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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떻게든 시작해본 로코 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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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8, 2022 02:39에 작성됨.

우리 반에는 아이돌이 있어요.


"으음... 이 파트에는 심플한 슬로프를..."


로코는 오늘도 저 같은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찾지 않을 만한 구석에 와서 가방에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서 이리저리 만지고 다듬고는 했어요.


로코는 작업을 할 때면 근처에 누가 있는지 몰라요. 아마 제가 옆에 와 있는 것도 모를 거에요.


저는 다른 친구들이 가진 취미와 같은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헤서 딱히 말주변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같이 친하게 지낼 수 있던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 학교에서는 거의 늘 혼자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학년은 올라갔고, 새로 반 배정이 됐을 때 애들이 반에 아이돌이 있다면서 시끌시끌했어요.


로코를 본 건 그 때였어요. 아이돌같은거엔 관심이 없었는데, 그 때 처음 봤어요.


풍성한 녹색 머리칼. 개성있는 팔찌랑 리본. 어딜 가도 놓지 않는 헤드폰. 무엇을 보고 열중할때면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아이돌이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히 바라보다 보면 동경하게 되고, 이끌리게 될 법한 모습 말이에요. 저는 거기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단지 그뿐이긴 했지만요.


저는 그러지 못했지만, 다른 애들은 로코에게 관심이 많아서 이리저리 이야기를 걸더라고요. 로코는 그럴때마다 우물쭈물댔어요. 아무래도 사석에서는 좀 낯을 가리는 타입이었나봐요.


그래도 대답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자꾸 말을 할 때 영어랑 섞어서 말을 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다른 애들은 그 대답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했어요. 저도 그랬고요.


로코도 붙임성이 없어서인지 평소에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고, 학교생활중에 딱히 튀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들 로코에 대한 관심이 식었어요.


저는 취미라고는 독서밖에 없지만서도, 시간이 남으면 도서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학교 건물 밖에 있는 외진 곳으로 가서 책을 읽으러 나갔었어요.


그냥 학교 안에 있는게 싫었던 건지, 아니면 밖의 찬 공기가 좋았던 건지. 아무튼 건물 밖 구석엔 아무도 없으니까요. 오직 저만이 있으니까. 거기서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듣거나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인기척이 느껴지던 거에요. 전 혹시나 들킬까봐 더 구석으로 갔어요. 누군가 보니까 로코였어요.


어째서 온 것인지, 정말 허황된 생각이지만 나한테 혹시나 볼일이 있던 걸까 해서 잠시나마 두근거렸어요. 그 기대는 바로 식었지만.


로코는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가지고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다듬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그 물건을 열심히 손보고 있었어요.


다음 날, 로코는 자기가 만지던 그 물건을 반 애들 앞에 들고 와서는 로코 아트라면서 보여줬는데, 다른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어요.


그 이후로도 로코는 몇번씩 구석에 와서 로코 아트를 만들고, 보여주고는 했지만, 계속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가끔씩 애들이 지가 아이돌이라고 잘난 줄 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안다고 험담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당사자도 아니고, 로코의 노래도 찾아가면서 들어본 적 없지만, 솔직히 들을때 마음이 좀 아팠어요. 저도 무엇을 의미하는건지 몰랐지만, 다른 사람이 정성을 다해서 만든 건데.


자신만의 무엇을 만드는 건 참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닌가봐요.


언젠가부터 원래 책을 읽는 곳 보다는 로코가 있는 곳으로 따라가고 싶었어서, 로코 뒤를 쫄래쫄래 쫓아가서 거기서 책을 읽었어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던 로코의 그 자신감있는 모습이, 그 열중하는 모습이 눈을 감을때도 떠올랐어요. 책을 읽기보단 책 너머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게 하루 일과가 되어있던 것 같아요.


로코는 오늘도 혼자 중얼거리며 로코아트를 만드는 작업에 열중했어요.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가 슬슬 집에 갈까 해서 책을 접어 가방에 넣고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이었어요.


"저기, 스탑이에요!"


"어, 나, 나 말이야?"


"예스에요!"


"가, 갑자기 왜?"


"그건 로코가 애스크하고 싶은데요. 그동안 계속 로코를 팔로잉하고 있었죠?"


"......"


들켰네요. 뭔가 스토커같은 짓거리를 잘도 하고 있었는데 더는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로코 아트에 관심이 있는 거에요?"


"그... 아마...도?"


"나이스네요! 로코 아트의 메이킹 프로세스를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건 매그니피센트 프리빌리지라구요!"


"프... 그..."


그 뒤로 로코는 뭔가 제가 모르는 단어를 써가면서 로코 아트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어요.


"이번 아트를 전체적으로 커버하는 테마는 인트로스펙트에요! 피플은 여럿이 있어도 각자의 론리니스와 프러스트레이션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로코는 그것을 캐치해서..."


"아... 응."


로코는 그렇게 열변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저기, 듣고 있나요?"


"어?"


"그러니까, 로코 아트의 네임을 정해 주세요."


로코 아트의 이름을 정해달라라. 저는 로코가 만든 로코 아트를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크기가 작은 흰색 미니어쳐 마네킹 여럿이 검은 바닥 위에 서 있는 모습.


"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잘 안나서 로코가 말한 단어 중에 기억나는 것 두개를 조합해서 말했어요.


"사람과 거리. 어때?"


"거리라면 스트리트인가요? 디스턴스인가요?"


"스트리트."


전 스트리트라고 했어요. 검은 바닥 위에 있어서 도로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하고. 제목을 디스턴스라고 하면 뭔가 너무 일차원적으로 의도를 보여주는 것 같으니까요.


"에에-"


"왜?"


"당연히 디스턴스죠! 지금까지 로코가 한 말, 안 듣고 있었죠?"


"으으음..."


"하지만, 왓츠 돈 이즈 돈이죠. 이번 아트의 제목은 피플 앤 스트리트에요! 헬프해줘서 땡스에요!"


"아. 응..."


로코는 그렇게 제목을 짓고는 바로 로코 아트를 챙겨서 떠났어요. 아무래도 아이돌이니까 일정도 바쁘겠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을려나요. 있으면 좋을 텐데.












에에또 그냥 손에 잡힌 김에 썼습니다


이게 장편일지 아닐진 모르겠는데 로코는 담당이라서 좋기 때문에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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