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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늦저녁의 검은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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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4, 2022 01:23에 작성됨.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키타자와 시호는 각오를 다졌다.


 몇 번 와 본 적은 있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방문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다만, 오늘의 방문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과로로 인해 하루 쉬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갑작스럽게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괜스레 들뜨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초인종은 누르지 않는다. 이미 오토나시 코토리라는 걸출한 사무원으로부터 예비 열쇠를 받아둔 상태다. 일개 사무원이 어떻게 상급자의 자택 예비 열쇠를 구했는지는, 이번만큼은 불문에 부치리라.


 이 작은 금속 쪼가리를 놓고 프로덕션 아이돌의 대부분이 흡사 전쟁을 방불케 하는 논쟁을 한바탕 치른 후에야, 그녀, 키타자와 시호의 손에 들어올 수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그 참혹한 전쟁을 상기한다. 의외의 복병이었던 카스가 미라이를 ‘경험’이라는 말로, 가장 어려웠던 상대인 다나카 코토하를 그녀가 언제나 중시하는 ‘모범’이라는 말로 녹아웃을 시킨 그 순간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시련 아닌 시련을 견뎌낸 키타자와 시호는, 승리의 여운을 만끽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승부의 세계는 차갑고도 냉정한 법이다.


 그런 연유로 승자의 권리를 조심스레 행사하며, 달칵, 단단히 잠겨 있던 프로듀서의 세계를 손쉽게 열어젖힌다.


 “실례합니다.”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 누구도 듣지 못할 인사를 한다. 남성 혼자 사는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긴장된다.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분명 각오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은 스스로가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금요일 조금 늦은 저녁이다. 평소의 프로듀서라면 퇴근 후에도 업무를 보고 있었겠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오늘은 이야기가 다르다.


 피로감에 몸이 유린당해 쓰러져 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상냥한 인사를 듣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현관에 신발을 벗어 놓고 문을 잠근다. 고양이처럼 발소리를 죽인 채 종종걸음으로 부엌까지 걸어가, 가지고 온 짐을 풀어놓는다.


 감자를 비롯한 몇 종류의 손질해 온 채소들, 계란 한 팩, 하얀 쌀, 한입 크기로 잘라둔 가래떡, 간장과 마늘, 생강으로 맛을 낸 이국의 양념, 그리고 핏기를 미리 빼 둔 소의 갈빗살, 마지막으로 조금 매콤한, 그 사람이 알려준 고향의 맛까지.


 제법 값이 나갈만한 재료들이었지만, 사무원인 오토나시 코토리가 프로덕션 경비 처리를 하라고 카드를 주셨기 때문에 오롯이 좋은 재료를 사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배려해 준 사무원과 사장님께 속으로 감사드리며, 인기척을 최대한 죽여 조심스레 프로듀서가 자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침실로 걸어간다.


 하얀 방문 앞에 다가섰다. 조금 열려 있었기 때문에 숨을 죽이며 문틈으로 안쪽을 확인한다. 프로듀서다.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극장 수면실에서나 정말로 가끔 볼 수 있는 자는 모습이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것만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침대에 숨어 들어가 그를 바라보며 같이 눕고 싶지만, 오늘의 목적은 그런 게 아니다. 


 수면에 있어 빛은 불필요하다. 소음도 불필요하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경 써서 방문을 달칵, 닫는다.


 곤히 잠들어 있는 프로듀서를 자신의 실책으로 깨울 생각은 없다. 그저, 따뜻한 한 끼 식사나 만들어 놓고 조용히 돌아갈 것이다.


 집에 들리겠노라 방문 전에 메시지는 남겨두었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아침에 일어나서 깜짝 놀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꺼내 뒷머리를 단정히 올려 묶는다. 자연스럽게 앞치마가 있는 곳으로 손을 뻗어, 그 자그마한 천 조각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프로듀서답지 않게 귀여운 앞치마다. 살짝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향기다. 남동생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그리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부친의 느낌과도 조금 다른, 그런 오묘한 냄새다.


 그것을 목에 걸치고, 침착하게 허리끈을 둘러맨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입가가 부르르 떨린다. 지금 거울을 본다면 자신은 웃고 있을까, 혹은 자괴감에 짓눌린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무렴 어떤가.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낸 뒤에야, 냉장고를 열어 이리저리 살펴본다. 페트병에 들어 있는 맑은 육수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요리를 해 먹으려 했었는지, 이미 다 해동되어 있는 상태였다.


 지난달에 운 좋게 방문했을 때에 만들어두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계수대 아래 서랍에서 큰 냄비를 꺼내어 불에 올렸다. 다나카 코토하가 옆에 있었더라면 왜 주방 식기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느냐 물어보았으리라.


 냄비가 적당히 뜨거워지자 고기를 넣고 양념과 육수 조금을 붓는다. 고기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여야 하기에 한 시간 정도는 불에 올려두어야 할 것이다. 이 틈에 불려둔 쌀을 잘 씻어서 밥솥에 올린다.


 보글거리며 끓기 시작하는 냄비 앞에서 머리를 묶고 앞치마를 두른 채로 요즈음 연습하고 있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자신의 모습은, 마치 프로듀서의, 그 사람의 아내와도 같지 않은가.


 “......읏.”


 그렇게 생각하니 열이 나는 것처럼 얼굴이 뜨거워진다. 아니야, 틀려, 그런 의미는 아니야, 속으로 수십 번 되뇌지만, 언제나처럼 패배하는 것이 키타자와 시호다.


그런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이 서랍 안쪽에서 칼을 꺼낸다. 채소를 다듬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생각만 더 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손질된 감자를 도마 위에 넣고 통통통, 사각으로 단정하게 썰어낸다. 당근도 넣을까 했지만, 그 사람이 당근을 싫어하기 때문에 가져오지 않았다. 의외로 어린아이 같은 입맛이다.


 양파와 무, 그리고 대파까지 깔끔하게 썰어서 도마 위에 정갈하게 놓은 뒤에야 자기 자신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래도 앞으로 삼십여 분 정도 고기를 더 쪄내야 한다. 바보 같은 자신을 속으로 자책하며, 도마째로 야채들을 한번 랩핑한 뒤, 냉장고에 조심스레 넣어두었다.


 요리하는 소리가 조금 시끄러워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 사람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대략 삼십여 분, 오롯이 그녀만을 위한 시간이 생긴 것이다.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는 법을, 키타자와 시호는 알고 있다.


 냄비의 뚜껑을 살며시 닫아둔 채, 고요한 거실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몇 번 와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만큼 스스로가 잊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남자 혼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깨끗하다. 작은 아파트라 관리하기 편한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바닥은 깔끔하게 물청소가 되어 있었고 의자나 거실의 작은 탁자에 먼지도 딱히 쌓여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키타자와 시호는 나름대로 집안일의 프로다. 편모 가정의 장녀로서 몇 년 동안이나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그녀이기 때문에, 청소가 미흡한 곳이 여러군데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자면, 그래,


 “이런 곳, 말이지.”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창틀을 스윽 훑었다. 검지 끝부분이 살짝 검게 물든다. 자취 경력이 제법 오래되었다고 그 사람은 말했지만, 그래도 아직 이런 곳까지 세밀하게 청소할 정도까진 아니었으리라.


 아니, 그냥 그 사람의 성격일지도 모른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꼼꼼하고 철두철미하지만, 의외로 다른 부분은 제법 덜렁대는 사람이니까.


 거실 구석에 있는 청소기가 눈에 들어왔다. 깨끗하게 한번 싹 밀고 싶었지만, 그래서야 그 사람이 분명 깰 것이다. 피곤할 때에는 푹 자게 두어야 한다.


 창문을 반쯤 열어 환기를 시킨다. 겸사겸사 가지고 온 물티슈를 몇 장 뽑아, 창틀에 찌든 먼지와 때를 벗겨낸다. 어린 릿군 때문에 작은 틈새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버릇은, 이럴 때만큼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다 쓴 물티슈를 휴지통에 던져넣고, 새로운 것을 몇 장 더 뽑는다. 탁자와 책꽂이, 컴퓨터가 놓여 있는 업무용 책상, 그리고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하얀 냉장고의 위까지 깨끗하게 물티슈로 닦아낸다.


 그러다 문득, 책꽂이의 가운데, 아무것도 꽂혀있지 않는 칸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나 CD같은 것들은 없었지만, 몇몇 액자에 꽂힌 사진들이 있었다.


 아이돌들의 사진이다. 극장에서 찍은 52명 전원의 사진이 한가운데에 장식되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 몇몇 사진들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책꽂이에는 먼지가 조금 쌓여 있었지만, 의외로 액자에는 먼지 한 톨 묻어있지 않았다. 적어도 주에 1-2회는 관리하는 것이다. 그만큼 추억을 소중히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 사람은. 후후, 작게 웃으며 눈을 이리저리 굴려 액자에 걸린 사진들을 살펴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진은 의외로 시라이시 츠무기였다. 가끔 그 사람에게 지레짐작으로 인한 실례를 범하지만, 근본적으로 착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다.


 다소곳하고 얌전하다는 평소의 인상과는 달리, 어깨가 드러나는 보랏빛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그 사람일 것이다.


 언제나 그 사람에게 틱틱거려도, 결국 그 사람 앞에서 가장 밝게 웃는다는 사실을 그녀는 스스로는 알고 있을까.


 조금 시선을 돌리자 키사라기 치하야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미 하루카와 더불어 765 프로덕션에서 그 사람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다.


 낯익은 신사에서 머리를 어른스럽게 올려묶은 채, 보라색 기모노 차림으로 에마(絵馬)를 어떻게 적을까, 그 사람에게 묻듯이 바라보는 키사라기 치하야의 모습은, 언젠가 프로듀서에게 들었던 그녀의 아픈 과거에서 구원받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의 무엇이 담당 아이돌들을 밝고 환하게 만드는 것일까. 가슴이 조금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다른 사진으로 눈을 돌렸다.


 “......바보 같아, 정말로.”


 그 질투와도 같은 고민의 답을, 키타자와 시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11월의 어느 날, 가을빛으로 물드는 세계 아래에서 핫초코를 홀짝이며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평소에는 레슨 혹은 학업으로 바빠서 단풍을 즐긴 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그 사람의 작은 배려로 생긴 휴일에, 제법 기합을 넣고 차려입은 사복으로 그 사람과 함께 둘만의 단풍놀이를 간 적이 있었다.


 첫 솔로 라이브가 임박해 있어서 잔뜩 예민했던 상태였지만, 그때의 그 사람은 어떻게든 그런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던 기억의 조각이다. 


 당시에, 가끔은 이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되새겨보면 그런 마음 편한 시간은 그 사람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때부터였을까,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전부터였을까. 모친이나 남동생과는 다른 형태의 애정과 설렘이, 조심스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싹텄으리라.


 후훗, 얼굴이 풀어지는 것을 받아들이며, 키타자와 시호는 살짝 그 액자를 어루만졌다. 그 사람과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둘만의 소중한 추억이다.


 그러다가 화들짝, 끓고 있는 요리가 생각나 버렸다. 미끄러지듯 허둥지둥 부엌으로 달려가 냉장고에 넣어둔 야채들을 꺼낸다. 냄비뚜껑을 열고 그것들을 쏟아버리듯 넣은 후, 숟가락으로 보글거리며 끓고 있는 요리의 간을 확인한다.


 짭짜름하고 달콤한 것이 간이 잘 배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찔러 보니, 쑤욱, 솜털을 찌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들어가는 것이, 그리 많이 연습하지 못했던 레시피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맛있게 만들어낸 것 같았다.


 이거라면 그 사람도 좋아해 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머리에 자리 잡으니 자연스레 입가가 헤벌레 늘어진다. 친우이자 라이벌인 모가미 시즈카가 보았더라면 몇 개월은 놀렸을 법한 것이었다.


 냄비의 뚜껑을 닫고 한소끔 더 끓여낸 뒤, 마지막으로 어슷 썬 대파와 참깨를 뿌려 대미를 장식한다. 마음 같아서는 가장 맛있을 때 식사를 권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면 중인 사람을 깨우고 싶지는 않다.


 언제나 자신을 비롯한 다른 아이돌들을 위해서 불철주야 매일같이 고생하는데, 쉬어야 할 때 푹 쉬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그 사람에게 더 필요한 일이다.


 밥솥을 보온 모드로 바꿔둔 뒤, 찬장에서 식기를 몇 개 꺼내어 밑반찬을 담는다. 키타자와 가에서 가지고 온 감자조림, 타카츠키 가에서 가지고 온 숙주나물 무침, 놀랍게도 모가미 시즈카가 개인적으로 준비해 준 가쓰오부시 장국까지.


 여기에 있는 아이돌은 비단 키타자와 시호뿐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당연하게도 모조리 거절했을 테지만, 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호의를 받아들였다.


 이 또한 그 사람이 평소에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인덕을 쌓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안사람이라도 된 것인 양 괜히 가슴을 쭉 편다. 자랑스러워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메인은 키타자와 시호다. 그녀가 준비하고 요리한 그 사람 고향의 맛은 극장의 다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들 것이라 감히 자부한다. 머릿속에 아마미 하루카와 사다케 미나코가 잠시 스쳐 갔지만, 고개를 내저어 털어낸다.


 게다가 그 요리에 담긴 애정만큼은 프로덕션의 그 누구라 하여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머릿속에 키사라기 치하야와 다나카 코토하가 잠시 스쳐 갔지만, 역시 고개를 내저어 털어낸다.


 그릇에 담은 반찬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랩핑해둔 뒤,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다. 보온병에 담긴 장국은 상온에 꺼내둔다. 메인디쉬는 작은 플라스틱 통 여러 개에 나누어 담아 하나씩 냉장고에 넣어둔다.


 설거지까지 끝낸 뒤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물소리나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그 사람은 분명히 깰 것이다. 그래서 식기세척기 안에 조심스레 사용한 냄비와 조리도구들을 넣고, 천천히 문을 닫는다.


 메모지를 한 장 떼어내, 뭐라고 써야 하나 잠시 고민한다. 애정 어린 사랑의 말을 쓸까, 고생했으니 칭찬해달라고 할까, 어른스럽게 나중에 보답해달라고 할까.


 하지만 그 어느 쪽도 키타자와 시호답지 않다. 그냥, 뭐라고 쓰던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두면 될 것이다. 그 사람은 이상한 오해도, 카나자와 출신의 누군가처럼 지레짐작도, 극장의 문학소녀처럼 확대해석을 가장한 망상 같은 건 아무래도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키타자와 시호의 담당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볼펜으로 그 위에 메모를 남긴다. ‘데워 드세요. 언제나의 답례입니다. 키타자와 시호가.’


 “......”


 그래도, 가끔은 어리광부리는 중학생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중얼거리며 메모지 끝에 작게나마 자신의 사인을 끄적인다. 삐죽 튀어나온 고양이 귀를 검은색으로 칠한다. 이러면 조금 귀여워 보일까.


 아니, 귀여워 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금 더 나아간 관계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을 조금 어필해 볼 단어가 있을까.


 그렇게 고민한 끝에, 키타자와 시호는 결심했다. 볼펜을 쥐고, 그녀의 이름 앞에 천천히 한 단어를 덧붙인다.


 “데워 드세요. 언제나의 답례입니다ㅡ”


 그리고, 자그맣게 메모를 소리 내어 읽어본다. 괜스레 얼굴이 뜨거워진다. 아무것도 아닌데,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가슴 설렐 이유가 없는데, 바보 같다.


 주말이 지난 후, 그이를 어떤 얼굴로 보면 좋을까.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보글거리는 마음 앞에서 키타자와 시호는 각오를 다지며, 작은 입술로 중얼거렸다.


 “......당신의, 키타자와 시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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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프로듀서가 쓰는 담당 아이돌 팬픽

시호의 생일이 가까워서 한편 후다닥 썼습니다.

새벽감성은 무서운겁니다. 내가 뭘 쓴거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이걸 보면 이불 뻥뻥 차고 있겠지

Sigh...


사실 뒷내용 단편 하나가 더 있긴 하지만 언제 올릴지는 미정입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보셨길 바랍니다.


And I also 시호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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