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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4. 믿는 사람에겐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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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5, 2023 21:33에 작성됨.

4. 믿는 사람에겐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상단에 BGM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에?"


  "하하하, 미안하게 됐어!"


 어째서...?


  "아, 아니. 선배님. 츠무기는 제... 츠무기는 제가 프로듀싱을 하려고 데려온..."


  "맞는 말인데, 스카웃을 너가 했다고 반드시 너가 프로듀스하라는 법이 있어?"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선배님 아무리 그래도 이..."


  "결정적으로, 너는 아직 처음이잖아. 요령도 없고 더 배워야 하는데, 섣불리 츠무기를 프로듀스하려다가 실패하지 않을 자신 있어?"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 사장님께도 제가 츠무기를 프로듀스하겠다고 보고를 드렸..."


  "알아. 근데 뒤에 내가 추가로 말씀드렸어. 아무래도 경험이 더 많은 내가 프로듀스를 하는 게 성과를 더 낼 수 있잖아? 그러고 보니, 츠무기하고 몇 번 대화해봤는데, 정말 네가 말한 대로 엄청나더라고! 분위기 있고 목소리도 예쁘고. 이야~ 이런 인재를 데려오다니 너를 슬슬 프로듀서로 인정해도 되겠는데? 하하하!"


 어째서!!


  "선배님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난 장난 아닌데? 한번 츠무기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누가 프로듀스를 해주는 게 츠무기에게 더 좋을지. 이 하늘 같은 선배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말이야..."


 어째서...


  "빨리 '미안합니다~ 선배님~' 이라고 해봐!"


  "미... 미..."


 어째서!!!!


  "미친놈아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이 양아치 자식아!!"


 .....



  "이 양아치 자식아!!"


  "네?"


 꿈이었나... 책상에 엎드리고 자고 있던 모양이다. 츠무기가 사장실에 들어가고 이런 저런 절차들이 필요한 지 꽤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서, 기다리고만 있다 잠에 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오가면서 봤을 텐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버렸다. 선배 프로듀서는 이쪽을 몇 초간 멀뚱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저기, 양아치는 하라고 한 과업도 안하고 돌아온 어디의 누구 씨 아닐까요?"


  "아, 맞다."


 음반 가게에 가서 확인할 것들이 있었는데 츠무기에게 온 정신이 팔려버려서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런 잔실수가 많으면 안되는데, 더 철저해야 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가서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중요한 건 아니니까 상관 없는데, 나중에 츠무기 프로듀스할 땐 이런 실수하면 안된다. 알았냐?"


 츠무기... 그러고 보니 사장실로 들어가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츠무기는 아직 안 나온 건가?


  "츠무기는 네가 자고 있어서 먼저 돌아갔어. 내가 깨우려고 했는데 기어코 말리더라고. 아, 그리고 사장님께서 츠무기 프로듀스 기획서 작성하라고 하시니까 다음 주까지 작성하면 된다. 오케이?"


  꿈은 꿈이었나... 이제 진짜 담당 아이돌을 프로듀스 할 때가 온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프로듀서 일이라니. 다른 사무소에 있는 프로듀서는 3년이나 기다린 뒤에야 겨우 되네 마네 했다는데. 일단 어떻게 프로듀스할 지 방향성을 잡고 기획서를 작성해야겠다.


  "오늘도 야근인가..."



  "예, 사장님. 여기 기획서입니다."


  "어디, 한 번 보도록 하지."


 일주일 동안 어떻게 츠무기를 프로듀스할 지 엄청난 고민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츠무기의 역량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며칠 전에 보컬, 댄스 트레이너를 찾아가서 츠무기에게 간단한 연습을 시킨 뒤에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래서,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하면 좋으려나..."


 댄스 트레이너는 몇 초간 팔짱을 끼고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춤 실력이야 지금까지 살면서 춤 춰본 일이 거의 없어서 당연한 거지만, 본인은 이거를 많이 의식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게 댄스 연습을 할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건 좋은데, 너무 긴장하는 것 같고... 오히려 긴장하다가 스테이지에서 안무 실수를 해버리거든요, 이런 친구들은. 츠무기 양이 멘탈이 좀 약한 친구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까..."


 이전에 보컬 트레이너에게 물어봤을 때와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노래하는 법을 배운 적 없는 것 치곤 츠무기는 노래를 상당히 잘 부르는 편이고, 음색도 독특하여 보컬 트레이너는 츠무기에게 보컬에 재능이 있다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 말만 들었을 때는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허나 댄스 트레이너가 보기엔 다른 모양이었다. 댄스에 재능이 없는 건 상관 없다.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실력을 갈고 닦으면 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멘탈이다. 멘탈은 트레이닝으로 단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츠무기가 이런 저런 활동들을 해가며 충분히 익숙해져서 멘탈을 단련시킬 수는 있지만, 성과를 내야 되는 곳에서 그런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물론 사무소에 멘탈이 약한 아이돌이 없는 건 아니다. 텐카 양 같이 심약한 아이들도 있지만, 아마나 양을 비롯한 다른 아이돌들이 지탱해줘서 이겨낼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츠무기는? 도중에 다른 유닛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새로운 아이돌이 더 들어오는 보장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자네가 쓴 건 잘 읽어봤네. 처음 몇 달 동안은 다른 아이돌 유닛의 감사제 등을 지원하는 서포트 아이돌로 경험을 쌓아 나가고 영업 등을 병행한다, 라..."


 아마이 사장님은 기획서를 세네번 훑어보고, 이윽고 기획서를 다시 건네주며 말했다.


  "자네는 시라이시 군을 데리고 「W.I.N.G.」 에 나가게."


  "예... 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사장님은 대부분의 경우 프로듀서가 하는 일들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분이었지, 방향성을 바꾸는 분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W.I.N.G.」 이라니?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믿어주지 못한다면, 누가 아이돌을 믿어주는가?"


  "그 말은..."


 얼마 전에 선배 프로듀서가 해주었던 말이었다. 분명 츠무기를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렇게 들었었지. 그렇다면 지금도, 츠무기를 믿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인가?


  "자네는 시라이시 군이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시라이시 군의 재능과 가능성은 자네가 발견한 것으로 아는데. 왜 시작도 안 해보고 못한다고 하는 건가?"


 사장님은 일어서서 옆의 책장 쪽으로 다가가서, 레코드 판들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분명 시라이시 군이 실력이나 경험이나 많은 것이 부족해서 안전한 방식으로 프로듀스하려는 거야. 틀렸으면 말하게."


  "그, 그건..."


 사장님은 그 중 하나를 뽑아 들고, 그 LP판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앞에 무슨 글씨가 써있는 것 같았는데 뭐라고 써있는 지는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


  "시라이시 군은 굳건한 아이네. 분명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자네가 믿어줘야 할 테지."


 사장님은 LP판을 얼마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다시 말했다.


  "다시 말하겠네. 자네는 시라이시 군을 데리고 「W.I.N.G.」 에 나가게. 나는 자네를 믿네. 그러니 자네도 시라이시 군을 믿어주게."


 사장실을 나서자 하즈키 씨가 미소를 지으면서 서있었다.


  "어라, 하즈키 씨..."


  "프로듀서님, 여기 업무 설명 자료입니다~"


 하즈키 씨는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하며 파일철을 건네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알기 쉽게 정리해주셨네요, 자료."


 지금 쯤이면 소파 뒤에서 주무시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새 이렇게 준비를 다 해주었다. 이런 하즈키 씨를 보면 정말 믿음이 간단 말이지...


  "그러엄, 바로 업무 설명에 대해 들어갈게요~."


 하즈키 씨는 파일철과는 별개로 컴퓨터 화면에 정리된 자료를 띄워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먼저, 이번 프로듀스에 목표에 대해서 말인데요, 원더 아이돌 노바 그랑프리 (Wonder Idol Nova Grandprix), 통칭 「W.I.N.G.」 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해주세요.


  "「W.I.N.G.」 말씀이십니까..."


  "네, 신인 아이돌의 축제라고도 불리는 굉장한 라이브에요. 축제라고 불리는 만큼 이 「W.I.N.G.」 은 출전 자격을 얻기 까지의 과정이 힘들답니다. 참가를 신청한 아이돌은 개최 전까지의 총 4회의 시즌마다 심사를 받아요. 그 동안 일정 랭크에 도달하지 못하면 출전 자격을 잃어버리게 된답니다. 그러니까, 힘껏 열심히 해요! 저도 많이 서포트 할테니까요~."


  "조언을 조금 해두자면 자네는 283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다."


 어느새 사장님은 사장실에서 나와서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담당 아이돌과 다른 아이돌들을 교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 타산지석이라고, 서로 영향을 받으며 노릴 수 있는 경지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일단은 마음 먹은 대로 해보게."


 사장님은 이쪽으로 다가와서 어깨를 툭툭 쳤다.


  "근사한 결과를 기대하게 해주게. 나는 무르지 않다고."


  "예..."


 이름의 뜻이 무르다는 (甘い, 아마이와 동음) 분이 할 말은 아니다만...


  "그럼, 슬슬 업무로 돌아올까요?"


 하즈키 씨는 특유의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프로듀서님, 츠무기 쨩은 지금 부엌에 있답니다."


  "아니 벌써 와있었다고요? 온 지 몰랐는데"


  "후후, 네.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만나러 가주세요."


 부엌을 들어가니 츠무기가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먹는 걸 꽤 좋아하는 건가?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 치곤 군살이 없어 보이는데.


  "후훗... 역시 이 말차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네... 몇 번이나 먹어도 질리지 않고..."


 얼마나 음미하면서 먹는 지 바로 뒤까지 왔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이럼 좀 중증인거 같기도 하다만... 츠무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불렀다.


  "저... 츠무기?"


  "히얏! 뭐... 뭐꼬!?"


 츠무기가 화들짝 놀라면서 뒤를 돌아봤다. 츠무기는 그러고 나서 얼굴이 상기된 채로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렇게 뒤에 숨어서 엿보고 있던 거죠!?"


  "에... 딱히 엿보고 있진 않았는데?"


  "그러면 들어오면서 인기척을 내거나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말이지..."


 이러다가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츠무기의 맞은 편에 앉았다. 


  "알았어 알았어 츠무기. 좋은 아침이야."


  "아... 네... 좋은 아침입니다..."


 이후 어색한 침묵이 약 10초간 이어졌다. 사실 츠무기가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줄 성격은 아니다. 츠무기를 많이 봐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미루어 보건대 츠무기는 조용하고 내성적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선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주는 게 맞는 거겠지.


  "츠무기, 혹시 「W.I.N.G.」 에 대해 들어본 게 있니?"


  "아... 네. 나나쿠사 씨가 설명해주셨습니다."


 츠무기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각 8주의 4개 시즌 동안 다른 아이돌들과 싸우는 거라고 들었는데, 저는 그게 불안해서..."


  "음... 싸운다, 라기 보다는 아이돌로서 활동하며 팬을 모으고 오디션에서 경합하는거야."


  "그, 그렇습니까...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춤도 노래도 배워본 적이 없고, 사무소의 다른 분들과 같은 개성도 없고, 내성적이어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하게 되고... "


 츠무기는 많이 불안한지 어두운 표정을 짓고 고개를 떨궜다. 솔직히 말하면, 츠무기에게 아무 문제 없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무조건 우승할 거라고 말 할 수 없다.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걸 가지고 다른 이를 확신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사장님께선 츠무기를 믿어달라고 하셨다.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 누가 아이돌을 믿어줄 것인가? 츠무기는 반드시 「W.I.N.G.」 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드시 그렇게 해 보일 것이다.


  "믿는 사람에겐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갑자기 그게 무슨... 믿기만 한다고 모든 것이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하지만 본인이 절대 할 수 없다고 하며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가능할 리 없어."


  "..."


 츠무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듣고 있었다.


  "츠무기가 자신이 할 수 없다는 이유를 10개 가져오면, 나는 츠무기가 할 수 있다는 이유를 10개 가져올거야. 츠무기는 본인의 단점을 말해도, 나는 츠무기의 장점을 말할거니까. 츠무기는 할 수 있어. 길이 없으면 찾으면 돼.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 거니까."


  "그, 그치만..."


  "무엇보다, 츠무기는 혼자가 아니야. 비록 소속 유닛은 없지만, 하즈키 씨, 사장님, 소속사의 다른 아이돌들, 그리고 내가 츠무기를 도와줄 거니까. 못 미더워 보일 수 있겠지만, 난 항상 츠무기를 도울거야. 언제든지.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츠무기가 여기 있기 때문이니까."


  "..."


 얼마 동안 부엌에 정적이 흘렀다. 지금에서야 깨닫는 거지만, 퍽이나 오글거리는 말이었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없어서 망정이지, 만약 누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놀릴 거리였을 거다. 이윽고 츠무기가 말했다.


  "당신이란 사람은 참... 알았어요. 못 미덥지만, 그래도 한 번 믿어보도록 할게요."


 츠무기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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