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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너 하나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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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5, 2023 21:24에 작성됨.

765 프로덕션, 오늘도 밀리언 캐스팅은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든 프로듀서들은 각자의 아이돌에게 어울리는 배역에 표를 쏟아붓고 있고, 몇몇 배역은 이미 확실시된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저도, 스바루에게 사촌 역을 주기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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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첫 로그인 시 받는 투표권 3장과, 데일리 미션의 보상으로 받은 투표권 5장, 총합 8장의 투표권을 스바루의 사촌 역에 쏟아부은 뒤, 저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하아...”

투표는 항상 물심양면 스바루에게 쏟아붓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으로만 봐도 특정 배역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아이돌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스바루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

“젠장...”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면서 걸어가는데,

“어~이! 프로듀서!”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목소리, 정말로 익숙하고도 반가운 목소리가 저의 걸음을 멈춰 세웠어요.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스바루가 걸어오고 있었죠.

“아, 스바루. 안녕.”

“프로듀서도 투표하고 오는 거야?”

“응. 오늘도 스바루에게 투표했어.”

“정말? 고마워, 프로듀서! 역시 믿고 있었다고!”

“아무것도 아냐. 스바루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말하며, 저와 스바루는 같이 길을 걷어갔습니다.

“오늘도 [현대 전기 공포]의 사촌 역에 투표해준 거야?”

“당연하지.”

“왜 그렇게까지 사촌 역에 집중하는지, 이유가 있는 거야?”


“그게 스바루에게 가장 어울리는 역일 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


사실, 제가 스바루에게 사촌 배역을 주겠다고 결심한 건 어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이건 스바루가 잘 어울릴 것 같다!’

하는, 단순한 영감 때문이죠. 저는 그런 영감에 고무되어 일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스바루를 무척이나 아낍니다. 저의 유일한 담당 아이돌이고, 언제나 저를 잘 따라주는 스바루이기에, 더욱 노력해서 스바루에게 멋있는 배역을 주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스바루를 위해서’ 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글쎄.”
“우리 스바루에게 그 배역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서라고나 할까.”


단지 그뿐입니다. 특별히 견제하는 아이돌도 없고, 또 제게 있어서 스바루 한 명이면 되니까요.

“프로듀서도 알다시피, 이번 투표는 말 그대로 테마의 이름과 등장인물, 그리고 소개문만 나왔어. 그 외에 다른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구.”
“그런데도 프로듀서는 나에게 계속 투표해주는 거야?”


맞는 말입니다. 만약 이번 작품들의 스토리를 알 수 있었다면, 하다못해 어느 정도의 설정이라도 더 공개되었다면, 그랬다면 부족한 실력으로 응원용 축전이라도 한 장 그렸을 텐데, 공개된 정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축전도 쉽사리 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공개해주지. 연성이 불타오를 수 있게.

“그 역시 물론이지.”
“비록 공개된 것은 없을지라도, 공개되기까지는 우리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스바루, 너는 알고 있어? 스토리가 어떻게 된다던가 말이야.”

“아니, 우리도 몰라. 애초에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낙점된 아이돌 및 스태프들에게만 대본을 준다고 하니까.”


생각해보면 그렇긴 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인데 아무한테나 대본을 줄 리가 없겠죠.
게다가 혹여 스포일러라도 일어나서 인터넷에 정보가 뿌려지기라도 한다면, 각본가는 촬영 시작도 전에 대본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할 판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낙점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시나리오를 들려줄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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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대화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제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들어가는 거야, 프로듀서?”

“응. 일단 사무실에 도착했으니까.”

“나도 같이 들어가도 괜찮아?”

“딱히 문제될 건 없는데...왜 그래?”

“프로듀서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게다가 프로듀서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안색이 좋지 않다니.
저는 스바루 앞에서 안색이 나쁘게 보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스바루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제대로 숨기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스바루가 눈치가 빠른 걸까요?

“내 안색이 안 좋아 보여?”

“많이 안 좋아 보여. 무슨 일 있어, 프로듀서? 어디 아파?”

“...사실 말하자면 조금 길어. 들어와.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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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저는 코코아와 다과를 가지고 스바루의 앞에 놓았습니다.

“아, 땡큐, 프로듀서!”

그 말과 함께, 저는 자리에 앉았죠.

“...내 안색이 안 좋아보였어?”

스바루는 코코아를 한 모금 홀짝 마시더니, 이내 컵을 내려놓고 대답했습니다.

“꽤 어두워 보였지. 무슨 일 있어?”

“음...이야기하자면 조금 길다고 해야 할까...”

“설마 이번 밀리언 캐스팅 투표 때문에 그런 거야?”


그 말에, 순간 숨이 막혔습니다. 거기까지 알고 있었던 거야?!

저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스바루가 대답했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내가 설령 배역을 따지 못한다고 해도 난 아쉽다거나 미련이 남는다거나 안 하니까.”

분명 스바루라면 그럴 겁니다. 원래부터가 다소 털털한 성격이고, 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배역을 따주는 게, 프로듀서로서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바루에게 배역을 따주지 못한다면, 그건 필시 저의 노력이 부족해서일 것이고, 또 스바루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바루는 배역을 못 따도 크게 슬프지 않은 것 같네.”

“그렇지 뭐. 이번엔 운이 안 좋았구나, 생각할 뿐이지.”

“...난 안 그래.”

“프로듀서는 그렇지 않다고? 어떤 의미야?”

“난 말이지...이번 밀리언 캐스팅에서 스바루, 네가 배역을 얻지 못하면, 너무나 슬플 거야. 자괴감과 괴로움에 빠져서, 당분간은 제정신이 아니게 되겠지.”


“배역을 따는 사람은 나인데 왜 프로듀서가 힘들어하는 거야...”

“만약 내가 배역을 따는 거였다면, 설령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다지 슬프지 않았을 거야. 연기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으니까.”
“하지만 스바루, 너는 내가 제일 아끼는 담당 아이돌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응원해주고 싶어. 그런 네가 배역을 얻지 못한다니, 생각만 해도 싫어.”

“내가 배역을 얻지 못하는 게 그렇게 슬플 일이야?!”

“말이라고! 난 스바루가 다시 한번 연기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어.”


열변을 토했습니다. 스바루가 왜 배역을 얻어야 하는지, 또 그러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실 투표권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유료 쥬얼로 가챠를 돌릴 수도 있고, 또 데일리 미션을 완료해서 표를 받는 방법도 있지.”
“그렇게 해서 투표권을 많이 확보해둔 다음, 그걸 모두 스바루 너에게 쏟아부으ㅁ”


“그만 해, 프로듀서.”

제가 말하고 있는 도중, 스바루가 저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딱 잘라 말했죠. 그만하라고.
스바루의 이 말에,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스바루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니까요.

“왜 그래, 스바루?”

“...프로듀서, 나를 위해주는 마음, 그건 정말로 고마워. 프로듀서의 마음 덕분에, 나는 행복하게 아이돌 생활을 할 수 있어.”
“하지만, 무리해서까지 이러는 건 사양이야. 그건 역설적으로 날 위하는 게 아니라고.”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스바루?”

“만약에 말이야. 프로듀서가 방금 말한 것처럼, 무리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은 투표권을 전부 나한테 투표해서, 내가 사촌 역을 얻었다고 가정해볼게.”
“그렇게 얻은 사촌 역이라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프로듀서를 무리시켜서 얻은 배역이라면, 내가 기쁠 거라고 생각해? 단 한 번을 위해 프로듀서의 모든 걸 다 던져서 얻은 역할이라면,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연기에 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전혀 그렇지 않을 거야.”
“오히려, 마음 아파서 연기에 집중도 잘 안될 거고, 프로듀서가 무리해서 따다 준 배역이라는 생각이 부담으로 변해 온종일 내 마음을 짓누를 거고, 결국 이번 밀리언 캐스팅은 결코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 거야.”
“프로듀서는 내가 그러기를 바래? 프로듀서의 무리 때문에 내 작품이 부담감으로 가득하기를 바래?”
“...아니잖아, 프로듀서. 프로듀서도 내가 행복하게, 즐겁게 작품에 임하는 걸 원하잖아.”


스바루의 말은 하나부터 끝까지 틀린 것 하나 없었습니다.
지금껏 ‘스바루를 위해서’라는 슬로건 하에 지금까지의 투표를 진행해왔지만, 정작 스바루에게는 제가 계속 무리하는 것처럼 보였던 겁니다. 스바루를 위해 더 열심히 표를 모으고, 스바루를 위해서 더 열심히 투표하고, 스바루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해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지만, 정작 스바루에게 있어서는, 제가 스스로 그녀에게 풀 수 없이 무거운 족쇄를 채우는 꼴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프로듀서, 나를 위해서 배역을 따내려는 것 맞지?”

“물론 스바루를 위해서지. 다른 이유가 있으려나?”

“정말로 나를 위해서야?”


이 질문에, 저는 마치 정곡을 찔린 듯 가슴이 쓰려왔습니다. 분명히 스바루를 위해서인데, 그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을 텐데.

“...네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응. 뭐, 그냥 내 추측이긴 하지만 말이지!”

“네가 아니면, 무엇 때문에 내가 움직이는 것 같아?”

“음...프로듀서의 욕망?”

“내 욕망이라는 게 무슨 뜻이야?”


“음, 그러니까...이런 느낌이랄까.”
“프로듀서의 목표는 ‘그 배역을 맡은 나가요시 스바루’ 인 거야.”
“즉, 프로듀서의 목표 끝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필요한 거지.”


순간적으로 당황했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난 스바루의 성공만을 바랄 뿐이었는데.
그러나 한편,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껏 제가 해왔던 일에 그 무엇보다도 부합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밀리언 캐스팅 투표가 시작된 이래 단 한 번도 스바루의 의견 같은 걸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제 목표를 ‘스바루를 위해서’라며 포장할 뿐이었죠. 결국 스바루는 제가 이끌어가는 대로, 아니, 사실상 제 마음대로 끌고 가는 걸 따라올 뿐이었습니다.

“...나의 집착이었구나.”

한참 후에 꺼낸 말이었습니다. 집착이었어요. 스바루에게 반드시 배역을 따주고 말겠다는 목표를 향한 집착.

“그리고 말이야.”

스바루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유료 쥬얼로 표를 얻는다던가 하는 무리는 하지 않아도 돼.”

“그게 왜 무리야?”

“프로듀서, 과금할 줄 모르잖아.”


이 말에, 저는 격침당하고 말았습니다.
맞습니다. 저 과금할 줄 모릅니다.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게임에 과금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총선거 때나 투표 때 큰 힘이 못 되는 것은,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프로듀서도 지금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돈이 여의치 않다고 들었어. 그런 상황 속에서 얻어내는 투표권이 있다면, 나 굉장히 가슴 아플 것 같아.”


지금껏 스바루에게 걱정받을 정도로 빈궁하게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걱정을 받고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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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프로듀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응, 뭔데?”

“대체 뭐가 프로듀서로 하여금 그렇게 배역 투표에 집착하게 한 거야?”

“아, 사실 그것도 이야기하려면 좀 긴데...”

“말해줘. 오늘은 아까 했던 오전 트레이닝 끝난 뒤로 스케줄이 없으니까.”


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어 대답했습니다.

“사실 말이지, 인터넷에서 그런 댓글들을 봤어. 자기도 스바루의 팬이지만, 스바루 너에게 배역이 주어지는 건 기대 안 한다고.”
“난 그 말을 듣자 속에서 열불이 타올랐어. 아니, 어떻게 팬이라는 사람이 그딴 소리나 지껄일 수가 있지?!”

“담당 아이돌을 응원하며 표를 계속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에, 배역 기대 안 한다고?! 그게 팬이 할 소리야?!”

말하면서, 어찌나 흥분했는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기를 서너 번, 찻잔 내려치기를 두세 번, 심지어는 자리에서 거의 뛰어오르듯이 일어나기도 몇 번 있었습니다. 제가 그럴 때마다 스바루는 나를 뜯어말렸죠.

“아주 그냥 담당 아이돌을 무시하는구만! 그러고도 팬이야?!”

“진정해, 프로듀서! 심정은 잘 알겠지만 조금만 심호흡해! 후우, 후우!”


그럴 때마다 스바루를 따라 심호흡을 했습니다.

“후...우...아...하...”

그렇게 진정한 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심호흡을 한 게 무색해지게 얼마 못 가 다시 초흥분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스바루는 저를 계속해서 말렸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제가 열불이 나서 피꺼솟을 할 때마다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고 합니다. 제가 그만큼 강하게 분노했다는 거겠죠.



제가 한참을 말하다가 피꺼솟을 하고, 또 그때마다 스바루가 말리고, 그런 과정들이 몇 번 정도 반복된 뒤, 저는 겨우 진정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나는 결심했지. 저 사람들이 스바루에게 희망을 걸지 않는다면, 내가 그만큼 더 걸어야겠다고. 그들이 스바루에게 표를 던지지 않는다면, 내가 몇 배로 표를 쏟아붓겠다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스바루 사촌 역에 집착하게 된 거야.”


그게 다였습니다. 팬이라면서 응원 안 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 그것이 저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그전에도 열심히 투표했지만, 그 댓글을 본 이후로 열받아서 더 열심히 움직이게 되었죠.

“그 심정을 아주 잘 알 것 같아. 방금까지 그렇게 흥분하고 분노한 걸 보니까 알겠어.”
“그래도, 그 사람들이 말하는 의도도 가끔은 헤아리는 게 좋지 않아? 사실 그 사람들 말대로, 내가 배역을 따낼 수 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지도 모르지.”
“왜 그런 말 있잖아. 이상에만 빠져있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현실이라...”


그 말에, 저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정말이지, 이번만큼 듣기 싫을 수가 없는 단어네요.

“물론 그 말이 맞아. 확실히 스바루가 지금 열세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스바루에게 투자할 거야. 현실이 어쨌건 간에, 담당돌에 대한 사랑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프로듀서와 팬으로서의 자세야.”
“담당 아이돌에 대한 사랑과 의무를 다하지도 않는 주제에 현실을 따지는 건 그저 구차한 변명거리일 뿐이야.”
“모든 것이 헛될지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거 다른 게임에서 나온 말 같은데?!”

“사실 난 그 게임 안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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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간에, 난 최선을 다해야 해. 무리하지는 않을지라도, 할 수 있을 만큼 해야 한다고.”

“프로듀서는, 그런 반응들에 엄청 자극받았구나.”
“지금은 마음이 좀 바뀌었어?”

“어느 정도 진정되긴 했지.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다만 무리는 하지 않을게.”

“한 가지만 더 약속해줘, 프로듀서.”


“응, 스바루. 뭔데?”

“설령 내가 배역을 따지 못해도 너무 슬퍼하거나 낙심하지 말아줘.”
“프로듀서는 최선을 다했어. 또 최선을 다할 거고. 난 프로듀서의 그 노력을 알아.”
“이번에 내가 배역을 얻지 못해도, 프로듀서가 마지막까지 해온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되지 않을 거고, 내가 걸어온 길의 소중한 발자취가 될 거야.”
“그러니까,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도 슬퍼하지 말아줘. 분명 다음은 있을 테니까.”

“다음이라...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

“설령 없다고 해도, 프로듀서가 지금 쏟아붓는 노력은 결코 사라지지도, 헛되이 변하지도 않아. 그렇게 될 이유도 없고, 누구도 그렇게 만들 수 없어.”
“프로듀서, 마음 편하게 있어 줘. 마음 급하게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좋지 않아.”


스바루가 제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스바루,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마음 편히 투표에 임할 수 있을까?”
“너도 알다시피, 이 사촌 배역을 노리는 프로듀서와 팬들이 무척 많아. 나는 네가 그 배역을 차지했으면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조바심이 나는 거야.”

“사촌 배역을 나에게 주려는 열정은 정말 고마워, 프로듀서. 하지만 그 배역은 나의 것이 아니야. 나의 것도 아닌 배역을 얻기 위해 무리할 필요는 없어.”
“만약에 이번 배역을 따지 못한다면, 다음에 더 적합한 배역이 생길 거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 잠시 원망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다음의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하늘에 감사드리게 될 거야.”


스바루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고, 저는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듣고만 있었습니다.
스바루가 말한 대로, 그 배역은 스바루의 것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스바루에게 100% 적합한 배역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설령 투표의 결과가 스바루에게 호재가 되지 않을지라도, 지금의 과정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리고 스바루도 이를 알고 있고요.

“알았어. 좋은 말 고마워, 스바루.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하라는 거지?”

“바로 그거야. 마음 편하게 하고, 최선을 다하되 너무 부담 갖지는 마! 모든 건 다 잘되어갈 테니까!”


스바루에게 배역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대화를 시작했는데, 역으로 스바루에게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려 했는데, 오히려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스바루를 위한 일이라고 설득하려 했는데, 진정으로 스바루를 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스바루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반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스바루가 원했던 건 배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투표를 즐기는 제 모습을 원했던 겁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스바루에게 배역 붙여주는 것에만 열불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는 나름의 노력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스바루의 입장에서는 열심과 노력을 넘어 거의 집착 수준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거웠던 가슴이 일순 가벼워지더니 텅 비어버리는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지금껏 느껴본 적 없던 행복한 감정이 차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건, 저를 지금껏 옭아매었던 족쇄가 풀린 걸지도 모릅니다.

“만약 내일 또 투표하게 되면, 그때는 오늘이랑은 다른 기분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미소 지으며,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스바루도 저를 따라 미소 지었습니다.
정말이지, 오늘까지 이 손에 쥐었던 티켓과, 내일 제가 쥐게 될 티켓은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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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았습니다.
밀리언 캐스팅 시작 전부터 스바루를 현대 전기 공포의 사촌 역에 낙점했었습니다만, 이 뜻을 공유할 사람이 없어서 살짝 슬펐어요. 트위터는 반쯤 그만둔 상태고, 그렇다고 여기나 디스코드 같은 곳에 올리자니 별 반응도 없고...
다만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글 내용에서도 적었듯, 현실이 어쨌건 간에, 저는 스바루에게 투표할 거예요. 담당돌에 대한 사랑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담당P로서의 자세죠. 담당돌에 대한 사랑과 의무를 다하지도 않는 주제에 현실이 어쨌니 가능성이 있니 없니 따지는 건 그냥 말 같지도 않은 회피일 뿐이에요. 모든 것이 헛될지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현대 전기 공포의 사촌 역에 스바루를 넣어주시고 한 표를 행사해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셔도 저와 스바루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미나미도령, 글도, 투표도 간바리마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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