대여해줬기 때문에 같은 종류를 입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것입니다."


  "아하... 그렇군..."


 돌이켜보면, 같은 의상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방송 프로그램이 아이돌들이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공연을 하는 것이기에 그런 주제로는 이런 의상도 괜찮다 싶었다. 연습과 공연 의상이 동일하니 말이다.


  "그런데 프로듀서... 그런데 방금 왜 수영복 이야기를 했던 것입니까? 수영복은 언급도 하지 않았고, 여기 주변에 수영복도 없는데 말입니다."


  "읏!? 그, 그렇네... 그게 사실은..."


  "설마 당신은... 혹시..."


  "아냐, 아마 츠무기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당신은 제가 수, 수영복을 입는 상상을 평상시에 해서... 그래서 이런 마, 망상을...!"


 츠무기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고는, 이어서 매도하는 말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이 변태!! 당신은 그렇게나 제가 수영복을 입고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가요!?"


  "에... 그냥 수영복 입는 거면 몰라도 수영복 공연은 아무래도 상식의 범위여서..."


 그 말을 듣자 어느새 양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 츠무기는 뭔가 엄청난 치욕을 겪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 이 변태! 이 얼간이! 내는 당신이 입으라캐도 수영복 절대 안 입을거다!"


  "아, 때리지 마 츠무기! 아프다고! 아!!"


  "이 바보! 당신은 맞아도 싸요!"



  "으, 츠무기 녀석... 주먹이 왜이리 매운 건지 모르겠네... 운동 배운 적 없는 양갓집 규수치곤."


 츠무기에게 폭행당한 등과 어깨 등이 꽤나 아파서 파스를 사오느라 츠무기의 공연 전 준비를 제대로 봐주진 못했지만, 765 프로덕션 측이 주도하는 만큼 크게 해줄 일은 없었다. 


  "그나저나, 문제 없겠지. 남은 건 본 공연 시작이려나."


 어째 협조하는 것 말곤 딱히 해준 게 없는 것 같아서 찜찜했지만, 그만큼 여기서 준비를 제대로 해줬다는 뜻이 된다. 확실히 규모가 큰 사무소는 이런 게 다르다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츠무기와 노노하라 양이 공연 시작을 위해 스테이지로 올라왔다. 리허설이 아닌데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꽤나 볼 만 했다. 그 둘을 보자마자 빵 터지는 일부 관객들도 있었고, 그 일부는 아니어도 대부분은 의아한 모양이었다.


  "옷도 그렇긴 한데, 이렇게 보니 새삼 둘이 꽤나 안어울리네."


 처음에 콜라보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고민을 한 주요 이유가 이것이었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란 것이 있는데 츠무기는 아무래도 썩 어울려 보이진 않았다. 물론 그런 츠무기가 이런 곡에 맞춰서 공연을 하면 그만큼 이슈를 끌 법 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꽤 석연찮았다. 츠무기가 노래나 안무를 잘 해내서 그런 걱정은 이제 없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새 두 사람이 곡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럼, 들어주세요! 이번 곡은, 「キラメキラリ (키라메키라리)」 입니다!!"


  2번 링크의 무대 영상을 먼저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フレーフレー頑張れ!!さあ行こう♪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자, 가자♪)

  フレーフレー頑張れ!最高♪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최고야♪)


  "와아아아아아!!"


 관객들은 이어서 전주 부분이 흘러나오자 미친듯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 곡,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아는 곡이지 않던가? 무엇보다, 765 프로덕션의 원조 아이돌인 타카츠키 야요이 양의 담당곡이기도 해서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를 수가 없다.


  どんな種も蒔けば芽立つんです (어떤 씨앗이라도 심으면 싹을 틔워요)

  マルマルス-パースター (둥글둥글 슈퍼스타)

  どんな芽でも花になるんです (어떤 싹이라도 꽃을 피워요)

  ハナマルスーパースタート (백점 만점 슈퍼 스타트)


 노노하라 양이 발랄하게 자기 파트를 끝내자 이어서 츠무기의 파트가 시작됐다.


  お金じゃ買えない程大事です (돈으로는 살 수 없을 만큼 중요해요)

  アッパレスーパーガール (훌륭한 슈퍼걸)

  笑う門には福来たるです (웃으면 복이 찾아온대요)

  ヒッパレスーパールール (당겨보자, 슈퍼룰)


 경쾌하면서도 온갖 말장난이나 의성어가 섞여있어서 이 노래가 츠무기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츠무기의 음색이 이 노래와 잘 어울리며 퍼져나갔다. 물론 이런 가사와 분위기에 대조되는 사뭇 스토익한 츠무기의 표정을 보니 퍽 웃음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귀여운 춤을 추는 츠무기의 모습은 영락할것 없는 프로였다.


  晴れがあって 雨があって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니)

  さあ虹がデキル (이것 봐, 무지개가 떴어)

  心と夢で (마음과 꿈으로)

  未来がデキル (미래를 만들 수 있어)

  ミラクルどこ来る?待っているよりも (기적은 어디서 올까?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始めてみましょう ホップステップジャンプ!!(시작 해 봐요 Hop step jump!!)


 사실 전에부터 걱정을 많이 했었다. 대다수 아이돌들은 유닛 활동으로 여러 명이서 하는 무대가 기본이지만 츠무기는 데뷔부터 솔로활동을 했기 때문에 이런 무대가 익숙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꽤나 역동적인 안무도 해야 하니까 그 난이도는 더 높을 것이지만 특유의 근성으로 끈임없이 노력한 덕에 이렇게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환호를 받고 있는 것이리라.


  キラメキラリ ずっとチュッと (반짝반짝 계속, 쭈욱)

  地球で輝く光 (지구에서 반짝이는 빛)

  キラメキラリ もっとMOREっと (반짝반짝 좀 더, More)

  私を私と呼びたい (나를 나라고 부르고 싶어)

  トキメキラリ きっとキュンッと (두근반짝 꼬옥, 두근)

  鏡を見れば超ラブリ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완전 사랑스러워)

  トキメキラリ ぐっとギュッと (두근반짝 꾸욱, 꼬옥)

  私は私がダイスキ (나는 내가 정말 좋아)

  ギターソロキャモ~ン! (기타 솔로 Come on!)


 전에 츠무기가 이 부분을 연습할 때에 연습실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トキメキラリ きっとキュンッと (두근반짝 꼬옥, 두근) 이 부분을 하고 나서 '큥 큥' 이라고 말하며 귀여운 동작을 취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파트를 보고 있자 츠무기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성을 냈었다. 그래서 본 공연에서도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특유의 진지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귀여운 동작들을 구사했다. 이어서 간주가 끝나며,


  キラメキラリ 一度リセット (반짝반짝 한 번 Reset)

  そしたら私のターン (이번에는 내 차례야)

  キラメキラリ プッと「ポチっとな」 (반짝반짝 푸슉 '삑' 이라고 해야지')

  元気に始めればALL OK (힘차게 시작 할 수 있다면 All OK)

  トキメキラリ きっとキュンッと (두근반짝 꼬옥, 두근)

  鏡を見れば超ラブリー (거울을 보면 완전 러블리)

  トキメキラリ ぐっとギュッと (두근반짝 꾸욱, 꼬옥)

  私は私がダイスキ (나는 내가 정말 좋아)


  "츠무기, 설마..."


 멀리 있어서 제대로 보진 못했었지만, 단순히 눈을 깜빡이는 건 줄 알았는데 츠무기는 공연하는 동안 빈번히 활짝 웃었다. 전에 お願い!シンデレラ (부탁할게! 신데렐라)」 를 했을 때 보여줬던 덧없는 미소와는 달랐다. 이건 즐거움에서 비롯되는 웃음이 분명했다. 츠무기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그 무엇보다도 더욱 더 빛나보였다.


  フレーフレー頑張れ!!さあ行こう♪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자, 가자♪)

  フレーフレー頑張れ!最高♪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최고야♪)

  フレーフレー頑張れ!!さあ行こう♪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자, 가자♪)

  フレーフレー頑張れ!最高♪ (후레이 후레이 힘내라!! 최고야♪)


  "와!! 츠무기!! 아카네!! 최고다!!"


  "우효!! 옆 사무소의 초 귀여운 미소녀 아이돌 발견했다고!?"


  "두 명 케미 실화냐? 765는 전설이다!!"


 이 정도로 뛰어난 무대를 예상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일어나서 엄청나게 환호하기 시작했다. 180도 달라보이는 두 명이 이런 발랄한 노래를 완벽하게 커버할 줄은 몰랐을 거여서 그 반향이 더 컸을 것이다. 이 무대가 방송으로 나가면 그 여파도 엄청 클 거고. 콜라보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는 긴가민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잘 된 것이다.


  "모두 감사합니다!"


 츠무기와 노노하라 양은 엄청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며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츠무기는 전과는 다르게 덧없는 미소가 아닌, 진심어린 즐거움에서 우러나온 미소를 얼굴에 띄워 보였다. 그 미소는 무척이나 반짝였다.


  "그래... 저걸 보려고 이 일을 하는 거니까."


 새삼스럽지만, 지금 츠무기가 보여주고 있는 순수한 미소를 앞으로 더 보고 싶었다. 앞으로 츠무기가 아이돌 활동을 해 나가면서 고난과 역경이 몇 번이고 닥칠 것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그것들을 이겨내고 몇 번이고 더 볼 수 있을 거다. 저 반짝이는 반짝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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