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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12. 당신은 바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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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1, 2023 20:33에 작성됨.

12. 당신은 바보에요...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하아... 하아... 프로듀서..."


  "츠무기... 정말 해도 괜찮은 거 맞지?"


  "읏... 네. 프로듀서라면... 괜찮으니까요..."


 츠무기는 부끄러운지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츠무기, 그럼 할게. 아프면 말해, 알겠지?"


  "네... 하읏!? 프, 프로듀서... 너, 너무 아파요...!"


 평상시의 츠무기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픈 티를 내지 않겠지만, 이번 건 정말로 아픈건지 츠무기는 비명을 작게 내질렀다.


  "츠무기는 이런 경험 처음이니까... 그나저나 역시 부드럽고 무지 말랑말랑하네."


 그러자 츠무기의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더욱 빨갛게 되었다. 피부색과 머리색이 하얗기 때문에 새빨갛게 된 츠무기의 얼굴이 더욱 돋보였다.


  "으읏...! 다, 당신은 변태입니까!? 이렇게 태연하게 감상을... 하윽! 부, 부드럽게 해달라고 했잖아요!"


  "에에, 츠무츠무. 엄살이 심한 거 아냐? 다른 사람들도 처음엔 이렇지 않던데..."


  "아, 안되겠어요...! 역시 부끄러워요! 이러다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쩌려고...!"


 츠무기는 내심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왜냐면 츠무기는 공원의 산책로 옆에 있는 잔디밭 위에 무방비하게 누워있기 때문에 누가 옆에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에잇... 이른 아침이기도 하고 외딴 지역이어서 사람들도 거의 없잖아. 그리고 츠무기 너 말야, 먼저 해달라고 할 땐 언제고... 그럼 여기서 그만한다?"


  "에...? 아, 아니에요...! 역시... 계속 해주세요, 프로듀서..."


  "그럼 계속한다? 사실, 이건 다 츠무기가 잘못한 거니까 말야."


  "당신이란 사람은 지금같은 상황에서도 이렇... 하읏...! 아, 아파요! 아프다고요, 프로듀서!!"


  "하아... 츠무기. 그니까 내가 말했잖아, 어!?"


 언성을 높이자 츠무기는 창피한지 양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사실, 미숙하니만큼 이럴 순 있지만 그래도 츠무기가 잘못한 거니 한 마디 하긴 해야겠다.


  "운동 전 준비운동이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근데 제대로 안 했지? 그리고 방금 달리기 출발할 때 평소 페이스보다 빨리 뛰었지? 무리하지 말고 네 페이스대로 뛰라고 했는데 말야. 그러니까 이렇게 다리에 쥐가 나는 거 아냐."


  "읏... 그, 그렇다고 해도 당신은! 이걸 기회로 삼아서 제 종아리와 발을 마구 변태처럼 주무르고! 역시 당신은 변태입니까!?"


  "음... 확실히 부드럽긴 했...이 아니라! 그치만 츠무기가 먼저 해달라고 했는걸? 그리고 어차피 타이즈 신고 있어서 맨살 만진 것도 아니니까 상관 없잖아."


  "읏... 변태같이 제 다리를 만지면서 감상을 할 줄은 몰라서 그랬습니다! 그리고 타이즈를 신고 있다고 여자아이의 다리를 막 만져도 되는 건 아니라고요! 역시 경찰에 신고할 거에요!!"


 츠무기는 어지간히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부끄러움을 이길 수 없는 건지 잔디밭에 누운 채로 팔을 붕붕 휘둘렀다.


  "일본 형법 제 37조에 의거, 내가 한 조치는 츠무기의 신체에 닥친 위난를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한 행위이므로 벌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는 무죄입니다!"


  "흑... 이 간악하고 잔혹한... 당신 때문에 전 이제 시집을 갈 수 없어요..."


 울먹이는 츠무기를 보다가 문득 잊고 있던 원래 논점을 다시 떠올렸다. 이런 말다툼을 하려고 여기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맨 처음에 츠무기가 다리에 쥐가 났을 땐 정말로 아픈지 가만히 있어도 상당히 고통스러워 했는데 지금은 그런 기색이 별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하하... 설마 그러진 않을 거야. 그리고 지금은 다리 괜찮지? 그럼 일으킨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츠무기의 팔을 잡고 힘껏 당겨서 일으켰다. 다리 마사지를 해주고 시간도 꽤 지나서 그런 것인지 이젠 츠무기의 다리에 난 쥐는 다 나은 모양이다.


  "어, 그러고 보니 이젠 쥐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당신 덕분에 다리가 나은 것 같습니다. 역시 당신은 이럴 때는..."


  "뭐... 제일 좋은 건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거지만 말야. 다음부턴 준비 운동을 제대로 하고 달릴 때도 너무 무리하지 말 것!"


 아직 츠무기의 체력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1km를 지나니 속도가 확연히 느려지고 너무 힘들어 했지만 이대로 체력을 단련한다면 머지않아 1.5km을 제대로 뛸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1.3km 즈음에 츠무기의 다리에 쥐가 나버렸지만 말이다.


  "흠흠, 프로듀서. 오늘도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네요. 일단 오늘 운동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하하... 뭐 부족한 거라고 할 정도도 아니고... 자, 그럼 이따 오후에 보자 츠무기! 학교 잘 다녀오고!"


  "네, 프로듀서.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슬슬 츠무기가 등교할 시간이 되어서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직 1.5km을 제대로 완주한 것은 아니지만, 점점 노력의 성과가 드러나는 건지 츠무기의 체력은 더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걱정되는 것이, 오늘도 느낀 것이지만 츠무기는 본인이 부족한 점을 인지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이걸 알아줬으면 좋으련만...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어, 츠무기 왔어? 학교는 어땠어?"


  "네... 뭐 그럭 저럭 좋았습니다."


 한산한 오후, 츠무기는 학교가 끝나고 바로 사무소로 출근했다. 츠무기가 학교에서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지만 프라이버시기도 하고 일단은 딱히 그 이상을 물어보진 않았다. 인사를 하고 난 츠무기는 쭈뼛쭈뼛거리다가 책상으로 다가왔다.


  "저, 프로듀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가, 갑자기 츠무기가 그렇게 말하니까 불안한데..."


  "하아... 왜 당신이 불안해 하는 건가요..."


 츠무기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똑바로 말했다.


  "프로듀서, 이번 주에 댄스 레슨 일정을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응?"


  "프로듀서 말대로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만, 곧 있으면 제 오디션이 있기도 한데 아직 안무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댄스를 더 연습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이번 주는 댄스 레슨을 할 수 있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윽, 올 것이 왔다. 츠무기의 말을 들으니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가 기억났다. 세 달 전 즈음이었나.


  "프로듀서 님... 그... 텐카... 낮잠 잔뜩 자고 싶어서... 휴가를 받고 싶은데... 이번 주에... 안될까나..."


  "텐카 미안해. 이번 주엔 다른 일정이 있어서 말야. 그보다, 저번 주에 이미 휴가 내줬잖아!?"


  "히잉... 알겠어..."


 선배 프로듀서에게 휴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텐카 양은 한동안 시무룩한 채로 사무소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저번 주에 휴가를 받아서 푹 쉬어놓고 그 다음 주에 바로 또 휴가를 나가겠다고 하는 게 좀 웃기긴 했지만, 텐카 양은 본인 나름대로 더 쉬고 싶었는지 며칠 간은 텐션이 조금 떨어졌던 거로 기억한다. 아마 지금 츠무기의 레슨 요구를 거절하면 그 때의 텐카 양과 같이 텐션이 떨어질 건데...


  "저, 프로듀서...?"


  "앗. 미안, 츠무기! 음, 그래서 말야..."


 이번 주는 비주얼 레슨을 하기로 이미 결정을 해놔서 업무 협조를 다 해놨기도 하고,  「그 곡」 은 안무가 그렇게 역동적이지도 않아서 댄스 레슨의 필요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역동적이지 않은 안무일수록 세부 묘사가 중요하여 비주얼 레슨의 중요도가 올라가니 이번 주 일정은 계획대로 해야 한다. 다만...


  "미안, 츠무기. 미리 말해주긴 했지만 이번 주는 비주얼 레슨을 해야돼서..."


  "... 역시 당신이란 사람은... 담당 아이돌의 의견 따윈 무시해버리는 그런 잔혹한 사람이었군요."


  "에, 에에!?"


 츠무기는 토라졌는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렇다고 해도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지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댄스 레슨을 시켜주겠다고 해놓고선 막상 다른 걸 하게 하면 신뢰는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


 츠무기는 고개를 돌린 채로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아마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일단 안미츠를 사주면 해결될 것 같긴 하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거다. 그렇다면...


  "츠무기, 그거 알아?"


  "... 모릅니다, 프로듀서.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하지 않고서도 제가 안다고 생각하다니. 당신은 정말 바보인가요?"


  "아, 아하하... 츠무기 너만 괜찮으면 일정 이외로 댄스 연습을 할 수 있긴 한데 말야."


  "네?"


 이건 니치카를 보며 떠올린 발상이었다. 니치카는 이전에 정규 레슨이 제대로 편성되지 않았을 때 어찌어찌 해서 빈 시간에 보컬 및 댄스 연습을 했다. 연습실이 가용하면 바로 빌려서 연습하고, 연습실을 쓸 수 없으면 사무소 옥상이나 공원에 가서라도 연습을 한 거로 알고 있다. 물론 썩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트레이너가 연습을 봐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아무래도 다른 일정을 소화하면서 하는 연습이기에 신체적으로 무리가 온다. 그렇지만 츠무기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이, 아무리 어렵지 않은 곡의 안무라도 결국은 배운 안무를 숙달하고 연습해야 한다.


  "연습실 비는 시간 있으면 츠무기가 자율 댄스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줄게. 여건이 되면 댄스 트레이너 님이 가끔 연습을 보러 와줄 수 있긴 한데 대부분은 츠무기가 전에 배웠던 안무를 스스로 연습해야돼. 어때?"


  "그렇지만, 트레이너 없이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경험이 많으면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 뭐가 맞는지 틀린지 잘 모릅니다."


  "으음... 그럼 하즈키 씨한테 부탁해볼까..."


  "나나쿠사 씨가 댄스 레슨을... 입니까?"


 하즈키 씨의 유능함은 모두들 잘 알고 있지만, 그 능력 중 가장 독특한 건 아마 사무소의 아이돌들에게 트레이닝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단 것이다. 본인이 직접  「W.I.N.G.」 에 나갔으면 아무 문제 없이 우승할 수 있을 정도지만 막상 아이돌에 대한 뜻은 없는 것 같아보이지만 말이다.


  "그래. 거의 트레이너 급으로 아이돌들을 잘 가르쳐 주시거든. 그럼 하즈키 씨한테 츠무기의 댄스를 봐달라고 부탁해야겠구만..."


  "그렇지만, 나나쿠사 씨가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평상시 사무소 내의 모습만 봐도 엄청 바빠보이시던데..."


  "으음... 그건 내가 하즈키 씨의 업무를 일부 가져가서 하면 될 거야. 그렇게 하면 시간을 조금 융통해줄 순 있겠지. 그리고 매일 연습을 봐달라는 것도 아니고 츠무기에게 필요할 때만 해주면 되니까 크게 문제 없을 걸."


  "프로듀서... 제 레슨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봐야지, 안 그래? 이따 비주얼 레슨 끝나고 그대로 댄스 연습 하면 돼. 오늘 하즈키 씨는 대외업무가 없으니까 중간에 가서 츠무기의 댄스 연습을 봐주실 수 있을 거야. 부탁은 아직 안드렸는데 아마 오케이 해주실 거니까."


  "네... 프로듀서... 저기 그... 감사합니다..."


 어쩐지 츠무기의 얼굴이 빨갛게 된 것 같았다. 뭔가 요즘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은데, 내성적인 면모가 더 심해지는 건가? 그렇다고 까칠하게 구는 게 줄어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이번 주는 이렇게 비주얼 레슨과 츠무기의 자율 연습을 진행할 것 같다.



 저녁 20시 즈음, 하즈키 씨가 츠무기의 연습을 한창 봐주고 있다고 해서 보러 가기로 했다.


  "어머, 프로듀서 님~. 후훗, 츠무기 쨩의 연습하는 모습을 보러 오신 건가요~?"


  "네 하즈키 씨. 정말 감사합니다. 하즈키 씨가 아니라면 어떻게 됐을지..."


  "프로듀서 님하고 츠무기 쨩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정도는 도와드려야죠~."


 츠무기가 안에서 정신 없이 댄스 연습을 하고 있는 와중에 하즈키 씨를 따로 연습실 밖으로 불러냈다. 하즈키 씨는 캐주얼한 복장에 캡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댄스 연습을 하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의 외모였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 쪽으로 이끌렸다. 확실히 예쁜 분이란 말이지. 일반적인 평범한 아이돌은 압살해버리는 미모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만약 하즈키 씨를 프로듀스하게 되었다면...


  '앗, 하마터면 하즈키 씨에게 정신이 팔릴 뻔했네. 츠무기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있자 하즈키 씨는 속마음을 꿰뚫어 본 건지,


  "저, 프로듀서 님~? 저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엣, 아읏, 그! 아닙니다! 하즈키 씨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라!"


  "후훗~ 그러면 안된답니다, 프로듀서 님~. 그럼 츠무기 쨩이 보고 슬퍼할 거라구요~?"


  "츠무기가 슬퍼한다 말입니까? 아니 츠무기가 왜 이걸 보고 슬퍼... 우왓!"


 제발이 저려서 연습실 문에 달린 창문으로 안을 쳐다보니 츠무기는 댄스 연습을 하고 있지 않고 정자세로 가만히 서서 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표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 못마땅함? 실망? 짜증? 츠무기는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윽, 일단 용건만 해결하고 빨리 떠나야겠다.


  "크흠. 하즈키 씨, 다름이 아니고 츠무기는 잘 하고 있습니까? 사실 하즈키 씨에게도 부담스러운 것이, 이번 악곡을 아마 처음 접해보셨을 거여서..."


  "아니에요. 이 곡이 안무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츠무기 쨩도 잘 따라와 주고 있답니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무대에 서도 될 정도에요~."


  "그렇습니까... 츠무기가 본격적인 댄스 레슨을 받진 못해서 힘겨울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아직 배울 것이 많긴 해도, 츠무기 쨩이 엄청 열정적으로 해주고 있어서~ 이 정도면 문제 없을 거랍니다."


 그런가... 다행이다. 사실 이번 수는 도박성이 매우 짙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잘 되면 그 결과는 일반적인 수보다 좋게 나오겠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실패한다면 그걸 만회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고. 하지만 츠무기가 이 곡을 잘 해낼 수 있다면 분명 문제 없을 것이다.


  "맞다. 하즈키 씨,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떤 건가요, 프로듀서 님?"


  "츠무기가 스스로를 너무 혹사시키지 않게 잘 봐주시겠습니까? 이번에 보셨겠지만 츠무기는 때론 과하게 노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즈키 씨라면 츠무기가 자기 자신을 깎아내기 전에 잘 돌봐주실 수 있습니다. 매번 부탁만 드리게 되는 것 같지만, 이번에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부탁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하즈키 씨는,


  "후훗, 역시 프로듀서 님도 츠무기 쨩을..."


  "...네? 하즈키 씨, 그게 무슨..."


  "이건 말해주지 않을테니까요~. 프로듀서 님 혼자서 잘 생각해 보세요~."


 하즈키 씨는 빙긋 웃어보이고 연습실 문을 열었다.


  "프로듀서 님, 츠무기 쨩에게 인사하러 온 거잖아요? 들어와서 인사해주고 가세요~."


  "아, 아닙니다. 츠무기의 연습 리듬이 깨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멀리서나마 한 번 본 거면 족합니다. 그럼 다시금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즈키 씨."


  "음... 그래도 들어오셔서 인사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마음같아선 연습실 내부로 들어가서 츠무기에게 밤 늦게까지 고생한다고, 자발적으로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장하다고 해주고 싶었지만, 곧 있을 오디션에 대비해서 츠무기가 잘 해낼 수 있는 지 확인했으니 그거면 됐다. 그거면 됐을 거다. 뭔가 찜찜하지만 그래도 츠무기가 잘 해줄 거니 문제 없을 것이다.



 몇 분 전...


  "아, 프로듀서 님~ 알겠어요 바로 나올게요~. 츠무기 쨩, 조금만 기다려줄래~?"


  "아, 알겠습니다 나나쿠사 씨. 전 계속 연습하고 있겠습니다."


 프로듀서가 알아봐준 덕에 이렇게 비주얼 레슨이 끝나고 댄스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노래이지만 「그 곡」 을 하게 될 거라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처음 안무를 익히는 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전 댄스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나쿠사 씨는 제가 잘 배울 수 있게 쉽게 댄스와 곡의 안무를 알려주어 이렇게 잘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연습하다가 갑자기 나나쿠사 씨는 중간에 제게 안무를 알려주다 말고 연습실 밖으로 나갔어요.


  "어, 저건...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와주었습니다. 못미더운 사람이긴 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제가 연습하는 걸 보기 위해서 저렇게 왔네요. 이제 프로듀서는 연습실 안으로 들어와서 제게 변변찮은 격려의 말을 건네주겠죠?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버렸어요.


  "저, 프로듀서 님~? 저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엣, 아읏, 그! 아닙니다! 하즈키 씨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라!"


  "에...?"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연습실 밖에서 우연히 새어 들어오는 말을 듣게 되었어요. 나나쿠사 씨... 정말 아름다운 분입니다. 주위의 남자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되는 그런 미모를 가지셨으니까요. 그리고 저와는 다르게 노래도 댄스도 잘하시고... 프로듀서가 그런 나나쿠사 씨에게 이끌리는 것도 당연한 거겠죠.


  "읏..."


 그런데 왜 마음 한 켠이 이렇게 저려올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저 바보같은 프로듀서가 똑부러지게 있지 못한 것이 불만스러운 걸거에요. 저렇게 바보같이 다른 여성분에게 빠져있으니까 말이에요.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 거니까요. 그런 건데... 왜 이렇게 마음 한 구석이 계속 저릴까요...? 그렇게 가슴이 조금씩 아픈 와중에 나나쿠사 씨가 닫힌 연습실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프로듀서 님, 츠무기 쨩에게 인사하러 온 거잖아요? 들어와서 인사해주고 가세요~."


 그래도, 프로듀서는 제 담당 프로듀서입니다. 뭐가 됐든 간에 지금까지 해온 것 같이 이제 들어와서 저에게 격려를 해줄 거에요. 변변찮은 프로듀서가 들어오면 따끔하게 뭐라고 해줄 것입니다. 정신도 못 차리고 다른 여성분에게 헤벌레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자신의 담당 아이돌은 내버려 둔 채로.


  "아, 아닙니다. 츠무기의 연습 리듬이..."


  "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프로듀서는 나나쿠사 씨에게 몇 마디를 더 하더니, 연습실 문 너머로 제가 있는 곳을 얼마 동안 지켜보더니 떠나버렸습니다. 그렇게 떠나버렸습니다.


  "츠무기 쨩,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프로듀서 님은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 어머나?"


  "..."


  "츠무기 쨩?"


  "읏... 아닙니다. 나나쿠사 씨, 프로듀서는 이제 돌아갔네요..."


  "응, 츠무기 쨩. 그런데 츠무기 쨩. 지금 괜찮니? 내가 보기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츠무기 쨩, 역시 어디 문제가 있는 거니? 지금 츠무기 쨩 눈에 눈물이..."


  "읏...!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오늘 연습 감사했습니다, 나나쿠사 씨. 그럼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연습실 뒷정리를 하고 나왔어야 하는데, 바보처럼 무책임하게 뛰쳐나와버렸습니다. 답답한 기분이 가슴을 옥죄고 있기에, 연습실에 있다가는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그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밖으로 정처 없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하아... 하읏..."


 「W.I.N.G.」 은 프로듀서가 말한 대로 잘 진행되고 있지만, 뭔가 마음이 계속 불안해요. 뭔가 자꾸 어긋나는 그런 느낌. 뭔가 이렇게 어긋나다가 언젠가 터져버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


  "프로듀서... 당신은 바보에요..."


 사실 지금도 왜 제가 프로듀서를 탓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오늘도 프로듀서는 평소처럼 얼빠진 모습을 보여준 것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미어지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 잘 모르겠습니다. 대체 저는 지금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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