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아나스타샤 「별 헤는 밤」

댓글: 0 / 조회: 841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2-26, 2022 04:33에 작성됨.

어머니, 저는 오늘 별을 헤고 있습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겨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저는 오늘 당신이 계신 하늘을 보며 별을 헤고 있습니다. 감기에 걸릴까, 혹시 너무 날씨가 춥지 않을까 걱정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초겨울의 바람은 매섭고 코끝이 아리지만 그다지 춥지는 않으니까요. 하늘을 수놓는 하얀 별들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찬란하게 아름답기만 한 것 같습니다. 네,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네 개의 눈이 쉴 새 없이 하늘을 훑으며 당신이 머무는 자리를 보고 있으니까요.


어머니, 저는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별을 헤고 있습니다. 당신이 계신 드넓고 둥근 무덤 아래 슬픔은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 별을 헤고 있습니다. 직접 손을 잡으실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나마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차갑지만 따뜻한, 시인과도 같은 고운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따뜻한 이름이라 한번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아나스타샤.


어머니, 어머니. 어릴 적에는 가슴 속에 하나둘씩 박혔던 별들이 오늘은 어째서 청명하게 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옆에 있는 소녀가 이름 하나씩 부를 때마다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께서 제 옆을 떠나가셨을 때에는 그렇게나 그립고 차가운 이름들이었는데 말입니다. 베텔기우스, 알데바란, 폴룩스, 시리우스, 그리고 리겔... 어째선지 차갑다기보다는 따뜻한 이름들입니다. 그런데 그때의 저는 어째서 싸늘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제가 사랑하는 소녀가 부르는 이름들은 이렇게 따뜻한 이름들인데요.


어머니, 어머니. 저는 이제 추억과 글을 남기고 떠납니다. 영원의 삶을 살 수 없는 필멸자가 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립니다. 아마 내일이 되면 다시 당신이 그리워질 것입니다. 밤을 새워 우는 벌레처럼 몇 번이고 당신을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제게 내려주신 소녀가 있어 귀뚜라미처럼 조금씩 흩어지는 가을을 향해 사근한 목소리로 울어댈 것입니다. 아스라이 먼 당신과 다시 만날 부활의 날이 오면, 시인의 무덤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자랑처럼 억센 풀이 무성할 것입니다. 그 때를 기다리며 아직 다하지 않는 나의 청춘과 함께 이 소녀의 이름을 다시 한번 들려드리고 가겠습니다.


아나스타샤.



-----------------------

라 캄파넬라를 들으며 30분만에 써내려간 글입니다.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