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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카 『최악의 휴가』

댓글: 1 / 조회: 530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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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1, 2022 23:37에 작성됨.



휴가 중 최악의 상황은 아마 휴가 도중에 급한 일로 불려 가는 거겠지.


그리고 그 다음 최악은


“어..마도카.”


“......”


휴가기간 중 일하고 관계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연이네, 이렇게 오프날에 거리에서 보게 될 줄이야.”


“......”


언제나의 단정한 양복에 슈트, 그리고 누가 봐도 서류더미가 들어있을 듯한 검은 가방을 한 남자.


하즈키씨한테 들었던 바로는 어딘가 아파서 쉬고 있었을 사람이, 인사를 건네고 있다.


멀고도 먼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일에 관해서는 가장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의 프로듀서였다.


“자, 잠시만. 그래도 무시할 필요까진 없잖아?”


“..당신 누구?”


“에? 네 프로듀서잖아.”


“저의 프로듀서란 사람은 아파서 휴가를 내고 있습니다. 그래요, 아픈 사람이 그런 차림으로 지금 제 앞에 있을 리가 없죠. 그럼 이만, 미스터 도플갱어.”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나 일하러 가는게 아니라 병원 가는건데?”


“..당신 휴가 어제부터 냈잖아. 그런데 이제 간다고?”


“음..어제는 집에서 쉬었어.”


웃기지마. 사람을 바보로 보는거야?라고 말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눈 앞의 거짓말쟁이는 어지간한 일로 쉬지 않는다. 


잠시 휴식을 취할 정도로 낫는 정도였다면, 이 사람은 휴가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다.


무엇보다도 언제나 나를 상대할 때 보여주는 환한 기분나쁜 미소가, 지금은 얼굴이 일그러진 상태로 최대한 웃어보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다른 의미로 기분나빳다.


휴가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취하지 않고 일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뻔히 보였다.


“그나저나 마도카는 어디에 가고 있었어?”


“설마 제가 말해줄거라고 생각하셨나요.”


“..확실히 사적인 것 까지 물을 필요는 없지. 미안해, 쉬는데 시간을 보내게 해서.”


“알면 다음부터 하지 말아주세요.”


“그럼 이만, 휴가 잘 보내~”


“잠깐, 거기 서.”


마지막까지 힘든 미소를 지으면서 서둘러 이 곳을 벗어나려는걸 붙잡는다.


아픈 사람을 이렇게 잡아두는 것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당신은 일하지 않을때도 그렇게 입고 다니는 건가요.”


“아니? 그럴 리가.”


“그럼 지금은 왜 양복을 입고 있는 건데.”


“지금은 바쁜 시기니까. 전화가 오면 바로 가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거든.”


“..하?”


휴가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떠올려야 할 정도의 어이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쉬라고 몇 번이고 소리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아낸다.


이렇게나 당당히 말하는 것을 보면 자신이 한 말이 잘못됐다는 것을 모른다.


분명, 전화가 온다면 이 사람은 병원에 가지 않고 현장으로 간다.


“..병원으로 안내하세요.”


“안내라니..병원에 따라오려고?”


“다른 곳으로 새지 않도록 뒤를 봐주는 것 뿐이야.”


“내가 애냐.”


“전국의 어린이들이 들으면 울겠네요.”


“그건 사과하고 싶네..는 둘째치고 어쨌든 따라 오지 않아도 돼. 휴가를 뺏는거 같아서 미안하니까.”


“..당신의 배려같은거 바라지 않아.”


짜증은 날대로 잔뜩 나서 이미 편안한 휴가를 보내기엔 글렀다.


놔두면 쓰러질때까지 일하는 사람을 보여주고 나서, 나보고는 편히 쉬라니.


“..최악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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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접수하고 왔어.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환절기니까, 어쩔 수 없죠.”


“마도카는 어떡할래? 이제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대본이라도 읽고 있으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아? 쉬는 날이잖아?”


“잘도 말을 고르셨네요.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눈으로 찌릿 노려보자 크흠거리며 좋을대로 하라며 시선을 돌려버린다. 


찔리는 점이 있다는 건 다른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테니까.


말한 것처럼 대본이나 외우려고 했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소란스러워.”


동네의 작은 병원이 아닌 거대한 종합 병원이다 보니 온갖 소리가 들려왔다.


자그마한 티비소리부터 해서 부인들끼리 수다떠는 소리, 무서워서 우는 아이들의 소리와 그것을 달달한 사탕과 치료 후의 맛있는 밥을 약속하며 달래는 부모님들의 목소리까지.


“..밥?”


집중이 되지 않아 일찌감치 대본을 덮어버렸던 나의 귓속에 밥이라는 말이 맴돈다.


설마라는 생각을 안고, 병이 옮으면 안 된다고 살짝 떨어진 그 사람을 바라본다.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대기열은 어느새 그의 순번이 다가와서 간호사한테 불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말을 꺼내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문자를 보낸다.


『용무가 있어 먼저 내려가 있겠습니다. 약국에서 기다려주세요.』


.


.


.


“그래서 아픈 이유는?”


“그냥 단순한 고열이 겹친 감기 증세라던데?”


“단순한이라는 말을 붙이니 무슨 말을 해도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네요. 그렇게 말하면 그거 참 다행이네요라고 말할 줄 알았나요?”


“아니,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데..”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얼버무린다.


이 상황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겠지, 언제나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면 다들 넘어가버리니까.


그렇기에 아프다는 사실조차 어물쩡 넘겨버리고 상태가 더욱 나빠지는 것이다.


정말로 구제불능인 사람이다.


“..일단 묻는건데 저녁은 어쩔 생각인가요.”


“그렇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햄버그나 먹을까. 아, 마도카도 같이 갈래?”


“........”


“..장난이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줘. 진짜로 무서워.”


“아쉽네요, 진심이었으면 합법적으로 때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때려?!”


“진지하게 대답해. 뭐 먹을 생각이야.”


“음..솔직히 식욕이 별로 없는데.”


“질문을 바꾸죠. 어제 먹은 거. 기억나는대로 나열해보세요.”


“..컵라면?”


“하아...”


이 사람은 환자다. 흰자가 보일때까지 두들겨패주고 싶지만 이 사람은 환자라고 몇 번을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한숨을 쉰 것도 용암같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렇게나마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아플수록 영양공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걸 모르는 바보에게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병원에서 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랐던 나쁜 예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방금 샀던 식재료도 가능하면, 당신한테는 쓰지 않길 바랐어. 


“..쓸데없는 얘기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미안, 마도카의 휴가는 다른날에 일정 나는 대로 잡아볼게.”


“관심없어. 그것보다 안내해, 당신이 사는 곳으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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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겠지만 내가 프로듀서의 집에 가겠다는 말은 거절당했다.


아이돌이 다른 남자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 안된다며, 드물게도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집에 가는 것을 막는다면 아픈데도 쉬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무소에 보고하고 다른 녹칠 멤버까지 부를거라고 협박하자, 하는 수 없이 허락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가 사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은 너무나


“평범해..”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길래.”


“성에 눈 뜬 중학생처럼, 아이돌의 그라비아 포스터가 벽에 마구 붙여져 있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네요.”


“나를 대체 뭘로 보는거야..”


대화를 잇게 해주는 시답잖은 농담은 거기서 끊겼다.


가까이 있는 물체에 한 쪽 팔을 기대면서, 그는 겨우겨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집이라서 긴장이 풀린 것과 아까 전 벌인 실랑이 때문에 기력을 많이 소진한 프로듀서는 바깥에 있을때보다 더 힘들어보였다.


거실쪽으로 들어와서 그대로 푹 쓰러지는 모습은 꽤나 진귀한 모습이었다.


이 사람도 집에서는 이렇게 흐트러지는구나, 하며 조금 더 망가진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쓰러지면 제 입장이 곤란하니까 일어나주세요.”


“으음..알겠어..”


“씻을 수 있겠나요?”


“..미안, 씻고 싶긴 한데 솔직히 목욕탕 들어가면 진짜 기절할거 같아. 주사를 맞아서 힘이 더 빠진 기분이야.”


“무리하지 마세요, 옷은 갈아입을 수 있겠나요?”


“..응, 그거라면 어떻게.”


“다행이네요. 저녁은 금방해서 올테니, 당신의 장점인 근성으로 최대한 버텨주세요. 지금 잠들면 안 돼.”


평소라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극구 사양할 사람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식은땀을 닦을 물에 적신 수건과, 그 물을 닦을 젖지 않은 수건 한 개 씩을 건네준 후, 서둘러 주방에 들어간다.


그곳에 들어갔을때는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먹을 게 없어.”


먹을 것이라고는 온통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일 뿐이었고, 기본 조미료인 간장, 소금도 눈씻고 봐도 찾을수 없었다.


그나마 밥은 있어서 사온 즉석밥은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정도.


반대로 말하자면 즉석밥을 제외하한 다른 재료들은 전부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남의 집인만큼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거 아니냐고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묵묵히 재료를 썰기 시작한다.


만들려고 하는 요리는 두가지. 하나는 소고기야채죽, 또 하나는


“..우동?”


“의외로 나쁘지 않을거에요.”


“..진짜네, 면은 부드럽게 하니까 그냥 술술 넘어가고 국물도 부담이 없으니까 좋아.”


“네네~ 맛평가는 됐으니까 어서 드시기나 하세요. 자, 여기 소고기야채죽도.”


“오~”


원래 아픈 사람이라면 한 가지 음식정도가 좋지만, 이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공복 상태니까 조금 더 먹어둘 필요가 있었다.


특별한 요리도 아닌데 나의 요리를 맛있게 먹고있는 사람의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으면 살짝, 정말로 살짝이지만 입꼬리가 올라간다.


조미료가 있었다면, 조금 더 맛있었을텐데.


“아, 마도카는 먹지 않아도 돼?”


“..당신과 같이 밥을 먹는다니, 설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셧나요. ”


“같이는 아니더라도, 내가 먹고 나서라도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배려, 하지 마.”


“후후, 알았어.”


뭐가 그렇게 기쁜지, 먹으면서 내내 행복해보이는 사람을 뒤로 한 채, 주방으로 들어가 남은 재료의 뒤처리를 시작했다.


..별로, 이미 집에까지 들어온 마당에 같이 밥먹는 것 정도로 크게 신경쓰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사쿠라의 말투를 빌리자면


“내 밥 만드는 거..까먹었어.”


..이런 거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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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어, 정말로 맛있었어.”


“..그거 다행이네요.”


내가 갖다준 물과 약을 먹으면서 눈을 살짝 비빈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쓰러지기 직전이라고 말했었지.


“그릇만 치우고 나갈테니 쉬세요.”


“음..미안, 뭐라도 대접해주고 싶은데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


“......”


이제는 배려하지 말라는 말도 지쳐서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꾸물꾸물 침대로 들어가는 그를 보고 나서 그릇을 싱크대로 옮겨놓는다.


“..마지막으로 인사는 해야겠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물을 적시고 힘껏 짜낸다.


그걸 들고서. 그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마도카, 마침 잘 왔어.”


“뭔가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우동하고 죽 재료, 마도카의 돈으로 산 거지?”


“..하?”


“금액..적어 놓으면 내일 줄..푸흡”


“필요없어.”


끝까지 사람의 호의를 일로 밖에 보지 않는 듯한 그 사람의 무심한 말에, 물에 적신 손수건을 얼굴에 던져버린다.


“아..그리고 하나 더.”


“..또 뭔가요.”


“오늘..고마워.”


“..별 말씀을.”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프로듀서는 아이처럼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


몇 번이고 질리도록 들었던 고맙다는 말이 오늘따라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전에 했던 고맙다는 거짓말은 아니었을텐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마음에 와닿았다.


양복도 입지 않았고, 꼴사나운 모습만 보여준 당신.


그런 솔직한 당신을 일하면서, 만날리 없으니까. 휴가인 오늘만큼은 나도 솔직해져야겠지.


물론, 나는 들려주지 않아.


잠들었으니까, 당신은 들리지 않아.


“..힘내세요, 프로듀서.”



--애시당초 아프지 않았으면 되는 일이잖아.


--미리 병원에 갔다면 만날 일도 없었잖아.


--관리하는 아이돌만큼 자기 몸도 소중히 여겼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이렇게 내가 솔직해질 일도 없었잖아.



“..정말, 최악이야.”




사실 여기 없는 동안 다른 글도 많이 썻지만 이게 제일 잘 된거 같아서 올려봅니다. 벌써 아이마스 판지 5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좋아하고 있다는게 참 신기할 따름이네요. 여러분들도 건강하게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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