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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14. 아이돌은 옷 갈아입히기 인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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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3, 2023 23:44에 작성됨.

14. 아이돌은 옷 갈아입히기 인형이 아니다.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오디션 결과가 발표된 후...


  "시라이시 츠무기! 압도적인 점수로 1등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읏... 흑... 정말...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츠무기 쟝!!"


  "츠무기 짱 울지 마!!"


 결과를 듣자 츠무기는 감격한건지 울기 시작했고 그런 츠무기를 보자 관객들은 한두마디씩 츠무기에게 격려의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츠무기는 평상시에는 얌전하고 차분하지만 이럴 때는 감정이 쉽게 밖으로 드러나는 아이다. 그게 츠무기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츠무기를 보고 있자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왔다.


  "츠무기 꽤 제법이네? 이래서 츠무기가 이기네 마네 했던 거고."


  "어라, 선배님... 언제부터...?"


  "언제부터는 반말이고~."


 어느새 뒤에 선배 프로듀서가 와있었다. 아마 뒤에서 츠무기의 공연을 보고 있었을 거다. 선배 프로듀서는 이어서,


  "노선은 확실히 보컬 및 비주얼 중점으로 하려나보네. 니치카의 댄스와 반대로 말이지. 애초에 주간 트렌드 때문에 니치카가 보컬 유행일 때 오디션을 나갈 일은 없겠지만 맞붙을 일은 없겠구만."


 별 생각 없어보이는 사람이지만 벌써 두 수 세 수 넘어서 예측을 하고 있다. 서로의 적성이 반대되다보니 아무리 못해도 준우승까진 맞붙을 일이 없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말이다.


  "뭐... 일단은 두고 봐야 되는 거지 않겠습니까? 그나저나 오신다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아니면 이따 츠무기에게 가서 인사라도 하시는 건..."


  "음... 굳이? 너랑 니치카랑은 다르게 난 츠무기랑 별로 접점이 없어서 딱히 가서 인사할 것도 아니고 말야. 물론 라이벌이기도 하고 같은 사무소이기도 하니까 직접 와서 봐주는 건 당연한거지."


  "그렇습니까..."


  "그래. 그럼 난 이만 가본다. 니치카는 지금까지 연습하고 있을 거여서 슬슬 데려다 주러 가야돼서 말야."


  "예.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 방문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프로듀서들이 보기에도 츠무기의 퍼포먼스는 상당히 좋았다라는 걸 유추할 수 있어서 마음이 더 안심이 되었다. 이번 공연은 보나마나 대성공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곧이어 더욱 예상하지 못한 손님이 왔다.


  "시라이시 군, 꽤나 제법이더군. 단기간만에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이야. 이렇게 되기까지 그녀도 필연히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었겠지. 안그런가?"


  "엇... 사, 사장님!? 여긴 어쩐 일로..."


 뒤에 그늘진 곳에 아마이 사장님이 팔짱을 낀 채로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사장님이 이렇게 공연 장소까지 직접 오는 일은 잘 없었는데... 선배 프로듀서와 같이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마찬가지로 츠무기의 공연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군. 물론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말이다."


 사장님은 아직 무대 위에 서있는 츠무기를 얼마 동안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자네를 보면 내 젊었던 시절이 생각나는군. 자넨 그 때의 나와 닮았어."


  "아하하...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사장님은 전에 아이돌 프로듀서를 했었다고 한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유명한 아이돌을 프로듀싱했기도 하고, 꽤나 능력이 있다고 평가를 받는 프로듀서였던 거로 알고 있다. 물론 지금은 프로듀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어쨌든 갑자기 이렇게 사장님이 칭찬을 하는 영문은 모르겠지만 아마 사장님 나름의 격려일 거겠지, 라고 생각하던 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니. 칭찬하는 것이 아닐세."


  "예...?"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연실색하여 있자,


  "자네는 프로듀스의 방향성에 대해 시라이시 군과 토의해 봤는가? 시라이시 군은 그 방향성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는가? 그리고 이번 오디션의 악곡은 왜 굳이 타 사무소의 유명한 곡을 골랐는가?"


  "방향성은 잘 설명해주었고, 그리고 「お願い!シンデレラ」 는 츠무기와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방향성에 관해 토의를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나? 그리고 내가 보기엔 「お願い!シンデレラ」 로 시라이시 군이 공연을 하면 주목을 쉽게 끌 수 있어서 자네가 골랐다고 생각하는데, 틀렸나?"


  "..."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 사장님이 갑자기 왜 이렇게 나오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 프로듀싱이 츠무기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데, 도대체 어떤 것이 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지? 결국엔 1등을 하고 우승을 해야 하는 것이지 않는가?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사장님은 발을 돌려 백스테이지 뒤쪽으로 향했다.


  "엇... 사장님, 츠무기에게 인사는 하지 않고 가시는 겁니까?"


  "일이 있어서. 그리고 이건 자네에게 전에 말해준 적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멈춰서서 무언가 생각하듯 몇 초간 가만히 정지해 있다가 이어서,


  "아이돌은 옷 갈아입히기 인형이 아니다. 그것만큼은 결코 잊지 않도록 명심해라."


 그렇게 말하고는 백스테이지 뒤쪽으로 걸어나갔다.


  "하... 뭐가 뭔지도 모르겠구만..."


 갑작스러워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전의 사장님이라면 자신감있고 유능한 프로듀서 정도로 알고 있고, 그리고 지금 계획한 츠무기의 방향성보다 더 나은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사장님의 말대로라면 과거의 본인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지금 츠무기의 프로듀스 방향성에도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단 것이다. 물론 그걸 수정하려고 하지 않고 프로듀서에게 맡기는 건 사장님 답지만... 어떤 의도가 뒤에 숨겨져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경쟁인 이상 「W.I.N.G.」 에서 결국 이겨야 하는 것인데, 져도 상관 없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프로듀서. 다녀왔습니다."


 츠무기는 눈시울이 붉은 채였지만 그래도 평정을 잃지 않고 기품있게 뒤에서 서있었다. 덧없어 보이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츠무기, 축하해! 정말 잘했어.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는데 말야!"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 입니까?... 당신은 제가 잘 할 수 있다면서, 그 속마음으론 제가 관객들에게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기품있는 모습은 어디 가고 어딘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츠무기에게,


  "에에!? 아니 그야 당연히 엄청나게 반응이 좋았다, 라는 걸 뜻하는 거라고? 나는 츠무기가 이렇게 잘 할 거라고 믿고 있었어."


  "그, 그렇습니까...? 후우... 프로듀서 당신은 이렇게 때때로 타인이 오해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하십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더 고려해서 말씀하시는 것이 좋아요."


 훈계하듯이 삿대질하는 츠무기의 모습을 보니 긴장하던 방금과는 꽤 달라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역시 이래야 츠무기답지.


  "아하하... 아무튼 정말 잘했어 츠무기. 오늘 오디션 무대 중에서 제일 빛난 무대였어. 역시 츠무기라면 1등은 따 놓은 당상이야."


  "그,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아, 맞다! 이 다음이 앵콜 공연이지? 잘 하고 와! 기다리고 있을게!"


  "아, 네 프로듀서.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츠무기는 미소를 띤 채로 앵콜을 하러 무대로 걸어갔다. 결과가 마음에 든 건지 아니면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건지 츠무기는 전혀 근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면 이러지 못했겠지만, 그럴 리 없었으니 괜찮은 것이려나.



 오디션이 끝난 후, 사무소로 돌아와서 츠무기에게 이번 오디션의 사후강평을 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츠무기. 반응이 전부 좋아! 인터넷에 츠무기 공연 영상 조회수도 정말 높게 나오고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도 반응이 정말 뜨겁다고!"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W.I.N.G.」 에 참여하는 모든 아이돌들이 전부 실력과 퍼포먼스가 뛰어나진 않다. 그래서 츠무기와 같이 좋은 무대를 보여주면 쉽게 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고, 심지어 츠무기가 이번에 한 「お願い!シンデレラ」 는 상당히 유명한 곡이기에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 또한 관심을 갖게 된다. 타 사무소의 아이돌이 「W.I.N.G.」 에서 이 곡으로 공연한 경우는 전무하니까.


  "아... 네..."


 츠무기가 엄청 좋아서 펄쩍 뛸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만, 뭔가 얼떨떨해보였다. 기대 그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츠무기? 왜?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거야?"


  "아, 아닙니다. 그냥 저..."


 츠무기는 뭔가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닫아버렸다. 분명 뭔가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지만 그걸 딱히 말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자네는 프로듀스의 방향성에 대해 시라이시 군과 토의해 봤는가? 시라이시 군은 그 방향성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는가?'


 아직 아이돌 활동을 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아서 어떤 것을 하고 싶네 마네 하고 적극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츠무기는 지금 하는 것과 달리 뭔가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렇게 보였다. 다만, 이렇게 할 수록 최고의 효율로 「W.I.N.G.」 을 진행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최대한 츠무기의 의견을 반영해주면서 계획과 비슷하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츠무기 말야. 혹시 하고 싶은 거 있어? 공연이라든가 아이돌 활동이라든가 뭐 아무거나."


  "저, 저는..."


 막상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니 츠무기는 당황하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모든 걸 다 해줄게, 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할 수 있는 최대한 해볼 테니까 일단 말해볼래?"


 사실, 최고의 효율을 위해선 츠무기가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계획대로 미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두 번 정도는 아마 문제가 없으리라 계산이 섰기에 이렇게 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츠무기의 의사에 반대되는 대로만 하면 언젠간 불만이 쌓여서 터질 수도 있으니까. 츠무기는 그 말을 듣자, 조금 머뭇거리더니,


  "저 사실... 댄스 위주의 곡으로 무대에 나가보고 싶습니다."


  "어... 어어?"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츠무기... 아마 전에 본인이 댄스가 부족하다고 들은 것이 마음속 깊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츠무기는 보컬이나 비주얼 위주의 곡을 위주로 하기로 계획을 만들어 놓았고, 이미 관련된 사항으로 협조를 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었다.


  "아, 물론 프로듀서가 안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프로듀서도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 제가 막무가내로 요청해도 어려울 수 있단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만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츠무기는 안될 수도 있단 점을 이해해주고 있다. 댄스 실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화가 날 수도,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츠무기는 믿음직스럽지도 못하고 변변치 않은 자신의 프로듀서를 믿고 의지하며 따라와주고 있는 것이다.


  "츠무기, 너..."


 계획도 중요하고 「W.I.N.G.」 우승도 중요하다. 허나 이렇게 믿음을 가지고 따라와주는 츠무기에게 본인이 원하는 것 하나 쯤은 괜찮지 않을까?


  "사실은, 츠무기의 첫 솔로곡은 보컬 위주의 곡으로 나올 예정이야. 작곡은 거의 다 됐고 마무리 단계이긴 한데, 바로 다음 곡을 준비하기엔 제한 사항이 많아서."


  "그... 그렇습니까... 저기... 단지 희망사항을 말씀드린 것 뿐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로듀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츠무기는 뭔가 낙심한 듯 고개를 떨궜다. 그런 츠무기에게,


  "아니 아니, 솔로곡이라고 했잖아? 다시 생각해보면 솔로곡은 아니더라도 댄스 관련 곡으로 공연을 하는 건 문제 없잖아. 그치?"


  "프로듀서... 당신은 어떤 말씀을..."


  "우리 사무소의 다른 곡도 있고, 더 멀리 내다보면 다른 사무소의 곡들도 있으니까. 근데 오디션을 곧바로 추가 편성해서 나가는 건 츠무기도 부담스러울 거니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되려나? 이건 내가 알아볼테니까 츠무기는 일단 그렇게 진행되는 거로 알고 있어."


  "프로듀서... 굳이 저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츠무기의 표정이 뭔가 애잔해보였다. 츠무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딱히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 맞다! 다음 주 츠무기의 일정은 휴식이야. 오디션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으니까 일주일 정도 쉬다 오면 돼."


  "저, 프로듀서...? 아까는 제 공연에 대해 한 번 알아본다고 하셨는데 왜 굳이 이런 때에 저에게 휴식을? 연습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태하게 쉬고 있을 틈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이런 바보같은 말을...?"


  "못 쉰지 꽤 됐잖아. 츠무기 말대로 차후에 연습을 하더라도 충분히 쉬고 하는게 좋을 걸? 그리고 저번 휴식 때도 제대로 안 쉬었잖아. 이참에 주말에 본가도 한 번 다녀오는 건 어때? 오래는 못 있을 거여서 아쉽겠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갔다와. 부모님도 츠무기가 혼자서 도쿄에서 자취하니까 많이 걱정하실거고."


 눈썹을 찡그린 채 매도하려던 츠무기는 이 말을 듣자 마음이 풀렸는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걱정도 없고 속편해서 좋겠군요..."


 그러나 곧 옅게 웃어보이며,


  "그래도 이것 나름대로 당신의 배려겠지요.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다음 주엔 잘 쉬고 오겠습니다."


 웃고 있는 츠무기를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비록 저녁 늦게까지 한 오디션 일정 때문에 피곤함이 얼굴에 묻어나왔지만 츠무기의 그 미소는 세상 그 무엇보다 빛나는 듯 하였다.


  "그래 츠무기. 그럼 다음 주에 잘 쉬고 와."


 앞으로 츠무기가 아이돌 활동을 하는 동안 좋은 일만이 있진 않을 것이다. 실망하고, 좌절하고, 꺾이는 때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츠무기가 보여준 이 미소를 다시금 지어보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듀서의 과업이리라.  「W.I.N.G.」 우승은... 중요하긴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도 문제 없을 것이다. 일단은 츠무기가 웃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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