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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중간고사 과제로 쓴 모모코 동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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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3, 2023 01:36에 작성됨.

단칸방만큼 작지도 않고, 성처럼 크지도 않은 집에서 한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그 아이의 이름은 모모코랍니다.

 

모모코는 어느샌가 짜증내고 우는 게 웃는 것보다 익숙해졌어요.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매일 같이 애가 밤만 되면 훌쩍거려?”

 

당신만 하겠어? 당신 요즘 집에 몇 시에 오는지는 알아?”

 

모모코네 부모님이 모모코 앞에서 계속 싸우고 있어서예요. 모모코는 싸우는 것을 뒤에서 숨은 채로 보고 있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답니다.

 

어느 날. 모모코가 늘 그랬듯이 부모님이 더 싸우지 않기를 바라면서 울다가 잠이 들어버린 어느 날. 눈을 뜨니 모모코는 억새풀이 바람에 흩날리는 들판 위에 있었어요.

 

하늘을 올려보니,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흐리면서도 그 먹구름 너머로 빛이 내리쬐고 있었어요.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모모코의 옆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안녕. 모모코야. 나는 너의 오빠란다.”

 

푸른색 양복을 입은 사람이 모모코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모모코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오빠라니? 모모코는 오빠가 있던 적이 없는데?”

 

물론 지금까진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너의 오빠란다.”

 

모모코는 자기를 오빠라고 말한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봤어요. 그런데, 얼굴이 마치 빛으로 가려진 것처럼 흐릿해서 볼 수가 없었답니다.

 

오빠랑 같이 저쪽에 가볼래?”

 

오빠는 드넓은 억새밭의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싫어.”

 

?“

 

그러면 모모코는 왜 가야 해?“

 

모모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오빠는 모모코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저기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

 

모모코는 오빠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넓은 억새밭 너머를 바라봤어요. 모모코도 속으로는 저 너머에 뭐가 있을까 궁금했으니까요.

 

모모코는 그동안 촬영 때문에 억새밭 같은 곳을 몇 번 가보기는 했지만, 진짜로 억새밭에서 시간을 내서 걸어본 적은 없었어요. 모모코는 어렸지만 바빴으니까요.

 

말 안 하면 오빠만 먼저 갈거다?“

 

“......”

 

모모코는 오빠가 내민 손을 잡았답니다.

 

모모코가 오빠랑 걸어가면서 본 억새밭은 아름답다고 할 순 없었어요. 놀이공원만큼 화려하지도 않았고, 도시만큼 반짝거리지도 않았어요. 그냥 바람에 억새들이 휘날리고 있는 게 다라서 어떻게 보면 시시하기도 했지만, 모모코는 억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모모코가 오빠의 손을 잡고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들을 바라보는데, 모모코의 손에 갑자기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어요.

 

혹시 오빠가 장난을 치는 건가? 싶어서 모모코는 오빠를 바라봤는데, 이번에는 모모코의 머리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어요.

 

모모코는 하늘을 올려다봤답니다. 하늘이 검은 먹구름으로 가득 덮여있었어요.

 

오빠! 비와!“

 

비가 오면 어때서?“

 

비가 오면 어떻냐니! 비에 맞으면 옷도 신발도 다 젖잖아!“

 

하지만 젖은 옷이랑 젖은 신발은 바람이 불면 다 마르잖아?“

 

정말,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일단 뛰자!“

 

갑자기 왜?”

 

가다 보면 비를 피할 곳이 있을 거야!“

 

모모코는 오빠의 손을 잡고 뛰었습니다. 혹시 주변에 비를 피할 곳이 있을까 해서 말이에요. 하지만, 계속 뛰어도 억새들만 계속 보였답니다. 모모코랑 오빠는 비에 푹 젖고 말았어요.

 

이게 뭐야. 다 젖었잖아.“

 

괜찮다니까.”

 

모모코는 안 괜찮아.”

 

비는 어느새 그쳤지만, 비에 젖은 옷은 축축하고 차가워서 별로였습니다. 모모코는 옷 때문에 짜증이 나서 오빠한테 삐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모모코야. 저기 봐. 저기.”

 

저기 뭐가 있는데?“

 

내가 가자고 한 곳.“

 

모모코는 오빠가 손짓하는 곳을 바라봤습니다. 오빠가 손짓하는 곳은 강이었습니다. 모모코가 오빠랑 강까지 같이 걸어가니 어느새 먹구름 뒤로 햇빛이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은 걸어도 걸어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걸으면 걸을수록 멀어져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오빠. 언제까지 걸어야 돼?“

 

모모코는 오빠에게 물어봤지만, 모모코에게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모모코 고개를 돌려보니 오빠는 어느샌가 사라져서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빠?“

 

모모코는 오빠를 부르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오빠는 어디 간 건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오빠! 오빠!“

 

모모코는 오빠가 먼저 강에 간 건가 싶어서 오빠를 찾으러 오빠를 부르며 강가로 계속 걸어갔습니다. 걷고 걷다보니 모모코의 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오빠...“

 

모모코가 깜깜해진 눈을 다시 떴을 때 모모코는 침대 위에 있었습니다. 참 이상한 꿈이었습니다. 오빠가 생겼는데, 다시 오빠가 사라지다니.

 

오늘 엄마랑 아빠는 아침밥을 먹으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모코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모코는 그저 오빠가 어떻게 하면 다시 찾아올까 궁금했습니다. 꿈속에서 모모코는 곰을 만나서 도망치거나, 건물 옥상 높이 올라가서 구름 위까지 날거나 했지만, 그저 다른 꿈과 똑같은 꿈이라고만 남기기에는 오빠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그렇게 모모코는 잠자리에 들 때도 오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모코야.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마워.”

 

오빠?”

 

깜깜해진 눈을 다시 뜨니, 모모코는 다시 강가에 와 있었고,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오빠의 얼굴도, 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오빠란다. 모모코가 나를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해줘서 나는 여기 남아있어.”

 

모모코가 오빠를 기억해줘서 말에 오빠가 남아있다는 말에 모모코는 뭐라 말로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빠, 비 또 와.”

 

, 비가 오는 걸 오빠가 멈추게 할 순 없어.”

 

그건 모모코도 마찬가진데.”

 

오빠는 모모코가 이해하지 못할 말을 했습니다. 자기는 비를 멈출 수가 없다뇨. 그야 어떻게 멈추게 할 수가 있겠어요.

 

비도 안 멈추고, 오빠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목소리만 계속 들리고, 모모코는 슬슬 지쳤어요.

 

오빠. 어디 있어?“

 

오빠? 전에 가고 싶지 않냐고 한 곳에 있지.”

 

강 쪽에?”

 

.“

 

아무리 가도 가도 강 쪽엔 안 가지는데. 오빠는 어떻게 간 거야?“

 

그냥 도착할 때까지 계속 걸어서 갔지.“

 

그럼 모모코도 오빠 보려면 계속 걸어야 해?“

 

싫어?“

 

. 계속 걷는 건 힘들잖아.“

 

모모코는 강 쪽을 바라보면서 토라진 채로 팔짱을 꼈어요.

 

그리고, 비도 계속 맞아야 하잖아.“

 

비는 언젠가는 멈출걸? 그리고 오빠는 여기 계속 있을 테니까. 걷다 보면 언젠간 오빠가 와줄게.“

 

오빠가 와준다고 했지만. 모모코는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엄마랑 아빠도 안 싸운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 싸웠으니까요.

 

거짓말 아니야?“

 

아니야.“

 

계속 걸으면 갈 수 있는 거야?“

 

.“

 

비도 멈추고?“

 

.“

 

오빠의 말을 듣자, 다시 힘이 생긴 모모코는 걸었습니다. 오빠의 말대로 계속 걸었습니다. 언젠간 비가 멈추겠지, 언젠간 강에 갈 수 있겠지 하면서요.

 

모모코는 오빠의 말대로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하지만 강은 그대로 멀리 있었고, 오빠는 다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빠.“

 

모모코가 오빠를 찾아도 오빠는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오빠. 거기 있는 거 맞아?”

 

그렇게 모모코는 강을 향해 걷고 걷다가, 다시 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눈이 또다시 뜨이니, 창 밖이 꺼맸습니다. 모모코는 방 너머로 무엇인가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일어서서 문 쪽으로 가니 무엇인가가 휙 하고 날아다니다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오빠. 오빠는 어디 있는 걸까. 비는 그칠까. 엄마랑 아빠는 언제까지 싸울까. 안 되는 것만 가득했습니다. 모모코는 너무 지쳤습니다. 그냥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서, 모모코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습니다.

 

다시 억새밭으로 돌아온 모모코는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습니다. 언젠간 비가 그치겠지, 이렇게 있으면 오빠가 제 풀에 지쳐서 와주겠지. 하면서 그렇게 눈을 감고 누워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비에 맞고 있는 채로요.

 

그렇게 다시 누워서 눈을 감으니. 이번엔 아침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엄마랑 아빠는 아무런 말도 안 하면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모모코도 아무런 말도 안 하고 밥을 먹었습니다.

 

모모코는 또 학교에 가서 밥도 먹고, 양치도 하고, 책도 읽다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니 집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엄마랑 아빠가 언제 올까 마냥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모코는 그냥 다시 자기로 했습니다.

 

다시 억새밭에서 일어난 모모코는 이번에는 그냥 무작정 걷기로 했습니다. 그냥 걷다 보면 언젠가는 비가 그칠까. 오빠는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그냥 강 쪽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그렇게 이제는 기대도 안 하고 그냥 걷다가 보니까 슬슬 강이 가까워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하늘도 점점 갰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되니까, 모모코는 지쳐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다시 누웠습니다.

 

이렇게 눕다 어제처럼 또 깨고 말겠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모모코의 눈 앞에 푸른 양복이 보였습니다. 오빠였습니다. 모모코는 오빠를 보자마자 화가 나서 소리부터 질렀습니다.

 

오빠! 그동안 어디 있었는데!”

 

미안해.”

 

오빠는 모모코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곤, 모모코를 업고 걸어갔습니다. 강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오빠는 모모코가 생각도 못할 만큼 빨랐습니다. 그렇게, 모모코는 오빠랑 같이 강가에 도착했습니다. 강가에 도착하니 보란 듯이 하늘이 전부 갰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뒤로 솟아난 햇빛은 모모코가 늘 보던 형광등 빛에 묻혀버리던 햇빛보다 훨씬 눈이 부셨고, 푸른 강에 흰 물살 위로 솟은 해는 모모코가 아침마다 보던 해보다 훨씬 밝았습니다.

 

어때. 멋지지?“

 

우와!”

 

이래서 내가 여기로 가자고 한 거야. 여긴 정말 멋진 곳이니까.“

 

멋진 햇빛과 구름에 모모코는 자기가 언제 화가 났냐는 듯 기분이 눈녹듯이 풀렸습니다.

 

모모코야. 여기 가만히 있으면 따뜻한 바람이 불 거야.“

 

바람?“

 

. 바람.“

 

그렇지만, 옷도 다 젖었는데 바람이 불면 춥지 않을까?“

 

괜찮아. 안 추울 거야.“

 

그러자 오빠가 말한 대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모모코는 약간 몸을 바르르 떨면서 바람이 얼마나 추울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막상 오빠의 말대로 바람은 춥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뜻하기까지 했어요.

 

진짜네?”

 

오빠가 맞지?“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걸 알아?”

 

왜냐면 오빠가 저 하늘이거든.“

 

모모코는 오빠의 말을 듣자 오빠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습니다.

 

오빠. 하늘은 너무 높이 있고, 또 말도 안 하고, 또 나랑 손을 잡아준 적도 없는데, 오빠는 정말 하늘이 맞아?“

 

맞아. 오빠가 하늘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널 데리고 왔겠어?“

 

오빠는 모모코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쭈그려 앉았어요.

 

모모코야. 우리 좀 더 걸어보자.“

 

오빠는 모모코의 손을 다시 잡았습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니 하늘이 점점 움직였습니다. 어느새 먹구름이 다시 끼더니, 비가 또 오려는 듯 했습니다.

 

? 모모코가 그랬어?“

    

그랬어. 그렇다고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야. 왜냐면 하늘이 흐려지는 것에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건 당연한 거니까."





오류가 있어서 2편으로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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