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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생일 특별편.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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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30, 2023 00:49에 작성됨.

생일 특별편.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시라이시 츠무기라고 합니다. 저는 283 프로덕션 소속의 아이돌이며,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프로듀서의 말을 믿고 카나자와에서 여기 도쿄까지 상경했습니다. 제 프로듀서는 신참 프로듀서입니다. 자주 못 미더운 모습과 글러먹은 면모를 보여주지만, 그래도 제 프로듀서입니다. 이번에 저를 프로듀스하는 게 첫 프로듀싱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서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서 변변찮은 모습을 보여줘도 어느 정도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여주는 모습은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아요!


  "츠무기, 생일이었는감? 일단 배고플거니께 저녁으로 탄탄멘 어땨?"


  "후훗... 츠무기 쨩... 생일... 축하해..."


 사실, 주변에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닌 건 아니지만 5월 29일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마침 사무소에 같이 있던 츠키오카 씨와 유코쿠 씨가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 두 분... 감사합니다... 여러분께 이렇게 축하받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 않았는데..."


 두 분께선 그렇게 말씀해주시고 제게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츠키오카 씨는, 평소에도 자주 요리를 해주시지만, 생일인만큼 평상시보다 거하게 식사를 차려주셨고 유코쿠 씨는 응급처치세트를 선물해주셨습니다.


  "그나저나, 츠무기는 프로듀서에게 선물을 받았당가?"


  "프로듀서는... 아직 제게 생일 축하를 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츠무기 쨩... 프로듀서 님은 츠무기 쨩을 위해서... 뭔가 준비하셨을 거야... 가서 물어보는게..."


 딱히 생일 축하를 받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제 프로듀서인 만큼 제 생일을 기억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바란 걸까요? 혹시 모르니, 컴퓨터로 뭔가 열심히 작성하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가서 말을 걸었어요.


  "저... 프로듀서?"


  "어, 츠무츠무 아냐? 왜?"


  "츠무츠무...?"


  "무슨 일이야?"


 제 입으로 직접 말하기엔 너무 염치 없어 보이기도 하고... 돌려 말하면 알아차려 줄 수 있을까요?


  "저... 프로듀서. 사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물론 알지!"


 역시... 글러먹은 프로듀서라고 몇 번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 생일을 기억해준 거군요...!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해서 비잔티움 제국이 멸망한 날이잖아. 기념비적인 날이지. 15만 대군에 맞서 7천 명이 결사항전을 하다 결국엔..."


 정말... 기대한 제가 바보였네요. 바보같은 프로듀서는 역시 제 생일을 외우고 다닐 리 없죠.


  "하아...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사실 오늘은..."


  "아, 츠무기 미안해! 다른 사무소에서 연락이 와서!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283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입니다. 346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맞습니까? 이전에 연락한 내용 관련해서..."


 어쩌면... 너무 바빠서 제 생일 같은 걸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거겠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편의점 먹거리로 때우는 프로듀서에게 제 생일을 챙겨주길 바라는 건 어쩌면 너무 큰 욕심인 걸까요... 그래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프로듀서가 생일을 축하해줬으면 좋았었겠지만요...



  "프로듀서, 내는 이만 가보께!"


  "프로듀서 님... 그럼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유코쿠 씨를 마지막으로, 오늘 일정이 끝나자 다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장님은 다른 미팅이 있다고 했고, 하즈키 씨는 다른 아이돌 분들의 레슨을 도와준다 하여 사무소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프로듀서와 저만 사무소에 남았습니다. 아직 할 일이 있는지 컴퓨터로 뭔가 작성하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오늘이 제 생일이라고 말하기로 했습니다.


  "프로듀서. 사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그러자 프로듀서는 전혀 몰랐다는 듯이,


  "뭐야, 츠무기... 그래서 방금 생일인거 알리려고 말한 거구나! 미안, 전혀 몰랐어!"


  "읏... 당신이란 사람은... 담당 아이돌의 생일조차 모르고...!"


  "에에, 츠무츠무! 그게 아니고...!"


 바보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저였네요. 프로듀서가 제 생일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다니... 저는 정말 바보에요.


  "프로듀서, 그럼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프로듀서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소를 나서려던 참이었습니다.


  "츠무기, 잠깐!"


  "네...?"


 프로듀서는 일을 하다 말고 저에게 다가와서 선물 포장을 내밀었습니다.


  "츠무기, 이거 지금 열어볼래?"


 갑자기 선물...? 프로듀서는 제 생일을 알지 못했는데, 어디서 가져온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미리 준비한 것 같진 않은데, 어떤 걸까요?


  "이건... 풍경...?"


 포장을 열고 보니, 프로듀서가 준 선물은 유리 풍경(風鈴) 이네요. 가운데 예쁜 금붕어가 그려져 있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금붕어를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이렇게...


  "프로듀서..."


  "하하! 며칠 동안 고르느라 꽤 애먹었어. 츠무기가 전통적인 걸 좋아하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고, 마침 금붕어도 좋아하니까 이거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때. 맘에 들어?"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다른 때에도 이렇게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존경할 수 있을 텐데..."


  "아하하... 츠무기를 위해 더 노력할 테니까,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고. 생일 축하해, 츠무기!"


 기대는 딱히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프로듀서는 나름 저를 생각해주고 있었네요.


  "이건 제 집에 잘 달아두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프로듀서."


  "잘 가, 츠무기. 내일 봐!"


 사무소를 나서며 프로듀서가 선물해준 풍경을 꺼내서 다시 구경했습니다. 풍경에 그려져 있는 금붕어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아까는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아래에 탄자쿠(短冊) 에 뭐라고 쓰여있네요.


  '告げざる愛雪嶺はまた雪かさね'


  "말 못한 사랑, 하얀 산에 또 눈이, 내려 쌓이고..."


 하이쿠가 쓰여 있네요. 무슨 뜻일까요. 바보인 프로듀서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선물한 것 같진 않습니다. 아마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풍경을 고른 거지, 이 탄자쿠는 별 의미를 가진 것 같진 않습니다. 어쨌든 간에, 이 풍경은 제 자취집에 잘 걸어둘 예정입니다. 기대는 안 했지만, 프로듀서가 준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다른 때에도 이런 섬세한 면모를 보여줬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프로듀서 덕분에 오늘은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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