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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무기가 울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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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6, 2022 03:40에 작성됨.

요즘따라 날이 더웠습니다. 여름은 당연히 더운 것이지만, 요즘의 더위는 예전의 더위보다도 더 덥게 느껴집니다.


카나자와보다 도쿄가 좀 더 위도상으로 아래에 있는 것이라 그럴까요. 아니면 도쿄에는 더위를 식혀줄 빈 틈이 없이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차서 그런 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위는 그저 제가 견디지 못 할 만큼 지독하게 온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저, 오늘 날씨가 좀 많이 덥지 않았나요."


"그렇네."


"...당신은 또 그렇게 성의없이 대답할 셈인가요."


"...."


프로듀서도 더위에 지친 건지. 예전과는 다르게 저에 대한 반응이 좀 더 무뚝뚝해진 듯한 느낌이 없잖아 듭니다.


원래 아무리 쏘아붙여도 헤실거리면서 넘어가거나, 난감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웃어보이던 사람이었는데.


늘 넉살 좋게 사람을 대해가지고 저도 거기에 어느정도 이끌려가는 느낌이었어요.


나쁜 의미는 아니에요. 프로듀서의 활력이 저를 이끌어가는 힘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요새는 그 활력이 없어져서 저를 그저 붙들고만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프로듀서는 저에게 맞춰서 움직여주기도 했는데, 이제 프로듀서가 저에게 맞춰서 움직여주지도 않는 느낌도 들고요.


힘든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매일 퉁명스러운 말만 하는 주제에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저에게 털어놔줬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있잖아. 츠무기."


"네."


"오늘 끝나고 나랑... 아니야."


"왜 말을 하다가 말아요?"


"못 들은 걸로 해줘."


"싫어요."


할 말이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마는 사람이 그렇게 우물쭈물대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요.


"츠무기. 그냥... 좋아하는 가게 가서 안미츠라도 같이 먹자고."


"정말. 그게 그렇게 쭈뼛댈 일이에요?"


"그냥. 좀 오랜만이니까."


프로듀서는 전에도 종종 절 안미츠 가게에 대려가고는 했습니다. 제가 상경하고 난지 얼마 안 되고 나서부터요.


안미츠 가게에서는 일 이야기도 꽤 했지만, 별로 일과는 상관없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는 했습니다.


저의 근황. 상경하고 나서는 잘 지내고 있는가. 어떻게 또 학교는 잘 다닐만한가. 이런 것들 말이에요.


저는 이번에는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다가 안미츠 가게에 도착했습니다.


"......"


프로듀서는 가장 비싼 메뉴를 시키고는, 정작 자신은 조금씩만 집어서 입에 넣고는 우물대며 아무 말도 않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사람을 불러놓고 아무런 말도 안 할 셈인가요."


"미안해."


"그... 미안할 것 까진 아닌데..."


"아냐. 미안해 그냥..."


프로듀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잠시 절 힐끗 바라보고, 그리고는 또 고개를 숙이기를 반복했습니다. 


저는 도저히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라서 그저 안미츠를 먹으며 조용히 있었습니다.


모처럼 같이 있는 시간인데, 프로듀서가 계속 축 처진 채로만 있으니 저도 생각은 많이 드는데 입 밖으로는 그 어떤 말도 나오지가 않았어요.


"츠무기. 맛있어?"


그야 맛이 없겠나요.


"네."


"다행이네. 처음 시키는 거잖아 이거. 혹시 입에 안 맞으면 어쩔까 해서."


"정말. 여기 몇 번이고 왔으면서..."


제가 말을 할 때마다 저를 힐긋힐긋 보는 프로듀서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여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요새 힘들어서. 이렇게 같이 있고 싶었어."


"힘들다뇨... 그냥 제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요?"


"그냥... 난 그거면 돼. 그냥 같이 있고 싶었어. 난 그것만으로도 족하니까."


"그렇지만..."


"......"


프로듀서는 안미츠를 우물우물거리고 있는 제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방실거리던 사람이 속으로 얼마나 힘들어가지고 제 앞에서도 맘 편히 웃지 못하고 있는데. 저라고 웃음이 나오나요.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하는데도, 정작 저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는게 뭔가 심통이 나요.


"내는...."


"츠무기?"


속에서 '내는 그렇게나 기댈 만한 존재가 못 되는 기가?'라는 한 마디가 끓어올랐지만, 억지로 안미츠를 입에 집어넣고 안미츠랑 함께 삭여냈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담당 아이돌한테도 자기 고민을 못 털어내는 사람인가요?"


"......"


프로듀서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흔들리는 눈빛이 향하는 곳은 저 뿐이었어요.


역시 그렇게 말하는구나. 라는 듯한 눈빛이라서, 그 뒤로 어떤 말도 이을 수가 없었어요.


"신경써줘서 고마워."


"고맙다뇨. 제가 뭘 해줬다고요,"


"그냥...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 자체가 고마워서."


"내... 내는 맨날 심한 말만 하고, 뭐만 하면 앵앵거리고, 프로듀서한테는 도움만 받고 살았다꼬..."


프로듀서의 눈에는 계속 눈물이 고여있었지만, 정작 제가 먼저 울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내가, 내가 준게 뭐가 있다고... 우째 고맙다는 말만 하는교..."


"아니야, 난 츠무기한테서 많은 걸 배웠는걸. 그리고 계속 곁에서 힘도 얻고..."


"정말! 그런 말은 됐어야!"


더 이상 슬픔과 마주하고 싶지가 않았아요. 제가 프로듀서의 앞에서 우는 것도 싫었고, 프로듀서의 아픔을 못 받아주는 것도 싫었어요.


이대로 있다가는 프로듀서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또다시 기대고 말 것만 같아서 저는 도망치듯이 안미츠 가게를 나왔습니다.


좀 더 진정이 되면, 아니면 내가 프로듀서의 아픔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 때 다시 한번 프로듀서를 찾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다음 날부터 사무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요.


제가 전화를 해 봤고, 문자도 보내 봤지만, 프로듀서는 받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날이 지나자 시어터는 마비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리츠코씨가 있어서 나름대로 버티고는 있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도저히 안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무소도 그렇고, 제 마음도 못쓰게 되고 망가질 것 같아서 못 버틸 것 같았습니다.


저는 따로 미사키씨에게 여쭤봐서 프로듀서가 사는 곳을 알아내서, 레슨이 끝나자마자 당장 프로듀서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예전같았다면 분명히 길을 잃었을텐데. 전 길도 안 잃고 잘도 프로듀서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프로듀서가 없었다면 이렇게 도쿄 지리에도 익숙해지지 못했을텐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요.


가는 길 동안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고 나도 모르게 훌쩍거리는 걸 계속 참으며, 전 프로듀서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저, 계세요?"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며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습니다.


"프로듀서?"


찾아가보겠다고 문자도 이번에 했지만,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문 앞에서 저는 다시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문 너머로 제 노래가 들렸습니다.


전 프로듀서가 전화벨을 제 노래로 해 둔 것도 몰랐나 봅니다. 아니면 신경쓰지 않았거나요.


혹시나, 혹시나 해서 전 문고리를 잡고 한번 비틀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문이 잠겨있지 않은 건지 바로 열렸습니다.


"프로듀서..."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죠?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빈 방 안에는 캔맥주, 술병, 인스턴트 라면같은 쓰레기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평소에 이렇게 살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어떻게 챙겨준다고...


지금 당장 바닥에 앉아서 엉엉 울고 싶었지만, 잠시 눈물을 닦고. 방 안을 좀 더 살펴봤습니다.


프로듀서의 책상 위에는 큼지막하게 글씨가 쓰여있는 한 종이봉투가 있었습니다. 저는 좀 더 가까이 가서 그 봉투를 들여다봤습니다.


인수인계서.


봉투에는 인수인계서라는 글자가 적혀있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습니다.


"우째서... 우째서..."


어쨰서. 어째서인가요. 그 때, 그 때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인수인계서 옆에는 핸드폰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쪽지가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무섭고도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핸드폰을 만지지 않고, 다리에 힘이 풀린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서 계속 훌쩍이고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마저도 도망쳐버린다면 저는, 저는 앞으로 프로듀서뿐만이 아닌, 저 자신에게도 얼굴을 들지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훌쩍..."


전 프로듀서의 전화를 잡고 비밀번호플 풀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그동안 받지 않은 전화들과 문자들입니다.


거기엔 당연히 제가 건 전화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방금 건 전화까지도요.


눈물을 겨우겨우 닦아내며, 무엇인가 프로듀서가 어디 갔는지 알아낼 만할 단서가 있나 프로듀서의 핸드폰을 뒤적였고, 핸드폰 안에 있는 메모장 앱을 열었습니다.


메모장 앱의 가장 위에 있는 글의 제목은 '남기는 글과 할 말들'이었습니다.


프로듀서의 진심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서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하고 나서 전화도 거기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꽉 잡았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서 이제 그만 사라지려 합니다.


이제 삶에서 즐거움도 찾을 수가 없고, 어째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어지고, 그만큼 힘들고 아픈 일들은 더 많아져서 더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저는 765프로라는 아이돌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 책상 위에 인수인계서가 있습니다. 그 인수인계서를 765프로에 가져다주세요.


사장님과 코토리씨, 미사키씨에겐 정말로 신세 많이 졌다고 말해주시고, 제 담당 아이돌들에게는 모두가 내 생에 있어서 최고의 아이돌이었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한명에게만 말을 더 한다면, 제 담당 아이돌인 시라이시 츠무기에게 할 말이 있어요.


제가 없어도 잘 할 거라고 전해주세요. 제가 많이 힘들어해도 츠무기는 늘 빛나고 있었고, 제가 처음 봤을 때부터 늘 고결함을 쭉 가지고 있었어요.


츠무기는 저에게 많이 의지하는 아이에요. 츠무기에게, 제가 없어도 다 잘 될 거고, 그 고결함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주세요.


저는 그동안 가진 것들을 다 잃어버리고, 제 소중한 것들도 하나 둘 사라져갔지만, 제가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다 츠무기 덕이라고 해주세요.


그동안 제 끊어져가는 삶을 지탱할 수 있었다고. 더이상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쭉 제 삶을 빚지고 있었다고 말해주세요.


정말로, 정말로 감사했다는 말을 전해주세요.


혹시 신원 불명인 누군가가 강물에 떠내려온다면 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고 긴 글을 다 읽고 나서, 전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백지가 되었습니다.


이럴 순 없어요. 당신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 없다는 생각만 계속 들고, 눈물도 갑자기 마른 듯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 갑자기 한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강물... 강물에 떠내려간다라면...


프로듀서가 무슨 생각을 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바로 울먹이며 신발을 신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전 프로듀서를 찾아서, 혹시 아직 프로듀서가 멀쩡할지도 모른다는, 아니, 멀쩡히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 속에 발이 찢어질 것 같은 것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뛰어다녔습니다.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는 그렇게 무책임하게 떠날 사람이 아니에요.


힘들어하면서 혼자 다리에 앉아서 울고 있을지도 몰라요. 프로듀서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요.


"프로듀서, 훌쩍... 흑... 프로듀서! 흐끅! 프로듀서어어어어!!!"


울면서 다리라는 다리는 다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다리만 찾아다니며 강변 주위를 뛰어다녔습니다. 도심에서 시작해서, 강줄기를 따라 계속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뛰고 뛰다 지쳐서 더는 뛰지 못할 무렵, 한 작은 다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발, 제발 프로듀서가 거기 있기를 빌며 또 다시 다리를 건너다가, 다리 끝자락에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설마, 설마 하는, 칼날이 제 머리를 내리칠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 그렇게 빨랐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고, 저는 그 무언가를 멀리 둔 채로 주저앉았습니다.


"하아... 훌쩍... 흑.... 흑..."


전, 사실 이미 그게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형체는 프로듀서의 신발 두 짝과 정말 비슷해 보였으니까요.


익숙한, 너무나도 익숙한 신발 두 짝. 이미 몇 번이고 보았던 신발 두 짝 말이에요.


"흑.. 흑... 으... 으아아아아..."


저는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더이상은 앞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만약 저 앞에 있는 신발이 정말로 프로듀서의 신발이라면 저는 정말로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뒤로 갈 수도 없었습니다.


"아... 흑... 아아아.... 우, 우, 아, 아아아아아...!"


그 때 도망치면 안 됐는데. 제발 가지 말라면서 붙잡았어야 했는데...


지금의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전 그저 꼬이고 꼬여서 한 구석에 가라앉아버리는 생각만을 머릿 속에 가두고, 신발 너머로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엉엉 흐느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츠무기가 울리고 싶었어요. 그게 다입니다.

츠무기야 사랑해 근데 나는 너의 5주년 칭호를 얻지 못했구나

나같은 프로듀서는 없어야겠지?

넌 좀 울어야 해

넌 우는게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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