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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NEW FIEL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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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6, 2022 23:52에 작성됨.

"프로듀서. 부탁하신 자료를 가져왔어요."

"아아, 거기 놔둬."


765 올스타의 성공 이후, 더 큰 건물로 사무소를 옮긴 765 프로. 이제는 프로듀서의 개인적인 집무실까지 따로 생겼을 정도다.


"이거, 39프로젝트 자료죠? 새로운 극장을 만들어서 39명의 신인들을 선보이는......후훗, 사장님도 과감한 선택을 하셨네요!"

"맞아. 지금까지 해오던 아이돌 프로듀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까."


리츠코는 쿡쿡 웃으며 묻는다.


"그래서, 그런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자신은 있으신가요, 프로듀서 나리?"

"물론 나름 있기야 하지. 다만......아무래도 규모가 크니까......"

"그렇군요. 자신감과 불안감이 반반 정도인가요?"


이 바닥에 발을 들인지 2년 차에 접어들면서도, 2년 차 답지 않은 혁혁한 공을 세웠거늘, 이런 점은 여전하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같아, 싫지는 않지만.


"하지만 프로듀서라면 분명 괜찮을 거예요! 지금까지도 잘해오셨잖아요."

"너희가 열심히 해 준 덕이 크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건 영광이지만......누구 씨가 힘을 준 덕분에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 리츠코는 프로듀서를 응원한다. 이제 아이돌이 아니라 프로듀서로서 전념하겠다고 다짐했으니. 동료인 프로듀서를 위해 응원의 한 마디 건네주지 못할 건 없지.


"그러니까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새로 온 애들도 불안해할 거라구요."

"......그것도 그런가. 고마워, 리츠코. 도움이 됐어."

"천만에요. 아, 잘난 척 말은 했지만......실은 저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에요."


리츠코는 볼을 긁적거리며 쓴웃음을 짓는다. 자기도 프로듀서 응원할 여유가 있는 게 아닌데.


"갑자기 후배가 39명이나 생기는 거니까요. 여러가지로 불안하고 걱정도 많아요......"

"뭐, 그야 그렇겠지. 그래서──프로듀서를 더 뽑기로 결정했어."

"네?"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에, 리츠코는 눈을 껌뻑거렸다.


"우리도 이제 작은 영세 사무소가 아니니까. 특히 관리해야 할 아이돌이 늘어난 만큼, 이전처럼 우리끼리 담당했다간 얼마 못 가 과로로 뻗을 거야."

"그건, 그렇지만......"


765의 성장에 따른 당연한 변화. 이는 기쁘게 반겨야 할 일이다. 그러나, 어쩐지 리츠코는 속이 상하는 기분이었다.


기존의 일상이 크게 변해가는 게 노골적으로 다가와서 그런 걸까. 아직 그녀의 마음은 11명의 아이돌, 코토리 씨, 프로듀서, 사장님 그리고 자신으로 굴러가던 시절에 멈춰 있는 걸지도 모른다.


"리츠코에게는 신인들 중 일부를 부탁하고 싶어. 숫자는 아마 3명 정도면 되려나. 3인조 유닛으로 데뷔시킬 아이들을 미리 추려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류구코마치가 아니라, 신인들을요?"


프로듀서는 어디까지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야 뭐, 과분하게도 총괄 프로듀서라는 자리를 맡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기왕이면 기존의 올스타들을 담당하고 싶거든. 그러니, 내 빈자리를 리츠코가 맡아주었으면 해."


처음 765 프로에 왔을 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프로듀서부터 시작한 것처럼. 이번에는 리츠코가 그 역할을──.


"맡아줄래?"

"......"


프로듀서는 리츠코의 능력과 인격을 신뢰해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쁘게 "네!"라고 말하며 받아들여야 하는데,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그래.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이긴 했지. 좀 더 심사숙고한 뒤에 말해줘."


리츠코는 짧게 목례하고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긴 복도, 넓은 사무실, 여러가지 방. 정말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아아."


사무원들도 늘어나겠지. 아이돌이 늘어나는 만큼 코토리 씨에게 업무가 과중될 테니.


"달라지는 거구나......변하는 거구나."


765 프로도 다른 대형 기획사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전처럼 깊고 좁은 관계보다 얕고 넓은 관계들이 잔뜩 늘어나──.


"......어쩐지, 싫다."


많은 것이 달라진다. 리츠코를 내버려두고, 모두가 저 멀리 나아간다. 아니 어쩌면 리츠코가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것일지도.


"윽......"


모두들 그런 걸로 괜찮은 걸까. 다른 회사들이 그런 것처럼 똑같은 전철을 밟아도 괜찮나.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방식이, 그대로 이어나가도 괜찮지 않은가.


"허, 억."


가슴이 답답하고, 폐가 조여오는 듯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그것은 아주 갑작스레 찾아온.


"아, 윽......"


번아웃 증후군이었다.


***


아마가세 토우마는 정처없이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961 프로를 나오고 1년. 쥬피터 세 사람이서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 아니, 세 사람뿐만은 아니지.


스태프를 고용하기 위한 서류상의 사무소라고 해도, 자주 무대를 빌려주는 라이브 하우스라든가, 싼값에도 일을 도와주러 오는 스태프들이라든가.


961 시절 사귀었던 지인들도 조금씩 도움을 주고 있다.


인디 활동을 시작했다지만 여전히 스카웃 제의는 잔뜩 들어오고 있다. 961 프로를 나왔다곤 하나, 엄청났던 인기가 한순간에 식는 것도 아니니까. 한때라고는 해도, 톱 아이돌의 자리에 오른 적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지만 세 사람은 거부했다. 그들의 방식은 961과 크게 다를 바 없기에. 961에서는 할 수 없는 걸 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다른 사무소로 들어가봐야 961의 하위호환일 뿐이지.


그러나, 역시 소속된 기획사 없이 활동하는 건 큰 제약이 따랐다.


라이브 하우스의 크기, 부족한 스태프, 그에 따라 풀리는 티켓의 수는 매우 작아 대다수의 팬들은 무대를 보지도 못하고 그저 밖에서 쥬피터의 얼굴 한 번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서성거리는 나날.


새로운 시작과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신곡을 준비하려 해도 유명한 작곡가는 스케쥴이 꽉 차 있다.


961 때와 달리, 스태프도 작곡가도 원하는 대로 섭외할 수가 없는 인디의 한계를 뚜렷히 느낀다.


'언제까지 호쿠토에게 성가신 일을 떠맡길 순 없어.'


자금 관리, 회장 마련, 스태프들과의 조율 등 미성년자가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은 팀내 유일한 성인인 호쿠토의 몫.


토우마도 이제 18세로 법적 연령으로는 성인이 되었지만 역시 호쿠토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그런 호쿠토도 불과 얼마 전까지 20살. 대다수의 20살은 자기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기보다 여전히 부모나 대학의 교수님 등 어른들의 힘을 빌리는 게 당연하다.


궂은 일 다 도맡으면서도 힘든 표정 한 번 짓지 않는 어른스러움......자신과는 다르다.


'의외로 쿠로이 아저씨가 방해해오는 일은 없었어......직접 데리고 다니며 키운 만큼, 최소한의 애정은 있다는 건가.'


961측에서 압력을 넣었다면 지난 1년간 스카우트 제의가 계속되었을 리 없지.


765 프로를 방해하는 데 이용하기는 했지만 쥬피터는 쿠로이 사장이 직접 데뷔시킨 아이돌. 대놓고 표현만 안 할 뿐, 나름대로 애정도 갖고 있었을 거다.


'하......이제와서의 이야기라고. 쿠로이 아저씨가 지금도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든, 다시 그 아저씨 밑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어.'


그러나, 임시방편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어?"

"응?"


그것은 우연이었다. 저쪽도, 이쪽도. 우연히 동시에 서로를 인식했다.


"아마가세 군?"

"아키즈키......씨, 였던가."


보기 드문 사복 차림으로 길가를 서성이던 리츠코와 팬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안경과 빵모자를 쓰고 변장한 토우마가 우연히 서로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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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커뮤에는 오랜만에 글 쓰네요


밀리마스 진입 전,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온 리츠코가 방황하던 쥬피터와 함께 315 프로에 들어가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

여전히 이런 IF를 상상하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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