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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미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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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31, 2014 22:21에 작성됨.

"프로듀서님, 지금 사무소에서 출발할께요."
"네, 아마 한 시간 좀 못되게 걸릴 것 같아요."
"프로듀서님, 저 못 믿으시는거에요? 아즈사씨 혼자라면 못 찾아가겠지만 저도 같이 붙어있는데도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그렇게 신용이 없어서야 앞 날이 걱정이네요."
"어머, 하루카, 무슨 말이니, 그거?"
"아...아하하. 나중에 말씀 드릴께요."
"어머어머..."
"그럼 이따가 도착해서 뵐께요."
전화를 끊고 아즈사씨의 손을 붙잡는다.
"아즈사씨, 제 손 놓으시면 안되요?"
"어머어머~ 나 그렇게까지 길 잘 잊어버리진 않아?"
무슨 농담을 하시는거지? 아즈사씨는.
"일단 로케 장소까지 길 잃어버리지 않고 도착하시게 되면 다시 말씀해주세요..."
"어머어머~"
아즈사씨의 손을 꼭 붙잡고 프로듀서님이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업무에 관련된 일이 아니라서 경비처리는 곤란하니, 전철로 이동하기로 한다. 중간에 아즈사씨가 사라져버리면 프로듀서와 지내는 시간도 줄어들테니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하루카와의 일을 사장님과 리츠코, 오토나시씨에게 말씀드렸다. 다행히 사장님이나 오토나시씨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사장님은 큰 건이 아니라면 되도록 하루카를 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셨고, 오토나시씨 역시 전적으로 지원을 약속해주셨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765프로덕션에서 다같이, 함께 보낸 시간은 서로를 생각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로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비록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리츠코 역시 하루카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주었다. 조금 분위기가 안좋아지기도 했지만, 리츠코도 하루카도 나를 생각해주는 착한 아이들이기에 제대로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하하, 하루카. 이 도둑고양이같으니. 프로듀서에게 먼저 고배...이야기한건 나라고?"
"하하, 리츠코씨. 어쨌든 프로듀서님이 받아들여주신건 저라고요?"
"갑자기 나타나서 가로채간 건 어디의 누구지? 하루카?"
"갑자기라뇨? 지금까지 계속 어프로치해온건 저와 미키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으으...!""
물론 이야기하는 동안 이 둘의 눈에서 하이라이트가 사라지고, 등 뒤에서는 스탠드가 나타나 '오라오라오라─!' 라는 액션을 취한 건 비밀로 해두자.
어쨌든 리츠코 역시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었고, 하루카에 대해 인정해주었다. 물론 제대로 리츠코에 대해서는 매듭지었고, 위로해주었으니 너무 나를 탓하지는 않도록 하자.
거기, 리츠코P, 당신말이야.

일이 없을 때의 하루카는 대부분의 시간을 내 병실에서 보냈다. 물론 밤에는 제대로 집에 돌려 보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나에게 이 이상의 무언가를 남기게 하고싶지 않았다. 
뭐냐고? 당신이 가장 먼저 떠올린 그거.

아즈사씨의 길을 찾는 능력은 자타공인 명불허전이기 때문에, 필히 하루카가 따라가도록 말해두었다. 물론, 내 상태에 대해서는 함구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내가 얼굴을 맞대고 전원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못박아둔 상태이고, 난 그 말을 지키고 싶었다. 그것이 서로에게 상처가 될지라도,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없으니 또 간단하게 청소라도 해볼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내가 혼자서 병실에 있을 때와는 달리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라는 것을 생각해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건 좋구나~"
그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17살이라는건 곤란하다 싶지만서도. 그리고 곤란할 정도로 사랑스럽다는게 더 문제다. 어쩌지. 내가 죽고나서 누군가 하루카를 채갈 생각을 하니
"열받는데."
"무슨 말씀이신가요? 프로듀서님?"
응?
"아, 하루카왔구나."
"저도 왔답니다~"
"아즈사씨! 어서오세요."
불편하지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간이 침대 뿐이기에 그쪽으로 앉도록 한다.
"길은 안 잃어버리셨죠?"
"하루카가 잘 데리고 와줬답니다~ 근데 프로듀서, 오랫만에 보는데 처음 하시는 말씀이 그건가요?"
부우~ 하고 볼을 부풀리는 아즈사씨. 이 사람이 스물한살이라니, 귀엽구나~
옆구리를 찔렸다. 아파!
"어머~? 프로듀서? 왜 그러시죠?"
"아... 아닙니다. 아하하..."
하루카씨? 웃으면서 머리에 핏줄 세우지말아주세요? 무섭습니다. 넵.
"그런데, 프로듀서는 왜 병원에 계신거죠?"
"...그거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바쁘시겠지만 와달라고 한겁니다."
"...전 잠깐 과일이라도 가져 올께요."
하루카가 자리를 뜬다. 나름대로 마음 써주는거겠지.
"저, 프로듀서?"
"하아..."
"한숨만 쉬시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는데요..."
"그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요."
"어디 많이 편찮으신건가요?"
리츠코에게도 오토나시씨에게도 하루카에게도 말할 때 마음을 굳건히 하고 내질렀는데, 아즈사씨에겐 역시나 조금 힘들다. 귀중한 누님 포지션이라서 그런가?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천천히 말씀하셔도 되요."
조금 슬픈 눈을 하고 웃는 아즈사씨. 뭐, 이런 분위기라면 대강은 알았을 거라 생각이된다. 천연계 캐릭터이긴해도 할 땐 확실하게 하는 아즈사씨니까.

"하늘에 안겨서 구름이 흘러가고 있어요
바람을 흔들리게 하며 나무들이 이야기하죠..."
아즈사씨의 '곁에...' 흔히들 치하야를 765 최고의 가희라고 하지만, 아즈사씨 역시 그 못지 않다. 양대 가희로 소개될 때도 있는 만큼, 아즈사씨 역시 폭발적인 성량과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졌지.
그 중에서도 정점에 서있는 노래가 바로 이 '곁에...'다. 치하야조차도 조금은 버거워하는 고음역대를 자랑하는 노래니말이지.
"눈 뜰 때마다 변하지 않는 나날에
당신이 남기고 간 것을 찾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아즈사씨가 이 노래를 부른다는건... 대강 짐작하고 있다는 거겠지.
"Pain,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껴안겼던 온기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이 언덕길을 오를 때마다
당신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버리는
제 곁에 있으면서 저에게 닿아주었으면 해요
가까워지는 겨울의 발소리에
시간의 빠름을 느끼고 있어요..."

"계속 기다리고 있는 그 장소에 당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도
Why 무심코 기다려 버려요
어째서 만날 수 없는 거죠?
거짓말이야 하고 말하며 웃어주었으면 해요
상냥하게 키스를 해 줘요
멀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죠..."

"저를 혼자 남겨두고서는
옆에 있겠다고 약속을 한 당신은 거짓말쟁이네요"

"만일 정말로 신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을 돌려줘요
「다시 태어나도 너를 찾아낼게」
자그마한 소원을 담아서...
I wanna see you...
이 언덕길을 오를 때마다
당신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버리는
제 곁에 있으면서 저에게 닿아주었으면 해요"

멀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죠 저를 혼자 남겨두고서는

"옆에 있겠다고 약속을 한 당신은 거짓말쟁이네요"


"아하하... 아즈사씨는 못속이겠네요. 당했습니다."
"그렇게 슬픈 표정으로 웃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프로듀서."
"아즈사씨..."
노랫소리를 듣고 돌아온 듯한 하루카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지금 내 상황에 이렇게 잘 들어맞는 노래도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된다. 아마 아즈사씨는 나를 만나러 온다고 한 하루카가 병원으로 들어올 때부터 대강 짐작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야, 내가 무대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을 때도 난리가 났던 사무실인데, 지금까지 아무도 소식도 전해지지 않다가 갑자기 병원에 있다는건 이상하다고 생각했겠지.
"뭐 대충 짐작하고 있으실 것 같습니다만..."
"지금 전 그다지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대충 3개월정도, 라고 하네요."
"당연하다싶을 정도긴 합니다만 암이라고 합니다."
"일단 항암치료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뭐, 솔직히 기적을 바라는 심정일 뿐이죠."

역시나 예상했다는 듯 빙긋이 웃는 아즈사씨. 하지만 그 눈은 하루카와 마찬가지로 젖어있다.
"어머어머... 하루카가 병원으로 올 때부터 생각은 했지만, 막상 눈 앞에 닥치니 조금은 곤란하네요~"
하루카가 조용히 아즈사씨의 뒤에서 안아 머리를 쓰다듬는다. 모두의 언니 포지션인 하루카와 아즈사씨가 만나니 그것대로 분위기가 좋구나.
"어머... 하루카쨩? 나 일단은 언니야?"
"에헤헤... 지금은 그냥 이대로 있으면 안될까요? 이런 것도 신선할 것 같아요."
"어머... 정말... 약삭빠르구나."
"헤헤헤..."
훈훈하네.

"그래서, 하루카와는 결혼식이라도 올리는건가요?"
에?
""으에?""
"그렇게 놀랄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니아니아니,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면 당연히 놀라죠!"
"맞아요, 아즈사씨!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가요! 겨..겨..프로듀서님과 결..."
고장난 로보트처럼 어버버하는 하루카. 언제나 생각하지만 저 녀석, 언제까지 저럴 셈이지.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오버 히트 해버리면 곤란한데.
"프로듀서와 하루카는 러브러브니까요~"
"그렇게 티났나요?"
"어머어머~"
"맙소사..."
"저도 물론 프로듀서가 제 '운명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건 안되욧!"
"하, 하루카..."
"하루카와 프로듀서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걸 보고 확 빼앗아 버릴까~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장난은 그 쯤 해두세요, 아즈사씨..."
"장난 아니에요~? 프로듀서~?"
아즈사씨의 눈이 매처럼 빛난다. 위...위험해...
"프..프로..."
하루카?
"프로듀서님은! 안뺏길거니까요!!!"
하루카가 내 목을 감싸 안는다.
"아무리 아즈사씨라도 안되요!"
"어머어머~ 하루카는 언제나 기운이 넘치네~"
뭐지, 이 수라장은...
"그래도 하루카, 조심하지 않으면 빼앗길지도 몰라?"
"으... 아무리 아즈사씨라도 프로듀서님은 절대로 못줘요."
"나 뿐만이 아닐..."우와아악!!우와악!아와와!!"어머어머~"
대체 이 프로덕션은 어떻게 되먹은거야... 아니, 내 탓인가.
"프로듀서님? 혹시 들으셨나요?"
그렇게 검은 오오라를 피우면서 물어보면 설령 들었다고 해도...
"못들...었...어."
"정말이죠?"
"아마도."のヮの
"제 표정 따라하지 마세요!"
"그리고 말이야, 하루카. 아이돌이 그렇게 소리지르는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데."
"말 돌리지 마세요! 정말!"
"또 말이지, 하루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 이제는 좀 자각을 가지는게 어때?"
"봐이이..."
좋아, 하루카 격침.
"저기... 프로듀서? 다른 사람도 있는 데서 러브 코미디 찍는건 조금 어떨까~ 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엔 아즈사씨 쪽에서 검은색 오오라를 피어올린다. 고오오... 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프로듀서? 아무리 하루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해도 남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건 조금 어떨까~ 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게 같은 프로덕션의 아이돌이고! 거기에! 765프로덕션의 지금 상황은 조금 이상하다 싶을 정도라는걸 프로듀서도 잘 알고 있잖아요? 때와 장소를 잘 가려야죠! 애초에 프로듀서는..."
아, 아즈사씨에게 리츠코가 빙의했다. 어쩌지...
"...그리고 말이죠, 프로듀서는 말이지, 프로듀서로써의 자각이 부족... 듣고 있나요?! 프로듀서!?"
"네...네엡..."
"하여간, 프로듀서는..."
하하하. 뭐 어찌됬건 넘어간 것 같다.


"프로듀서, 저와 하루카 말고 또 누구에게 말했나요?"
"리츠코와 오토나시씨요. 그리고 사장님은 맨 처음부터 알고 계셨고요."
"다른 아이들이 걱정이네요."
"정말이지..."
"특히나 야요이나 치하야같은 아이들은, 충격 받을거에요?"
"제 생각에는 아마 미키나 이오리도 (다른 의미로) 충격받을 것 같지만요."
"프로듀서님! 대혼란이에요! 대혼란!"
"반쯤은 네 탓이라는걸 조금은 자각해주지 않겠니."
"나머지 반은 프로듀서 탓이지만 말이에요."
라며 싱긋 웃는 아즈사씨는 정말 무서웠다.
""죄송합니다.""
"하아, 정말. 운명의 사람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말이죠."
"아즈사씨는 저보다 더 좋은 사람을 찾으실 수 있을겁니다."
"어머어머~♡ 그런 사람이 존재할까 싶네요~"

"프로듀서."
"운명을 믿으시나요?"
"전 운명으로 연결~이라는 걸 믿는답니다."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고"
"프로듀서와의 만남에도, 추억에도 깊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프로듀서"
"앞으로도 저의 운명, 함께 개척해주시지 않겠어요?"
"그러려면 앞으로도 같이, 길을 걸어가야겠죠?"
"힘내세요, 프로듀서?"


덤.
"일단 수치 상으로는 더 이상 전이되지는 않는 것 같아."
"정말인가요? 프로듀서님?"
"응. 암세포 자체가 줄어들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지만, 우선은 조금 더 얼굴을 맞대고 지낼 수 있을지도."
"프로듀서님! 희망이에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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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 기획할 때 하루카까지만 생각해두고 즉석해서 쓰고있는지라 퀄리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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