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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a Reas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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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8, 2022 20:44에 작성됨.




*주의, 이 밑에서부터 온점이 적힌 곳까지는 일종의 헛소리이기에 보고 싶은 사람만 보시고 아니면 그냥 스크롤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이미 피해자 발생)


그것은 머나먼 과거... 아직 인류가 글자를 발명하기 이전의 시대. 말하는 이 조차 거의 남아있지도 않은 태초의 세계

하늘이 열리고 한 신이 자신을 따르는 자들과 함께 내려왔다. 

그의 이름은 하늘,다른 자들은 하나님이라 부르는 그는 이 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내려온 신으로 이후, 에덴 동산을 만들고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를 쫒아내면서도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이들을 사랑으로 베풀기로 한 신이였다.

그의 옆에는 가장 강하면서도 가장 순수한 새하얀 눈이 쌓인 설원을 보는 듯한 천사가 함께 다녔으니 그 존재의 이름은 루시퍼, 새벽 여신의 가장 밝게 빛나는 아들이였다.

그는 언제나 하나님을 위해 움직였다. 아니, 그는 야훼를 열렬히 사랑하였다. 그렇기에 루시퍼는 그를 위하여 수많은 일들을 행하였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것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었고 루시퍼는 기나긴 고민에 빠진다.


'어찌하여 하나님께서는 내가 행하는 일들을 보고 받으셔도 기뻐하시지 아니한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한숨을 내쉬면서 하계를 바라본 루시퍼는 땅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한가지 계책을 행하였다.


"그래, 하나님께 이 땅을 선물하자구나, 나를 왕으로 하는 국가를 세운 뒤에 나의 주님께 바치면 분명히 기뻐하실것이다!"


그리하여 루시퍼는 하계를 점령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가 한가지 잊어버린 것이 있다면 하나님은 인간들을 아꼈지만 그는 인간들을 아끼는 이유를 몰랐다는 것이였고 그 결과, 수많은 인간들이 무참히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그렇게 루시퍼는 하나님을 위하여 수많은 땅을 점령하였고 그러는 동시에 어떠한 욕망이 생겨났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주와 동등해지는 것으로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주가 하는 일을 덜고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 것이였다.

그리고 그 욕망은 루시퍼의 육신을 변화시키니 이는 세상의 법도에 어긋난 행동인 성별의 강제 변화로써 그는 그녀, 즉 여성이 되었다.

이리하여 타락에 물들어버린 천사인 루시퍼는 자신의 주가 가진 것과 동등한 자리를 노리기 시작하였으나 그 사실을 눈치챈 그에게 들키게 되어버렸다.


당연히 하나님은 그러한 것을 바라지 않았으며 자신의 욕망대로 수많은 죄악을 쌓아버린 루시퍼의 교만에 실망한 그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천사로써의 모든 것을 박탈하고 천상에서 내쫒게 되었다.


그리하여 새벽여신의 아들이였던 샛별(루시퍼)는 그대로 유황불이 들끓는 지옥을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천사가 아니게 되었음과 동시에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역으로 자신을 내쫒은 그에게 분노심을 품게 되었다. 


"하나님이시여, 어찌하여 저를 내쫒으신 것입니까. 저는 오직 당신만을 위하여 이 땅을 정복하고 당신과 동등한 존재가 되어 당신의 노고를 덜려고 하였습니다. 거기에 당신과의 깊은 인연을 위하여 아이를 밸 수 있는 여성으로 육신마저 바꿨습니다. 어찌 이리도 저의 노력을 부정하나이까!"


이에 하늘 저편에서 빛이 나더니 하나님의 목소리가 지옥에 있던 루시퍼에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밤하늘에 밝게 빛나던 샛별이여, 너가 나를 위하여 이러한 일을 행하였다는 것은 잘 알겠다. 그러나 너는 세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이에 나는 너를 내쫒은 것이다."


이에 루시퍼 또한 하나님의 말에 반박하듯이 말하였다.


"하나님이시여, 세가지 잘못이라니,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입니까!"


그 말을 들은 하나님은 어린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루시퍼의 잘못을 읇기 시작하였다.


"첫번째 잘못은 이 땅을 정복하려 한 것이다. 정복이라 함은 억지로 힘으로 밀어붙여서 사람들을 다치고 죽게 만드는 것으로 그들을 약하게 만들고 가진 것을 빼앗는 것이다. 남의 것을 억지로 빼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죄이니 이것이 첫번째 잘못이다."

"두번째 잘못은 나와 동등해질려고 한 교만이다. 나는 내가 행하는 일들이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 이것은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하기에 행하는 일인데 어찌하여 너가 나의 모든 것을 헤아린 듯이 마음대로 생각하고 나의 자리를 대신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대는 타인의 마음조차 모르면서 그저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교만하게 행동하였으니 이것이 두번째 잘못이다."

"세번째 잘못은 앞선 두가지 잘못을 저지르고 나로부터 천사로써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였음에도 아직도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그 자세가 바로 너가 저지른 세번째 잘못이다. 나는 너의 이 세가지 잘못으로 하여금 너를 하늘에서 내쫒은 것이다."

"알겠느냐, 루시퍼여. 그대는 언제나 나를 위해서 움직였다. 그러나 나의 관심을 사기 위하여 결국 죄를 짓게 되었고 나는 그런 그대를 함부로 죽일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하늘에서 그대를 이 깊숙한 땅속으로 떨어트렸다. 부디 그곳에서 자신의 죄를 반성할 수 있기를 바라겠다."


그 말을 끝으로 빛이 사그라들더니 곧 하나님의 음성이 끊기고 루시퍼의 주위에는 유황불이 들끊는 소리와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한참을 앉은 채로 가만히 있던 루시퍼는 갑자기 실실 웃기 시작하다가 큰 소리로 주위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하였다.


"아하하하하!! 그렇습니까. 하나님이시여, 그렇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던 저의 마음을 말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당신을 증오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하였던 저를 타이를 망정, 그저 죽일 수 없다면서 땅속에 가둬버리시다니. 결국 저는 당신에게 있어서 그것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저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저는 죄악을 쌓겠습니다. 그렇게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를 따르게 하여 다시 한 번 당신에게 도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루시퍼는 저주스러운 말을 내뱉으면서 땅속에 난 틈새속으로 사라졌고,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어느날. 이 땅에 어떠한 존재가 강림하게 되었다.

그 존재는 일곱개의 머리에 열개의 뿔을 가진 붉은 용으로 후일, 이를 기록한 요한묵시록의 서에 의하여 묵시록의 붉은 용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묵시록의 붉은 용은 하늘에 걸린 별의 3분의 1을 떨어트릴 만한 무력을 가졌으며, 입에서는 불꽃을 강물과도 같이 뿜어냈으며 하나님의 앞에서도 다른 이들을 헐뜯으면서도 현혹시켰다. 그 존재는 사악한 마음을 가진 괴물들을 이끌면서 인간들을 타락시켰다.


이에 하나님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세한 사정을 알아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수많은 천사들이 지상으로 내려왔고 인간들로부터 자세한 사정을 얻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동쪽 땅에 거대한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저 붉은 용이 모습을 들어내었다고 하였다. 이윽고 붉은 용은 자신의 입에서 피를 쏟아내었고 그 피가 땅을 가득 채우니 마치 바다와 같았다고 하였다.

이어서 광야에서 한 진홍색 짐승이 모습을 드러내니 일곱개의 머리위에 난 열개의 뿔에 각각 왕관을 쓰고 있으며 온 몸에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단어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 짐승은 묵시록의 첫번째 짐승이라고 불리우며 묵시록의 붉은 용으로부터 힘, 왕위, 권세를 부여받고 42달 동안 권세를 행사하도록 허락받았다. 그리하여 머리가 박살이 나더라도 순식간에 이를 회복할 수 있으며서 성도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고 모든 종족, 백성, 언어, 민족들 다스릴 수 있었다. 그리고 등에는 한 여인을 태우고 있었다.

여인은 주홍과 진홍색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단장하고 있었으며 자기 음행에서 비롯된 흉측하고 더러운 것들이 가득히 담긴 금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 금잔에서는 포도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여인은 그것을 들이키며 취해있었으며 그 이마에는 "온 땅의 탕녀들과 흉측한 물건들의 어미인 대바빌론"이라는 이름이 상징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두번째 짐승은 땅에서 올라왔으며 거대한 두개의 뿔을 가지고 있었다. 두번째 짐승은 첫번째 짐승으로부터 권한을 받아서 인간들을 현혹시키고 하나님을 모욕하는 숫자인 666을 그들의 이마에 새겨 넣고 이를 따르지 않는 자들에게 돈을 벌고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였다.


이들을 이끄는 묵시록의 붉은 용은 한 여자가 낳을 아이를 노리고 있었으나 이를 실패하게 되었고 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천사들과 싸우게 되었다. 이때도 붉은 용은 여자와 아이를 노리고 있었으나 하나님의 도움으로 여자가 하늘로 올라가자 붉은 용은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모아서 하나님에게 대적하기로 하였다. 붉은 용은 자신의 권세를 짐승들에게 내려서 군대를 일으키고 하르마게돈을 일으켰다. 그러나 순식간에 그들은 당하게 되었고 짐승들은 불와 유황의 바다에 던져지게 되었고 여인은 모든 것을 빼았기고 살은 파먹히고 불에 타 죽었으며 용은 무저갱에 처박히게 되었다.


그러나 용은 끈질기게 저항하였고 천년의 시간이 지난 뒤, 결국 무저갱을 뚫고 탈출하여서 지상의 민족들을 다시금 현혹시켜서 하나님께 대적하게 되었다. 용의 군대는 하나님이 사랑하는 도시를 에워싸고 진격하였으나 하나님께서 내리신 불을 맞고 전멸하게 되었으며 용은 불과 유황의 바다에 던져서 짐승들과 함께 영원토록 고통받게 되었다...







..............


"뭐야, 정말로 쓸 데 없는 말이잖아?"


정말로 이상한 글이네, 왜 이런 산등성이에 이런 글이 적힌 비석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밑을 내려다보니 푸르른 평야가 펼쳐졌다.

몇백년 전까지만 해도 광야였다고 한 이 곳은 순식간에 곳곳에 강이 흐르는 누구든지 원하는 꿀이 흐르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하였다.


"에휴, 이런 걸 계속 쳐다보고 있던 내가 바보이지..."


그렇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근처에 있던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메에~


"아, 거기 있었구나!"


나는 저 울음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다. 최근에 개처럼 내가 길들이기 시작한 녀석이다.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니깐 녀석이 있었다.


"요 장난꾸러기 녀석! 잡았다!"

포우~


이 녀석은 뭐라고 하더라... 일단 산위에서 살아가는 갈색 털을 가진 녀석들인데 이녀석들의 수컷되는 녀석들은 커다란 뿔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으로 서로 박치기를 해서 강한 쪽이 암컷들을 다 얻는 녀석들이다. 대신에 이 녀석들... 사람으로 치면 가슴이라 할 곳에서 나오는 젖이 정말로 맛있다.


"정말이지, 어디를 갔던거야. 요 장난 꾸러기."

포우~


지금 내 품에 안겨 있는 녀석은 포우이다. 이 녀석이 내뱉는 이 울음소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일단 부모님께는 아직 알려드리지는 않았지만 좀 더 성장한다면 그때야 말로 이 녀석들에 대한 것을 알리고 길들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집은 돈을 많이 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정말로 화목하게 살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르를 내려놓고 돌아갈려고 하는 순간.


미끌~


"...어라?"


미끄러운 바닥을 밟은 나는 그대로 넘어졌고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었다. 으으...

일단 몸에 묻은 흙을 털려고 일어설려고 하자 저쪽 절벽 밑에 작은 동굴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도 주변에서 뭔가 퀴퀴한 냄새가 나고 있기에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포우~

"아, 포우!!"


갑자기 포우가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도 포우가 들어간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얼마정도 걸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걸어가자 눈 앞쪽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저 앞에 포우가 있을 것이라고 직감한 나는 앞으로 나아갔고 거기서...


포우~

"뭐야, 이거. 야생동물인가?"

"헤에, 프라이밋 머더의 어린 유체가 여기까지 어떻게 들어온... 넌 뭐냐?"


내 생애 최고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나중에 그이에게서 들은 말로 하자면 '운명의 붉은실의 만남' 이라고 하던가? 어찌되었든 나는 그곳에서 마주쳤다.


공중에 떠 있는 은발 적안을 한 소녀와 하반신을 뜨거운 붉은 물에 담그고 있는 몸 곳곳에 이상한 금속 줄 같은 것을 달고 있는 남자를 말이다.


두 사람 내가 이 곳에 들어와 있는 것이 마치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밑에 있는 남성은 그러면서도 그 손은 포우의 머리를 향해있었고 익숙하다는 듯이 포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저기... 당신들은 누구시죠?"

"나? 그러는... 너는 누구야?"

"저 말인가요...?"


대뜸 나의 이름을 물어보는 그녀의 말에 나는 눈 앞의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들에게 나의 이름을 말하였다.


"제 이름은... 두트르, 이 에리두에 사는 두트르라고 합니다."

"두트르... 귀여운 이름이네."

"응, 정말로 귀엽네~"

"귀,귀엽다고요?!"


공중에 있던 그녀는 대뜸 자신의 이름을 말하였다. 그런데...


"아차차, 네 이름을 들었으니깐 이쪽도 예의 상 말해야겠네. 안녕 내 이름은 사마엘이야. 너희 인간들은 아마도... 루시퍼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걸?" 

"아, 맞다. 내 이름도 말해줘야지? 나는 엔키야. 만나서 반가워. 두트르"

"......루,루시퍼에 엔,엔키님?!"


왜... 타락한 샛별과 에리두의 수호신님께서 이런 곳에?!"






.......................................


"헤에~ 그러니깐 묵시록의 붉은 용을 그 몸에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되셨다고요?"

"맞아. 설마 사마엘 녀석이 에메르(생명)을 메르(죽음)으로 각인시킨 바람에 '그리스도를 찾아서 보호해라'가 '그리스도를 찾아서 죽여라'가 되어서 그런 식으로 날뛸 줄은 몰랐지."

"아니, 그건 내가 말했잖아! 똑바로 말하지 않은 네 잘못이라고 말이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쒸....!"


엔키님의 이야기를 들은 결과, 묵시록의 붉은 용이란 루시퍼가 만들어낸 일종의 개념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을 받는 그리스도를 찾을 수 있게 특수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뭐더라? 레이더? 엔키님이 말하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을 뿜어서 뭔가에 부딪히면 그게 반사? 되는 것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개조한 것으로 루시퍼 본인과 마더 할롯, 묵시록의 붉은 짐승이 가지고 있었다고 하네요.


"쯧, 애초에 내가 타천당하게 된 이유 자체가 인간들을 위한 것이였는데... 아버지께서도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알고는 이렇게 비둘기를 보내다가 이야기도 나누면서 사과를 빌고 계시지만 난 이미 용서 했어."

[그 때의 일은 미안하단다. 그러나 결국 네 잘못으로 하마터면 묵시록의 붉은 용의 명령을 따라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안겨줘야 할 그들을 타락한 존재로 만든 것은 네 잘못이란다.]

"아니, 그건 알고 있다고요!!"

"그래서 결국, 그 묵시록의 붉은 용을 최종적으로 흡수한 결과. 나 자신이 묵시록의 붉은 용이 되어버렸고 그 때문에 인류가 만들어낸 악성을 품게 되어 버렸어. 번호는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많이 위험하기는 하지."

"네에..."

"아, 미안. 너가 알기에는 좀 많이 힘들었겠구나."



공중에서 루시퍼... 아니 사마엘님과 비둘기의 목을 빌린 하나님께서 싸우시고 엔키님은 반쯤 졸린듯한 눈으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하게 제게 설명을 해주시는데... 그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뭔가 힘이 빠지고... 몸이 뜨거워지는 듯한 게...


"응? 잠깐만, 쟤 왜 얼굴이 빨개지냐?"

"어,어라? 두트르. 정신 차려!"

"네에...? 뭐가요...?"


비몽사몽해지는 상황속에서 엔키님의 당황하는 얼굴을 보자... 저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냥 지금 당장 옷을 벗고 뜨겁게 울리고 있는 아랫도리를 보여주고 싶다. 스치기만 해도 짜릿 거리는 내 가슴의 첨단을...


"정신 차려! 너 지금 매료 되었어!!"

"네...? 매, 매료라고요?"


내 눈앞까지 다가온 엔키님께서 손가락을 가지고 딱딱거리는 소리를 몇번 내자 갑작스럽게 맑아지는 정신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가 고스란히 기억나게 되었고... 그대로 얼굴을 숙이고 달아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으으으... 대체 이게 뭐람..."


조금 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어올릴 때까지 기다려주신 엔키님께서 말씀하시길, 자신은 원래 신들사이에서 소문난 색정광으로 최근 몇백년동안 누군가를 만나서 말할 기회가 없다보니깐 이성을 홀리는 행동들을 자제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것이 나를 이상한 상태로 만들었다고 하였다.


"그... 미안, 내가 너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어서 말야..."

"아,아니에요..."

"아이고, 자신도 폐를 끼치면서 나한테 뭐라 하기는..."

"시끄럽다, 폐천사."

"야! 너 오늘 나하고 죽자고 싸우자. 개객기야!!"


사마엘님과 엔키님께서 싸우시는 모습을 뒤로 한 채로 그렇게 한참을 부끄러워 하던 도중, 문득 시간이 제법 많이 지나갔음을 깨달았고 이대로 있다가는 해가 저물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이 곳을 나가기로 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엔키님께서 또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시면서 뭔가를 부리셨기에 다행이였지 아니였으면 이 깊은 동굴속에 꼼짝없이 갗힐 뻔 하였다.


"으으... 여기는, 동굴 입구이네."

포우~

"아, 포우! 다행이다. 너도 여기에 있었구나."

포우~!

"헤헤헤... 아 참! 미안해, 내일도 올테니깐 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야 해."

포우~!

"알겠어, 내일 또 보자!"




포우!(잘 가! 두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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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달 정도 동안 나는 계속해서 엔키님과 사마엘님이 스스로 갇혀있기로 한 그 동굴 속 깊숙한 곳으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매번 들어갈 때마다 사마엘님은 다른 옷을 입고 계셨기에 나 역시 사마엘님의 허락을 받고 옷을 입기도 하였지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주로 엔키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였다.


"이야, 두트르는 정말로 귀엽네."

"에... 그런가요?"

"정말이야, 정말로 귀여워서..."

스윽~

"확, 그대로 끌어안아서 먹어버리고 싶네..."

"윽...! 노,농담은 그만두세요!!"

"하하하, 진짜인데. 이 할아버지, 좀 많이 슬플지도?"

"그래, 이 늙은이의 마음에 들게 되면 정말로 위험해진다?"

"아, 시끄러. 전 아내도 떠나보내는 바람에 마음이 적적하다고."

"그러면 닌후르쌍에게 가서 안기든가?"

"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 놈은 좀..."

"자신의 누나내지 여동생 되는 존재한테 그렇게 말해도 괜찮은 거냐?"

"아, 시끄러!!"


엔키님과 사마엘님음 마치 친한 친구처럼 스스럼 없이 서로 티격태격 구시면서도 나의 시선을 많이 살피셨다. 듣자하니, 엔키님은 머나먼 미래라는 것의 단편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고 이를 이용하여 많은 것을 배우셨다고 하셨다. 미래가 뭔지 물어보니깐 내일의 먼 내일이라도 답하신 만큼 아주 많은 내일이 지나야지 그것이 미래하고 하는 것 같다.


"자, 목걸이하고 귀걸이야."

"뭐야? 이건, 너 설마... 윽! 소아성애자..."

"어쩌라고요. 얘는 내 꺼야. 찜했다는 표시이지."


하루는 엔키님께서 내게 목걸이를 씌워주셨다. 듣자하니, 여신 이슈타르님께서도 눈에 불을 키고 찾을 만큼 귀하디 귀한 보석으로 만든 것이라던데... 모래 알갱이만한 것만으로도 나라 하나를 사고도 남는다라니... 대체 나한테 이런 것을 주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응? 그야 두트르가 귀여우니깐 말이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계속 착각하게 됩니다. 엔키님."

"아,아니 잠깐! 나는 진지하다고!!"

"알겠습니다. 엔키님"


대체 나한테 이런 것을 주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과 신에게 흐르는 생명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이런 비호를 받아봤자 나느 저분의 기준에서 순식간에 쭈글쭈글해져서 보기도 싫은 것이 될 텐데 말이다...

일단 목걸이를 벗을려고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도 내 목과 가슴 사이의 공간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한동안 이것을 엔키님께 빼주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어느샌가 이대로 있어도 불편함이 없었기에 가만히 놔두기로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동굴 속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와보니 그날따라 엔키님은 공중에서 자신을 보면서 웃고 계시는 사마엘님 옆에서 본 적도 없는 무언가를 들이키고 있으셨다.


"저기... 대체 무엇을 들이키시는 건가요?"

"술."

"아하하핰, 아하하핰!! 오랜만에 잠시 신전에 귀인이 왔다고 해서 갔더니만, 아하하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엔키님의 표정이 좋아보이시지 않았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엔키님께 어찌된 영문인지 여쩌보았다.


"저기... 엔키님, 제가 감히 엔키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여쭤봐도 되는 것을 여쭤봐도되는지 여쭤보고싶은데 실례가 안된다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너... 그거 누구한테서 배운 방식이냐?"

"네? 사마엘님께서 자신보다 높으신 분들께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죠..."

"그래? 그렇구나..."


엔키님은 그렇게 말하시고는 자신의 옆에 있던 녹색의 커다란 무언가의 윗부분을 거꾸로 잡은신 뒤에...


"아, 이 미친년아! 왜 이렇게 귀여운 애한테 해병식 질문을 가르치는 건데!!"

쨍그랑~!

"꿰엑!!"


... 그대로 사마엘님께 내리치셨다. 그러자 사마엘님은 이상한 소리를 내시면서 유황 용암바다에 그대로 침몰하셨다.


"아이... 비 배ㅡ 뷐!"


거기에 더해서 사마엘님께서 뭔가 더 하시려고 하자 주먹으로 사마엘님의 머리를 짓누르기까지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는 몰라도 내일의 먼 내일에 기억이 없는 내가 저런 짓을 당할 것 같은 느낌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꺼지라고, 이 년아. 무슨 I'll Be back이여. 진짜... 그리고 용광로 씬은 Good bye라고 몇번을 말하냐. 이 빡대가리야. 니가 그러니깐 묵시록의 붉은 용도 개같이 만들었지 참나..."

"푸하~! 야, 이 미친놈아 지금 술 퍼마시다가 기절한 뒤에 지 외손녀한테 빼앗긴 메(권능) 찾겠다고 손가락 튕겨서 자동 운행 망치고 막 건물하고 바위들 부수면서 앞에다가 바다 괴물들 소환했는데도 그 쓸테없는 외손녀놈의 운 때문에 한끗 차이로 신전 바깥에서 놓쳤다고 화내면서 알코올 내성 올린답시고 미래의 술을 불러다가 마시는 건 뭔데?!"

"응, 꺼져. 타락☆천사"

"...이 천하제일 ㅈ을 ㅈ대로 놀린 놈이!!"


그렇게 두 분께서는 주위 지반을 뒤흔드는 대격전을 펼치셨고 그 결과, 동굴이 조금 더 깊어지게 되었다.그렇게 두 분께서 진정하시고 난 뒤, 나중에 엔키님께 자세한 결과에 대해서 물어본 결과, 여러모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얽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이슈타르님께서... 메를 훔쳐가셨다고요?!"

"어, 그거 때문에 조금 귀찮게 되었어."

"아,아니. 메라고 하면 그 세상의 온갖 것을 다스리는... 그런 귀중한 것을 왜 술에 취하셔서...!!"

"그러게 말야, 원래라면 대략 20여년 뒤에야 조건을 걸면서 천천히 건네줄 생각이였는데... 귀찮게 되었어."

"그러니깐 말야, 애초에 술에 취한 시점에서 다 진 것이 아닐까?"

"쯧, 그렇기는 하지..."


엔키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또 녹색의 술통을 들이키셨는데... 저 술통에서 왜 포도 냄새가 나는 걸까? 저거 혹시 포도주인가...?


"...그래서 지금 술을 들이키시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인가요? 술에 대한 내성이라도 올리시려는 건가요? 정말로 그러시는 것이라면 조금 실망이네요."

"그만! 그렇게 경멸과 실망을 섞은 눈빛으로 나를 보지 말란 말이다!!"

"아하하핰, 꼴 좋다!! 이렇게나 어린 녀석한테 당하는 만큼 마음의 가책이 더욱 더 느껴질 것이다!! GOD Damn'it!!"

"야! 신의 피조물이 그러는 거 아니잖아!!"


그렇게 사마엘님과 엔키님은 서로만이 알 수 있는 내일 너머의 먼 내일의 것으로 보이는 발언들을 하시면서 다시 서로 싸우시기 시작하셨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뭔가 어린아이의 장난을 보는 것 같아서 감흥이 식어갔다.


"포우~!"

"아, 포우군. 심심해서 온 건가요?"

"포우~!"

푸드덕~!

[나도 왔단다. 엔키의 비호를 받는 소녀여.]

"아, 안녕하세요. 그... 하나님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문제 없단다. 그보다... 사마엘과 엔키는 지금 무엇 때문에 서로간의 다툼을 하는 것이더냐?]

"몰라요 갑자기 싸워서요."

[그렇구나.]


하나님께서는 비둘기의 모습으로 공중에서 그릇에 하얀색의 따끈따끈한 뭔가를 꺼내었다.


"이건... 뭔가요?"

[바다 저 너머 대륙에서 자생하는 외계식물의 변종이 있는데 그것의 낱알에 열을 가한 것이란다.]

"그렇군요, 맛은 좋나요?"

[좋다마다, 다만 지금 내가 나의 자식들에게 이 것을 나누었다가는 여러모로 발전이 뒤틀리기에 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더구나.]

"그렇군요, 그래서 이것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흐음... 저 두 아이는 이것을 팝콘이라고 부르더구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팝콘이라..."

와그작!

"우물우물... 맛있네요."

[정말로 맛이 좋단다.]

"포우~!"


그렇게 나와 포우, 하나님은 사마엘님과 엔키님께서 서로 싸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팝콘을 먹었다. 음, 이거 맛있다. 나중에 내일의 먼 내일에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방관하면서 팝콘을 먹는 것이 당연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하찮은 이유로 싸우시네요, 대체 왜 저러시는 걸까요?"

[그건... 다 내 탓이란다.]

"네?!"


비둘기의 모습으로 팝콘을 쪼아드시던 하나님께서는 딱 보기에도 뭔가 씁쓸해보이는 분위기를 풍기시면서 얘기를 꺼내셨다.


[...저 두 사람이 저렇게 치고박고 싸우는 이유는 다름아닌... 저렇게 하지 않으면 엔키, 저 아이가 미쳐 날뛰기 때문이란다.]

"... 어째서 엔키님께서 미쳐 날뛰신다는 건가요?"

[저 아이는... 이 별에서 태어나지 않았단다.]

"...네?!"


갑작스러운 발언에 놀랄 수 밖에 없었지만 하나님은 그저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 태초에 빛이 있기 전, 이 별은 생명을 품을 수 없었단다.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였지.]

[그러던 어느 날, 어떠한 외계의 신성이 다가왔고 그 신성은 이 별에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의지를 불어넣기 위하여 자신의 힘으로 이 별을 조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정해진 운명을 함부로 비틀 수는 없는 법, 결국 신은 한계를 맞이하게 되었단다.]

[그러나 이 별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 위에서 피조물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신성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단다.]

[그 신성은 다름아닌... 자신의 모든 것을 분해하여 그 별과 동화시키기로 하였단다. 그렇게 생명의 태동 조차 없던 이 별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고 곧, 박동을 보이며 태어나기 시작했단다.]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별의 심장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고 그것은 별과 동화된 신의 육체를 연기의 형태와 금속의 형태로 변화 시켰단다.]

[하늘 높이 올라간 연기는 창조신 에아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지하에서 뭉친 금속은 알비온이라고 하는 용종이 되었단다.]

"... 그것이 엔키님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있고 말고, 사실 이 연기와 금속은 그 외계 신성의 영혼과 육신이란다. 외계 신성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영혼 뿐이니 육체는 별 볼일 없었단다. 그러나 자신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별은 자신의 육신에게는 이미 희미하나 자아를 주었음에도 자기 자신은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제 본래의 자아를 찾았다는 것에서 스스로의 역할이 끝났음을 예견하였단다.]

[그리하여... 에아는 스스로를 다시 전생시키기로 하였지. 자신의 모든 기억을 가진 채로 연기 상태의 육신을 조작하여 수분으로 변화시킨 에아는... 하늘에서 땅으로 쏟아지는 비가 되어서 별을 식힘과 동시에 바다가 되었고 이 별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모든 것을 끌어안은 채로 가라앉았단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먼 옛날의 바다에서 자아를 가진 신성이 깨어나니 그것이 원초의 여신, 티아마트란다. 그리고 그 티아마트의 눈뜨임에 다시 눈을 뜨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 바로 엔키란다.](하늘=엔, 땅=키, 하늘에서 땅으로=엔키)

[즉, 저 녀석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자신의 모든 것이기에 그것을 망치려고 하는 자에게는 가차없이 몰아치는 성향을 띄게 되었고 현재, 자신의 육신안에 잠들어 있는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붉은 용의 힘을 제어하느라 언제나 정신이 닳아있는 상태가 되었단다.]

"... 그래서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언제나 자극을 바란다는 건가요?"

[그렇단다. 저것 때문에 이 별의 주인으로써의 자격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이를 다스리기 위한 권능까지 다 빼았겼으니 자신의 전생이였던 에아를 꽤나 많이 저주하면서 분을 삭히고 있을 것이란다. 나는 저 아이가 정말로 안쓰럽단다.]

"...제가 뭔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죠."

[... 나도 그것은 통감하는구나.]


아무도 몰랐던... 고고한 신의 이면을 알게되자마자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저 누구보다 고고한 신에게... 자비로운 손길로 쓰다듬으면서 위로하고 싶다는 불경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 죄송하지만 저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포우, 내일 또 봐요. 그럼... 엔키님과 사마엘님께는 내일 다시 뵙게 된다고 전해주시길 바라옵니다. 하나님"

[허허허, 나도 그냥 아버님이라고 불러도 되지만...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단다. 어린 양아.]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때의 나는 전혀 몰랐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최소한 몇십분이라도 바깥을 서성이다가 갔어야 했다고 말이다. 그렇게... 한달씩이나 엔키님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 줄이야...









덜그럭~!

"으음... 벌써 아침인가?"


내가 에리두를 떠나온 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그 날 바로 집으로 돌아간 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어느 사제들과 일꾼들이 있는 수레에 태워진 채, 계속해서 어디론가로 데려가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오면서 사제들이 서로 나눈 얘기를 듣고 엔키님의 방식대로 생각을 해 본 결과, 저들은 우르크의 이슈타르님의 신전에서 일하는 성창(聖娼)들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니깐... 한 달 전, 그 날 엔키님이 메를 빼았기셨다고 술을 마시고 계셨는데 그 때 이미 이 땅 곳곳의 신전에 신탁이 내려졌나보다.

아마도 그것은 여신 이슈타르님의 위광을 높히기 위하여 수많은 사제들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 땅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성장하여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들을 돈으로 사고 있었고 나는 안 좋은 집을 일으키기 위한 돈에 팔려온 것이다.


"하, 인생 새옹지마라더니..."

"...새옹지마가 뭐야?"

"아, 별 거 아니야."


으음... 엔키님과 사마엘님의 내일보다 먼 내일의 상식에 물들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내뱉으면 안되는 말을 내뱉었다. 방금 한 말은 엔키님의 설명에 따르면 좋은것과 나쁜것이 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란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딱 이에 맞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그래도 나의 첫 남성 경험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었는데, 엔키님과 같은...'


갑자기 좋아하는 남성을 생각하자 엔키님이 떠오르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가장 편한 남성이기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수레 안에서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 묻은 채로 괴로운 것이 빨리 왔다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사제들은 거기서부터 멈추시오! 이슈타르님으로 부터 내려온 신탁이 있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커다란 문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저 멀리 말을 타고 온 사람이 와서는 뭔가를 전달했다. 듣자하니 이슈타르님께서 신탁을 내리셨다고 한다.


"신탁이라니, 저희들은 그런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막,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에 문자를 새긴 진흙판을 수레로 끌고 오고 있습니다. 이에 더불어 최고 사제님께서도 함께 오고 계시니 모두 다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수레 두 개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하나는 화려한 것이 꼭 높으신 누군가가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뒤, 화려한 수레와 진흙판이 담긴 수레가 함께 왔다. 엔키님으로부터 문자를 배웠기에 나는 사제들의 어깨 너머로 무슨 신탁이 내려왔는지에 대해서 슬쩍 엿보았다.


「하늘에서 땅으로 전한다, 우르크로 들어오는 모든 수레들은 이 신탁을 보게 되는 것과 동시에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리 하지 않게 된다면 지상의 모든 단 물이 쓴 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단 물이 쓴 물로 바뀐다는 저런 협박을 하실 분은 엔키님 말고는 아무도 없으실 것이다. 그런데... 왜 엔키님께서 이슈타르님의 신전에 저런 신탁을 내리거나 보내신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때, 화려한 수레에서 어느 한 여성이 내렸다.


"허읍...!"

"어,어째서...!!"


사제들은 그 여성을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왜냐하면... 그 여성은 누가봐도 화려한 금빛 머리칼과 붉은 눈을 지닌 세상 모든 남성들을 매혹할 만한 외모를 지니신 분이였으니 말이다. 나는 저 분의 외모를 알고 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저 모습을 귀가 닳아버릴 정도로 듣고 또 들었다.

에리두 지하 깊은 곳에 스스로 잠겨 있는 어느 한 신님으로부터 말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아볼 정도로 말이다.

저 분은, 위대한 하늘의 세 신들 중 한 분이신,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이슈타르 님이시다.


"정말이지... 왜 갑자기 나한테 그런 협박을 날리는 건데. 그보다 메를 훔쳐한 것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다니... 이상해, 그 욕심쟁이이자 희대의 난봉꾼인 그 사람이 왜 단 한 명의 소녀를 찾는다고 모든 신들에게 그러한 신탁을 내리게 협박한 거지? 이해가 되지를 않네..."


......부끄럽다. 엔키님의 그 쓸데없는 일이 정말로 한심해서 부끄럽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바로 거기로 숨어들고 싶지만 여기는 평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정말로... 얼굴이 새빨갛게 익을 정도로 부끄러워 죽고 싶을 정도이다.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부끄러움을 안고 익사(엔키님의 말씀으로는 어느 한 인류의 수호자가 한 말을 대충 짜집기 했다고 한다.)를 하고 있던 와중에 엔키님과 비교될 만한 신성력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어보니... 


"어... 안녕?"

"에...?"


이슈타르님께서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큰일났다. 여신님의 앞에서 무례한 일을 저질러버렸다. 아아... 결국 이렇게 불경죄로 죽게 되는 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엔키님께 그 누가 와도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도 마련해주라고 하는 건데... 그보다 매번 갈 때마다 주시던 보석이라도 조금 들고와서 몰래 팔아다가 돈이라도 마련했으면...


......맞다! 나 보석 있었지!!


잘 생각해보니깐 나에게는 여러가지 보석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엔키님께서 주신 목걸이에 말이다. 엔키님께 몇번이고 가서 목걸이를 떼어내 달라고 조를 때마다 말 없이 웃으시면서 목걸이 안에 딱봐도 귀해보이는 보석 장신구를 넣으시는 모습에 화가 났었는데... 다행이다. 이거면 살 수는 있겠다!


"저,저기... 보석 필요하지 않으세요? 여기에 보석 장신구가 한 가득 담겨 있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쇄골(목과 가슴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이란다. 여길 보고 상대와의 결합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던데...엔키님도 그러실려나?)에 박혀있는 보석을 문질러서 여러가지 보석 장신구들을 꺼내었다.


"그러니깐... 이건 핑크...? 다이아몬드...? 라는 것이고 이건 루비라고 해요. 그리고 이건..."


살아 남아야 한다. 어떻게든 이 보석 장신구들을 모두 다 팔아 넘기는 한이 있더라고 말이다. 그렇게 막 신이 난 듯이 보석 장신구들을 꺼내고 있을 때, 이슈타르님께서 입을 여셨다.


"저,저기..."

"네! 어떤 것을 원하시나요?"

"너... 대체 누구야?"

"...네?"


갑자기 내가 누구냐고 물으셔도... 나는 두트르이다. 그것 말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 말씀이신가요? 저는 두트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아니, 그것을 묻고 싶은 게 아니야. 그..."


이슈타르님께서는 불안해보이는 눈빛을 하시면서 나의 머리를 쓰담으셨다. 그런데 왜 불안한 눈빛을 하시는 거지? 혹시 내가... 뭔가 잘못했나?


"그... 제가 뭔가 잘못이라도 했나요?"

"잘못? 그,그럴리가! 그럴리 없잖니..."

"그런데 왜... 떠시고 계시나요?"

"응? 그,그야..."


이슈타르님께서는 잠시동안 말이 없으셨다가 숨을 크게 들이쉬시고는 내게 다시 말을 거셨다.


"호,혹시... 그... 엔키 님 하고... 아는 사이니? 아니, 아는 사이 이신가요?"

"...네? 갑자기 왜 저한테 경어를 쓰십니까? 제가 무엇을 했다고..."


갑작스럽게 당황하게 되어서 제대로 된 말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 뒤에서 다른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슈타르님, 괜찮으십니까? 이 년이 뭔가 실례라도 범하셨는지..."

"아,아니야! 손 대지 마! 지금 그 애한테 손을 함부로 댔다가는 강이 다 말라버린다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온지..."

"후우... 저기, 네 이름이 두트르이니?"

"아, 네. 혹시 제 이름은 엔키님께 들으셨나요? 그렇다면..."

"그렇구나. 역시나..."


이슈타르님께서는 뭔가를 알아내셨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시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셨다.


"...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두트르님, 여기서부터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이슈타르님!! 왜 이 년에게 고개를 숙이시는 겁니까!!"

"시끄러워! 너희들이야말로 이 분이 누구신줄 아시고 그러는 거야!!"


갑자기 이슈타르님께서 내게 고개를 숙이셨다. 왜지? 대체 왜 나 같은 사람한데 고개를 숙이신 거지? 거봐, 저기 있는 경비병분들께서도 화를... 어라? 이슈타르님? 왜 저를 보호하시는 건가요? 저는... 저는 그저 한낮 인간일 뿐인데...


"후우... 잘 들어, 여기 계신 분은 다름아닌 이 세상을 이끄는 거대한 두 흐름이 만들어낸, 삼라만상 모든 날뛰는 것들을 자비롭게 복종시키시는 분. 하늘의 위대한 아버지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분이신 두트르님이시다! 나, 이슈타르보다 더 높으신 분이라고."

"...네?!"


뭔가... 뭔가 아주 잘못되었다. 내가... 내가 이슈타르님보다 더 위라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털썩!

"어라? 두트르님, 두트르님. 정신 차리세요. 두트르님!!"

"이,이슈타르님. 저희들이 어찌해야..."

"뭐하는 거야! 빨리 가서 수레를 끌고 와! 이 이상 몸이 상하시면 아무리 불가침의 계약을 맺으셨더라고 그것을 깨고 내 외조부이신 엔키님께서..."


아, 정신이 희미해진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좀 자고나서 다시 생각해보자...

그렇게 내 의식은 깊은 심연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꺼졌고, 그 뒤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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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주 큰 스포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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