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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a Reas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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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9, 2022 21:29에 작성됨.



"으으음... 어라? 여기는..."


갑작스럽게 눈을 떠 보자 나는 어느 한 커다란 방 위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주위에는 화려한 장식과 은은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여기는 이슈타르님의 침실인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높은 사제의 방인줄로만 알았지만 어느 한 물건을 보고 여기가 이슈타르님의 침실이라고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저건... 화살인가?"


근처 탁자위에 놓여져 있었던 것은 한 화살이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엔키님께 들은 사실이 아니였다면 손잡이 부분이 여러갈래로 나뉘어진 나선형태를 띈 단검으로 착각할 만한 화살이니깐 말이다.


"그런데... 왜 이슈타르님께서 나를 보고 그런 이상한 말씀을 하신 걸까? 내가... 이슈타르님 보다 위대하다니... 그럴리가 없는데..."


이슈타르님에 대한 여러가지 소식은 엔키님께 귀가 닳아버릴 정도로 듣고 또 들었기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이슈타르. 그녀는 엔릴님과 닌릴님의 자녀분이신 달의 신 난나님과 엔키님과 닌기쿠가님의 자녀분이신 닌릴님의 사이에서 태어나신 여신님으로 오빠로는 태양과 예언의 신이신 샤마쉬님을, 언니로써는 명계의 여주라고 불리우는 에레쉬키갈님이 계신다고 들었다.

이슈타르님의 권능이신 사랑이란 자신과 다른 이성을 매혹하는 효과도 있지만 생명체의 번식에도 영향을 끼치신다고 한다. 엔키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슈타르님의 권능은 생명의 창조와 파괴와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며 간단히 설명하자면 헬 앤드 헤븐이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뭐라고 하시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보다... 일단 몸을 추스러야 하는데..."


정신을 차린 김에 우선 이슈타르님께 고개를 숙여 사과를 올리기 위하여 침대에서 발을 때려는 그 순간, 저 너머 방 입구의 발이 들어올려지면서 수많은 사제님들과 이슈타르님께서 들어오셨다.


"아! 이제야 일어났네. 미안~ 설마 내가 경어를 쓰는 바람에 쓰러질 줄이야... 일단 할아버님께 대충 사정을 설명해서 평상시의 말투로 말할까 하는데... 괜찮지?"

"아, 네. 괜찮습니다. 이슈타르님..."

"잠깐! 거기서 내려오지 마. 우선 여기 가져온 과일들을 좀 먹으면서 얘기 좀 나누자. 너희들은 그것들 좀 내려놓고."

"알겠습니다. 이슈타르님."


이슈타르님의 명령을 받은 사제분들은 순식간에 과일과 고기, 생선등이 들어있는 광주리를 내려놓고는 뒷걸음질로 방을 빠져나가셨다. 그 모습에 반응을 할 수 없어서 가만히 있자 이슈타르님께서는 내 손에 과일 하나를 올려주시면서 침대에 걸터앉으셨다.


"후우, 정말이지... 하마터면 사람들의 원성이 하늘 끝에 닿을 뻔 했어... 아!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너가 피해를 입게 되어서 말야..."

"아... 괜찮습니다. 잡혀온 것도 아니고 그저... 제 값에 팔려왔을 뿐이니깐요..."

"어허! 그 말은 그만해. 그리고... 와, 진짜로 귀엽네."

"...네?"


뭔가...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다. 여신님들 중 최고의 미모를 가지셨다고 하는 이슈타르님께서... 나를 보고 귀엽다고 하시다니... 하하하, 귀가 잘못 된 것 같다. 음, 그래 분명히 정신에 큰 상처를 입어서 잘못 들었을...


"저기 말야, 대체 뭘 먹고 자라면 그렇게까지 귀여워 질 수 있는 거야?"

"저한테 그러한 말씀을 하셔도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자라온 지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이지... 설마 자신의 숨겨진 매력을 모른다니, 대체 어떤 눈이 멀어버린 자들에게서 태어난 거람."

스윽~

"이것 봐! 이렇게 머리칼만 옆으로 쓸어줘도 귀여움이 확 살아나잖아!"

"그렇... 습니까?"

"정말이지, 할아버님의 눈에 띄지만 않았어도 내 시녀로 삼는건데 말이야."


이슈타르님은 그렇게 말하시면서 한 손으로 과일을 집어 입으로 넣으셨다. 그리고는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과일을 먹으려고 들지 않자 뭔가 음흉한 얼굴을 하신 채로 작은 과일알을 집어다가 직접 내 입에 가져다 대셨다.


"손에 든 과일을 먹지 않다니... 내 호의가 그렇게나 값이 적을리가 없는데 말이지."

"아! 그,그것이..."

"용서해달라고? 당연하지, 그러니깐... 이걸 먹으렴."

"그,그것은... 불경한 일이므로..."

"흐음, 내가 괜찮다면 문제 없지 않을까?"

"하,하지만..."


내가 잠시동안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자 이슈타르님은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내 입을 향해 그 손가락을 뻗어왔...


투콰가강!!

"히익! 자,잠깐. 벌써 왔다고?! 평상시에 보이던 모습하고 전혀 다르잖아!!"

"갑자기 왜 뭔가가 부숴지는 소리가..."

"아니, 잠깐만. 우선 잠시 진정을 하고 제대로 된 설명을 하면..."

빠직!

"......너, 뭐하고 있었냐?"


갑자기 벽이 부숴진다 싶더니 엔키님이 모습을 드러내셨다. 그런데... 왠지 모르겠지만 평상시하고는 뭔가 많이 다른듯한 모습을 보이셨다. 거기에 이슈타르님도 갑자기 엔키님께 쩔쩔메고 계시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도 전에 뭔가가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눈을 돌리니 어느샌가 내 근처까지 온 엔키님께서 나와 눈높이를 맞춘 채로 나를 보고 계셨다.


"너...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네... 전혀 없습니다만..."


......정말로 이상하다. 어째서 엔키님은 나를 다시 만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나의 안부를 묻는 것일까? 나는 어짜피 한낮 인간인데 말이다. 영원을 살아가는 엔키님과 같은 신들에게는 별레만도 못한 존재가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해고 있을 때, 갑자기 엔키님의 긴 머리카락이 흔들리더니 갑자기 그 안에서 흰색의 털뭉치가 튀어나왔다!


"포우포우!"

"아, 포우! 오랜만이야. 잘 있었어?"

"포우~!"

"그렇구나. 미안해. 생각해보니깐 네게 설명도 못하고 와버렸네."

"포우포우~!"

"응, 알겠어. 더 이상 그러지 않을게."


오랜만에 만난 동료와의 만남을 즐기고 있을 때, 엔키님과 이슈타르님은 잠시 바깥을 자리를 비우시더니 어느샌가 돌아오셔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곧 이어서 엔키님의 입이 열리고 조금 알아 듣기 어려운 대답이 나왔다.


"두트르. 너 말야... 신이 된다면 내 청혼을 받아줄 수 있어?"

"...네?!"


잠깐만... 뭔가 많이 이상하다. 신?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도 없는 극히 평범한 인간인 내가... 신이 된다고?


"그건... 무슨 말씀이지죠?"

"그게..."

"설명해주세요, 평상시에도 신이라는 것은 일종의 족쇄나 다름없다고 하신 엔키님이잖아요. 신의 자리에 오르... 아니 떨어지게 된 이상,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완전히 끊어야 할 정도이며 이에 필요이상으로 친해져서 사귀고 결혼하게 되느니 차라리 그냥 성별만 좀 다른 친구사이로 남는 것이 좋다고 하시던 엔키님의 입에서 나올 얘기가 아니에요."

" 그러니깐... 제대로 설명해주세요. 엔키님이 하고 싶으신 말을, 저로써는 지금 엔키님께서 무슨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그러한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할 것 같으니깐 말이에요"

"... 그래, 말해줄게."


엔키님은 내 앞에 앉으시더니 입을 열고 얘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셨다. 아니...


"그런데 말하는 것보다는 그냥 영상을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으니깐 이걸로 보여줄게."

"아니, 여기서 내일의 먼 내일에 만들어지는 영상송출장치를 꺼내지 마시라고요..."


하필이면 저 영상송출장치로 자신의 모든 기억을 영상으로 보여주실려고 한다... 누가 이 분에게 내일의 먼 내일에 이루어지는 지식을 전파시킨걸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한 달 전, 그 다음날


"...어라? 이상하다. 왜 두트르가 안 보이지? 어제 우리들이 싸운 것 때문에 사라졌나?"

"그럴지도 모르지, 너 때문에 말이야."

"이게 정말이지... 같이 싸워놓고서는 지금 혼자서 오리발을 빼신다고? 눈이 멀고 코가 막히고 입이 꿰메어지는 발언이네. "

"꺼지세요, 참나..."


그래, 별 일 없을 거다.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인간이니깐 말이다. 어쩌다가 프라이밋 머더가 근처에 있어서 거기에 휘말려서 오기는 했지만 그 아이는 범재이다. 뭐.. 좀 많이 귀엽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언젠가는 나이를 먹거나 다쳐서 병을 얻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이다. 그런데...


"...왜 기분이 좋지 않는 거지?"

"기분이 좋지 않아? 호옥시... 이틀 전에 먹었던 술이 얹혀서 그런 거 아니야?"

"액체가 이틀동안 얹혀있다고?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라. 물이라면 몰라도 술에 체하는 건 말도 안된다."

"술도 액체잖어, 체하면 약도 없을 수도 있지."

"아니, 이제까지 수천번이나 술을 처 마셔봤는데 고기를 과하게 먹어서 체하는 건 겪어봤어도 술 먹고 체한 적은 없어."

"흐음, 그런가?"


저 놈의 친구라는 놈은 남의 격정에 쓸데없는 소리만 해대고 말이지... 기분이 좋지 않는다. 일단 잠시 용암바다속에 몸을 뉘이고 쉬어볼까? 그러면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

"......아니! 왜 가만히 있는데 계속 화가 치밀는 건데!!"


이상하다. 어째서 계속 정신이 산만해지는 거지? 이전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다. 분명히 뭔가 달라진 점이 있어. 달라진 점은 그러니깐...


"아...! 역시나 두트르 떄문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 두트르, 그 아이를 만나고 난 뒤로부터 여러모로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건 예전에도 몇번 겪어봤으며 그 감정으로 인하여 여러가지 불편한 일에도 휘말리고는 했다. 그래... '사랑',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 말이 되지를 않는다.


"쓰읍... 왜 이러냐. 몇백년 전에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정말로 이상하다. 어째서 계속해서 두트르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걸까? 밥을 먹을 때도, 온 몸에 묻은 먼지를 용암에 태워 없애는 용암 목욕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그녀의 얼굴에 계속해서 눈앞에서 아른 거린다.


"아아악!! 알고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막 찾아가서 결혼해줘 라고 말해서는 안되는 거잖아!!"


젠장할... 이불킥이라니, 이게 다 요그 소토스 때문이야. 그 녀석이 나한테 먼 미래의 지식을 전파해줘서 이렇게 된 거야... 과거와 현재,미래를 동시에 내다보며 모든 시간선에 있을 수 있다는 녀석. 한마디로 말해서 과거와 현재,미래라는 시간축이 뫼비우스의 띠 형태로 엮여버린 곳에 있는 그 녀석은 지금보다 먼 미래의 내 행보를 보고 재미있어보여서 지금의 나부터 천천히 공략하기 위해서 계약을 하러 왔다고 했다. 그런데...


"와씨! 무슨 정신 내성이 우리 우둔한 아버지의 계약도 받아낼 수 있을 정도야? 미쳤네... 고작 이런 작은 별에 이 정도로 미친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거, 그딴 소리 할 거면 최소한 3000년 뒤에 다시 오지 그러냐? 기분 나쁘게 시리..."

"아, 싫은데요. 그 때는 너가 그냥 계약을 할려고 해도 막 끊어버리는 상태란 말이야."

"대단하네, 이거 그냥 세상 모든 지식을 알고 있는 지식의 원천고일 줄 알았더니만 그냥 관음증 환자였잖아?"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나는 그냥 모든 시간축이 하나로 통합되는 곳에 위치할 뿐이야. 나라고 해서 모든 것을 막 다 볼 수는 없어. 시간은 변화할 수 있는 개념이니깐 말야."

"그딴 건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러시든지, 어짜피 지금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것도 니알라토텝이 다른 세계선, 그러니깐 우주에 뿌려놓은 분신체의 형식을 빌려다가 개조해서 쓰는 거지만 말야."

"그 다른 세계선이라는 게 기어오는 혼돈이라는 이명을 가진 은발 녹안의 우주OL이 나오는 그거 맞지?"

"데헷~! 어찌되었든 나하고 계약해서 마법소년이 되어줘! 우주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서 말야!"

"여기는 마마마가 아니라고!! 애초에 네 녀석의 능력 때문에 알고 싶지도 않은 밈을 배우게 되잖아!!"


.......음, 그만 생각하자. 그 녀석하고 엮이면 진짜로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이 없으니깐 말이야. 나중에 웬 문어하고 노랑우비에 주황색 거미등등, 괴기한 녀석들이 나타나서 대신 사과한다길래 이게 코즈믹 호러인가 싶더니만 설마 이것들이 외계의 신성일 줄은 몰랐지. 그런데 사과와는 별개로 지구가 탐난다고 하길래 요그 소토스를 불러서 파괴광선 난사해서 쫒아낸 거는 좋기는 했다.


"...... 슬슬 요그 소토스의 광기에 물들어 가는 건지 내 정신머리도 슬슬 이상해지는 것 같네."


그래, 잠시 숨이라도 돌리자, 그러면 분명히 잊혀질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신전이 아닌 진짜 바깥으로 나왔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깐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았다.


"스읍~ 하아~ ...쩝, 아니네. 역으로 정신이 맑아지니깐 두트르의 생각이 더욱 더 생각나기 시작하네."


큰일 난 것 같다. 닌후르쌍이나 닌갈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는데 왜 이렇게나 두트르를 생각하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걸까?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산을 내려가 영체화 상태로 주변 마을을 돌아보던 중, 어디선가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그 이름은 당연하게도 두트르의 이름이였다. 


"흐흐흐, 정말이지. 이제야 쓸모있는 일을 하는구나. 그 짐덩어리."

"그러게 말이에요. 덕분에 돈이 들어왔으니 당분간은 걱정이 없겠어요."

"정말이지, 두트르 그 녀석을 먹여 살리느라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

"그래도 그 뭐더라... 어디 사제들한테 팔아넘겼으니 좋지 않겠어요? 그 아이도 슬슬 남자를 알아야 할 거고요."

"그래, 당신 말이 맞는 말이지. 그런 녀석은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고, 우리들을 포함해서 말이야. 하하하하하!!"


......구역질이 난다. 저런 녀석들이 부모라니.


콰직!

"뭐,뭐야? 밖에 누가 있는 거야!"

"누구인지 몰라도 거기 있는 당신! 당장 경비병한테 신고 할..."

"너희들."


그냥 죽어라.


.....................................................................................





한참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체와 무너져내린 건물들의 파편들이 눈에 띄었다. 부들거리는 양 손을 보니 피칠갑이 되어서 붉다 못해 검게 물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입안에서 비린 맛이 한껏 느껴지는 고깃덩이 같은 것이 느껴졌다.


"우웨에에엑....!"


토해내, 토해내라고!! 무슨 염치로 이런 살육을 저질러버렸냐고!! 모조리!! 모조리 다 토해내 버리라고!!


"우웩, 우웨엑...!"


한참을 토해내다 못해 일부러 흙과 모래를 입안에 들이부은 뒤에 안에서 습기를 머금어서 뭉쳐진 진흙덩이들을 몇번이고 내뱉어낸 뒤에야, 겨우 자신이 집어삼킨 것들을 다 게워낼 수 있었다.


"역겨워... 그리고... 내가 혐오스러워...!"


어째서... 내가 이런 짓거리를 저질러 버린 거지? 그보다 어째서... 내가 인간들의 혈육을 맛있다고 느껴버린 거지? 왜 내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냔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은데...


"하하하...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도 두트르의 모습이 떠오르는 거지?"


이렇게나... 끔찍하고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나는 두트르라는 그 소녀에게 위로 받고 싶어한다. 그래... 인정하자,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녀가 없으면 안되는 것 같다.

그녀가 없는 세계를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으며 그녀 이외에는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기도 힘들 것 같다. 아니... 가능만 한다면 그녀를 붙잡아다가 어딘가에 영원히 감금해서 나만을 바라보고 싶게 만들고 싶다. 

그러나... 우선 그녀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아무 곳이나 헤집고 다녔다가는 그것만으로도 큰 민폐를 끼칠 것이다. 


"아니, 잠깐만... 분명히 그 썩을 부모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사제들에게 팔아 넘겼다고 했으니깐... 최근에 이 근방을 돌아다닌 사제들을 다 찾으면 될 것 같은데..."


사제라... 사제가 여기까지 올 만한 이유라면 분명히 무언가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건데... 그러고보니깐 대략 몆주 전이던가, 이슈타르가 메를 훔쳐갔었지? 그렇다면... 그 사제들이 이슈타르 신전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겠네.


"그렇다면... 우선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레스 강부터 말려버릴까?"


일단 강을 말려버리면 이슈타르 녀석도 어떻게든 움직일 거니깐 그거로는 안심이네. 이슈타르 녀석, 성격은 개판 오분 전인데 그래도 양심은 존재하니깐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이 다치는 꼴을 못 보니깐 협박하기에는 좋겠네.


"그런데... 대체 두트르는 누구지? 애초에 무슨 능력이 있기에 내가 이 정도까지 매달리게 되는 거지...?"


그렇게 잠시동안 생각하고 있던 도중, 요그 소토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정확히는 녀석이 보낸 일종의 신호가 뇌 속에서 작용을 일으킨 것이지만 말이다.


"어이, 대체 무슨 일이냐?"

[아, 그게 말야. 너가 있는 그 행성 말이야, 뭐더라... 지구던가?]

"어쩌라고, 그보다 너... 지구를 노릴 생각은 없지?"

[없어요, 내 힘을 줄 만한 아이가 있지 않은 이상 별로 뭔가를 할 생각도 없어. 그보다 보지 않을 거야? 이것들, 네가 있는 그 지구를 좀 주무르고 있는 녀석들인데 말이야.]

"에? 지구를 주무르고 있다고?"

[응응, 한 번 보지 않을래?]


대체 어떤 녀석들이지? 이 지구를 주무르고 있다니... 궁금증이 혹해서 한 번 요그 소토스가 만든 통로를 따라서 정신적 공간으로 침투하자...


"야, 그만 좀 하라고. 여기는 내 공간이니깐 그만 먹으라니깐!"

"싫어, 나도 이 정도는 먹어야지 좀 살맛 나지. 안 그래?"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그렇게 많이 개발 해버리면 나중은 어떻게 생각할 건데?"

"뭐, 인간들이 알아서 정하지 않겠어? 나는 이 녀석들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말이야."

"이해할 수 없어... 그런 기생충이 늘어나봤자 별의 운명에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무슨 소리 하는거야. 어짜피 태양 터지면 끝이잖아. 그런데 그렇게나 아득바득 지구의 수명을 늘려야겠냐?"

"너는 아무것도 몰라, 조금이라도 더 지구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이상 나는 필연적으로 그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잖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인간이 조금이라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눈 앞에 있는데 왜 그걸 포기하게 하냐고!"

"아니, 너가 포기하라고!!"

"너야말로 포기하라고!!"

쭈우욱~!x2

"이이이익~!!"

"이이이익~!!"


"저건.... 뭐지?"

[뭐긴 뭐야, 이 별의 두 갈래 운명을 정하는 두 잼민이지. 한쪽은 가이아의 억지력, 다른 한쪽은 아리아의 억지력이야. 참고로 보이는 광경은 내가 좀 여러모로 개편을 한 거야.]

"그건 나도 알고 있거든..."


대충 보니깐... 한 쪽은 별의 존속을 위한 억지력으로 아마도이지만... 별의 운명을 위해서라면 그 위에 살아가는 인간의 유무를 별개로 두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인간이 없어도 별의 운명이 잘 돌아간다면 인간들을 배제하는 듯하다. 

반대되는 쪽은 정반대로 인류의 존속을 1순위로 두는 것 같은데 대신에 이쪽은 인류가 존속할 수만 있으면 별의 운명을 고갈시켜도 문제 없는 듯하다. 


"그래, 가끔식 이상한 것들이 뭔가 간섭을 할려고 하기는 했는데... 왜 잼민이들이지?"

[아, 한쪽은 별의 탄생으로부터 약 몇십억년뒤에야 겨우 자아가 존재하기 시작했고 다른 놈은 겨우 몇천만년 전에 생겨난 녀석이라서 그래.]

"어이가 없네..."


어찌되었든... 저 두 잼민이들의 싸움에 별 볼일은 없으니 이만 물러나 볼... 잠깐만, 가이아의 억지력과 아리아의 억지력이 각각 별의 존속과 인류의 존속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 어이, 거기 두 잼민이."

""이익! 누가 두 잼민이야!!""

"시끄럽고..."

우우웅~!!

"지금 당장 지구의 핵에 걸린 쿨룽력을 강제로 붕괴시키기 전에 서로의 볼을 붙잡은 손가락 때고 이쪽 바라봐라."

"히익!! 이 녀석... 지금 지구의 심장을 인질로 잡고 있어!!"

"그러시든지, 나야 인간만 무사하다면 문제 없어!"

"아! 아리야!!"

"... 거기 아리야의 억지력은 이해가 되지 않나본데, 쿨룽력이 붕괴하면 광년단위로 붕괴된다? 아무리 빠르게 여기서 달아날려고 해도 인류는 그냥 즉사야."

"엑?! 그런 게 어디 있어!!"

"참나... 진짜 잼민이네..."

[하하하, 내가 말했잖아. 그보다... 왜 계속 저녀석들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어? 혹시... 페도신가요?]

'... 내 나이를 생각하면 그 발언이 맞는 것 같은데?'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중에 냐루코한테 가서 암컷타락을 배워야 하나?]

'저기요, 내 뇌속에서 막 암컷타락을 한다는 발언을 하시면 곤란한데요?'

[아, 시끄럽고요, 그보다 저 두 잼민이한테 물어볼 게 있어? 왜 지구의 핵을 인질로 삼은 거야?]

'아, 그냥 그런 게 있어. 그러니깐 그만 꺼져.'

[넹~ 알겠습니다~!]

치지직...!

"쯧, 자 그러면... 너희들한테 물어볼 게 있어. 한 사람을 찾으면 되는 일인데 말이야... 만약에 내 말을 들어준다면 지금 당장 쿨룽력을 붕괴시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의 정보를 너희한테 건네줄게. 어때?"

"정말이지? 그 말, 진짜로 지키는 거지?"

"그래, 이 엔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좋아, 그렇다면야... 그런데 잠깐만, 이름이... 엔키라고?"

"그래, 그런데 왜 그러냐? 아리야의 억지력."

"너... 설마 찾는 애가 두트르야?"

"...뭐야, 너가 왜 걔 이름을 알고 있냐."


......이것들 뭐야? 왜 두트르의 이름을 알고 있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두트르? 걔가 누구더라..."

"어휴, 이놈의 별의 존속만 생각하는 놈은 자기가 나하고 어쩔 수 없이 합작해서 만든 애를 까먹냐..."

"엥? 걔 이름이 두트르였어? 나는 걔 이름을 안 지어줘서 모른단 말야!"

"그러시든지요. 그보다... 너가 이렇게 날뛰는 것을 보면 능력이 잘 적용된 것 같네."

"너희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내 말에 두 억지력은 잠시 입을 다물더니 나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가이아, 별의 존속만을 보는 억지력."

"내 이름은 아리야, 인류의 존속만을 보는 억지력"

""우리 둘은 별과 인류의 존속을 위하여 이를 멸망시킬 가장 유력한 후보를 골랐고 최종적으로 너가 뽑혔다.""

"내가... 별과 인류를 멸망시킬 유력한 후보?"

"엔키,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우나 그것이 지금의 그대의 상태에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대의 정신은 지금 인류를 타락과 혼돈으로 밀어넣는 개념존재에게 조금씩 갉아먹히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그대는 나중에 인류가 스스로를 멸망시키게 될 악성인 인류악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에 우리 두 억지력은 그대가 인류악이 되어서 세계를 멸망시키지 않을 모든 가능성을 분석하였고 한가지 결과를 내었다."

""답은 그대의 정신을 보호하고 회복시켜 줄 여인을 그대에게 선물이자 뇌물로 주면 된다는 것이였다.""

"이에 우리들은 적절한 여성을 탐색하여 그 여성이 품게 될 아이의 성별을 여성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여러가지 가호를 내려줬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가호를 다름아닌 세상 모든 존재들을 자신의 말대로 따르게 할 수 있는 길들임의 권능이다."

"길들임의 권능은 분명하게 그대의 정신을 회복시킬 수 있으며 후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에 그대가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어야만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었지."

"그래서 매료의 권능을 넣을까 했지만 결국 강제로 매료시키는 것은 부작용을 일으키기에 넣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갖 존재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외모와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지."

""그러기에 그대가 두트르에게 이끌리게 된 것이다. 안 그래도 여러모로 마음 아픈 고생을 하면서 스스로 이를 삭히고 있었기에 더욱 더 그녀에게 이끌리게 되었던 것이다.""

"... 뭐야 그 어이없는 대답은."


정말로 어이가 없다. 그녀가 모든 존재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다면 어째서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가차없이 버렸단 말인가. 그것을 설명할 수 없으면 이 두 잼민이가 주장하는 것들은 모두 다 가차없는 것들 뿐이다.


"그건... 흐음, 정말로 이상하군."

"야, 가이아. 너가 혹시 힘을 조금 덜 줘서 그런 거 아니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잘 생각해봐, 두트르의 부모를 포함한 인간들이 그녀의 외모를 보고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않았다면... 아, 잠만. 잘 생각해보니깐... 걔는 귀여운 거지, 아름다운 게 아니잖아."

"응, 그런데?"

"... 인간은 아직 귀여움의 미에 제대로 도달하지 않았잖아! 니가 지정한 미는 모두 다 아름답다로 규정해놨으니깐 사람들이 두트르에게 매료당하지 않은 거네!!"

"그럴리가 없어!! 이건 다 니가 잘못한 거야!!"

"야, 니 잘못이라니깐 나 이러다가 폭주해서 걍 인간 없이 별이 존속하게 만들어버린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가이아님~!"


......이것들 뭐하냐. 왜 갑자기 내 앞에서 자기들 맘대로 슬래스틱 코미디를 찍고 있냐. 어이가 없네. 


"뭐... 일단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보다 우리들끼리 얘기를 한다고 시간을 많이 보내버렸군, 당장 두트르의 위치를 추적해줄테니 일단 진정하도록."

"... 한 10초만 늦었어도 걍 다 갈아엎을 뻔 했다."


그렇게 자기들끼리 하던 몸개그를 멈춘 두 억지력은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꺼림칙한 것을 몸에 댄 듯한 표정을 한 채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이마를 떼어냈다.


"후... 지금 두트르는 에리두에서 우르크를 향해 가고 있다."

"지금 그대가 가서 바로 두트르를 납치하는 것보다는 우르크에서 그녀를 따로 만나는 것이 좋겠군."

"그래? 그것 참 고맙네."


우르크라... 역시나 두트르를 데려간 자들은 이슈타르 신전에서 나온 녀석들이군, 그렇다면 일단 이슈타르에게 두트르에 대한 것을 설명해야하는데...


"... 일단 있는 그대로 다 말해놓자. 그러면 이슈타르가 어떻게든 하겠지."

"그보다 한가지 부탁이 있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일이지."

"...뭔데?"

""......여기서 나가라""

"아..."


맞다, 여기 이 두 억지력의 거처였지?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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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라고요?"

"응, 그런데..."

깡!

"미쳤어요?! 왜 그렇게 다 말해가지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가 기절하게 만든 건데요!!"

"음... 그게 무슨 소리야?"

"......이슈타르님이 엔키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것들을 다 말씀하셨거든요."


그 말을 들으신 엔키님은 웃는 얼굴을 지으시면서 뒤를 돌아보셨다. 그 얼굴을 분명히 웃고 있는 얼굴이였지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싸늘한 모습을 보였다...


"이.슈.타.르?"

"아하하하... 저,저기... 용서 해주세요. 네에~?"


이슈타르님은 땀을 흘리시면서 뭔가 귀엽게 보일려는 듯한 모습을 취하셨다. 그러나 엔키님의 얼굴은 더욱 더 억지로 웃는 듯한 모습으로 변하였고 그 정도까지 되니 이슈타르님께서도 더 이상 모르는 척 했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신 뒤에 바닥에 엎드리셨다.


"사,살려주세요! 보석, 보석을 원하신다면...!!"

"이슈타르... 나 황금률 A+인 건 알잖아."

"크으으윽....!!"

"황금률...?"


황금률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전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그러지 않고서야 금전관련으로 좋지 않은 소문을 달고 다니시는 이슈타르님께서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실 수가 없다.


"야, 이게 맞는 거냐? 말 좀 해봐. 이슈타르"

"죄,죄송합니다!!"


......어떻게 저렇게나 조곤조곤한 말투로 화를 내면서 상대를 겁먹게 할 수 있을까. 정말로 대단하시다... 그건 그렇고 목소리 참 좋다, 얼굴이란 몸도 좋으시고...


"......엔키님, 일단 엔키님께서 하신 말씀은 잘 알겠어요."

"아, 그래? 그러면..."

"그래도, 아직까지는 제 마음이라던지 그런 것이 확실하지 않아서... 잠시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엔키님께서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취하시다가 문제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엔키님의 대답을 들은 뒤에 침대에서 내려와서 바깥으로 나가기로 했다. 옆에서 포우가 졸졸 따라오길래 조심스럽게 안아 든 채로 신전 바깥으로 나갔다.


"........"

"저 여자아이가 혹시 그...?"

"그런 것 치고는 별로... 별로 안 귀여운, 아니... 자세히 보니깐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나한테 온갖 생명들을 길들일 수 있는 권능이 있다니, 그런 건 정말로 싫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능력을 써서 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나는... 엔키님을 좋아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좋아한다 라는 것이 엔키님이 보여주신 권능에 의한 동경심인지 아니면... 진정한 의미로써의 사랑인 지는 모른다.


"정말이지... 왜 갑자기 결혼 같은 말씀을 하셔서 제 마음을 이렇게 흔들리게 하시는 걸까요?"

"포우~!"

"아, 그건 알고 있어요. 다만... 최소한의 양심 정도는 있으실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으실 줄이야..."


그건 좀 씁쓸하다. 나는 그래도 나 자신의 몸을 팔아서라도 나를 팔아넘긴 가족들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싶었는데... 설마 그 쪽은 나를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팔아넘길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보고 있었을 줄이야... 그래도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데 가족으로서의 정 조차 없었다니.


"정말이지... 저도 못난 딸이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부모를 살해한 원수인데... 그럼에도 그 사랑이 식을 기미도 보이지 않고 거기에...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조차 없다니 말이죠"

포우~(...그러게 말이야.)

"하핫, 정말로 이상하다니깐요. 안 그래요? 포우."

포우포우!(맞아, 너도 이상하고 그 남신도 이상해. 어떻게 그렇게 뒤틀린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어?)

"으음... 프라이밋 머더라고 불리우는 포우씨가 하실 말씀은 아니지 않아요? 그러고보니깐... 왜 성장을 하시지 않는 거죠? 인간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비교의 악감정을 흡수하셨을 건데..."

포우...(... 그런 것들을 다 흡수해도 너와 붙어있는 이상, 쌓아올린 질투나 억울함이 다 사라지는 걸 어떻게 해.)

"정말이지, 재미있으시네요. 포우씨."

포우?(그것보다 말야... 결혼, 할 거야?)

"...... 네. 엔키님도 저도 서로를 좋아하고 있으니 당연하게도 연애의 감정을 흐를 거고, 결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서사겠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보리이삭의 추수가 끝난 가을, 맑게 개인 하늘 위에는 수많은 별들이 형형색색으로 타오르면서 빛나고 있었다. 저기 저 별이...


"...엔키님께서 말씀하신 그 푸르게 타오르는 살아있는 불덩이라고 불리우는, 외신 크투가님의 거처일까요?"

..포우포우(내 앞에서 그런 건 말하지 말아줘.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니깐 말야.)

"그런가요? 저는 멀쩡한데 말이죠."

...포우(...그게 아마도 너하고 엔키녀석이 잘 맞는 이유일 거야. 정신 내성이 강한 것이 그들의 실체를 목격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거지.)

"그렇네요... 두 억지력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니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에게도 겁먹지 않게 그렇게 태어났을 지도 모르겠네요."

포우~!!(그런 걸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지 말라고!!)


포우가 열띈 항변을 하였지만 온갖 생명들을 길들일 수 있다는 내 권능으로 인하여 포우의 말을 인간처럼 알아들을 수 있는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귀에는 그저 포우~! 포우~! 거리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참동안 밤하늘을 바라보던 도중, 어느샌가 엔키님께서 내 곁으로 다가오셨다. 손에는 따뜻한 양젖이 담긴 잔을 두 잔 들고 계셨고 그 중 한 잔을 내게 건네셨다.


"...춥지 않아? 이거라도 마셔."

"아, 고마워요. 잘 마시겠습니다~"

"......그래서, 생각은 해봤어?"

"꿀꺽~ 후우! 글쎄요. 일단 잠시 거절할까요?"

"에엑?!"


뭐야. 내가 거절한다는 말을 무심하게 던지자 엔키님의 얼굴이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일그러지셨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그 얼굴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사마엘님과 있을 때에는 언제나 당당하고 거만한 듯한 모습만을 보여주셨지만... 나에게는 저런 가끔씩 얼빠진 얼굴을 보여주신다고 생각하니깐 재미있는 것들이 떠올랐다. 물론 그 것들은 우리 두 사람이 부부라는 관계하에서만 이루어지기에 나는 엔키님의 부탁을 거절할 생각 따위는 가지지도 않았다.


"물론 거짓말이에요. 잠깐 마음속에 탁한 불안감을 게워내니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구나, 그러면... 뭔가 가지고 싶은 거라도 있어?"

"가지고... 싶은 거요?"

"응, 막 이렇게... 산처럼 쌓인 금은보화라던가. 아니면 저기 다곤이 이 근방을 개간하다가 결국 버리고 갔던 수중신전 이라던지 말이야. 아니면 저 하늘의 별도 따다가 줄게. 응?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줘."


엔키님은 어떻게든 나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여려가지 광대일을 하셨다. 물론 내게는 그러한 것들 마져 이 사람의 매력을 더욱 더 북돋아주는 일이지만 말이다. 고작 나라고 하는 한 명의 인간 소녀에게 쩔쩔매는 이 세계 최고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권능을 지닌 사주신의 일각인 엔키님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작은 소망을 얘기하기로 하였다.


"가지고 싶은 거라... 딱 한 가지 있네요."

"그,그래? 그게 대체 뭔데...?"

"으음... 무엇일 것 같아요?"

"잠깐만... 혹시 커다란 다이아몬드인가?"

"정말이지... 저는 그런 건 원하지 않는다니깐요."

"그러면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건데?"

"보석이니 별이니 그런 것보다는 좀 더 확실한 것이 좋아요."

"그러니깐, 그게 대체 뭐냐고."


하아... 이래서야 정말... 낭만을 모르시다니,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내 눈에는 사랑스럽게 보이는 이 사람을 향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그대로 털어놓기로 하였다.


"아주 간단해요"

"아침에 같은 침대에서 일어나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서로 마주앉아서 아침을 먹고 식기를 치우고, 당신을 일을 하고 저는 집안을 청소하고 그리고..."

"잠깐만, 그거 그냥 평범한 인간들이 사는 일상이잖아."

"네, 그거면 충분해요."

"정말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거야?"


엔키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아마도 자신이 내 부모님을 죽인 것에 대한 일종의 후회심으로 인하여 내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것을 보상할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나는 이미 그 인간들에게 환멸, 아니 그들의 존재 자체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상태가 되어버렸기에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서 엔키님을 안았다.


"당연하죠, 그야..."

"이렇게 이 우주가 끝난다고 해도 만나지 못할 진정으로 이어진 저의 인연을 만났으니깐요. 그거면 충분해요. 그러니..."

"부디 제 옆에서 편안하게 있어주세요. 당신?"

".........."

'......응? 왜 대답이 없으시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들어보니깐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엔키님이 보였다.


'아, 이거 기절하셨구나.'


어... 일단 내 나름대로 엔키님을 향한 마음을 표현한 건데, 지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사람, 지금 너무 기뻐 죽겠는 나머지 영혼만이 육체를 이탈한 것 같다.


"어휴... 남자가 이렇게 심상이 연약해서야, 그래도..."

꼬옥~

"정말로... 좋아한답니다. 당신."


일단은 이대로 좀 더 있어보기로 하자. 밤바람이 쌀쌀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엔키님의 몸에서 나는 체취는 많이 향기로웠다. 여러가지 야생화의 향기를 섞은 듯한 느낌인데 무엇보다 뭔가 시원하면서도 코를 약간 자극하는 듯한 향기가 마음에 든다. 나중에 엔키님한테 물어봐야겠다, 몸에서 나는 이... 상쾌한 냄새? 그래, 상쾌한 냄새는 무슨 꽃의 향기인지 말이다.




그로부터 몇달 후


"그.러.니.깐! 그대로 권능을 등록해버리면 여러모로 곤란해진다니깐!!"

"그래서 지금 그 권능의 이름을 숨기는 것으로 제한을 낮추자는 거잖아... 몇가지 제안을 제시하라고 했더니 지네의 권능에 바퀴벌레의 권능... 미쳤냐? 그냥 여기 다 갈아버릴까?"

"끄응... 그렇다고 다른 동물들로 하기에는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다고. 아쉽지만 그런거라도 쓸 수 밖에 없잖아. 아니면 그냥 그대로 길들임의 권능이라고 할까? 그렇게 되면 수많은 신화권에서 이쪽에 무수한 관심을 보일건데 그걸로 괜찮은 거야?"

"시끄러, 더 이상 이상한 소리 나오면 다곤 꺼낸다."

"크흠...! 일단 잠시 진정하고 다시 얘기해보는 게 어떻냐?"

"......알겠습니다. 아버지시여."

"하... 열 받는다."


예의 결혼 선언으로부터 몇달 후, 우르크의 모든 주신급들이 모두 모여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주된 내용은 '신으로 승격화 된 두트르의 권능을 어떤 권능으로 숨길까' 라는 내용이였다.

다만 그녀의 권능이 생명체를 다스리는 것을 넘어서 자유의사까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을 정도이기에 이를 숨기고자 특정 생명체에 대한 권능으로 이름을 속이기 위해서 다른 신들의 힘을 빌려서 권능이 전해지지 않은 생명체들에 대한 조사를 부탁하였으나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필요한 생명체들에 대한 권능은 이미 다 주어졌기에 벌레류로 정하자는 엔릴의 주장과 그 따위로 일을 해버리면 걍 우르크 파괴신인 다곤을 불러오겠다는 엔키의 협박으로 인하여 무려 5시간동안이나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도중이다.


"하아아......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허벅지 푹신하네."

"자꾸 그러시면 머리에다가 창날을 다섯 개 더 박아 넣을 거에요."

푸욱~!

"그러면서 지금도 박아 넣지 마, 아파."

"그렇지만 여기서 보면 정말로 한심한 걸요. 안 그래요? 이슈타르"

"그렇네요... 그보다 한순식간에 말을 놓아버리니 기분이 좀 오묘하네요."

"그렇다고 해서 그냥 계속해서 서로 말을 반대되게 했다가는 위엄이 안 산다고 엔키님께서 말한 게 있다보니깐..."

"이게 다 내가 유비무환을 대비해 둔 거야."

"정말이지..."


엔키는 두트르를 무릎배게 한 채로 머리 끝까지 솟아오른 열기를 식히면서 대화를 나눴다. 여 며칠 사이 두트르는 엔키의 광기 넘치는 행동에 순식간에 익숙해졌고 지금도 엔키와의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그가 이상한 짓거리를 하지 않게 보면서 따로 체벌을 내리고 있다.

이번의 체벌은 그의 머리에 창날을 꽂는 것으로 다른 이들이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상황이나 이 둘에게 있어선느 그저 일종의 심심풀이이자 서로간의 애정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이기에 다른 이들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냥 대충 양의 권능이라고 하면 안되는 건가요? 아! 양의 권능은 뭔가 귀여운 느낌이 드네요."

"으음... 양의 권능은 다른 신들에게 나눠져 있기는 한데..."

"그런가요? 그렇다면야 뭐..."

"......아니지, 그냥 그걸로 하면 되겠다."


엔키는 뭔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나더니 다시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두트르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또 무엇을 가지고 저분들을 협박할려고 하는 거람."

"으음... 원래 저런 분이시니 어쩔 수 없지 않나요?"

"뭐... 그러는 이슈타르야 말로 제가 알기로는 그 뭐더라... 성격이 메뚜기떼와 모래폭풍,어린아이의 생떼를 합쳤다고 하던데 말이죠."

"으극! 그,그래도 나름대로 인간들을 위해서 일한단 말이에요!!"

"알겠어요~"


그러는 와중, 어느샌가 회의가 끝났는지 엔키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른 한 손에 누딤무드(성계조작기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다곤에게 외신의 형질을 덧씌운 상태로 소환한다고 협박한 것 처럼 보인다.


"정말이지... 저도 이런 악신한테 반해버리다니, 이러면 저는 악신의 추종자가 되는 걸까요?"

"악신? 어딜 봐도 악신 보다는 그냥 광신(狂神)같은데 말이죠..."

"아니요, 악신이죠. 매료고 뭐고간에 아랫도리를 놀리잖아요."

"아아... 그건 그렇네요."

"어이... 왜 거기서 둘이서만 뭔가를 수근거리는 거야?"

"으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두트르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딘가 오묘한 감각을 일으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엔키는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두트르를 안아들었다.


"...가자."

"어라? 갑자기 왜..."

"오늘 재우지 않을 거야."

"네에?!"

"어머머... 청춘이네요."

"아니, 제가 견디지를 못한다고요!"

"문제없어, 부드럽게 할게."

"신계 최강의 절륜남을 혼자서 견딜 수가 없다고요!!"

"므흐흐흐~ 그러면 수고하세요~"

"이슈타르~!!"


그렇게 엔키는 두트르를 데리고 본인의 신전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며칠 밤낮동안 그들의 침실에서는 신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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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다 쓴 날이 시로마사 가챠날인데 적은 돌로 명함 얻음,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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