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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올리는 치하야 생일축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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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6, 2023 09:46에 작성됨.



내일은 제 생일입니다. 생일이 딱히 그렇게 반갑거나 축하할 만한 날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조금은 그렇기야 합니다. 그야, 생일이 기뻐지고 생일에 의미가 생기기 시작한 건 축하해주는 사람이 생겨서니까요.

 

기념이란건 계속하여 의미를 두고 기려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전의 전 제가 앞으로 갈 길에만 의미를 뒀지,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한 사람에게는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스스로를 기릴 힘도 의지도 없었으니까요.

 

꽤나 몰려있었기에 키사라기 치하야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을 떠올리기엔 좀 무리가 있었습니다.

 

"프로듀서. 내일이 제 생일인건 알죠?"

 

"당연히 알지."

 

제가 765프로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적. 프로듀서는 제가 생일이라는 말도 안 했는데 먼저 저에게 와서 선물을 줬었습니다.

 

"그런데 별일이네. 치하야가 먼저 이런 말을 다 하고."

 

"아뇨. 그냥... 기억하고 있나 궁금해서요."

 

"기억 못하면 내가 니 프로듀서겠니. 걱정 말아."

 

프로듀서에게 처음 생일선물로 받았던건 cd 플레이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앨범들도 같이 줬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프로듀서는 제가 mp3같은 기계를 잘 못 다룬다는 걸 알아서 상대적으로 더 사용하기 쉬운 cd플레이어를 선물로 줬던 것 같습니다.

 

당시의 전 그런 건 생각 못했는데, 이제 전 스스로를 볼 시간이 생겼고, 그래서 지금은 깨달은 거죠.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사람은 기계를 잘 못 다루는구나.

 

그렇게 프로듀서에게 선물도 받고, 하루카가 케이크를 사와서 사무소에서 다같이 파티도 열었어요. 하루카에겐 수제 쿠키를 받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 먹으려고 했는데, 양이 많아서 다 먹진 못했어요.

 

전부 잘 기억나요. 그 이전의 생일은 기억이 안 났었어요.

 

전 주머니에서 그때 받았던 cd플레이어를 꺼내서 프로듀서에게 줬어요.

 

"자. 다 썼으니까 돌려드릴게요."

 

"이거..."

 

"네. 프로듀서가 맨 처음으로 저에게 줬던 생일선물이에요."

 

"줘도 괜찮아?"

 

"안 망가졌으니까 괜찮아요."

 

"고마워!"

 

cd플레이어가 필요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 다른 기계를 써보기도 해야죠.

 

저도 성장했지만, 765프로도 어느새 성장해서 이제 새로운 컨셉의 이벤트도 시작했어요. 생일인 아이돌이 자신의 솔로곡 라이브 무대를 시연하는 이벤트요. 일명 생일 라이브.

 

그 때도 생일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뭔가, 숙제가 생긴 느낌이랄까요.

 

노래할 땐 듣는 사람도 노래하는 사람만큼이나 중요해요. 이전까지의 내가 보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어떤 사람인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앞으로는 제가 다른 사람이 보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어떤 사람일까를 봐야 했어요.

 

다른 사람이 보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보는 키사라기 치하야는 어떤 사람인가.

 

종합하자면,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어요.

 

"저도 고마워요. 생일 라이브, 힘낼게요."

 

그래도, 어렵지는 않았어요. 제가 본 키사라기 치하야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 바로 곁에 있었으니까요.

 

프로듀서가 본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사람은, 처음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인연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루카가 본 키사라기 차하야라는 사람도, 없어서는 안 될 친구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동료들이 본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사람은, 정말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겠죠. 제가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다른 사람들, 팬분들이 보기에도 저는 응원하고 싶고,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고, 마음에 활력을 주는 사람이겠죠. 제가 노래를 동경했듯이.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사람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오더라고요.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는, 늘 움직이고, 변화하고, 개선하는 사람입니다. '나' 라는건 늘 변하니까요.

 

아무리 앞이 막혀있는 듯이 보여도, 움직일 곳이 없는 듯이 보여도, 사실 정체란건 없다는 걸 느꼈어요. 사람은 늘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어디로든 가게 되어있고, 어디로든 도착하게 되어있고, 그 도착지에서도 움직여서 또다시 어디론가 가게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의 키사라기 치하야는 그걸 몰라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다가 넘어지려고 몇번이든 휘청거렸어요. 그런 절 프로듀서도, 하루카도, 동료 멤버들 모두가, 그리고 팬 분들이 잡아줬어요.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는 앞에서 말한 것들을 알고 있고, 스스로 깨닫게 된 사람이에요.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가 누군지 보여주는 건 다른 문제지만요.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는 이것을 노래로, 무대로, 전부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인가는 내일 밝혀질 거에요. 그래서 숙제라는 생각이 드는 거고요.

 

하지만, 전 그 숙제의 시작을 간단한 한 마디로 바로잡을 수 있었어요.

 

"당신이 프로듀서라서 다행이에요."

 

일단 이 한마디만으로, 전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가 어떤 사람인지에 답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라이브 결과 멘트가 '이것이, 지금의 키사라기 치하야입니다.' 라고 멘트를 하더라고요.

 

그냥 들으니까 너무 뽕이 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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