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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13. 부탁해, 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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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8, 2023 19:14에 작성됨.

13. 부탁해, 츠무기.



 1번 링크의 BGM을 먼저 들으시면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기요~. 츠무기 씨?"


  "..."


  "츠무기? 주문 안 할거야?"


  "..."


 뭔가 이상했다. 단지 삐진 건 아닌 것 같다. 평상시에 츠무기가 삐진다면 엄청 토라진 표정으로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화난 티를 풀풀 내야 하는데, 오늘 츠무기는 뭐랄까... 힘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슬퍼 보이기도 하는 표정이었다.


  "크흠... 아쉽네. 우리 츠무츠무가 안미츠 사준다길래 신나서 헐레벌떡 뛰어왔는데... 이제 와서 사주기 싫은 줄은 몰랐지..."


  "...에? 저, 프로듀서. 당신이 먼저 안미츠를 사준다고 하여 이렇게 온 거지 않습니까? 그, 그리고 저는 츠무츠무가.."


 처음엔 단지 컨디션이 안좋겠거니 했는데 오늘 츠무기는 평소와 약간 다른 것 같았다. 몇 시간 전, 오후의 한산한 사무소에서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 코가네가 와서는,


  "저기, 프로듀서. 오늘 츠무기 쨩 말여, 뭔가 쪼매 이상하지 않당가?"


  "음? 컨디션 안좋은 날이겠지. 아니면 코가네가 따로 뭔가 본 게 있어?"


 그러자 코가네는 실망한 듯 한숨을 폭 내쉬더니,


  "정말... 이매 둔감허니께 이러는거 아녀... 함 츠무기 쨩이랑 나가서 뭐 먹고 오는 거 어떠당가?"


  "음? 갑자기? 뭐... 알았어. 코가네가 그렇게 말하면 뭔가 있는 거겠지."


 코가네가 그렇게 말하기 전까진 그냥 기분 탓이거니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원래라면 츠무기는 출근하고 나서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일정과 관련해서 이것 저것 대화해야 하는데 오늘은 츠무기가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오히려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기분이었다. 이걸 기분 탓으로 넘기기엔 뭔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렇게 일정 설명도 할 겸 안미츠를 사준다고 츠무기를 밖으로 불러낸 것이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아하하! 그랬나? 내가 기억을 잘 못해서. 츠무츠무가 안미츠 먹고 싶어서 먼저 불러낸 거 아니었나?"


  "내...내는..."


  "내는?"


 기운 없는 듯 가만히 앉아있던 츠무기는 갑자기 부들부들거리더니,


  "내는, 내는 츠무츠무가 아니다!"


  "아하하하하! 맞아 맞아. 츠무츠무의 이름 쯤이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으으...! 당신 참말로 바보가!? 알면서 그카는게 제일 나쁜 거 아이가!?"


  "아하하, 미안해 츠무기. 좀 피곤해서 츠무기의 이름을 잠시 착각했던 것 같아. 그러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지 않겠니?"


  "정말... 뭐꼬!?"


 그러고 츠무기는 삐진 티를 팍팍 내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렇지. 이게 원래 츠무기의 모습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방금처럼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단 이렇게 활기차게 있는 것이 좋으니까.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는 왜 그렇게 힘 없이 있었던 건지 모르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내일이 오디션인데 안좋은 일이 있으면 오디션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알고 싶다만 이걸 또 직접 물어보면 츠무기가 답해주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그나저나, 프로듀서. 어떤 용무로 이렇게 부르신 거죠? 내일이 오디션이라 오늘은 전반적인 연습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삐져있던 츠무기는 어느새 자세를 가다듬고 예의바르게 앉아서 그렇게 질문했다. 아까의 상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물어봐야겠다.


  "그냥... 별 건 아니고 츠무기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말야."


 그러자 츠무기는 표정을 약간 일그러뜨리고는 평소와 같이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어깨에 힘...? 저는 오늘 딱히 운동같이 체력소모가 큰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지금 몸 상태는 문제 없습니다만... 당신은 그렇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에... 에에??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말야... 지금 츠무기는 너무 긴장하고 무리하는 거 같단 말이지. 그래서 이렇게 츠무기가 좋아하는 거 먹으면서 숨 좀 돌리려고 온 거고."


 그러자 츠무기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당신같이 태평한 사람은 걱정할 일도 없어서 좋겠습니다. 오디션이 당장 내일인데 철저히 준비하고 연습해둬야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아니면 당신에겐... 내일 오디션이 별 의미 없는 사소한 것인..."


  "그럴 리가 없잖아, 그치?"


 누가 봐도 엄청 걱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츠무기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빙긋 웃어주고는 이어서 말했다.


  "이를테면 완력 조절이란 거야. 다음 날에 경기를 나가는 운동선수들은 그 전날에 무리하면서 연습하지 않는다고. 가령, 츠무기도 다음 날 중간고사면 그 전날에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무리하면서 공부하지는 않잖아?"


 설마 '시험 전에 그렇게 공부합니다.' 라는 답변을 츠무기가 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츠무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듣고 있었다.


  "물론 오늘 연습을 하지 말란 건 아냐. 다만 평소와 같이는 하지 말고 가사와 안무를 잊지 않는 수준에서 간단하게 해줘. 그리고 아무리 늦어도 21시 전까진 집에 돌아가고."


  "네... 프로듀서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잘 알겠습니다."


 의외로 츠무기는 별 말 없이 수긍했다. 저번에 니치카가 보여준 모습처럼 밤 늦게까지 연습하겠다고 떼를 쓸 줄 알았는데,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해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바로 알겠다고 하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프로듀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내일 오디션 때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데 순위에 들 수 있을까요..."


 그러나 걱정되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저번에 니치카와 미코토의 무대를 보러 갔을 때, 그 둘이 보여준 공연의 뛰어난 완성도에 압도된 것뿐 아니라, 오디션에서 떨어져서 절망하게 된 아이돌들도 보았으리라.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 아이돌들이,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걱정이 생길거니까. 하지만, 이렇게 너무 걱정만 하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걱정이 일을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이걸 좀 덜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기십시오.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아... 프로듀서. 또 난데없이 영문도 모를 말을... 당신은 정말 바보입니까? 그건 무신경한 것이지 않습니까? 당신같이 느긋한 사람은 정말 매일매일이 편하겠네요."


 츠무기는 걱정과 긴장으로 그런 것인지 매도가 평상시보다 조금 더 날카로워진 듯 했다. 그런 츠무기에게,


  "츠무기 말야. 저번 주부터 이번 주까지 사무소에 출근해서 어떤 것들을 했니?"


  "당신이라는 사람은 정말... 그야 보컬 및 비주얼 레슨을 받고 나나쿠사 씨의 지도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나갔습니다. 이런 것도 기억 못하다니 당신은..."


  "그래 츠무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당면한 과업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걱정을 해야겠지. 그런데 츠무기는 내일 오디션을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잖아."


  "..."


  "비단 저번 주부터가 아니고, 츠무기는 아이돌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노력해왔어. 라디오 수록, 토크 이벤트, 각종 레슨들... 그러니 내일 오디션은 걱정할 필요 없어. 무엇보다, 만약 걱정을 해서 더 나아지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 해도 좋아. 그렇다면 말리지 않을게."


  "당신은 정말로..."


 츠무기는 뭐라 말을 더 하려다가 뒤에 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이내 다시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츠무기는 얼마 동안 생각하는 듯 하다 이윽고 고개를 들고,


  "역시, 당신은 정말로 말로는 이길 수가 없네요. 당신같이 낙천적인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츠무기는 옅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대략적이나마 이해했으리라.


  "낙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츠무기는 잘 할 수 있을거야. 난 그렇게 믿는다고? 그러니까 내일 오디션, 힘내."


  "프로듀서..."


 그렇게 몇 초 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 바라보고 있자, 누군가가 그 침묵을 깨뜨렸다.


  "저... 손님? 주문 하시겠어요?"


  "와앗! 그, 죄송합니다! 얼른 주문할게요!"


  "하아... 염치도 없이 가게에서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고 앉아만 있다니... 프로듀서, 당신에겐 양심도 없습니까?"


  "아니 잠깐만. 츠무기도 주문 안하고 그냥 있던 건 매한가지라고! 처음에 뭐 주문할 거냐고 물어봤었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으읏... 그래도 당신이 주문한다고 했으니, 당신이 그대로 할 줄 알았습니다!"


  "에에!? 아니 그건 진짜 억지 아냐!?"


 옆에서 있던 종업원이 앞에서 일어나는 왁자지껄한 광경을 보곤 작게 혼잣말을 했다.


  "이 커플, 얼른 주문이나 해줬으면..."


 한가한 오후의 시간대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튿날 저녁,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도래했다. 백스테이지에서 스태프들과 필요한 사항들을 조정하고 의견을 공유하고 있었다.


  "츠무기는 어디 있으려나... 아직 다 준비 못했나?"


 어제 무리하지 않고 츠무기는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오늘 출근할 때 본 츠무기의 상태는 전혀 문제 없다. 츠무기는 걱정을 약간 하는 모양이긴 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오늘 오디션은 별 탈 없이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 생각하고 있자니 저 멀리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왔다.


  "프로듀서."


  "츠... 츠무기..."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귀여운 아이돌 의상을 입고 제대로 메이크업을 하고 온 츠무기는 너무나도 빛이 났다. 츠무기는 가까이 다가와서 미소와 함께 말을 걸었다.


  "프로듀서, 저... 어떤가요?"


  "그... 어 뭐냐... 평범하게 귀여워."


  "정말... 그렇게 무미건조한 말 말고는 할 수 없는 건가요?"


 말은 평범하게 귀엽다고 했지만, 츠무기가 지금 어떤지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츠무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으니까. 거의 매일 봐서 익숙해진 것이지만, 츠무기는 엄청난 미소녀이다. 보기 드문 은발에 고상하고 기품있는 몸가짐까지, 길을 걷다 보면 행인들이 그 미모를 보고 전부 돌아볼 정도로 예쁜 그런 아이다. 그런 츠무기를, 지금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저... 프로듀서...?"


 츠무기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제서야 츠무기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츠무기는 옅게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음... 츠무기. 그건 그렇고 지금 괜찮아? 여기 물 있는데 좀 마실래?"


 그 미소는 뭔가 덧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입은 웃고 있지만 츠무기의 눈에선 상당한 긴장감이 보였으니까. 더 살펴보니 츠무기의 가련한 팔과 다리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프... 프로듀서... 갑자기 그렇게 제 몸을 훑어보는건 어떤 연유로... 제 의상에 뭐가 문제라도... 아니면 역시 당신은 변태라서..."


  츠무기의 매도도 평소와 같지 않고 힘이 없었다. 원래라면 얼굴을 붉히면서 삿대질하면서 더 뭐라고 했어야 한다만, 분명 두려운 것이리라.


  "츠무기. 혹시 지금 무섭니?"


  "다, 당신은 정말! 아닙니다! 두려울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으음... 내 이야기는 별로 해주고 싶진 않았는데... 이번 한 번이면 괜찮으려나."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는 츠무기를 뒤로 하고 한 일화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전에 낙하산을 메고 2,000 피트인가, 그 정도 위에서 뛰어내렸던 적이 있어. 그 당시, 뛰어내리기 전에 친구들하고 우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


  "프로듀서...?"


  "기다리는 중에, 옆에 있던 한 명이 큰 목소리를 내면서 몸짓을 과장되게 하더라고.


  '나는 전혀 무섭지 않아! 오히려 재밌을 거 같아서 기대되는 걸? 하하하! 이런 것쯤이야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그때 좀 무서웠거든. 머리로는 문제 없을 것이란 걸 알고 있는데 긴장과 두려움에 압도돼서 그 자리에서 그냥 가만히 있었고. 반대로 목소리 큰 녀석도 처음 해보는 걸텐데 전혀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더라고. 그 활발한 녀석의 거침없는 모습을 보고 옆에 친구에게 말했어. '저 녀석은 진짜 두려움을 모르는 친구인가보다.' 라고. 그러자 옆에 있는 친구가,


  '누구든간에 이런 상황에서 두렵지 않은 사람은 거짓말쟁이거나 미친 사람이야.'


 이렇게 덤덤하게 말하더라고."


  "그,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두렵고 걱정되는 건 당연한 거야.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있는 아이돌은 뭔가 잘못된 거겠지."


  "그, 그렇지만..."


 애써 멀쩡한 척 태연하게 있던 츠무기는 시선을 돌리고 자신 없는 말투로 말했다.


  "저번에 오디션을 구경하러 갔을 때... 다른 아이돌 분들은 그런 두려워하는 모습 없이 잘 해내는데, 저만 이렇게 볼썽사납게 긴장하고 무서워하고... 그 분들은 프로듀서가 말한 바와 다른 것이지 않나요?"


  "두렵다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면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어.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냐. 두려워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니까."


  "프로듀서..."


  "그 아이돌들도 지금의 츠무기와 같았을 거야.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그걸 극복해내고 앞으로 나아간 거지. 츠무기도 똑같아. 츠무기도 카나자와에서 도쿄로 상경할 때 갖고 온 각오, 그리고 앞으로 되고 싶은 아이돌에 대한 꿈. 이걸 떠올리면 분명 용기가 날 거야. 츠무기, 잠깐 손 좀 줘 볼래?"


 그러자 츠무기는 당황하며 얼떨결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런 츠무기의 손을 잡고,


  "봐. 내 손도 조금씩 떨리고 있지? 아까 츠무기한테서 두려움을 조금 가져갔어. 그러니까 이제 괜찮다고? 츠무기는 무대에서 잘 할 수 있으니까 이제 걱정 안해도 돼."


 츠무기는 몇 초 동안 멍하고 있더니, 이내 얼굴을 붉히고 손을 확 빼내고는,


  "핫, 다... 당신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보기 위해서 이런 수작을..."


  "앗, 들켰나? 부끄럽네~."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그나저나, 결국은 그때 낙하산을 메고 잘 뛰어 내렸나요?"


  "아니. 착지할 때 좀 다쳐서 일주일 동안은 앞으로 엎드려서 잤었나 아마? 아니, 실망한 표정으로 바라보지 말아줄래!? 그래도 아픈 거 참고 몇 번 더 뛰러 갔었거든?"


  "예... 일단 그렇게 알겠습니다... 후훗... 후후훗!"


 츠무기는 긴장이 다 풀렸는지 어느새 활짝 웃기 시작했다.


  "큼... 츠무기가 이렇게 웃을 수 있으면 상관 없으니까. 아무튼 이제 슬슬 준비하러 가야되니까, 얼른 가봐!"


  "네, 프로듀서.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예의바르게 인사하고나서 저 편으로 걸어가는 츠무기의 뒤에 대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부탁해, 츠무기. 이기지 않아도 되니까 재밌게 하고 와."


 츠무기는 걸어가다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발걸음을 이어 준비를 위해 이동했다.



  "자, 그럼 다음 순서는 283 프로덕션의 시라이시 츠무기 양입니다!"


 사회자의 말을 뒤로 츠무기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관객석이 이전 참가자들의 순서 때보다 더 활발해졌다. 아마 여러 이유 때문에 그럴 것이다. 얼마 전에 있던 니치카의 공연이 엄청난 이슈를 끌어서 같은 사무소에서 출전한 츠무기 또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궁금할 것이고, 무엇보다 츠무기는 정말 예쁘니까. 웅성거리는 관객들로 인해 긴장될 법 하지만 츠무기는 무대 중앙에서 동요하는 기색 없이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이번 곡은... 음?"


 사회자가 진행하다 말고 어리둥절하며 반대편에 있는 방송실 쪽을 쳐다보았다. 통상 리허설 무대를 하지 않으니 어떤 곡으로 도전할 지 모르긴 했을 것이지만 선곡 제목을 보고 놀라긴 한 모양이다. 방송실에서 신호를 준 건지, 아니면 혼자서 납득한 것인지 사회자는 잠깐 멈췄다가 다시 진행을 했다.



  "이번 곡은, 「お願い!シンデレラ (부탁할게! 신데렐라)」 입니다!!"


  "뭐라고?"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웅성거림과 함께, 츠무기는 눈을 떴다. 눈을 뜬 츠무기는 덧없어 보이는 애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2번 링크의 무대 영상을 먼저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お願い! シンデレラ (부탁할게! 신데렐라)

  夢は夢で終われない (꿈은 꿈으로만 끝낼 수 없어)

  動き始めてる 輝く日のために (움직이기 시작해 빛나는 날 위해)


 이어서 츠무기가 활짝 웃으며 손을 관객석으로 흔들어 주었지만, 관객들은 멍하니 무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お願い!シンデレラ」 자체가 가진 의미는 남다르다. 이 곡 자체가 346 프로덕션의 대표곡임에도 이 노래를 불러본 아이돌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해당 사무소의 아이돌은 200명이 넘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의 인기는 엄청나다. 아이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들어봤을 정도로.


  エヴリデイ どんなときも キュートハート 持ってたい (Everyday 어느 때든 cute한 하트를 갖고 싶어)

  ピンチもサバイバルも クールに越えたい (위기도 survival도 cool하게 넘고 싶어)

  アップデイト 無敵なパッション くじけ心 更新 (Update 무적의 passion 우울한 마음을 갱신해)

  私に出来ることだけを 重ねて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을 쌓아올려서)

  魔法が解けない様に (마법이 풀리지 않도록)

  リアルなスキル 巡るミラクル 信じてる (Real한 skill 돌아올 miracle 믿고 있어)


 346 프로덕션에 있는 지인의 말로는, お願い!シンデレラ」 가 안무는 전반적으로 쉬운 편이지만 노래의 키가 높아서 가창 실력이 좋지 않은 편인 아이돌들은 이 곡을 라이브로 부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노래 실력이 좋은 츠무기라면 이 곡을 문제 없이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를 보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밝게 빛나는 츠무기의 모습과 매칭이 돼서 상당히 어울린다. 전반적인 노래 분위기도 그렇고 말이다.


  お願い! シンデレラ (부탁할게! 신데렐라)

  夢は夢で終われない (꿈은 꿈으로만 끝낼 수 없어)

  叶えるよ 星に願いをかけたなら (이룰 수 있어 별에 소원을 빌었다면 말야)

  みつけよう! My Only Star (찾아내자! My Only Star)

  まだまだ小さいけど (아직은 자그맣지만)

  光り始めてる 輝く日のために (빛나기 시작해 반짝이는 날을 위해서)


 첫 번째 후렴구를 마치고 츠무기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관객석으로 손을 흔들었지만 관객석과 심사위원석 모두 아무 반응이 없었다. 순간 '실망한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잘 보니 모두 아까부터 멍하니 무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츠무기는 이 사실을 눈치챈 건지는 몰라도 이어서 두 번째 후렴구로 넘어갔다.


  心に シンデレラ (마음에 신데렐라)

  私だけじゃ始まんない (나 혼자선 시작되지 않아)

  変われるよ 君の願いとリンクして (변할 수 있어 너의 소원과 링크해서)

  みつけよう! My Only Star (찾아내자! My Only Star)

  探し続けていきたい (계속 찾아가고 싶어)

  涙のあとには (눈물 흘린 다음에는)

  また笑って (다시 웃고)

  スマートにね (smart하게)

  でも可愛く (그래도 귀엽게)

  進もう! (나아가자!)



 반주가 끝나고 마무리 포즈를 지은 채로 츠무기는 무대 중앙에 서있었다. 그러나 공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관객석에선 아무 환호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츠무기의 몸이 조금 떨리는 것이 보였다. 어쩌면, 본인이 크나큰 실수를 해서 관객들의 반응이 냉담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면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되지? 무대로 뛰어가서 츠무기에게 갈 수는 없는데...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할 때였다.


  "모두... 감사합니다..."


 츠무기는 숨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앞에 있는 모두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우와아아아아!!"


  "츠무기 쟝!!"


  "마!! 이게 나라다!!"


  "츠무기 쨩 나랑 결혼해줘!!"


  "이거 실화냐!? 283 프로 아이돌들 폼 미쳤다!!"


 멍하니 있던 사람들이 츠무기의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그제서야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츠무기는 어안이 벙벙하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서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관객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손을 정성스레 흔들어 주었다. 눈 끝에 눈물이 맺힌 채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잘 풀리게 돼서 다행이다.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되니 긴장이 풀렸다.


    "모두 수고해줬어요. 그럼 결과는..."


 모든 아이돌의 차례가 끝나고, 드디어 결과를 발표할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는 1등이 누구일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시라이시 츠무기! 압도적인 점수로 1등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결과를 듣자 츠무기는 얼마 동안 가만히 서있더니, 이윽고 눈물이 터져나와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이나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츠무기는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허... 울보 녀석이란 말이지, 츠무츠무."


 츠무기의 첫 라이브 공연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이렇게 큰 산을 하나 넘게 되었다. 앞으로도 츠무기와 힘께 많은 역경들을 마주치고 이겨내겠지만, 아마 이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츠무기가 첫 번째 공연에서 첫 번째로 이긴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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