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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5.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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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3, 2023 18:31에 작성됨.

5.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인사해 츠무기. 이번에 츠무기의 「W.I.N.G.」 출전을 도와주기 위해 온 아이돌들이야."


 "아... 안녕하세요..." 


 일주일 전...



  "그아아아아... 죽여줘... 아, 하즈키 씨... 기껏 커피를 타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여기서 더 마시면 열 잔 째입니다..."


  "저어... 프로듀서님? 괜찮나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요..."


  "아뇨... 안 괜찮습니다..."


 자신감 넘치게 믿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내뱉은 주제에, 길이 없으면 찾으면 된다고 한 주제에 츠무기를 「W.I.N.G.」 에 데리고 어떻게 우승할 지 감도 못 잡고 있다. 분명 출근하자마자 기획을 작성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어느새 오후 9시 10분이다. 각 주차 별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써야 하는데 첫 삽을 뜨지도 못하고 사무소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다. 분명 커피를 더 마신다면 이대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프로듀서님~? 슬슬 퇴근하는 건 어떠실까요?"


  "으으 아닙니다... 그럼 오늘 출근해서 한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월급 루팡이 되는 건 분명 제..."


  "그럼 안돼요 프로듀서 님. 참고하기 좋은 자료들은 제가 정리해 둘거니까 얼른 퇴근하세요!"


 하즈키 씨는 엄격하지만 따뜻한 말투로 말했다. 곧 있으면 「W.I.N.G.」 의 첫 시즌이 시작하지만 이렇게 하는 거 없이 퇴근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골골댄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즈키 씨의 배려를 받아들여 일단 퇴근을 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봄이지만 밤이 되면 제법 쌀쌀했다. 저녁을 안 먹고 기획서를 작성하고 있었기에 저녁 겸 야식으로 라멘이나 먹고 가기로 했다.


  "라멘 니쥬로, 아직 영업하고 있으려나... 어, 선배님? 선배님 아직 퇴근 안하셨습니까?"


 선배 프로듀서가 진이 빠진 채로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오늘도 그 친구가 늦게 연습하느라 바래다 주고 오는 것이려나.


  "아 뭐야... 너 또 고민만 하다가 퇴근 늦게 하는 거냐?"


  "아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선배님 혹시 저녁 아직 안 드셨습니까? 그럼 라멘..."


 선배 프로듀서는 손사레치며 말했다.


  "아, 방금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고 와서 말야. 다음에 가자고."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그 친구도 매번 이렇게 까지 늦게..."


 그 말을 듣자 선배 프로듀서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아냐 뭐.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다 하는데 말야. 그나저나, 뭐가 그리 안 풀리는데?"


  "「W.I.N.G.」 ...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힙니다. 무얼 해야 좋은 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있잖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


  "...예?"


  "너 설마, 차후 방향성에 대해 츠무기하고 토의도 아직 안 해본 거 아냐? 그리고 말야, 「W.I.N.G.」 에 떨어지면 츠무기가 여기 사무소를 떠나기라도 한대? 아니면 너가 츠무기를 저버릴 생각?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거 아냐?"


  "그래도 기왕 출전하려고 하면 이기는..."


  "「W.I.N.G.」 이 전부는 아냐. 우선순위가 어떻게 놓여지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그 말을 뒤로 하고 선배 프로듀서는 사무실 건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저건 너무 낙천적인 생각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일부는 맞는 말이긴 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먼저 츠무기와 말해봐서 대략적인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츠무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말이다.



  "츠무기, 여기 카페에서 파는 케이크가 맛있다고 하는데, 어떤 거로 할거야?"


 숨도 좀 돌릴 겸 다음 날 오후 츠무기와 함께 역 주변에 있는 카페에 들렸다. 츠무기는 아직 공식적인 일정이 없을 거여서 학업 시간 이외에는 한가할 것이었다.


  "저는 여기 계절 한정 과일 수플레 팬케이크로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는 디저트를 좋아하십니까? 프로듀서와 어딜 가게 되면 무언가 먹게 되는 일이 많은 것 같네요."


  "나야 뭐 그럭저럭 좋아하긴 한데, 츠무기가 디저트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온 거지."


 츠무기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을 붉히며 평소와 같이 삿대질을 하며 매도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설마 제가 먹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돼지 먹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당신은 설마 바보입니까!?"


  "아... 아니 평범하게 디저트를 좋아하는 거 같아서 말이야.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들도 츠무기 정도로 디저트 좋아할걸?"


 꽤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만 솔직하게 말하면 까칠하게 뭐라고 할 게 분명하니 조금 줄여서 말해주었다. 그렇게 말하니 츠무기는 조금 뾰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이지 당신이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더 섬세하게 말할 필요가 있어요! 어쨌든, 무슨 일로 이렇게 불러내신 거죠?"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좀 하다가 말할까, 했지만 바로 말하는 것이 낫다 싶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츠무기, 츠무기는 아이돌 활동을 어떻게 하고 싶어? 앞으로의 방향 같은 거 말야."


  "네...? 그야..."


 츠무기는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 지 얼마 동안 고민하는 듯 했다. 한 30초 즈음 기다리다 갑자기 츠무기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떤 대답을 해줄까, 라는 기대가 들었다. 츠무기가 생각하는 이상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츠무기의 대답은 기대와 달랐다.


  "제 아이돌 활동 지침은 당신이 정하는 것이지 않나요? 왜 당신이 고민하지 않고 저에게 물어보는 것인가요?"


  "에... 뭐 그야 그렇긴 한데 그럼 진짜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시켜도 별 말 않고 하는 거지? 나중에 딴 말 하면 안된다?"


 그러자 츠무기는 치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 팔로 가슴 부근을 가린 채 소리쳤다.


  "다, 당신은 어쩜 그런 파렴치한...! 읏...!"


  "저... 츠무기 씨?"


  "당신은 처, 처음부터 저에게 이런... 이런 불건전한 걸 시키려고 이렇게 스카웃을...!"


  "에에? 이런 불건전한 거라니, 대체 어떤 망상을 하는지 들어나 보..."


  "사,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주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이쪽을 둘러보며 작게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들 작게 말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순 없었지만 내용은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음... 이번엔 진짜 경찰서로 끌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파렴치한 걸 시키지도 않았는데 경찰서로 끌려가면 억울하니 빨리 해명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말야. 쉽게 말해서 츠무기가 원하는 노래의 장르라든가, 하고 싶은 활동 같은 거 말야.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만 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 노래하고 춤추는 거도 종류가 엄청 다양하니까 말야."


  "..."


 잔뜩 매도하던 츠무기는 그제서야 진정하고 가만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츠무기의 의견을 물어보긴 했지만, 아이돌 활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아마 잘 모를 것이다. 아마 분명...


  "프로듀서 당신이 잘 고민해주고 정해준 길이라면 분명 맞겠지요. 저는 프로듀서가 해준 선택을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츠무기..."


 츠무기는 매도하거나 질타하는 눈빛이 아닌, 올곧고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생각해보니, 츠무기는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그 말 한 마디만 믿고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자란 곳을 두고 도쿄까지 왔던 것이다. 그것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만, 항상 그러진 못했던 것 같다. 믿고 따라주는 츠무기를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알았어 츠무기. 사실 다음에 있을 츠무기의 첫 영업은 바로 수영복 그라비아 촬영인데..."


  "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정말 파렴치한...!! 수, 수영복 촬영이라니 내는 그런..."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뭐...뭐꼬!! 프로듀서!!"


 겉으론 티는 안내더라도, 츠무기는 믿고 따라와 주고 있었다. 가끔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츠무기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되는 것이었다. 방향성은 결국 츠무기에게 제일 어울리는 방식의 곡과 안무를 고르고, 츠무기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영업을 가져오는 것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으음..."


  "프로듀서 님? 커피 한 잔 타왔답니다~."


  "아, 하즈키 씨,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그렇고 매번 신세지는 것 같아서... 다음엔 제가 타겠습니다."


  "후훗, 네~."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사무소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결국 어제와 같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직 오후 9시는 아니지만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는 것은 동일하다.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는 더 실감이 나는데, 방침은 결국 정하진 못했다.


  "하아... 그냥 다른 사람 거 베껴버릴까..."


  "오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프로듀서 님~."


  "예, 그냥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거면... 잠깐... 단순하게...?"


  "네?"


  "하즈키 씨,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분명, 어려운 걸 처음부터 만들 필요는 없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계획을 베껴오고 참고하면 되는 것이었다. 예전에 전술을 배울 때 교관님이 말해주던 게 생각났다.


  "그러니까, 나의 강점과 약점, 적의 강점과 약점 이 네 개를 잘 알아야 된다고. 내 강점은 극대화하고 내 약점은 극복해야 하는 거다. 또, 적의 강점은..."


 공식적으로 「W.I.N.G.」 운영위원회에서 언급한 건 아니다만, 「W.I.N.G.」 오디션에는 총 3가지 속성이 적용된다. 보컬, 댄스, 비주얼 이 세 속성이다. 아이돌들이 세 명의 심사위원들에게 어필을 하면 심사위원들이 각각 속성을 측정하고 점수를 산정하며, 트렌드에 따라 그 비중이 달라서 점수를 다르게 받는다. 다만 전에 선배가 한 말을 들어보면, 특정 속성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나면 트렌드건 뭐든 간에 오디션에서 이겨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좋아... 츠무기는 그럼 보컬과 비주얼 두 속성을 병행하면 되려나... 노래에 재능이 있으니 조금만 숙달해도 금방 더 잘해낼 것 같고, 비주얼이야 말할 것도 없고."


 문젠 댄스다. 세 가지 속성에 모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경우는 치터라는 소리를 듣겠지. 츠무기가 댄스에 가망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연습하며 극한으로 갈고 닦으면 안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춤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사람과 오디션에서 맞붙으면 힘들 것이다. 물론 다른 연습은 안하고 댄스 연습만 한다면 승부수를 던질 수는 있으나, 잘하는 걸 갈고 닦는 것에 못 비할 것이다. 결국,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럼 댄스 레슨은 정말 필요한 만큼만 하고, 악곡에 들어가는 안무도 빠르고 역동적인 건 최소화해달라고 안무가 님에게 부탁하면 되겠다."


 레슨의 방향성은 대략 정해졌고, 커리큘럼은 문서등록대장을 보고 선배 프로듀서나 다른 사람들이 올린 문서를 참고하면 금방 작성할 것이다. 영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선배 프로듀서가 튼 안면이 있기에 사무소의 이름을 대고 영업하면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마지막이 남았다. 서포트 아이돌을 구해야 하는데, 누구에게 부탁할 지는 대략 정해놨다. 아직 설명은 해주지 않았을 뿐.


  "내일 미팅에서 설명해주고, 기획서나 마저 적어볼까..."


 문득 츠무기가 떠올랐다. 상기된 얼굴로 삿대질하며 매도하는 그런 모습이지만 얼마 안 있어 화를 풀고 잔잔한 미소를 짓는 그 모습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츠무기. 열심히 할 테니까 앞으로도 믿어줘."


 어제와는 달리 힘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 커피가 없어도 문제 없을 것이었다. 못해도 오후 10시까지 야근할 것 같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츠무기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의욕이 나기 시작한 늦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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