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P 「미안」(3)

댓글: 18 / 조회: 2101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1-28, 2014 23:20에 작성됨.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질러진 생필품도 대강 정리하고,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죄송하지만 시트 정리를 도와주실 수 있냐고 살짝 물어본다. 역시 아주머니들과는 친해져두면 어떻게든 좋다. 하다못해 가끔 들르는 방송국이나 여타 빌딩에 계시는 아주머니들, 경비분들과도 친해지면 떡고물이 떨어진다는게 내 소신이다.
"별게 다 소신이네, 라고 생각했지?? 당신? 하지만 사실이라고?"
이렇게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말이지. 냉장고도 한 번 열어서 묵은 과일이나 음료수를 꺼내 정리한다. 얼마 안남은 병은 잘 씻어서 버리고, 과일은 비닐봉지에 묶어 옆에 둔다. 나중에 치우러 오셨을 때 따로 말씀 드리면 버려주시니 땡큐. 이것이 바로 1인실의 묘미지!
"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래봤자 병실이고... 슬프네."
리츠코와 오토나시씨 이후 간만에 찾아오는 손님이니 그래도 간단히 정리라도하고 맞이해야지, 라는 생각에 병실 청소를 시작했지만, 왠지 대청소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뭐, 아무렴 어때.
대강 정리를 끝내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이제 심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프지 않을 정도가 되긴 했지만, 일단은 지속적으로 소독도 해야하고, 항생제도 먹고있다. 덕분에 식욕이 달아나버린게 안타깝다. 식사 때마다 그야말로 모래를 씹는 느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그래도 약을 먹어야 하니 억지로라도 먹고는 있지만, 유동식은 아무 맛도 없을 뿐더러, 생긴 것도 영...
"애초에 병원 밥이 맛있을리도 없고 말이지."
병원 식사는 기본적으로 염도가 평소 식사보다 낮기 때문에 당연히 맛이 없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나트륨 함량이 적은 만큼, 이른바 '감칠맛'이라는게 부족한게지.
"라─멘이 먹고싶다─."
타카네가 된 기분이다.


입원하고 처음으로 TV를 켰다.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오니가시마 라세츠잖아?"
아닌가? 뭐였지? 아마가사키 료우마였던가? 피핀 이타바시?
뭐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입원한지 3주가 지났지만 TV를 켤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들 고정방송은 물론이고, 게스트로도 여기저기서 얼굴을 비추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보게된다면, 아니, 반드시 보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TV를 켤 용기를 내지 못했다. 아이돌들의 얼굴을 보게되면 울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모두 톱아이돌이 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게되면 틀림없이 울게 될테니까.
라니, 그런 화기애애한 이유라면 단 한번도 TV를 켜지 '못'하진 않았겠지.
사실은 두려웠던거다. 
아이돌들이, 리츠코가, 오토나시씨가 원망할까봐.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를 원망하고 질타할까봐.
"프로듀서! 어째서 입원해버린건가요! 자기 몸관리도 못하는건가요? 항상 저한테는 잔소리만 하면서! 실망이에요! 실망! 약속도 못지키는 프로듀서따위!"
"필요없어"

라는 꿈을 꾸고 일어났던게 몇 번이나 되는지 셀 수도 없다. 아, 예시가 하루카라고 해서 딱히 하루카만 나온건 아니다. 아주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날 괴롭혀서 입원 초기에는 우울증 치료를 같이 받아야하나 생각했던 적도 있다. 특히 이오리의 매도나 치하야의 싸늘함은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지. 자살해야되나 싶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부딪혀봤다. 설령 정말로 원망하고 있다면 그 원망을 받아주는 것도 내 역할인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다 안고 가면 되는거야.
다행히 리츠코도 오토나시씨도 이런 상태인 나를 받아주었다. 더 이상 프로듀스는 커녕 몇 번 얼굴 마주칠 기회도 없을텐데. 「너 이미 GG요. 포기하셈 'ㅅ'p」이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나를 동료로 생각해주고 있었다. 
765프로덕션에 들어와서 내가 이 '단결'이라는 빛에 구원받은게 몇 번일까. 셀 수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하나, 라는 이 슬로건 아래에 우리는 언제나 역경을 이겨냈고, 모두 다 함께 반짝이는 아이돌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아, 하루카네."
'거기에 무릎꿇으세욧!'이라며 명령하는 하루각...하루카는 박력이 넘친다. 평소에 그렇게 넘어지는 덜렁이와는 하늘과 땅 차이의 이미지. 그렇기 때문에 그런 하루카도 팬들은 좋아하는 거겠지. 갭모에?
'소녀여, 큰 뜻을 품어라~'
"아, 응. 하루카. 어디야? 그럼 거의 다 왔네. 나도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아니다. 내가 더 빨리 갈 것 같네."
하루카의 전화를 받아들고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우선은 리츠코 때와 같이 병원 밖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러면서 왜 병실을 청소했냐고는 묻지마라. 그냥 그런 기분이 들 때도 있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여, 하루카!"
"아, 프로듀...서니...임?"
하루카의 눈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것 같이 커졌다. 사진찍어두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도 아이돌이 그런 표정 지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냐."
"어디 다치신건가요?! 환자복이라니!"
"좀 그렇게 됬어."
"조금이 아니잖아요! 입원할 정도라면! 왜 말씀해주시지 않은거죠? 저 그렇게 의지하지 못할 아이였던건가요?"
그렇게 걱정할 것 같으니까 얘기 안한거지. 아이돌 활동에 지장이 생기면 안되니까.
"우으...프로듀서님..."
하루카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인다. 자자, 울지말고. 일단 여기서 얘기하긴 좀 그러니까 안으로 들어갈까?
"네에..."

내가 입원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고,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불만스럽고, 자기가 그렇게 의지되지 못한다는 점에 자책하고. 뭐 기타 등등 이런 저런 감정이 섞인 하루카의 표정을 보고있자니
"하우으...후오유셔잉?"
"그런 표정 하고 있으면 놀려주고 싶잖아."
손가락으로 입을 으이~하고 찢으니 깜짝 놀라는 하루카.
"흐애어 이어이으 오 아이이아아어? 이아 어 아이오이에."(그래도 이러는건 좀 아니지 않나요? 일단 저 아이돌인데.)
"이런 엘리베이터 안까지는 파파라치가 따라오지 않을 뿐더러, 병원은 의외로 프라이버시가 잘 지켜지는 공간이야. 층층마다 너스 스테이션도 있고, 수상한 사람은 못 올라올테니 안심해도 돼."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조심하라고 말한건 프로듀서님이라고요?"
"그건 그렇네. 응, 그럼 조심하도록 해."
"프로듀서님이 놀린거잖아요?!"
"내가 언제?"
"이익~~! 프로듀서님!"
평소처럼 투닥거리다보니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병동명을 보기 전에 잽싸게 병실로 데려가도록 하자. 괜히 벌써부터 알게되면 이야기하기 곤란해질지도 모르...
"여기... 무슨 병동이에요? 좀 이상한데?"
"응? 아니... 그게... 일단 병실로 가지 않을래? 하루카?"
"아마 위쪽에 안내 판넬이...?!"
...아, 맙소사. 왜 이렇게 쓸데없이 감이 좋은거야. 이 아이는.
"프로듀서님? 이게 어떻게 된거죠?"
"내가 말했지.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니 얼른 병실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그런 말 안했거든요?"
"그랬나? 그럼 지금 말했으니 얼른 들어가자."
노려보는 하루카가 귀여워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고는 병실로 이끈다.
"반칙이에요, 이런건."
얼굴 빨개진 하루카, 귀여워.

"그래서, 어디 한 번 말씀해보시죠?"
왠지 뒤에서 고오오...하고 오오라가 발생할 것 같은 포즈로 하루카가 말했다. 'I want' 이후로 이런 이미지가 늘었단말이지. 묘하게 '각하' 관련 반응도 늘어나고 있고. 진짜 한 번 밀어보라고 리츠코에게 권해볼까?
"...로듀서님! 프로듀서님!"
응?
"아이, 참!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는거에요?"
"하루카가 귀엽다는 생각."
만화라면 아마 하루카 머리 위로 김이 펑, 하고 솟는 장면이 연출될 것 같다. 얼굴이 폭발할 것 처럼 시뻘게진 하루카가
"무..무...뮤슌 말쓤을 하시는거에욧! 프로듀서님!"
하하, 하루카 귀여워요 하루카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자 고개를 푹 숙인다. 아무래도 오버히트해버린 듯 하다.
"정말...프로듀서님은...진짜..."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벼...병동요. 대체 왜 프로듀서님이 암 센터에 계신거죠?"
"왜일거같아?"
나도 참 잔인한 것 같다. 답이 뻔한 이야기를, 그것도 하루카가 슬퍼할게 뻔한 이야기를 빙빙 돌리고만 있으니. 아니, 잔인하다보단 그저 내 입으로 전할 수가 없는 것 뿐인 것 같다. 내가 직접 상처주지는 않았다는 이기적인 자기위안.
"..."
"..."
수십 초가 몇 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결국 하루카가 입을 열었다.
"암이신거네요."
"응."
"그래도 요즘 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생조...완치율도 꽤 높다고 하니까요. 괜찮으신거죠? 얼마나 더 입원해야 하는건가요? 무급휴가는 반 년 신청하셨으니 재활까지 3~4개월이면 되는건가요?"
애써 웃음지으려는 하루카가 안스럽다. 억지로 웃음짓는 입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하루카의 장점은 역시 언제나 건강하고 밝은, 치하야와는 반대의 태양같은 이미지일거다. 누구나 하루카를 보면 기운이 나고(야요이와는 다른 의미로), 다같이 힘을 모으면 어떤 역경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거라는 분위기를, 기정사실로 만드는 기적같은 아이. 아아, 하루카의 웃음에 구원받은 적이 몇 번이나 되는지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웃음을 내가 지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내 가슴을 옭죄어온다.
"3개월이래."
"역시 그정도면 되는거였군요! 프로듀서님! 그럼 3개월만 더 힘내면 다시 예전처럼 함께 일할 수 있는거겠네요! 프로듀서님! 영업이에요! 영업!"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억지로 참는다.
"시한부..."
"프로..."
"3개월이래."
하루카의 말이 뚝 끊긴다. 심장이 멈출 것 같다. 이럴 땐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 자신이 안타깝다. 담배라도 있었다면 담배 연기와 함께 뭐라도 날려버릴 수 있었을텐데.
"...3개월이라뇨?"
"말 그대로야. 3개월 내외. 난 그 이상 살 수 없다는게 의사의 소견."
"거짓말이죠?"
"진짜야."
"평소처럼 '장난이야~ 아하하, 하루카, 또 속았네~'라면서 놀리실거죠?"
"진짜야."
"...언제 아신거에요?"
"3개월 전쯤."
"왜 말해주지 않은거에요?"
"너와 다른 아이들이 지금 네가 짓고 있는 것 같은 표정처럼 되는걸 보고싶지 않았어."
"우리 765프로덕션의 사훈은 '단결'이었죠. 프로듀서님은 잊어버리신건가요?"
"단결해서 해결될 문제였다면 내가 입원하지도 않았겠지. 모든게 정해지면 그 때 알려주려고 했어. 그리고 그 때가 지금인거고."
일치단결을 부정해버리는 것 같은 내 말에 하루카가 주먹을 움켜쥔다.
"제가 혼란스러워 할 때, 프로듀서님은 말씀하셨죠. 다른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거냐고."
"그 때의 하루카는 너무 혼자서 모든 문제를 떠안으려고 했었으니까."
"그리고 프로듀서님이 제 탓에 무대에서 떨어지셨..."
"그건 네 탓이 아니야."
"아니요, 제 탓이에요. 제가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면 바닥이 열려있었다는걸 알았을테고, 발을 헛디디는 일도 없었을테고, 프로듀서님이 떨어지는 일도..."
"단순한 사고였을 뿐이야. 그런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어."
"그래도 어쨌든 저를 구하시려다가 다친건 분명하잖아요?"
"그건..."
"믿지 못하는거냐고, 다른 아이들도 너와 '함께' 빛나는 아이돌이라고 했던건 프로듀서님이잖아요? 그런데 왜 저희를 믿지 못하고 말해주지 않으신거에요?"
"쓸데없는 걱정끼치고 싶지 않았어."
"프로듀서님에 대한 거라고요? 그게 어떻게 쓸데없는 것일 수 있죠?"
"지금 너희에게는 나보단 일이 더 중요..."
짝─ 하고 마른 소리가 울린다.
"프로듀서는 저희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셨던건가요? 단지 일이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고 유명해지면 프로듀서도 성공하는 거니까, 이용한 것뿐?"
"그럴리가 없잖아! 내가 너희를 얼마나 소중하게..."
라고 소리치자
"그러면!"
하고 소리치며 하루카가 내 말을 '또' 잘라먹는다. 두고보자, 이녀석.
"그 소중한 아이돌들에게 그정도도 의지하지 못하시는건가요? 언제나 '무슨 일이라도 상담해줘'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라고요! 프로듀서님이 생각하시는 것, 처한 상황, 모두 듣고 싶고, 의지해주셨으면 한다고요!"
한참을 멍하니 생각하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이녀석들, 언제 이렇게 자란거야? 문득 커버린 딸을 보는 아버지가 이런 생각을 하겠지─ 라고 막연히 상상해본다.
"왜 웃으시는건가요! 전 지금 심각하다고요!"
"아하하, 미안. 내가 잘못했어."
"으, 그렇게 간단하게 태도를 바꾸시면..."
"아니야.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솔직하게 사과한다. 
내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했을 때 아이돌들이 받을 충격만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때'를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그런데 가만?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한 명 한 명 불러다가 이야기하고 있잖아. 언제까지고 숨기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고? 제대로 내 생각이 정리되면 그 때 말하려고 했던 것 뿐인데 어째서 내가 이렇게 매도당해야 하는거야?"
"매도라뇨! 애초에 일찍일찍 말해주셨다면 이런 일도 없잖아요! 대체 이런 중요한 사실을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생각이었나요!"
"언제까지냐니! 그래서 지금 말했잖아!"
"으..."
"으..."
그렇게 한참을 서로 노려보다가 웃어버렸다. 한참을 웃고난 뒤 하루카가 말했다.
"정말로 3개월밖에 안남은건가요..."
"그렇다고 하네."
"그럼 남은 시간은 어떻게 쓸 생각이세요?"
"우선은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전달하고 나서 생각하려고. 애초에 다 말하고 나면 아마..."
"아마?"
"정상적으로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아."
"일단은 항암 치료도 받고 있고, 지금은 얼마되지 않아서 부작용이 덜 나타나고 있지만. 그래도 머리도 빠지고 있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아. 그렇게 조용히 병원에서 빈둥거리고 있는거지. 다른 활동을 하기도 어려우니까."
"혼자서, 말인가요."
"일단 부모님께서 조만간 오신다고는 했어. 두분 다 바쁘시니까 안오셔도 된다고 했지만..."
"그러면 오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하시면 되겠네요."
"무슨 소리야? 너 설마..."
"저도 당분간 활동 중지하겠습니다. 철저하게 남은 시간 동안은 프로듀서님 서포트에 매진할테니 그렇게 알아주세요."
"무슨 지거리야! 말도 안된다는거, 너도 알지?"
"일단 잡힌 스케줄 이외에는 새로 잡지 말아달라고 리츠코씨에게 부탁할거에요. 2주일정도는 스케줄을 빼기 어렵겠지만, 그 뒤에 있는 스케줄은 거의 없으니 그정도는 그냥 가도 괜찮겠죠. 어차피 24시간 병실에 붙어있을 수도 없으니..."
"아니아니아니,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 줄 알잖아?"
"프로듀서님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중요한건 없어요!"
"넌 아이돌이야! 아이돌활동보다 중요한게 어디있어!"
"저에겐 프로듀서님이 더 소중하다고요!"
하아... 알고는 있었지만 이녀석...
"방송 활동을 쉰다는건 그렇다고 치자. 네가 병실을 왔다갔다하면 어떤 소문이 들릴지 몰라서 하는 소리야?"
"그깟 스캔들 좀 나도 괜찮..."
"하루카!"
"읏..."
"아이돌은 팬들에게 빛을, 희망을 선사하는 직업이야. 그런데 갑자기 스캔들이 터지면 최악의 경우에는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상관없어요! 말했잖아요! 전 프로듀서가...!"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은데, 넌, 아이돌이야. 내가 프로듀서인건 상관없어. 네가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에게 스캔들은 치명적이야."
"그러면, 은퇴해버리면 되는건가요? 아이돌?"
...이 녀석, 진짜로 내가 화내는걸 보고싶은건가?
후, 일단 진정하자. 소수를 세는거야. 2,3,5,7...
"넌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여기에 오는걸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지?"
"네."
"그럼 타협을 하자."
"어떻게요?"
"첫째. 병원에 올 때는 평소보다 철저하게 변장할 것."
"그정도야 당연하죠."
"둘째, 아이돌 활동은 계속 할 것."
"그러면 여기 올 수 없잖아요?"
"사장님과 리츠코에게 부탁해서 스케줄을 줄여달라고 부탁하자. 그러면 되겠지?"
"네."
"셋째, 사귀는건 네가 톱 아이돌에 오른 뒤, 은퇴 후."
"네...엣?!"
"뭘 그렇게 놀라?"
"아..아니..그..아니고..뭐시냐..."
"그러니 3개월 안에 톱 아이돌에 등극하셔야겠죠? 아마미 하루카씨?"
" "
뭐야, 저 기쁨과 안타까움과 화남과 소녀의 마음이 공존하는 귀여운 표정은. 그리고 결심한 듯 하루카가 고개를 든다.
"저, 노력할께요!"
"응, 그래. 그 자세야말로 하루카지."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은 미소를 짓는 하루카.
난 역시 죽을 때까지 저 녀석에게 구원받을 운명인가보다.


그런 따뜻한 분위기가 한 차례 지나가고 나서...
"그런데 말이죠, 프로듀서님. 그렇게 넘어가는건 너무 엉터리같지 않나요?"
"뭐가?"
"고..."
"고?"
"고백말이에요! 고백!"
"아, 그거."
"뭔가요! 정말! 그렇게 번갯불에 콩구워먹듯이 넘어가버리고!"
"좋아해, 하루카."
" "
하루카가 방전됬다. 이래서야 앞날이 캄캄하구만.
살짝 안아주며 이야기해주었다.
"원래는 하루카가 정상에 서고, 은퇴할 때 말하려고 했어. 물론 그 때야 하루카가 모든 것을 가진 때니까 나같은 녀석은 쳐다보지도 않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럴리 없어요!"
"뭐 그거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우우...프로듀서님...? 저 화낼거에요?"
"아하하..."
"프로듀서님?"
"응?"

"저도 정말 좋아해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쭉 저와 함께 해주세요."
"이 행복한 시간이 언제까지나 함께 하길."
"항상 기도할거니까요!"

─────────────────────────
릿쨩 루트인줄 아셨나요?
유감! 메인 히로인은 하루각하였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