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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7, 2022 22:05에 작성됨.

어쩐지 인사만 하고 모르는 척 지나칠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장소를 인근의 카페로 옮겼다.


"......크림 소다라니. 정말 아미의 말대로 아마토우(단 맛을 좋아하는 사람 甘党)네."

"그 녀석, 기어이 그런 이야기를 했겠다......"


그럼에도 빨대를 물고 쪽쪽 빠는 토우마. 단맛의 유혹 앞에서는 어린애 입맛 소리 들어도 포기할 수 없다.


"그나저나, 당신.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돼? 류구코마치는 지금도 바쁠 텐데."

"어머. 내가 류구코마치의 프로듀서라는 건 알고 있네? 의외로 우리 쪽 애들한테 관심이 많은가 봐."


툭 쏘듯 물은 말에 리츠코는 능글 맞은 웃음을 입꼬리에 걸고 놀린다.


"그,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 언젠가 아이돌로서 제대로 붙어 이길 상대니까 정보수집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 뿐이야!"


토우마의 대답에 리츠코는 쓴웃음을 짓는다.


"우리 쪽 애들은 여자고, 너희들은 남자. 팬층이 겹치지 않는 만큼, 애당초 승부라는 게 성립하지 않는 거 아니야? 마코토라면 또 모를까."

"여자 아이돌이라고 남자에게만 인기 있고, 남자 아이돌이라고 여자에게만 인기 있는 법이 어딨어."


생각보다 더 진지한 답변에 리츠코의 눈이 크게 뜨인다.


"......응, 그렇네. 톱 아이돌이라는 건 그런 거지. 한 방 먹은 기분인걸."

"흥, 두고 보시지. 현재는 765 프로가 앞서 나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우리가 앞질러 갈 테니."


그 바보 같은 말도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내고 싶어하는 진지한 성격이라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


"그래. 열심히 해봐. 그런 열의가 있다면 정말로 언젠가는 765 프로를 넘어설지도 모르니까."


리츠코는 이제 다 까먹어버린 옛날의 열정. 아니, 옛날이라 하기도 애매하지. 고작 2년 남짓인데. 그런데도 리츠코는 폭삭 늙어버린 기분이었다. 눈 앞의 바보처럼 꿈을 불태우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더더욱.


"......비꼬는 것도 아니고, 응원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뭔 일이라도 있었나 봐?"


쥬피터라는 팀의 리더를 맡고 있기 때문일까. 이런 때는 눈치가 빠른 토우마가 미간을 좁혔다.


"개인사야 개인사. 너무 파헤치려 들지마. 여자의 비밀을 억지로 파헤치려는 남자는 인기 없다고?"

"쓸데없는 한 마디가 너무 많구만."


회사에는 컨디션 핑계로 휴직계를 냈다. 765 올스타와 프로듀서, 코토리 씨, 사장으로부터 각각 안부를 묻는 메일이 왔지만 리츠코는 형식적인 답만 돌려줬다.


"그런데, 너희끼리 알아서 잘 해내가겠다는 것 치고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지 않아?"

"......"


딱히 의도를 품고 물은 건 아니었다. 프로듀서에 가려서 그렇지, 워커홀릭 기질이 있는 리츠코는 일하는 와중에도, 그리고 휴직계를 내고 쉬는 와중에도 업계의 여기저기 들려오는 소식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SNS를 보면 티켓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불평, 최근 TV에서 자주 보기 힘들다는 걱정, 팀의 해체 아니냐는 공포."

"......활동 규모가 작아졌으니, 어쩔 수 없지."


961 프로를 나오고 나서, 자신들의 활동에 961 프로가 얼마나 컸는지 새삼 이해하게 되었다.


"지난번에 스카우트 차원에서 찾아온 어느 회사 사장이 말하더군. 아이돌이란 기획사의 힘이 관건이라고......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좀 더 큰 스테이지를 빌릴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에 나갈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스태프를 구할 수 있다면.


"연습실 이용비도, 의상 비용도, 라이브 하우스의 대관 비용도 최대한 아끼고 있지만......쉽지 않더군."


어떻게든 정기적으로 라이브를 이어나가고 있으나, 제 살 깎아먹기인 현실. 961의 쥬피터 시절 벌어놓은 돈으로 꾸역꾸역 돌려막기 하는 실정이다.


계속 이대로 가면, 나중에는 현상유지조차 힘들어져, 아르바이트라도 뛰어야 할 판인데──.


"그러니까, 사무소에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야? 지금도 쥬피터를 찾는 사무소는 많을 거 아니야."

"그렇지. 하지만 그래서야 결국 961 프로의 하위호환일 뿐이라고."


그러나 토우마의 표정에서는 근심이 떨어질 줄 몰랐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


사람은 언제나 그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물며 대중의 관심과 팬들의 사랑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아이돌이라면 더더욱.


"......라이브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라이브에 참석한 팬들은 우리 말을 듣고 진즉 돌아갔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가 훨씬 많지. 현장에 직접 모이는 팬만 해도 그 정도인데, 거리가 먼 탓에 오지 못한 팬들의 수까지 합치면 엄청난 수가 되겠지."


그렇게 모여 소동을 부리면 라이브 하우스 입장에서도 곤란해진다. 결국 자기들의 행동으로 쥬피터의 다음 공연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스태프의 말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자리를 뜨던 팬들.


"젠장......!"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돌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아닌데.


"프로답게 타협해야 할 때가 온 거네."


리츠코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 사연에는 나름 동정이 가지만, 그걸로는 현상해결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 둔 사무소는 있어?"

"......하나 있긴 해.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신생 영세 기획사지만."

"그거 완전히, 옛날의 765와 똑같네."


이래저래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그리운 옛날. 추억보정이 덧칠한 풍경도 포함해, 소중한 나날들.


"밑바닥에서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라......"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리츠코와 그에 마음이 울리는 토우마.


"......고마워, 아키즈키 씨. 덕분에 결심이 섰어."

"응?"

"나는, 315 프로덕션에 들어가겠어!"


대뜸 315 입사를 선언하는 토우마. 리츠코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다른 곳은 돈 많이 주겠다는 이야기 뿐이었지만, 315의 사이토 사장은 그러지 않았지. 열정 타령하는 귀찮은 아저씨라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그러니ㅡ하고 어색하게 대응해주는 리츠코. 이미 토우마는 자기만의 세상에 들어가 버린 모양이다.


"......"


그 모습을 보며 리츠코도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아마가세 군. 315와는 몇 년 계약할 생각이야?"

"엉? 그거야 뭐, 지금부터 호쿠토, 쇼타와 함께 의논해 봐야겠지만."


충동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충동에 몸을 맡기지 않으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끓었다.


계기라고 바꿔 말해도 좋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 옛날의 열정을 다시 떠올리고 싶다는 바램.


만약 지금 눈 앞에 있는 게 토우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고, 다른 회사 이름이 나왔어도, 리츠코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내가 너희들의 프로듀서로 일하겠다며 315의 문을 두드린다면 어떻게 할래?"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프로듀서와 아이돌들과 함께 여러 사건사고들을 뚫고 나왔다. 신생 사무소니까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트러블에도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런 말을 하자 토우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무슨 면접관도 아니고......그보다, 진짜로 이직할 생각이야? 진짜로 765 내에서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아니야. 그냥, 내가 문제인 거야. 지금의 765를 따라가기에는,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어."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기는 한다. 휴직한다면서 다른 회사에서 일하겠다니. 조금 극단적인 의견이지만 '배신'이라고 보여도 이상하지 않겠지. 아니면 315에서 765의 프로듀서 하나를 빼돌린다는 오해를 산다거나.


어느 쪽에게든 민폐를 끼치는 결정이다.


"......그게 당신의 결정이라면 딱히 말리지는 않겠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건 아키즈키 씨니까."

"그렇지. 그게 프로다운 거니까."


이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미소를 지으며, 리츠코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꽂은 빨대를 잘근 깨물었다.


***


"315 프로인가......거기 사장인 사이토와 안면이 있기는 하지. 그 친구라면 리츠코 군을 맡겨도 안심할 수 있어. 그 친구에게도 우리 쪽 프로듀서가 면접 보러 간다고 전해두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765의 사장 타카기는 시원스레 리츠코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었다.


"헌데, 아이돌들에게는 말해두었나. 갑작스런 휴직계에 이어 잠깐이라고는 하나 이직이라니. 새로운 인원들이 늘어나는 민감한 시기이니만큼, 내부에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어."

"네. 말해두긴 했는데요......"


리츠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천하의 후타미 자매가 엉엉 울며 가지 말라고 매달리기까지 했을 정도니까. 어찌나 펑펑 울던지 야요이의 눈물이 되려 쏙 돌아가, 두 사람을 위로할 정도였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장녀의 그릇이란......


프로듀서도, 다른 아이돌들도. 아쉬워 했지만 그래도 리츠코의 부활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이해해 주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홀로서기를 하려는 건 줄 알고 깜짝 놀랐어."

"후훗, 그건 먼 훗날의 일 아닐까요."


아키즈키 사장! 소리 듣는 날을 상상 안 해 본 건 아니지. 사촌동생이 있는 876 프로의 이시카와 사장으로부터 농담 삼아 아키즈키 사장 소리 들어본 적도 있으니. 


"리츠코 군의 자리는 언제나 비워두고 있지. 애당초 결별하는 것도 아니니까. 언제든 사무소에 놀러 와도 괜찮네. 후배들과도 한 번쯤 만나봐야 하지 않겠나."

"나중에 떠맡길 생각이니 미리 익숙해지라는 의미로 그러는 건 아니겠죠?"

"하하하하핫!!"


타카기는 웃어넘기려 했다. 이런이런 하고 머리를 흔드는 리츠코. 그래도 재차 마음을 다잡고, 기분 좋게 웃으며──.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제1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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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이라 서술하긴 했지만 그걸로 오래 질질 끌지는 않을 겁니다.

리츠코는 워커홀릭이 어울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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