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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3. 어서 와, 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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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23 12:25에 작성됨.

3. 어서 와, 츠무기.



  "그나저나, 시라이시 양은 원래 아이돌이란 것에 관심이 있었습니까?"


  몇 마디 나눈 뒤에 시라이시 양은 크림 단팥 아이스크림만 묵묵히 먹고 있어서, 그 조용함을 깨기 위해 말을 걸었다. 내색은 딱히 하진 않는 것 같다만 아이스크림이 꽤 마음에 든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게... 어째서 여쭤보시는 거죠?"


  "하?"


  "그, 꼭 당신에게 말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음... 슬슬 깨닫는 거긴 하지만 꽤나 까칠한 아이다. 뭐가 전에 시라이시 양에게 크게 잘못한 게 있었나?


  "아, 아니 그게.."


  "아니면, 역시 당신은..."


  "음?"


  "역시 당신은 내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런 걸 물어보는..."


  "아, 그야 관심이 있지."


  "!!"


 시라이시 양은 고개를 확 숙이고 테이블을 팍 하고 내리쳤다. 그렇게 세게 친 건 아니었지만 위의 식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주변에서 이 쪽을 돌아보았다. 이런... 이러다 또 경찰이 오는 건 아니겠지?


  "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이거, 뭔가 또 다른 식으로 오해하는 흐름인데... 물론 이번엔 좀 오해할 법하게 말한 것이 맞다. 그런데 그거 치곤 상당히 부끄러워 하는 것 같은데?


  "아, 시라이시 양. 그게 아니고, 당신을 아이돌로 스카웃하기 위해서, 아이돌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말입니다. 다른 의미가 아니고."


  "그, 그렇습니까..."


 시라이시 양은 숙인 고개를 들고 이 쪽을 다시 쳐다보았는데, 빨갛게 상기된 얼굴과 부끄러워 하는 표정이 꽤나 귀여워 보였다.


  "흠, 흠. 그런데 왜 당신은 저에게 존댓말로 이야기하는 거죠? 당신은 어른이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건 확실할 것인데 왜 굳이..."


  "그야, 시라이시 양을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뜬금없이 반말로 이야기해버리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건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정이긴 했다. 고등학생이나 20대 초반 때 나이 많은 어른들이 대뜸 반말로 말을 걸면 기분이 상할 때가 있긴 했었다. 시라이시 양이 어떤 사람인진 아직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그래도 비즈니스 관계인 만큼 존중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 맞다.


  "그거 치고는, 가끔 저에게 반말로 말을 할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윽... 그건 당황하면 그렇게..."


  "츠무기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말도 놓아도 됩니다."


  "알았어 츠무기."


  "읏... 태세 전환이 빠르네요."


  "그야, 지금 어색해 하면서 말을 안 놓으면 꽤 오래 걸리거든. 그리고 츠무기 너가 이렇게 말을 놓아 달라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배려를 무시하는 셈이 되어 버리잖아."


 츠무기가 말을 놓아 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아마도 쭉 존댓말 하면서 대화했을 느낌이긴 한데, 이렇게 먼저 권유해 줘서 다행이다. 확실히, 말을 놓으니까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츠무기. 그럼 너도 나한테 말 놓을래?"


  "예... 예!?"


 츠무기가 당황하면서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그야, 츠무기는 나보고 말을 놓으라고 했는데, 그럼 츠무기도 나한테 말을 놓아야 하는 거 아냐?"


  "그, 그런! 당신은 저를 어른한테 반말하는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게 예의 없는 걸 시키다니 당신은...!"


  "여기 사무소에도 선배 프로듀서나 사무원 씨에게 반말하는 아이돌들이 있는데, 그럼 츠무기는 그 친구들이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거야?"


  "!! 그... 그건..."


 뭔가 순진한 츠무기를 놀려먹는다는 기분이 들지만, 재밌어서 계속 하기로 했다. 츠무기는 반박할 거리를 생각하는 듯 몇 초간 말 없이 있었지만, 결국 고개를 숙였다.


  "아... 알았어... 말... 놓으면 되잖아..."


 읏, 파괴력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조심스레 하는 반말이 그렇게나 귀여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야...?"


  "그래 그래! 그렇게 편하게 말하면..."


  "...라니! 말도 안돼요! 부, 분명 그 아이돌 분들은 예의 없는 건 아니지만! 내는 그렇게 반말 못한다!"


  "에에..."


 아깝다. 서로 편하게 반말하면 더 친근해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어색함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잘 먹었습니다~."


 본격적인 스카웃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사무소로 돌아가서 마저 이야기하기로 했다. 차를 가져왔으면 좋았겠지만, 차를 두고 와서 츠무기와 함께 사무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걷는 츠무기를 보니 신기했다. 얼마 전만 해도 츠무기를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라며 소망했는데. 이렇게 지금 옆에서 걷고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츠무기는 지금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사람이 츠무기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까?


  "저기..."


  "우왓! 그, 왜?"


  "으음... 왜 갑자기 당황하시는 거죠?"


  "아하하... 별 거 아냐."


 츠무기는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매번 이런 모습을 보여주게 되네. 좀 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말이다.


  "그... 제가 좋은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요?"


  "음?"


  "막상 도쿄로 오긴 했지만, 정말 제가 훌륭한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요?"


 전에 카나자와에서 분명 훌륭한 아이돌이 될 수 있단 말을 해주고 명함을 건네주었던 기억이 났다. 그 말을 듣고 여기까지 온 것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겠지.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무작정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답을 해주면 여기서 꺾여버릴 수도 있다. 츠무기는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할까? 아니, 어떤 말이 필요할까? 몇 초간 잠잠히 생각하니 곧 답이 나왔다.


  "츠무기는 아이돌이 되고 싶니?"


  "네. 저라면 아이돌이 될 수 있단 당신의 말을 듣고 카나자와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도 있잖아, 츠무기가 아이돌이 되면 좋겠어. 그래서 권유한 거고. 나도 츠무기가 훌륭한 아이돌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러니까 옆에서 전력으로 도와주고 응원할 거야. 츠무기가 기쁠 때는 같이 웃어줄 거고, 츠무기가 슬플 때는 같이 울어줄 거야. 츠무기가 훌륭한 아이돌이 될 수 있게, 내 모든 것을 다할게."


 사실, 이건 츠무기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훌륭한 아이돌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최선을 다하겠다, 라고 하는 건 맞는 답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이고, 결국 츠무기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츠무기가 훌륭한 아이돌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프로듀서라는 건, 단지 아이돌들의 일정 조율을 해주고 영업하는 직업이 아니다. 분명 그 이상의 것이다. 아직 프로듀서라고 하기엔 담당 아이돌도 없고, 본격적으로 해당 업무를 해본 것은 아니다만, 프로듀서는 아이돌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노력해가는 사람이다.


  "그, 그렇습니까..."


 츠무기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휙 돌렸다. 대충 '제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지 않나요? 정말...' 이런 대답이 돌아오길 예상했는데 별 말이 없어서 놀랐다. 아마 필요한 대답이 됐으리라. 츠무기에게 필요한 대답은 단순히 낙관적인 전망도 아니고, 냉정한 이 업계의 현실도 아니고, 먼 곳까지 와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단 것이니까 말이다.



  "거의 다 왔어."


 몇 분 동안 걷고 나니 저 멀리에 우리 사무소가 보였다.


  "혹시... 저기 작은 상가 위에, 창문에 테이프로 숫자를 붙여 놓은 곳 말입니까?"


  "아하하... 맞아. 아니, 그렇게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보지 말라고! 이래 봬도 저명한 아이돌들도 많고 하니까!"


  "그, 그렇습니까..."


 우리 사무소가 작은 규모인 건 알긴 알았겠지만, 설마 저렇게 작을 뿐더러 촌스럽게 창문에 숫자를 테이프로 써놨을 것이란 건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츠무기는 그런 것들로 엄청 실망할 사람은 아니지만 뭔가 못 미더워 할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츠무기. 있잖아."


  "네."


  "만약, 우리 사무소에 못 들어오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


 사실, 사장님께 츠무기에 대해 자세히 보고드린 적은 없다. 물론 사장님이라면 믿는다고 하시면서 츠무기를 영입할 수 있게 하시겠지만, 츠무기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보고 싶었다.


  "역시... 역시 그런 것이었군요...!"


  "에?"


  "당신은... 나를 스카웃할 생각도 없으면서 나를 여기까지 불러내고... 이렇게 농락하고...!"


  "에에? 아니 그게..."


  "읏... 역시... 당신이란 사람은..."


  "아냐 아냐! 난 단지 츠무기가 우리 사무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었을 뿐이야. 그럴 게, 츠무기가 우리 사무소를 마음에 안 들어해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는 거잖아. 사무소는 전국에 한 곳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더 큰 곳으로 갈 수 있는 거 아냐?"


  "그, 그건..."


 츠무기는 대답을 못하고 당황했다. 분명 우리 사무소는 큰 편은 아니고, 다른 좋은 곳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을 것인데.


  "다, 당신은 제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건가요? 이걸 제가 꼭 말해줘야 알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에에..."


  "나, 나중에 시간 되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사무소로 가요!"


 츠무기는 그렇게 말하고 사무소 쪽으로 앞서 걸어나갔다.


  "아, 츠무기. 같이 가!"



  "다른 분들은 자리를 비웠을 거고, 이따 사장님 오시면 그 때 면담을 할 거야. 그거 말고 알고 싶은 건 있어?"


 상가 건물 계단을 올라가면서 츠무기에게 물어보았다.


  "아, 아뇨. 딱히 없습니다."


  "여기 처음 오는구나, 츠무기. 나는 츠무기가 여기 오게 되어 정말 기뻐. 분명 다른 사무소 분들하고 아이돌들도 같은 마음일거야."


  "아... 네..."


 누가 봐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그래도 얼마 있다 보면 꽤 풀어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게, 여기 사무소는 정말로 가족 같은 분위기니까.


  "여기야. 여기가 우리 사무소야."


 드디어, 드디어 소망하던 대로 츠무기를 다시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렇게 우리 사무소까지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역시 기적은, 우리 주변에서도 작게나마 일어나는 것이지 않을까? 긴장하는 츠무기를 데리고 우리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어서 와, 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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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3 프로덕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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