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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이나 「미쿠한테 남자친구!?」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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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6, 2022 01:59에 작성됨.


리이나 「미쿠한테 남자친구!?」 





제목 그대로, 타다 리이나는 경악했다. 
죠가사키 리카는 그런 리이나의 반응마저 즐기는 듯 히죽히죽 웃고 있다. 옆의 아카기 미리아는 그럴 수도 있지, 라는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17살, 12살, 11살. 재밌는 농담을 하는 것 같은 태도의 12살이야 그렇다 쳐도 언니처럼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11살은 곤란하다. 최연장자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살짝 앓는 소리를 낸 리이나는 다시금 평소의 쿨한 표정으로 돌아오려 애썼다. 참고로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모두는 그 애쓰는 표정을 로꾸페이스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못 믿겠는데.”
“증거가 있는데도?”


증거.
토끼도 아닌데 귀가 쫑긋거리는 느낌이 든다. 아니, 토끼의 귀가 쫑긋거릴 때 토끼가 그 감각을 느끼고 있다는 건 결코 알 수 없지만. 그렇지, 당사자인 치에리쨩한테 물어볼까. 허무한 망상이 흘러가는 걸 보니 뇌가 현실도피를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는 건 록하지 않아. 리이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또한, 리이나의 머리 안에는 이미 결론이 나 있다. 잠깐은 흔들렸지만 결코 쓰러지지는 않는 견고한 결론이다. 
그 결론이란: 마에카와 미쿠에게 남자친구가 있을 리가 없다.
그건 미쿠가 그 나이대임에도 연애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의외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니, 분류하자면 오히려 남자친구가 생기길 바라는 쪽이 아닐까. 그리고 착실하며 귀여운 그 여자아이가 인기가 없을 리가 없다. 마음만 먹고 조금 틈을 내준다면 고백도 제법 받을 것이고, 그 중에 괜찮은 애가 있으면 사귀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미쿠는 전혀 틈을 주지 않는다. 않을 것이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거나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고리타분한 가치관에 의거한 것이 아닌, 그녀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따라서다.
아이돌이니까.
그것도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한 가치관일지도 모르겠지만, 미쿠는 그런 전통적이고 이상적인 아이돌의 길을 걷고 있다. 그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그 길을 위해 스캔들과 루머는 원천봉쇄해버린다. 가끔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만 학교의 남자애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친구에 대해서도 아주 간단한 설명만을 붙일 뿐이다. 동아리에서 만났다, 이번에 같은 조라 같이 숙제를 하게 되었다. 아마 학교의 친구에게도 좀처럼 틈을 내보이지 않는 거겠지. 
그렇게 철저한 미쿠가 남자친구라니. 미쿠는 / 아이돌이니까 / 남자친구가 없다. 그건 어떻게 보면 다음의 문장과도 상통한다. 마에카와 미쿠는, 마에카와 미쿠이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없다. 


“무슨 증거?”


차분하게 머리 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리이나는 당당히 묻는다. 어차피 증거라고 해봐야 상대는 리카. 남의 연애사에 잔뜩 흥미있을 중학생이다. 남의 연애사에 관심 많은 사람의 특징. 눈 앞에 보이는 미끼를 닥치는대로 덥썩덥썩 물어버리고, 믿어버린다. 한마디로 착각하기 쉽다. 기껏해봐야 미카의 패션잡지에 나오는 ‘멋진 남자친구 랭킹!’ 같은 걸 보고 꺄아꺄아거렸어! 정도를 증거로 댈 게 뻔하지. 아니, 미쿠의 경우에는 냐아냐아겠지만. 자, 어떤 증거든 반박해주겠어. 와라! 타다 리이나의 눈이 불순함으로 반짝였다.


“리이나쨩도 느꼈을거라고 생각해. 요즘 미쿠쨩, 엄청 폰 자주 보고 있지 않아? 살짝 보면 누구랑 대화를 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


……사실 못 느꼈다. 유닛임에도 요즘은 따로 활동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듀오 유닛이라 너무 둘만 활동하게 하기 뭐했던 걸까. 아니면 타입이 달라서? 해산이라는 걸 진짜로 받아들인 프로듀서가 나름대로의 배려를 한 것일까. 최근에는 조금 크게 다투긴 했다. 그렇다고 미쿠랑 하는 일이 재미있지 않은 건 아닌데. …그러니까, 그 애는 아이돌에 있어서는 프로니까. 


“그리고 답장을 보내기 전에 엄청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알림이 오면 고양이 귀가 쫑긋한다니까?”
“그거 가짜잖아?! 가짜 고양이 귀가 어떻게 쫑긋해?”
“그만큼 기다렸던 알림이라는거지! 비유야 비유!”


조금 msg가 섞였지만, 리이나가 생각했던 증거보다는 확실히 강하다.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에 알림을 그렇게까지 기다린다는 건. 그래도 이 정도로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 택배일 수도 있고. 애타게 기다렸던 해외직구 헤드폰을 기억하며 리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이건 미리아가 본건데, 친구가 근처라면서 잠깐 보러 갔다온 적이 있거든.”
“그, 그게 남자친구라는거야?”


바로 다음 증거가 나올지는 몰랐을 뿐더러, 그 증거를 제시하는게 미리아라는 점에서 리이나는 다시 한 번 놀랐다. 하지만 티는 내지 않는다. 록한 쿨타입 아이돌이니까. 말을 조금 더듬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다. 


“화장을 고쳤어.”
“…뭐,”
“그리고 안경을 쓰지 않았어. 평범한 학교 친구라면 평소에 안경을 쓰니까, 그대로 만났을텐데….”


어찌 반박을 하려 열었던 입이 꾹 닫혔다. 미쿠의 학교용 자아, 마에카와 씨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그것을 이용해 논리를 보강한다. 란코어 해석 사건을 통해 재능을 가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아이는 이렇게까지 총명했단말인가. 멋지게 반박해서 나중에 미쿠에게 조금 생색이라도 낼 생각이었는데 이래서는 면박만 들을 것 같다. 오히려 관철의 의지가 꺾여버릴 것 같은 위기감마저 들었다. 확실히 그건 이상하다. 이상하니까.
어쩌면 택배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일거라는 소녀스러운 발상도 했었다. 그건 그것대로 미쿠답지 않아,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있을만 한 가설이다. 그러나 두번째 증거는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 미쿠가 학교 친구 앞에서 마에카와 씨라는 가면을 벗을까. 


“그래서, 저건 사랑이네, 라고.”
“누가?”
“카렌쨩이.”


카렌 이 녀석이. 리이나의 마음 속에 불굴의 투지가 샘솟는다. 잠깐 생겼던 의심은 카렌에 대한 반발심으로 완전히 포커스에서 밀려났다. 아니, 카렌이라면 확실히 믿을만하다. 믿을만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카렌이 심심하게 사랑이네, 라고 하는 것은 미카가 얼굴을 붉히며 모른체하는 것과 동의어.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들을 깔아뭉개는 만만찮은 신빙성의 무게. 어떨 때는 자신의 언니보다도 카렌을 더 따르는 리카가 이렇게나 의기양양한 것도 설명이 된다. 의심의 싹을 카렌이 심어줬다면, 그게 꽃을 피우는 것은 시간문제다. 


“카렌쨩하고 얘기해봐야겠어.”
“우~. 이 정도면 확실한 증거 아냐?”
“아, 아무튼 우리 프로젝트도 아니면서 허구한 날 우리 사무실에 와서는 헛소리하는 건 따져야하는 일이야! 내가 대표로 말하고 올테니까, 리카쨩이랑 미리아쨩은 괜히 그 얘기 막 떠들고 다니지 마! 혹시 미쿠한테 진짜로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실례니까!”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미리아의 한마디가 들린다
그것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 불꽃놀이 소리처럼, 심장까지 두근, 하고 울렸다. 


“리카쨩도 나도 아무한테 말하는 게 아냐. 리이나쨩이니까.”


그건 무슨 의미일까.


***


“하아, 리이나도 정말. 의처증 걸린 남편처럼 굴지 마.”

“뭣. 뭐?!”


가뜩이나 미리아가 한 말 때문에 싱숭생숭 흔들리던 투쟁심이 완전히 꺾여버렸다. 호죠 카렌이라는 이 소녀가 배시시 웃으며 농담, 농담. 이라며 덧붙여버리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반박하지 않네, 후훗.”
“그야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 애초에 카렌쨩이 어린 애들한테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잖아.”
“그렇지만, 리이나가 나한테 이렇게 따지러 왔다는 건 그 증거란 거에 납득했기 때문이지? 카렌이 말했기 때문에 믿었다. 그건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거 아냐?”


투지라고는 해도 카렌이랑 싸우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어쩐지 카렌의 말투가 날카롭다. 왜? 따지러 온 건 분명 리이나인데 반대로 카렌이 따지는 듯한 투인 것은 왜일까. 카렌의 날카로움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리이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얼굴을 찌푸렸더니, 카렌 또한 미소를 지우고 도도한 표정으로 리이나를 본다. 


“……응. 납득했어. 증거 자체는 카렌쨩이 부추기지 않았더라도 좀 수상하다고 생각할만 해.”
“그래.”
“그래도 나는 미쿠를 믿어.”
“…너, 그 말 조금 이상하게 들리는 거 알지.”
“윽. 그런 뜻 아니거든!! …아무튼, 카렌쨩도 알잖아. 미쿠는 그 프로의식만큼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거.”
“응응. 알지.”
“그러니까, 그렇게 티가 나는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거야. 분명 오해라고.”
“그 판단은 동의할 수 없네. 미쿠의 프로의식에 대해서는, 응, 나도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미쿠는 남자친구 같은 건 사귀지 않을거야.”


여기까지는 인식이 일치한다. 그렇다면 완전히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남자친구 같은 건.”
“…엑… 그럼…….”
“잘 봐. 미쿠가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에이, 그렇게 질색하는 표정은 하지 말고. 가정이라니까. 그렇다면 미쿠는 어떻게 할거라고 생각해?”
“……숨기겠지. 아무도 모르게.”
“그래. 그 애라면 그럴거야. 티가 나는게 이상하다고 했지. 그렇다면, 티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대라면 어떨까? 미리아는 안경을 쓰지 않은 점을 근거로 짚었어. 그렇다면 뭐? 안경을 쓰지 않는게 자연스러운 상대라면 설명이 되지.”
“그건…… 아이돌 일로 만난 사람, 이라는 거야? 학교 친구가 아니라.”
“글쎄, 어떨까. 난 미쿠가 아니라 잘 모르겠네~.”
“완전히 알고 있다는 말투잖아…….”
“후후. 종합해보면, 그 날 미쿠가 만난 건 아이돌 미쿠로서의 모습이 더 익숙한 사람. 그리고, 사무소의 모두도 미쿠랑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고있는 사람. 남자친구가 아닌 것이 확실한 사람. 의심받더라도, 그런 쪽의 의심일 리가 없는 사람. 그건 결과적으로 상대를 모르는 미리아가 볼 때는 어색해보였겠지만, 미쿠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던거야. 미쿠는 그 상대의, 이른바 안전성에 대해 전부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 지나친 검토가 오히려 해가 된 케이스라고 해야하나.”


우와, 카렌, 탐정 같아. 리이나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러나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미쿠가 그렇게 신경쓰는 상대는 리이나가 아는 사람 중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탐정까지는 못하더라도, 조수 정도는 되어야한다. 카렌이라는 존재는 그런 희한한 승부욕을 자극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러니까…… 미쿠에게 라이벌 같은 존재라는거네.”
“……어, 진심?”
“화장까지 고친걸 보면,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어쨌든 얕보이면 안 되는 상대라는 거 아냐…… 엑, 아냐?”
“아냐.”
“아, 아니구나?”
“……리이나…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프로의식, 그래, 좋아. 그런데 프로의식이라고 해도 말이지…. 감정이 아예 없는 로봇 같은 건 아니니까?”
“난 딱히 미쿠를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했지, 그런 쪽의 감정이 없는 상대라고는 말 안 했다?”
“…아.”


머리에서 치워버렸던 다른 결론, 좋아하는 사람 설의 재부상이다. 


“뭐, 라이벌도 틀린 말은 아닐까. 우리들은 전부 라이벌이니까 말이야.”
“혹시 미쿠가 뭔가 얘기해줬어?”


어떻게 그렇게 다 안다는 듯이 얘기해? 라고, 조금은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올 뻔 했다. 분명 개인 활동이 많아지긴 했지만 아스테리스크는 여전히 아스테리스크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미쿠에 대한 것은 속속들이 제법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부하던 리이나다. 카렌의 추리는 흥미롭게 들었지만 리이나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했다. 
록하지 않다, 라고 느꼈다. 


“아~니. 미쿠는 프로잖아. 그런 아이돌답지 않은 이야기를 누구에게 상담하겠어? 뭐, 소녀답긴 하지만.” 


정작 카렌은 표표했다. 리이나가 숨겼던 감정까지 전부 알아챈 듯 하면서도 기분 나쁜 기색이 없다. 적당히 대꾸한 카렌은 뻔뻔하게도 리이나의 어깨를 감싸며 척척 어딘가로 걸어나간다.


“잘난 척하듯이 말한 건 미안. 그것도 내 추리의 일부라고 생각해줘. 어차피 판단은 리이나의 몫이니까. 자, 자, 그럼 탐정 군은 더 많은 증거들을 찾으러 가야지.”
“야…….”
“그래도 내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은걸. 추궁 방식이 어설프잖아. 본인은 미리아나 리카한테 떠들고 다니지 말라고 해놓고, 정작 나한테는 아는 걸 전부 실토해버렸지? 나한테서는 충분히 캐내지도 못해놓고.”
“윽.”


이건 반박할 수 없었다. 미쿠를 위해서 시작한 일인데, 어째 미쿠한테 미안할 일이 늘어버린게 아닌가. 카렌이 미쿠를 놀리고, 미쿠가 우냐아, 누가 그런 소리를 한거냥, 라며 적당히 냥냥거리면, 카렌은 분명……. 


“리~ 이~ 나? 혹시 나랑 같이 다니는 거, 싫어?”
“……슬츠은으…….”
“후훗, 기쁘네. 자, 그럼 가자!”


싫지 않아. 
그건, 결코 좋다는 게 아닌데. 



3부작을 목표로 하는 다리미쿠 글. 아마 데레애니 기반.
담당인데 리이나 주역으로 글 쓴 적은 없는 것 같네요. 머리만 벅벅…
어쨌거나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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