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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랑 슈퍼문 보러 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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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7, 2023 14:00에 작성됨.

"프로듀서. 오늘은 일이 얼마나 바쁜지요."

 

"그냥 평소랑 비슷해."

 

"평소처럼 바쁘다는 말은 말고, 일이 언제 끝날 것 같은지 말해주십시오."

 

"글쎼... 그냥 지금 바로 퇴근해도 되긴 하는데."

 

오늘은 희소식이 있습니다. 프로듀서가 과중한 업무에 짓눌리지 않는다는 것도 좋은 소식이고, 제가 오늘도 프로듀서와 새로운 나날과 일상을 같이 보내고 있다는 것도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대는 오늘 거대한 달이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거대한 달? 슈퍼문 말이야?"

 

"네."

 

슈퍼문. 달이 가장 지구와 가까운 시점에 달이 만월이 되면 달이 크게 보입니다.

 

사람들은 슈퍼문이라고 부르지만, 가족들이 늘 이런 날을 거대한 달의 날이라 불렀기에, 저 또한 거대한 달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오늘 그 거대한 달을 보러 가지 않겠습니까."

 

"달이야 평소에도 늘 보지만, 슈퍼문이라. 오늘 보는 달은 많이 특별한 느낌이 들려나."

 

"분명 그럴 것입니다. 저에게도 오늘같은 날은 정말로 특별하고도 커다란 달이 한번 보고 싶은 날이지요. 물론 그대와 함께."

 

"하하. 낯간지럽게. 그럼 준비할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네."

 

전 사무소 밖에서 프로듀서를 기다렸습니다. 프로듀서는 늘 입던 정장을 좀 더 단정히 갖춰입고 사무소 입구로 나왔습니다.

 

"타카네. 좀 오래 기다렸지?"

 

"하하. 아니요."

 

"그럼 다행이네. 그럼 달구경하러 어디로 갈까?"

 

"절 따라와주십시오. 제가 마음에 담아둔 좋은 장소가 있으니."

 

전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걸어나섰고, 이윽고 함께 전철에 탔습니다. 제가 가려는 곳은 나름 오래 걸리긴 하지만, 전철을 타면 그렇게까지 먼 곳은 아닙니다.

 

프로듀서는 제가 마음에 담아둔 장소가 도쿄 타워도 아니고, 경치가 좋은 언덕 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가 좋아하던 야경이 잘 보이는 라멘 가게도 아닌듯 해서, 뭔가 의아한 눈치였지만 절 계속 따라와줬습니다.

 

"자. 거의 도착했습니다."

 

"여긴 버스터미널인데?"

 

"네. 그리고 제가 도쿄에서 가장 처음으로 발을 딛어본 곳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거대한 달의 날에, 이 곳에, 저의 고향과 가장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터미널 근처에 있는 공원 벤치에서 야경을 보자니. 뭔가 로맨틱하기도 하고 신선한데."

 

"후후. 그럼요. 하지만 제가 여기로 온 이유는 낭만뿐만이 아니랍니다. 제 여정이 여기서 시작되었기에, 이렇게 억지를 써서라도 그대를 여기로 데려오고 싶었습니다."

 

"그랬구나..."

 

"거절하지 않고 여기까지 함꼐 와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하. 고마울거까지야."

 

"여기까지 따라오신 것에 대한 보답으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달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괜찮은지요."

 

"물론이지."

 

전 공원 벤치에 프로듀서와 함께 기대어 앉았습니다.

 

달은 언제 어떻게 바라보아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더 각별한 모습입니다. 제가 정말로 애정하는 그대를 만나게 해준 여정의 시작, 그 시작의 날에도 달은 이렇게나 커다랗고 환하게 빛났으니까요.

 

"달이 정말 아름답다는 말의 저의를, 그대는 알고 있지요?"

 

"으, 응..."

 

"그런 의미에 개의치 말고 한번 말씀해주십시오. 지금의 달은 아름다운가요?"

 

"아름다워. 무척이나."

 

"다행이군요."

 

밝게 빛나는 달. 늘 떠오르는 달...

 

그 달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그대라면 알아줄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저는 그대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로듀서, 지금부터 제 말을 듣고, 제 말을 잘 따라주세요."

 

"알았어."

 

"프로듀서, 달이 더 크게 보일 만큼, 눈 앞이 달로 꽉 찰 만큼 달을 바라봐 주세요."

 

저도 이 말을 하면서 눈 앞이 달로 꽉 찰 만큼 달을 바라봤습니다.

 

"그렇게 달을 바라봤으면, 눈을 감아주세요."

 

그리고, 프로듀서의 손을 꼬옥 잡고, 프로듀서를 달로 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때요. 눈을 감았는데도, 앞이 계속 은은하고 환한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어, 어떻게 된 거야 이거?"

 

"후훗. 아직 놀라기는 이르답니다. 이제 눈을 떠 주세요."

 

프로듀서와 저의 눈 앞에는 말 그대로의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온 사방이 태양의 빛을 받아 환한 광휘를 내보이면서도 눈이 부시지 않고,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도 없으며, 푸르게 우거진 초목도 없는, 저와 그대만의 숨결만이 함께하는 별천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늘 침착하고 의연하던 그대라도, 이번만큼은 눈 앞의 풍경에 진심으로 감화되어 저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있었습니다.

 

"우와...!"

 

"어때요. 정말 아름답지 아니한지요."

 

"응...! 정말로 아름다워!"

 

"마음에 들어해 주셔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그런데 슈퍼문이라고 이런 신기한 일이 짠 하고 일어날 것 같진 않은데..."

 

"후훗. 거대한 달의 날에 일어나는 기적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자.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발걸음을 한 발짝씩 디뎌보지 않겠습니까."

 

프로듀서는 저의 손을 잡고 먼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떤가요. 몸이 좀 더 가벼워진 느낌이 들지 않으신지요."

 

"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는 한번 팔짝 뛰면, 저 짙은 밤하늘까지 손이 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답니다."

 

"정말로?"

 

프로듀서는 그 말을 듣고는 한번 무릎을 웅크리고 크게 뛰어올랐습니다.

 

제가 말했던 대로, 프로듀서는 저 짙은 밤하늘이 손에 닿을 것만 같이 높은 곳까지 날아올랐습니다.

 

"우, 우와앗!"

 

프로듀서는 곧장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지 버둥댔지만, 전 그렇게 버둥대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는 프로듀서를 받았습니다.

 

"타, 타카네... 고마워."

 

"그대가 이렇게까지 당황해서 허둥대는 모습은 참 오랜만이군요."

 

"저, 그, 무겁지는 않았어?"

 

"걱정하지 마세요. 그대는 그렇게 무거운 사람이 아니랍니다."

 

"아, 하하하..."

 

제가 마코토를 가볍게 제압한 일이 떠올랐는지, 그대는 가볍게 웃어보였습니다.

 

"그대. 밤하늘에선 무엇이 보였나요."

 

"뭐가 보였냐고? 어, 당황해서 딱히 아무것도 못 봤는데."

 

"그럼 이번엔 앉아서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엇이 있는지 찬찬히 둘러보도록 해요."

 

프로듀서는 저의 말을 듣고 고개를 하늘로 향했습니다.

 

거대한 발광 장치도, 형광등도 없고, 네온 사인도 없는 이 땅의 밤하늘에서 보이는 별들은 더 밝고 찬란합니다.

 

"저 별들이 참으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지 않나요?"

 

"그러게... 엄마가 옛날에는 밤이면 어디에서도 별이 잘 보인다고 했는데, 이런 느낌일까."

 

"후훗,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좀 더 만끽하지 않겠습니까."

 

그대와의 시간을 더 낭만있게 보내고 싶어서기도 했지만, 이 밤하늘을 좀 더 만끽하다 보면, 그대는 제가 정말로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전 밤하늘을 좀 더 만끽하자고 했습니다.

 

거대한 달의 날엔, 정말로 아름답고도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 타카네. 저기 보이는 저 푸른 별...!"

 

"네. 푸른 별. 그 푸른 별이 정말 아름답지 아니한가요."

 

"뭔가 달보다도 훨씬 크고 빛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네. 정말로 크고 아름다운 별이지요."

 

그리고, 저는 이런 날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을 그대에게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별을 동경해서, 그리고 그것이 운명이었기에, 전 이 땅에 있는 모두와 떨어져서 그 별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겉모습과는 달리, 그 별은 저의 생각보다 훨씬 춥고 어둡던 것이 아닙니까."

 

"외로웠겠네."

 

"네. 무척이나 외로웠답니다. 저의 곁에 있던 모두들과 완전히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이 절 버티게 해주었어요. 그러다가, 저의 삶에, 저의 궤적에 누군가가 나타났답니다."

 

전 그대를 향하여 고개를 돌렸습니다.

 

"팬들에게서 환호성을 받고 사람들부터 유명세를 얻었지만 늘 항상 외로운 누군가에게 또다른 누군가가 묻더군요. 나와 함께하고 싶지 않냐고. 저는 그 순간 다시 떠올렸답니다. 내가 이 푸른 별로 온 것은 운명이 맞다는 것을요."

 

"타카네..."

 

"그렇기에, 이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을, 당신만큼은, 꼭 봤으면 했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생면부지인 남을 그렇게까지 믿어주고, 지금까지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그대는 저를 꼬옥 안아줬습니다.

 

이곳이 참으로 빛나는 곳이라도, 제가 살던 곳이라기엔 이미 너무 변했고, 저와 함께 있던 이들도 더이상 여기엔 없답니다.

 

그런 곳이라도, 그대가 이곳에 있으니 참으로 마음이 가득 찬 느낌이 드는 것이. 고향이란 단어가 주는 울림은 정말 큽니다.

 

더욱이, 당신과 함께라면 말입니다.

 

"그나저나, 타카네가 말한 저 별. 정말 아름답고, 크구나."

 

"오늘같은 날에 지구 위에서 달이 크게 보이듯이, 달 위에선 지구도 그렇게나 크게 보이는 법이랍니다."

 

"그럼 여기가 달 위라는 거야?"

 

"후훗. 마음대로 생각해 주십시오."

 

당신에게 정말 보여주고 싶은 풍경도 보여주었고, 이제 슬슬 시간이 흘러가고 있으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전 당신을 다시 모실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슬슬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시간이라니?"

 

"그대. 저의 손을 꼭 잡아주세요."

 

그대는 아무런 말 없이 저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까 달을 봤던 것 처럼, 저 푸른 별을 바라봐주세요. 눈앞이 푸른 빛으로 가득 채워질때까지요."

 

"알았어."

 

"그 푸른 빛이 눈 앞을 가득 채웠으면, 그대로 눈을 감아주세요."

 

눈을 뜨면 안 되냐는 질문을 할 법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그대는 절 진심으로 믿고 있는지 그런 말을 한 마디도 안했습니다.

 

"자. 눈을 감아도 눈 앞이 푸른 빛으로 가득하지요?"

 

"응..."

 

"자. 눈 앞의 푸른 빛이 계속 진해져서 눈 앞이 하얘진다 싶으면, 눈을 떠 주십시오."

 

프로듀서는 눈을 감고,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다가, 마침내 터미널의 벤치 위에서 눈을 떴습니다.

 

"저, 타카네."

 

"네."

 

"방금 전 그거... 그, 타카네랑 함께 갔다 온 거기 말이야..."

 

"함께 갔다니요? 그대는 저랑 같이 여기 계속 앉아있지 않았습니까. 혹여 꿈이라도 꾼 것이 아니온지?"

 

"그런가?"

 

"하지만, 달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그대가 꾼 꿈이 상당히 기분좋은 꿈인듯 보이는군요."

 

"꿈... 인가. 타카네랑 같이 달에 가서, 함께 지구를 바라보는 꿈을 꿔가지고."

 

"상당히 낭만있는 꿈이군요. 꿈 속에서도 절 생각해주셨다라... 후후훗."

 

"그, 오늘 좀 피곤했나봐. 중간에 자버려서 미안해."

 

"아니에요. 그대가 행복했다면 다행입니다."

 

"그래. 그, 고마워."

 

그리고, 그대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앞으로도 나랑 함께 있어 줄래?"

 

"물론이죠. 그대."

 

늘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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