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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9. 역시 둘은 사이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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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1, 2023 22:32에 작성됨.

9. 역시 둘은 사이가 좋아요.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츠무기 쨩... 혹시 혈액형이 어떻게 돼...?"


  "혈액형... 말씀이십니까? 저는 AB형입니다."


  "후훗... 후후훗! 다행이다..."


  "저... 유코쿠 씨? 혹시 어떤 것 때문에..."


  "츠무기 쨩이 크게 다쳐도... 수혈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네...? 수혈?"


 업무를 나갈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츠무기와 키리코, 코가네가 사무소 거실에 앉아 있는데 문득 키리코가 츠무기에게 혈액형을 물어보았다. 키리코도 혈액형이 AB형이어서 저렇게 안도하는 건가?


  "근디 키리코, 내는 혈액형이 B형인데 어떠당가?"


  "크...큰일이야... 코가네 쨩이 다쳐도... 내 피를 줄 수가 없어..."


  "에에...!? 그런..."


 그러면서 키리코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안절부절했다. 피를 주네 마네 하는 걸 들으니 조금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왜 굳이 유사시에 키리코의 피를 줘야 하는 것인지 조금 궁금하긴 해서 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래도 키리코, 꼭 키리코의 피를 안 줘도 되지 않아? 유사시 생리식염수 투여로 저혈량 쇼크는 예방할 수 있을 거고, 그거로도 안될 정도의 대량 출혈은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수혈을 받아야 되니까."


 그러자 옆에서 이를 듣던 츠무기는 타박하려는 심정인지 이 쪽으로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는 정말... 당신은 바보입니까? 유코쿠 씨는 평상시에도 병원 일을 도우니 이런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프로듀서는 의료계에서 일한 것도 아니니 잘 모르지 않습니까?"


  윽... 맞는 말을 해도 이리 타박할 줄은 몰랐다. 얼마 전에 라디오 방송국에서 있던 일에 대한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건가? 그 때 키리코가 대신해서 말해주기 시작했다.


  "후훗... 아니야 츠무기 쨩... 이건 프로듀서 님 말이 맞아... 프로듀서 님은... 확실히 의료 쪽에... 조예가 있으시네요..."


  "프로듀서는 말여 이전에 구급구명사였는갑다? 잘 아는 구마잉."


 츠무기는 이를 듣고 부끄러운지 변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 그게 아니고...! 어쩌다가 한 번 맞은 것이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프로듀서는 분명 이걸 가지고 우쭐해 하겠죠!"


  "고마워 키리코. 근데 난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너무 진지하게 말한 건지 갑자기 분위기가 팍 다운되어 버렸다. 츠무기가 뭐라고 더 할 줄 알았는데 츠무기뿐만 아니라 모두가 얼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지속되려던 찰나,


  "맞다! 츠무기 말여, 전에 말해둔 말차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넣어뒀는디, 봤당가?"


  "아, 저번에 주셨던 그... 아뇨. 아직 못 봤습니다."


  "고럼 얼렁 먹으러 가자!"


 츠무기가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코가네는 츠무기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데 키리코는 코가네를 따라가지 않고 거실에 남았다.


  "프로듀서 님..."


  "음? 키리코, 왜?"


  "부, 분명 츠무기 쨩은 프로듀서 님에게... 싫은 감정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키리코는 안절부절하는 듯, 불안한 표정을 짓고 츠무기를 대신해서 변호해 주고 있었다. 아마 이렇게 서로 말하는 걸 본 적이 없었나?


  "아하하! 키리코, 츠무기는 평상시에도 나한테 이렇게 틱틱대면서 말하는데, 본 적이 없구나!"


 그러자 키리코는 더욱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죄, 죄송하지만 전에... 몇 번 본 적은 있어요... 서로 사이가 좋아 보이는... 그런 모습..."


 사이가 좋아 보인다... 삿대질하면서 일방적으로 힐난을 하는 것이 사이가 좋아 보이는 그런 거였나? 하고 의문을 가질 때였다.


  "그, 그런데 방금은... 프로듀서 님... 안색이... 표정이..."


  "아하하! 됐어 됐어, 키리코. 잠깐 옛날 생각 나서 그런 거야."


 그렇게 에둘러 말하고 키리코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키리코는 정말 마음씨가 착하구나."


 머리 위에 손이 얹히자 키리코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프로듀서...님?"


  "키리코가 걱정해주는 거 같아서 나는 정말 기쁘긴 한데,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걱정하는 거지 그 반대는 아냐. 오히려 염치 없는 부탁을 더 하자면, 지금 하는 것과 같이 츠무기를 도와주렴."


 그러고선 키리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프로듀서 님..."


  "키리코가 있어서 다행이다. 만약 츠무기를 스카웃하지 않았다면 키리코를 프로듀스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을지도... 라고 할 뻔? 하하하!"


 그 때 부엌에서 코가네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레 츠무기, 어데 가다냐 갑자기?"


  "저 잠시 편의점에 다녀오겠습니다."


  "츠무기? 잠깐..."


 츠무기는 사무소 문을 쾅 닫고 어디론가 나가버렸다. 지금 시간에 갑자기 살 게 있었나? 키리코 쪽을 돌아보니 뭔가 많이 걱정되는 지 키리코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츠무기 쨩..."


  "키리코? 왜? 무슨 일인데?"


  "..."


 뭐지? 츠무기를 삐지게 할 일은 딱히 하지 않았는데. 아마 이번에도 키리코가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일 거다.


  "아냐 키리코. 진짜 단순히 편의점에 가려고 츠무기는 나간 거겠지. 곧 있으면 다 같이 라디오 수록이니까 미리 준비하고 있어."


  "앗... 네..."


 별 일 없을 거다. 분명, 별 일 없을 거다. 머리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데 마음 속이 먹먹해졌다. 뭔가 놓친 느낌... 이라고 해야 하나. 츠무기에게 기분 상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저렇게 문을 쾅 닫고 나갈 리 없고. 뭔 지 모르겠지만 고민 해봤자 여기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 별 수 없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키리코에게서 옮은 건지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읏... 하아... 하아... 더... 더..."


  "니치카 양..."


  "읏... 더 할 수 있어요!"


 이후 저녁 라디오 수록을 위해 츠무기, 키리코, 코가네를 방송국으로 데리고 갔는데, 선배 프로듀서에게 니치카 양이 아직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을 거니 집으로 바래다 주라고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도 짬 맞는 기분이 들었지만 라디오 수록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문제 없을 거여서 이렇게 왔는데...


  "..."


  "저 보세요! 이렇게 전에 배운 스텝도 잘 구사하잖아요! 문제 없다고요!"


 사실, 연습실에 들어오기 전에 니치카 양이 연습하는 걸 문 너머로 몇 분 간 지켜봤었다. 얼마 동안 지켜보며 깨달은 거지만, 뭐랄까... 평범해 보였다. 고등학교 문화제 때 학생들이 스쿨 아이돌 같은 걸 결성해서 보여주는 정도라고 해야 되나? 아직 정규 스케줄로 레슨이 편성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니치카 양이 보여주는 댄스는 아이돌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했다.


  "니치카 양. 본인은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니치카 양은 지금 지쳐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합시다."


 그 말을 듣자 니치카 양은 발끈하며 큰 소리로 뭐라고 하기 시작했다. 이런 대화 패턴, 전에 방송국에서 본 거 같은데...


  "읏...! 후배 프로듀서 님이... 그런 걸 보고 알 수나 있는 건가요? 아직 프로듀서 일을 한 지 얼마 안됐다고 들었는데, 잘 모르시면서 적당히 하는 말 아닌가요!?"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지쳐 보이니까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니치카 양. 무엇보다도, 연습실 닫을 시간입니다."


  "좋아요. 그럼 전 공원에 가서 연습할 거에요. 그렇다면 이제 문제 없는 거겠네요! 더 연습하고 알아서 갈 테니까 돌아가 주실래요?."


 니치카 양은 그렇게 짐을 주섬주섬 싸기 시작했다. 이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니치카 양은 너무 지쳐 보이는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분명 무언가를 보거나 듣고 강박이 생긴 것일 거다. 그게 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니치카 양. 안됩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자 니치카 양은 이 쪽을 휙 돌아보며 언성을 높여 신경질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후배 프로듀서 님이 뭘 알면서 그러는 건가요!? 애초에, 제 담당 프로듀서도 아닌데 신경 꺼주시면 고맙겠네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 때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니치카 양에게 크게 소리쳤다.


  "나나쿠사 니치카!!"


  "에...?"


 니치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말하면 좀 듣지 그래? 그리고, 네가 말한 대로 자정까지 공원에서 연습을 한다고 치자. 그것이 다음 날 학업이나 스케줄에 악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못해봤나?"


  "후, 후배 프로듀서 님... 아니 그게 저..."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해서 너에게 좋은 점만 있으면 선배 프로듀서 님도 그렇게 하라고 강권했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늦게까지 연습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니치카 너는 이렇게까지 나와 선배 프로듀서 님을 무시해야겠나?"


  "그렇지만... 그렇게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누가... 누가 저 같은 거를 봐주나요!"


 니치카는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갑자기 울분에 북받친 지 크게 소리쳤다. 니치카를 쳐다보니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렇게 니치카는 부들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저도... 저도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는 거 힘들다고요! 그렇지만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 이렇게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 알고 있잖아요!"


  "니치카..."


  "아무도 평범한 저 같은 거에 관심도 가지지 않을 건데, 이렇게 잠도 휴식도 줄여가면서 노력해야 하는 거, 왜 알아봐 주지 못하나요!?"


  "..."


 얼마 동안 정적이 흘렀다.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해줄 지 몰라서. 울먹이는 니치카를 달래줄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다고 다시 언성을 높여서 꾸짖을 수도 없어서. 1분 즈음 지났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니치카 양. 문 잠그겠습니다. 마무리 해주시고 나와주시겠습니까?"


  "읏... 잔인해..."


  "미안합니다 니치카 양. 저는 니치카 양의 담당 프로듀서는 아니지만, 같은 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니치카 양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니치카 양이 스스로를 깎아내면서 무리하는 건 다른 아이돌 동료들이나, 하즈키 씨나, 팬들이나, 저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만 오늘은 연습을 마치고 쉬어 주시겠습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까까지 실컷 반말 해 놓고 이제 와서 존댓말 하지 말아주실래요?"


 니치카는 그렇게 말하고 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타고 갈 거니까 차 안 태워주셔도 돼요. 먼저 가보세요, 프로듀서 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알았어. 오늘도 고생 많았어, 니치카."


 연습실 열쇠를 니치카에게 건네주고 연습실을 나왔다. 니치카는 츠무기의 라이벌이지만 볼 때마다 정말로 안타까웠다. 종종 사무소에서 니치카가 보여주는 순진무구한 천연의 웃음을 볼 때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렇게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니치카 스스로 본인을 깎아내리고 우울함에 빠져드는 걸 보면 걱정이 된다. 니치카가 이런 일들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니치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츠무기는 이렇게 고통받지 않았으면 했다. 차라리 「W.I.N.G.」 에서 패배해도 되니 이렇게 스스로를 깎아내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불안한 감정은 얼마 동안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츠무기, 고생 많았어!"


  "아... 네... 감사합니다..."


 연습실에서 다시 츠무기가 라디오 수록을 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한 뒤에, 대기실에서 조금 기다리고 있자니 라디오 수록을 마치고 츠무기가 대기실로 돌아왔다.


  "프... 프로듀서도 고생하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삐진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랬으면 틱틱대면서 말 꼬투리를 잡았을 건데 뭔가 마음에 걸렸다. 오후에 츠무기가 사무소를 나갔을 때 당최 돌아오지 않아서 코가네가 밖으로 나갔는데 30분이 넘게 지나서야 츠무기를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닌 것 같았는데... 그때부터 츠무기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츠무기, 왜 그래. 배라도 고픈 거야? 얼른 나가서 안미츠 사올 테니까 기다려!"


  "하아... 프로듀서... 뜬금없이 안미츠 타령입니까? 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 안미츠 가게가 있을 리도 없고... 제가 디저트만 먹으면 기뻐하는 바보라고 생각하다니, 당신은 정말로 바보입니까?"


 장난기를 섞어서 말하니 텐션이 높진 않아도 츠무기가 다시 매도하기 시작했다. 좋은 소식을 말해줄 건데, 기운 없는 채로 있으면 안 될 노릇이니까 분위기를 좀 풀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는 먹힌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하하... 방금 건 장난이야. 츠무기, 이거 받아. 선물이야!"


 못미덥다는 듯이 쳐다보는 츠무기에게 옆에 미리 꺼내둔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프로듀서... 갑자기... 꽃입니까?"


  "그래, 츠무기! 시즌 1 통과 축하해! 뭐, 아직 시즌 1이 끝난 건 아니지만 팬 수가 1,000명을 넘겼거든!"


  "제가... 시즌 1을 통과... 시즌 1..."


 츠무기는 어안이 벙벙한 듯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혹시 당신은 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거짓말을...! 아니면... 아니면 이렇게 '통과했어!' 라고 말하고 나중에 '사실은 거짓말이었어' 라고 말해서 제 마음을 무너뜨리려는 당신의 그런 나쁜 심보로..."


  "에... 에에!?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거든? 그리고 츠무기는 열심히 라디오 수록이나 토크 이벤트를 했잖아? 팬 수 1,000명을 모을 수 있던 건 다 츠무기가 잘 해준 덕분이라고."


  "그, 그렇습니까... 아무튼 감사합니다. 프로듀서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예의 바르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서 츠무기는 꽃다발을 건네받고 꽃의 향을 맡기 시작했다.


  "으음... 좋은 향기입니다. 의외네요, 프로듀서. 당신에게 이렇게 섬세한 면모가 있다니. 그러고 보니, 이건 무슨 꽃인가요?"


  "아 이거? 그 뭐라고 했더라... 뭐였지?"


  "자주색... 라일락이네요...?"


 눈치를 못 챘었는데 어느새 키리코가 대기실 안에 들어와서 뒤에 서있었다. 이럴 땐 좀 무섭단 말이지...


  "후훗... 후후훗!"


 키리코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뭐지?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건가?


  "유코쿠 씨...?"


  "에? 키리코? 뭔가 내가 실수라도 한 거야?"


 그리고 키리코가 저게 라일락인 걸 바로 아는 것도 신기했다. 키리코가 꽃의 이름을 외우고 다니는 애는 아니었던 거로 아는데, 어떻게 바로 알아본 거지?


  "예전에 병원에서... 어느 환자 씨가 면회객 씨에게... 자주색 라일락을 받은 일이 생각나서..."


 아마 그 때 일이 선명해서 아직도 이 꽃을 기억하고 있던 거겠지. 그나저나 이 라일락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 향이 좋아서 산 거지 딱히 의미를 가지고 선물한 건 아닌데.


  "후훗... 프로듀서 님... 츠무기 쨩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요..."


  "네...? 아니 잠깐만 그게..."


  "프, 프로듀서...!"


 부르는 소리에 다시 츠무기를 돌아보니 츠무기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다, 당신은 어떤 의미로 제게 이 꽃을 주신 거죠!? 분명 능구렁이같은 당신은 꽃을 살 때부터 이 꽃이 내포한 의미를 알았지만, 모른 척 하고 이렇게 저에게 꽃을 준 거겠죠!"


  "아니 잠깐만! 이건 좀 억지 아냐? 그냥 꽃이 예뻐 보여서 산 걸 수도 있잖아!"


  "애당초 꽃을 여자아이에게 선물할 때 아무 의미 없이 주는 경우가 있나요!? 그리고 당신같이 모든 걸 계획하고 하려는 사람이 선물을 사면서 이 꽃이 어떤 건지 알아보지도 않고 샀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후훗..."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며 키리코는 작게 웃어보였다.


  "역시... 둘은 사이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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