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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15. 역시 당신은 변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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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0, 2023 22:20에 작성됨.

15. 역시 당신은 변태입니까!?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저, 츠무기? 안에 있니?"


 똑똑똑 하고 연습실 문을 두드려봐도 당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츠무기? 들어갈게?"


 이대로 들어가면 츠무기가 왜 그렇게 기척을 숨기고 남을 염탐하느냐고 매도할 게 뻔하지만, 그래도 츠무기가 댄스 레슨을 하는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긴 했다.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트레이너는 없고 츠무기 혼자서 안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마 시간이 꽤 지나서 트레이너는 먼저 돌아가고 자율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리라. 


  "이렇게 몸을 회전하고, 그리고 손을 내리고 모은 다음에 다리를 교차로..."


 츠무기는 트레이닝복이 젖을 정도로 구슬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안무를 숙달하고 있었다. 아마 댄스 트레이너가 해주는 본격적인 첫 댄스 레슨이었어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복습하고 있는 것일 거다. 그러니 누가 들어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는 츠무기를 격려하려던 찰나였다.


  "으음... 귀엽게 잘 안되네... 이렇게... 큥? 큥?"


  "내가 보기엔 충분히 귀여운걸? 너무 걱정하지 마."


  "저, 정말입니까? 후우... 다행이다..."


  "그래. 분명 팬들이 보고 정말 좋아해줄 거야!"


  "후훗, 그렇습니까?"


 츠무기는 정말 기쁜 듯 빙긋 웃어보였다. 그렇게 몇 초 간 가만히 있다 갑자기 츠무기의 얼굴이 화악 붉어지더니,


  "다... 당신, 여기서 뭐하는데!?"


  "네?"


  "읏...! 당신이란 사람은...! 제가 이렇게 부끄러운 가사와 동작을 하는 걸 보려고 이렇게 몰래 숨어서...!"


  "아, 아냐! 방금 들어왔다고!"


  "거, 거짓말! 분명 거짓말이다! 이... 뭐꼬!?"


 츠무기는 길다란 은빛 머리카락의 끝을 묶은 리본이 보일 정도로 고개를 붕붕 돌리더니, 이어서,


  "역시...! 역시 당신은 변태입니까!? 이젠 몰라요!"


  "앗, 츠무기! 기다려!"


 츠무기는 씩씩대더니 연습실 문을 쾅 닫고 어디론가 달려나갔다.


  "으음... 이 정도까지 예상하진 못했는데..."


 어째 츠무기와 같이 있으면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시작이 어떻든 간에 츠무기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당황하며 소리치는 결말로 다다르지만 말이다.



 얼굴을 붉힌 채 뛰쳐나간 츠무기를 다시 연습실로 데려온 직후,


  "전부터 궁금했던 것입니다만..."


  "응, 츠무기? 뭐가?"


  "왜 당신은... 이럴 때마다 저에게 먹을 것, 특히 안미츠나 아이스크림 등을 사주는 것입니까?"


 츠무기는 연습실 바닥에 앉아서 말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말했다.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래도 방금 전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표정이었다.


  "음... 그러게? 그냥 츠무기가 맛있는 거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하아... 저기, 당신이 생각해도 뭔가 말이 안되는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츠무기는 뭔가 못마땅한지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먹었다. 가끔 츠무기가 방심하면 자기도 모르게 본인이 먹고 있는 간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찬미하며 음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지금처럼 뭔가 못마땅하거나 경계하는 때엔 아무래도 그렇게 먹지는 않는다만,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걸 먹노라면 점점 찡그린 표정이 누그러지는 것이 꽤나 귀엽다.


  "설마, 당신은..."


  "음?"


  "당신은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간식들을 주면서, 제가 이 유혹에 굴복하는지, 아니면 이겨내는지 시험해보려는 그런 심보로...!"


  "에!? 아냐 아냐! 말도 안되잖아!"


 츠무기는 아이스크림을 먹다 갑자기 화가 잔뜩 나는지 숟가락을 내려놓고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하는 말이야말로 말이 안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당신이 살던 곳에선 다른 이를 화나게 만들면 뜬금없이 간식을 사주고 그랬었습니까?"


  "아니 그, 갑자기 지역의 차이를 가지고 그렇게 하면 안되지... 츠무기가 살던 카나자와는 시골이어서 비교적 그런 이슈가 없었겠지만, 그래도 그런 말은 안된다고?"


  "아앗... 죄송합니다, 프로듀서... 방금은 제가 당혹스러웠던 나머지 그런 경솔한 말을... 이 아니고! 아무리 봐도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카나자와가 시골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저히 가만히 듣고 넘어갈 수 없군요!"


 장난삼아서 츠무기가 살았던 카나자와를 시골이라고 했더니, 뭔가 용서받지 못할 발언을 한 사람에게 진노하는 것과 같이 츠무기가 성을 내기 시작했다. 분명 이 다음에는 카나자와가 왜 시골이 아닌지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과거에 카나자와가 얼마나 융성했었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교육이 되돌아올 게 뻔하니 빨리 사과하고 주제를 돌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아, 미안 미안! 카나자와가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멋진 도시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말이 헛나온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렴."


  "당신은 또 이렇게 능구렁이처럼 교묘하게..."


  "그리고 디저트를 사주는 건... 아 맞다! だけど甘い物食べて幸せよ (하지만 달콤한 걸 먹으면 행복해져) 이런 가사도 있잖아? 단 거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니까 말야."


  "그건... 765 프로덕션의 유명한 곡...  「THE IDOLM@STER」 ..."


 순전히 츠무기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되도 안되는 말을 던진 것이었지만, 츠무기는 거기로 시선이 돌려졌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제가 저번에 오디션에서 한 곡은 346 프로덕션의 곡이지 않습니까? 그때부터 생각했던 것이, 왜 굳이 타 사무소의 곡으로 한 것입니까?"


 갑작스런 츠무기의 질문을 들으니 얼마 전 오디션 때 사장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お願い!シンデレラ」 로 시라이시 군이 공연을 하면 주목을 쉽게 끌 수 있어서 자네가 골랐다고 생각하는데, 틀렸나?'


  그때 사장님은 그 곡을 선장한 이유가 다른 이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라고 말했었지.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만 주 목적이 그것이라는 주장엔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음... 아무래도 유명한 곡이기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도 츠무기에게 꽤 어울린다고 생각하니까? 전반적인 곡 분위기나 가사나 다 츠무기와 딱 들어맞잖아?"


 그렇다고 그걸 츠무기에게 곧장 말해줄 이유는 없었다. 딱히 속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건 츠무기가 굳이 알 필요는 없는 거니까. 몰라도 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후우... 그렇습니까?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맞는 것이겠지만..."


 썩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었지만 츠무기는 쉽게 납득하고 넘어갔다. 사실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오디션에서 다른 사무소의 곡을 커버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이목은 쉽게 끌 수 있겠지만, 이전까지 그런 경우가 없던 걸 생각해보면 통상적인 선택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 할 곡도 다른 사무소의 노래이지 않습니까? 저는 프로듀서 당신이 다른 곡을 준비했다고 했을 때에도 설마 다른 사무소 것일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분명 당신이 이렇게 한 것엔 이유가 있을 것인데..."


  "아, 설명을 못해줬었네. 일단 이번에 할 공연 있잖아. 타 사무소에서 콜라보 요청이 들어왔었거든. 같이 공연해보지 않겠냐 해서 오케이 한 거고, 걔네들 곡으로 하겠다고 한 거야. 물론 그 사무소 아이돌이랑 같이 합동 공연으로. 솔로 무대 아닌 건 알고 있지? 지금 연습하는 안무만 봐도 알 수 있을 거니까."


  "아, 네. 콜라보나 그런 건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만 두 명이서 공연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뭐 그 정도면 됐어. 츠무기가 원하던 대로 댄스 위주인 곡으로 공연할 수 있을 뿐더러, 오디션 말고도 이런 공연들을 통해서 츠무기가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얻을 수 있으니까 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이 정도면 궁금한 게 다 해소 됐지?"


 이 업계에서 합동 공연 등의 콜라보 제의가 적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츠무기같은 초짜 신인에게 이런 제안이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실력이나 경험 등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신인보단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아이돌과 합동 공연을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적합하니까. 그러나 츠무기처럼 신인이더라도 실력과 재능이 돋보이고, 무엇보다 유명세를 끌면 그런 경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저번 츠무기가 보여준 「お願い!シンデレラ」 로 인해 여러 업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츠무기에게 말은 아직 안했지만 이런 콜라보 제안뿐만 아니라 광고나 화보 촬영 등의 오퍼가 신인 치고는 많이 들어오고 있으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지 않겠는가?


  "네... 잘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하지만 츠무기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뭐지? 분명 이해가 쉽게 설명을 잘 해줬는데...


  "아, 당신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곡에 문제가 있거나 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다만?"


  "이번에 하는 곡... 전반적으로 귀여운 분위기에 밝고 쾌활한데... 과연 저와 어울릴까요? 저같이 내성적이고 조용한 애가 이런 발랄하고 귀여운 노래와 맞을지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던 거긴 했다. 아무래도 츠무기는 전형적인 고고하고 기품있는 야마토 나데시코 인상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노래와는 크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츠무기. 전에 「お願い!シンデレラ」 했던 거 기억나지? 전주 끝나고 돌아오는 첫 번째 소절 한 번 해볼래? '에브리데이' 여기서부터."


  "뜬금없이 지금 말입니까...?"


  "빨리 빨리! 한 소절만 보여주면 돼."


  "으음... 알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간곡하게 부탁한다면..."


 츠무기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마지못해 일어나서 해당 구절의 노래와 안무를 보여주었다.


  "エヴリデイ どんなときも キュートハート 持ってたい (Everyday 어느 때든 cute한 하트를 갖고 싶어)."


 관객도 없이 둘밖에 없는 연습실에서 비록 반주도 없지만, 츠무기는 기존 공연 때 보여줬던 것과 같이 열심히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해당 구절의 안무 동작을 취하고 있는 츠무기를 바로 그대로 멈춰세우고는,


  "자, 봐봐. 따지고 보면 츠무기가 전에 했던 「お願い!シンデレラ」 도 그런 분위기잖아. 그런데 츠무기는 노래도 춤도 멋지게 제대로 보여줬어. 츠무기 넌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팬들도 저번 오디션 때의 모습을 보고 많이 좋아해줬잖아. 지금 모습도 충분히 귀여워."


  "프로듀서..."


 츠무기는 얼굴을 붉히고는 스스로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해당 구절의 안무 동작을 그대로 한 채로 정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그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아, 아앗!! 다, 당신이란 사람은!!"


  "네?"


 해당 구절의 안무는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이를 가슴 높이에서 귀엽게 보여주는 것인데, 이 동작을 몇 초 동안이나 하고 있던 츠무기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다, 당신은...! 제가 이렇게 부끄럽게, 당신에게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서 보이는 모습을 보려고...!"


  "에에? 아니 그러니까, 그런 동작을 하는 츠무기도 꽤 귀엽다니까?"


  "그런, 그런 설명을 하기 위해서 굳이... 굳이 이렇게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봤어야만 하는 건가요!?"


  "윽..."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말에 제대로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굳이 그런 절차 없이도 설명하는 건 충분하지만, 사실 츠무기가 그런 귀여운 하트 손동작을 취하는 걸 보고 싶었던 거였는지 모르겠다.


  "역시... 역시 변태인 당신은 이런 제 모습을 보기 위해서...!"


  "그, 츠무기 씨? 잠시 진정하시고 제 말을..."


  "전 진정하고 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츠무기는 전혀 진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도 당신, 숨어서 저를 몰래 엿보고 있었지 않습니까?"


  "아니, 숨지도 않고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왔는데..."


  "또 거짓말을...! 어딘가를 방문하게 되면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이 통념 아닌가요!? 숨어서 염탐하던 것이 아니면 왜 당신은 제가 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가만히 있었던 건가요!?"


  "부끄러운 모습이라면... 아! 방금 그 큥 큥 말하는거야? 아, 아하하하!"


  "읏!?"


 츠무기의 앞에서 너무 대놓고 웃으면 안되지만 그런 가사를 말했던 츠무기의 모습도, 또 그걸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꽤나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아, 미안 미안 츠무기. 그나저나, 말 나온 김에 그거 다시 해볼래? 그 큥 큥 하는 가사하고 안무 부분 말야."


  "무, 무슨 말도 안되는 요구를...!"


  "아 츠무기~. 부탁인데 한 번만 해주면 안될까~? 응? 츠무기가 그 큥 큥 하는 부분 다시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츠무기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부들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전에 봤던 패턴인데...


  "변..."


  "변?"


  "이 변태! 당신은 변태입니까!? 그런 부끄러운 모습을 당신에게 보여줄 리 없지 않습니까!?"


  "츠, 츠무기 씨. 그, 내가 미안하니까..."


  "역시 당신은 변태다! 내는 당신같은 사람 모린다! 이... 이 뭐꼬!?"


 츠무기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고래고래 악을 쓰더니 연습실 문쪽으로 달려나갔다.


  "아, 츠무기! 잠깐만!"


 씩씩대는 츠무기는 문을 쾅 닫고 연습실에서 나가버렸다.


  "으음... 너무 놀려먹었나..."


 츠무기를 놀리는 게 재밌긴 하지만 너무 과하게 놀리면 이렇게 씩씩대면서 어디론가 뛰쳐나가기 때문에 좀 적당히 했어야 됐다. 타 사무소와의 콜라보를 위해 연습을 더 하긴 해야 하지만, 이제 늦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되려나.


  "아, 츠무기! 가더라도 옷하고 짐은 가져가야지!!"


 왁자지껄하고 정신 없는 어느 여름 날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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