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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세 시키 「가슴으로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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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1, 2023 01:57에 작성됨.

외친다. 사랑을 잃은 소녀가 외친다. 한순간에 사랑을 잃어버린 사랑에 대고 외친다. 무심하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간 하늘에다 외친다. 이치노세 시키가 외친다. 어째서 자기냐고 외친다. 그저 외친다.


프로듀서가 죽었다. 이름 없는 교차로의 번호 없는 차량의 과속으로 죽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이겨내지 못할 충격으로 죽었다. 산산조각나 죽었다. 뒤늦게 도착한 이치노세 시키에게 아무런 말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시작도 못한 사랑의 종말을 보여주며 죽었다. 이것이 특이점인가, 이치노세 시키라는 이름의 천재는 그 와중에 어떻게 하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필사적으로 고민한다. 시간의 역행을 방해하는 우주의 섭리에 저항한다. 혹시라도 발견한다면 프로듀서를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슬픔의 길에 끝에서 그 사이에 멈춰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이치노세 시키는 고민한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번민한다.


프로듀서가 죽었다. 유해를 얼기설기 모은 천으로만 남았다.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쥐여지지 않았다. 빈손으로 왔기에 빈손으로 간다. 검은 옷을 입고 폭우 속에서 우산도 없이 서 있던 이치노세 시키가 보라색 물줄기와 함께 무너져내린다. 다가온 미래의 슬픔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듯이 펑펑 운다.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이 슬픔을 이겨내는 수밖에. 이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소녀는 이겨낼 수 있을까. 이치노세 시키라는 이름의 사이언티스트는 이겨낼 수 있을까.


프로듀서가 죽었다.

이치노세 시키의 내면도 죽었다.

프로듀서가 죽었다.

이치노세 시키라는 존재도 죽었다.


이치노세 시키는 존재한다. 그렇기에 죽는다. 죽지 않고서는 이 슬픔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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