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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미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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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2, 2014 23:08에 작성됨.

장기간 무급 휴가를 제출하고 돌연 연락이 두절되었던 프로듀서가 오래간만에 연락을 해오셨어요. 이틀 뒤에 모 병원 앞에서 만나자는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갑작스러운 연락도 연락이었지만, 그보다는 병원 앞이라는 사실이 조금 꺼림직하게 느껴졌어요. 사실 프로듀서가 말도 안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희도 어렴풋이나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 탓에 병이 생기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사실 남성 공포증이 있는 저로써는 프로듀서가 휴직을 하신 뒤 활동이 조금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에요. 리츠코씨와 코토리씨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저 혼자서 활동을 해야할 때가 늘어났기 때문에 남자분들을 대하기 아직은 어려운 저로써는...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는 안되겠죠? 마음을 다잡고 오늘의 활동을 마치기로 해요!
그리고 집에 가서는, 어떤 옷을 입고갈지 결정해야겠어요~♡


장장 이틀동안이나 어떤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고르지 못했어요오... 무난한 옷차림을 차려입고 나가기로 해요.
조금 잠이 부족한 것 같으니, 문하생 분들께 말씀드려 특제 피로회복제를 마시고 왔어요. 프로듀서를 위해 몰래 하나 더 받아온건 비밀이에요. 조금이나마 프로듀서에게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병원 앞으로 향하는 길에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해요. 조금 신호가 가는 듯 했지만 이내 전화를 받으셨어요.
"아, 여보세요?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아니라서 미안. 유키호. 지금 오는 길이야?"
...왜 프로듀서의 핸드폰을 하루카가 받는거죠? 우선은 의문을 가라앉히고 전화를 받아요.
"...응.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아."
"앞으로 30분 정도 남았나. 시간 맞춰서 내가 나갈테니까~"
왠지 상황이 혼란스러워요. 우선은 전화를 끊고, 만나서 생각하도록 하겠어요.

"유~키호~!"
"사무실 밖에서 보는건 오랫만인 것 같네, 하루카."
"그러게. 이런 것도 색다른데?"
"근데 하루카, 그정도로만 변장해도 괜찮아?"
"괜찮아~ 금방 안으로 들어갈거니까."
"안으로?"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이런 쪽으로도 저런 쪽으로도.
"응. 일단은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밖에서, 우리끼리 말할 내용도 아니니."
하루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죠? 무슨 내용이길래 저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점점 불길함이 커져가요. 불안해요오...


P 시점
유키호가 도착하기 전에 잠깐 눈을 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하루카에게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깨워달라고 당부했지만 결국 깨우지 않은 듯 하다. 약속한 시간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아 겨우겨우 눈을 뜨고 잠을 깨본다. 하루카 녀석에게 왜 깨우지 않았냐고 하자,
"프로듀서님이 너무 곤히 잠들어 계셔서... 죄송해요..."
라고 말해 화를 내지도 못했다. 그 모습도 귀여워보여 순간 표정 관리를 못했다. 콩깍지란 무서운 것 같다.
깨우지 않은걸 핑계삼아 유키호의 마중은 하루카에게 맡기기로 했다. 간단하게 주변 정리를 하고, 모자를 썼다.

몸이 약의 효과를 이기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머리가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유동식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됬다. 하루카가 억지로라도 먹기를 종용하지만(그리고 그 하루카의 얼굴을 보고 안먹을 수가 없었다. 뭐? 너라면 저 하루카가 '그래도 드셔야 체력을 유지하죠'라며 안타깝게 쳐다보는데 안 먹을수 있겠냐?) 결국 대부분은 다시 게워내는 일이 반복되었다. 진통제 탓에 황달 증세도 있다고 한다. 매일 매일이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옆에 있는 하루카 덕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최소한으로 일을 줄이고 곁에 머물고 있는 하루카에겐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한창인 아이돌을 내 사정으로 인하여 내 옆에 붙잡아두고 있다보니 프로듀서로써, 한 사람의 남자로써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물론 그런 기색을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프로듀서님? 제가 프로듀서님을 간병하고 있는건 전적으로 제 선택이니까요! 프로듀서님이 고민하실 필요는 없어요?"
라고 말한다. 하하, 요 녀석. 아무래도 난 잡혀살 운명인 것 같다.

그 앞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아이 둘의 도란도란한 대화가 복도를 울린다. 유키호가 도착한 것 같다. 
"프로듀서님! 유키호 왔어요."
"프로듀서!"
문 앞에서 잠시 멈칫한 유키호가 갑자기 안겨들어온다. 하루카, 노려보지 말아줄래?
"프로듀서! 프로듀서! 으앙!"
이럴줄 알았지만, 결국 유키호는 보자마자 울어버렸다.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루카에겐 나중에 사과하도록 하자. 대체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죄, 죄송해요오..."
한참을 울고 난 뒤, 유키호가 사과했다.
"별로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죄, 죄송해요오..."
사과에 사과를 더하지 말아줄래?
"죄송...읏..."
이러다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으니 화제를 돌리자.
"왜 갑자기 운거야?"
돌린게 아닌가?
"그, 그게... 오랫만에 보는 프로듀서가 입원해있다는 이야기를 들은데다, 환자복까지 입고계셔서... 어디가 많이 안좋은건가 하고..."
뭐 틀린 추측은 아닌데.
"그리고 하루카가..."
하루카가 뭐?
"아, 아니에요오..."
정말로 화제를 돌릴 때가 된 것 같다.
"요즘 아이돌 활동은 어때?"
"리츠코씨도 코토리씨도 많이 도와주시고, 사장님도 직접 열심히 움직이고 계시니까요. 아와와, 그, 그래도 프로듀서가 있을 때보다는 스케줄 관리가 더 안되는 것 같아요? 에? 아니, 그게 아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니까 진정해, 유키호.
"그래도 역시 프로듀서가 있을 때가 가장 안심되는 것 같아요."
유키호...
"후루사토 마을에서의 미니 라이브 기억하시나요?"
응, 기억하고말고. 뭐니뭐니해도 내가 가져온 첫 일감이었으니까. 엉망이었지만...
"후후, 남성 공포증때문에 정신없어 하던 저를 붙잡아주신게 바로 프로듀서였죠."
청년단 분들이 많이 당황스러워 하셨지...
"그, 그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오..."
유키호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어.
"저도 프로듀서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지금은 이누미가 달려들어도 방어해낼 수 있게 되었지만.
"네에네에, 소외된 저는 마실 거라도 가져올께요."
"아하하, 미안. 하루카. 부탁할께."
승리자의 여유라고 생각해주렴, 이라고 하루카만 들을 수 있도록 덧붙여주었다.
"...치사하다구요, 프로듀서님."
"그 라이브에서, 프로듀서가 절 잡아주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데..."
"남성 공포증을 극복하게 된 것도, 그리고 지금처럼 활동하게 된 것도 전적으로 프로듀서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생각해주면 나는 고맙지만, 기본적으로는 유키호가 아이돌로서의 재능이 있고, 그걸 발전시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야. 전적으로 내덕이라니, 그건 나도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인걸?"
"그래도 그걸 발전시켜주신건, 이끌어내주신건 프로듀서니까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고마워, 라고 말하고는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준다.
하루카가 가져온 주스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물론 주로 일에 대해서 밖에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하루카에게서 듣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들이기에 신선하게 느껴진다. 유키호는 주로 연극이나 드라마쪽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으니까. 만담가인 하루카와는 다르게.
"누~가 만담가라고요? 프로듀서니임?"
아프니까 볼은 잡아당기지 말아줄래? 일단은 나 환자라고?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던 유키호가, 결심한 듯 심호흡을 한다.
"프로듀서. 묻고싶은게 두 가지 있는데요."
올게왔다 생각한 나 역시 자세를 가다듬는다.
"응. 뭔데?"
"왜 입원하신거에요? 프로듀서?"
이쪽이 먼저인가. 어찌보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무섭거든. 주로 유키호의 아버지가.
"음..."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참에, 유키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많이 안좋으신건가요."
"응."
"사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요. 류구코마치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 전원의 프로듀스라니. 퍼스트 라이브 전까지야 그리 일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해도, 그 이후에 일거리가 많아졌음에도 프로듀서 혼자서 모든 인원을 프로듀스하셨으니까요."
...그렇긴하지. 그렇다고 내 연봉이 그에 맞춰 폭증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과로 탓인가요?"
"...아마 그것도 한 원인일거라고 생각해."
"그럼 그냥 단순한 과로는 아니라는 말씀이시네요."
"응..."
또 다시 침묵이 흐른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말을 꺼낸다.
"암, 이라고해."
" "
한 순간 유키호가 숨을 멈춘다.
"우선 시한부 3개월이라고 하는데..유키호? 유키호!"
뒤로 넘어가는 유키호. 벽에 부딪히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하루카가 붙잡았다. 아이고, 맙소사. 예상하긴 했지만...


"으음..."
"정신이 드니? 유키호."
"여긴..."
"갑자기 쓰러져서 깜짝놀랐다고, 유키호."
"응. 미안. 하루카."
"아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죠? 프로듀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까의 이야기를 계속하길 재촉하는 유키호.
"...나, 3개월밖에 못살아."
"잘못들은게 아니였네요오..."
리츠코도, 오토나시씨도, 하루카도, 아즈사씨도 그랬지만, 정말 이야기 꺼내기 힘들다. 폐부를 쥐어짜내야만 간신히 목소리가 나올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설령 내가 죽더라도.
"잠깐 동안이지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언제?"
"정신을 잃고 있을 때요."
"유키호..."
하루카가 유키호의 등을 토닥여준다.
"아니, 꿈을 꾸었던 것 같아요."
"무슨 꿈?"
"벚꽃놀이를 했을 때의 꿈요."
아, 그 때. 아즈사씨가 취해서 아미마미를 데리고... 난리였지.
"그런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함께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시간이.
765프로덕션에 와서 정말 즐거웠다고 생각해요. 후루사토 마을에서의 미니 라이브도, 모두가 함께했던 해변에서의 추억도, 퍼스트 라이브도, 세컨드 라이브도.
그렇게 모두와의 시간이 스쳐지나간 것 같아요."
역시 시를 쓰는 아이는 뭔가 다르구나...
"우우... 놀리시는거죠? 지금?"
아니야, 절대로. のヮの
"우으... 역시 저 같은 아이는... 저 같이 빈유에 땅딸막한 아이는..."
저기, 유키호? 여기 병원이야?
"구멍파고 파묻혀 있을께요오─!"
삽질무쌍을 시전하려던 유키호를 간신히 말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혔다. 위험했어.
"정말로, 3개월밖에 안 남은건가요."
"응. 조금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은 3개월."
"프로듀서가 그 추억 속에서 빠진다니,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오..."
"미안."
"우우...프로...듀셔..."
결국 유키호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심장이 아프다.
"후로듀셔, 저 잘할테니까... 죽지마세요오... 저 혼자 두고 가지 마세요오..."
미안...
"히끅, 저 이제, 구멍도 안파고, 잘 할테니까... 일도 더 열심히 할 테니까... 푸로듀셔..."
하루카도 고개를 돌려버렸다. 지금의 유키호는 너무 슬퍼보여서 차마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마무리지어야 하는 일이다. 유키호의 머릴 쓰다듬으며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한다.
"유키호."
"히...윽...네..."
"유키호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어려운 일을 넘겨왔어. 그렇지?"
"네..."
"무서운 남자들 사이에서도, 개가 지켜보는 와중에도 미니 라이브를 성공시킨 걸 시작으로 말이야."
"네..."
"퍼스트 라이브 때도 몇 번이나 넘어지고, 따라가기 어려운 댄스도 성실히 연습해서 성공시켰고."
"네에..."
"지금은 어엿한 한 사람의 아이돌로써 반짝이고 있어."
"..."
"그렇기 때문에, 유키호는 지금의 자리를 유지할 의무가 있어."
"의무요?"
"아이돌은 팬들의 희망이 되는 아이야. 자신 대신 반짝거리는 아이돌들을 보면서 팬들은 열광하고, 자신을 투영하고, 소망하지. '희망'을 보는거야, 너에게서."
"희망..."
"그런 빛나는 아이돌이, 이렇게 울어서야 되겠어?"
"그치만, 프로듀서가 없는 자리는..."
"필요없다고 말하면 정말로 화낼거야."
"히끅..."
"지금의 유키호는, 과거의 유키호에서 이어져온 노력의 결정이야. 그걸 부정할 셈이야?"
"아, 아니요오... 그건 아니지만..."
"유키호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꺼야. 옆에서 지켜본 내가 보장할께."
"그치만, 그치만..."
"내가 없어도, 잘 할 수 있을거야. 유키호는."
"으아아아아앙!!!"
결국은 울려버렸다.


"이제 좀 진정이 됬니? 유키호?"
"네에..."
"응, 그래."
빨갛게 부어오른 두 눈을 보며 빙긋 웃어주었다.
"프로듀서."
"응?"
"저, 열심히 할께요."
"그럼. 그래야지."
"그래서 프로듀서가 나중에 보시더라도 '아, 내가 왜 유키호의 프로듀스를 끝까지 하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들거에요."
꼭 그렇게 됬으면 좋겠구나.
그리고는 마주보고 웃었다. 역시 유키호는 웃는 얼굴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요, 프로듀서. 한 가지 질문이 더 있는데요."
묻고 싶은건 두 가지라고 했지. 으, 올 것이 왔구나.
"프로듀서는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나요?"
"그, 그게..."
"네엣─! 모두 무시하고 있었지만 옆에 계속 있었던 하루카씨입니다─!"
"하, 하루카..."
이녀석, 결국 끼어들어버렸어...
"헤에... 하루카였던건가요..."
저기? 유키호씨? 눈에 하이라이트가 사라졌는데요?
"다들 프로듀서가 갑자기 휴직을 신청해서 혼란스러워 하는데... 혼자서만, 아니지. 둘이서만 알콩달콩하고 있었던거네요오..."
유키호? 일단 내 말을 들어보겠니? 오해야. 그건.
"오해라뇨오...? 천천히 들어보도록 할까요오...? 땅.속.에.서."
히익...!
"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지만..."
으...응?
"어차피 프로듀서의 선택은 하루카였던 것 같고, 지금와서 프로듀서님에게 뭔가 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나요..."
휴, 다행이다.


"그러니 프로듀서."
"남은 시간, 최대한 추억을 만드시길 바라요."
"지금까지 쌓아온 추억도,"
"앞으로의 추억도,"
"한가득, 만들고 가져가시길 바랄게요."
"저'만'의 추억이 아닌건 아쉽지만"
"프로듀서,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감사합니다!"

───────────────────
유키호편을 빙자한 하루카의 턴─!
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상 무리...

몇몇 아이돌을 패스해야하나 생각 중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코토나 타카네는 에피소드를 끌어내기가 어렵고,
아미마미나 야요이의 경우는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도 깝깝한 상황이고,
치하야의 경우는 아예 트라우마급이니...
우선은 이오리와 히비키편을 쓰면서 생각을 해보겠지만, 
아마 그쯤에서 마무리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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